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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와 머리아픈 프로듀서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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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6, 2022 19:20에 작성됨.

"아, 흑..."


프로듀서는 눈물을 훔쳤다. 시즈카를 보면 영 기분이 진정이 안 될 것만 같아서 잠깐 숨을 참고 가만히 있다가 어느정도 진정이 될 때까지 숨을 골랐다.


"응. 이제 괜찮아. 갑자기 울어서 미안."


"그런 걸로 미안하다고 하지 말아요."


"...역시 시즈카는 착하네."


"착하다는 말 들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구요."


"알아. 착하다는 건 그냥 내 진심이었어."


시즈카에개 해주고 싶은 칭찬이 많았지만, 입 밖으로 도저히 내밀 수가 없어서 함께 속으로 넘겼다.


어째서인지 시즈카에게 있어서는 그저 헤프고도 휘발성일 뿐인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예전이었다면 좀 더 시즈카에게 있어서 무겁게 느껴질만한 말을 하고 싶었을텐데.


모든 것을 털어놓으니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과 예전이었으면 하지 못했을 말들이 다같이 한번에 떠오르는 걸까. 프로듀서는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마음 속에 약간의 자조가 떠오른다. 시즈카는 내가 날 보길 원해서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자기 생각은 안 하고 있다니.


프로듀서는 시즈카가 어른스러운 모습을 원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홀로서는 모습을 원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자신한테 다가와주는 것이라는 사실도. 하지만, 도저히 기댈 수 없었다.


무엇인가가 잔뜩 엉켜서 시즈카의 곁에 기대지 못하게 밀아내고 있었다. 함부로 다가가기엔 겁도 났고, 기대기엔 미안하기도 했고, 자신이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책임감도 있었다.


프로듀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부터 시즈카만 떠오르면 도저히 머릿속이 요동쳐서 아무것도 정리를 할 수가 없었다. 단어 하나조차도 이리저리 꼬이고 휘말리고 헤졌다.


창문을 열면 하늘이 아니라 바닥을 보기 시작했던 그 언젠가부터도 그랬고, 그것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술에 계속 쩔어 있을 때도 그랬고, 시즈카 곁에 있을 수 있는 지금도 그랬다.


시즈카는 그런 것 없이 일관적인데. 고민은 있을지언정 매듭은 풀어내는데. 그런 면모가 계속 눈에 밟히는 있는 걸까.


어쩌면 시기하는 것일까.


"저, 프로듀서. 다 먹었어요?"


"다 먹었어."


배는 이미 다 채웠지만, 머릿속은 언제나 휑했다. 프로듀서는 우동값을 내고 시즈카의 손을 무심코 잡으려다 말았다.


시즈카는 그것을 눈치채고 프로듀서의 손을 먼저 잡아왔다. 프로듀서는 시즈카를 잠시 바라보고 고개를 숙였다. 괜찮냐고 말할 뻔 했지만, 괜찮으니까 손을 잡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서..."


"응."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미안. 모르겠어. 어제도 그렇고 왜 울었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럼 짐작가는 거라도요."


짐작가는 것이라. 프로듀서는 모든 것이 다 원인처럼 느껴졌다. 뫼르소는 칼에 비춘 햇빛 때문에 사람을 죽였는데 말이지.


말할 수 있을까. 프로듀서는 마음 속에서 생각나는 말을 다 하고 싶었다. 지금 모든 것을 정리해서 말할 만큼 정신이 성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입을 열었다.


"그냥 다."


"다?"


"...말하려면 좀 길어. 일단 사무실에 가서 들어줄래?"


병원에서 들었던 걸 다 털어놓을까.


우울증이란 지독하다. 우울증은 우는 방법조차도 잊어버리게 한다. 숨을 쉬듯 무엇인가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도저히 나오지가 않는다.


당장 생기는 나쁜 기억도, 과거의 트라우마도, 미래의 아픔과 걱정도 울거나 웃거나 해야 해소가 된다. 우울증은 지독한 그것들을 다 한군데에 몰아넣은 뒤 막아놓아서 못 나오게 한다.


그것이 엉기고설켜서 더 커지고, 더 독해지고, 그것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잊으려 별 수를 써도 잊지 못하고...


우울증은 말 그대로 병이라고 했다. 머릿속의 병이라서 혼자서 어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약을 먹어서 호르몬의 분비나 농도를 제대로 맞춰야 한다고 들었다.


시즈카에게 말해도 알 수 있을까.


프로듀서는 시즈카의 손을 잡고 사무실에 도착한 뒤 문을 닫았다.

 

"있잖아. 시즈카. 내가 지금... 좀 정신적으로 상태가 안 좋아. 아마 알 거라고 생각해."


"네."


"내가 지금 잠시... 잠시는 아니겠지. 아무튼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줘."


시즈카는 프로듀서의 손을 꼬옥 잡은 채로 놓고 있지 않았다.


"나는 사람이 숨을 쉬듯이 머릿속에 무언가가 자극이 들어오면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 그런데, 지금까지는 표출을 못했어. 내가 느끼기엔, 표출을 못하게 하는게 우울증이라는 병이고."


"...프로듀서."


"그래. 짐작했겠지만, 우울증이래. 병원에서. 술 마시는 것도 다 그래서야. 그렇게 해서라도 해소를 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시즈카가 나한테 정말 진심으로 대해주고, 신경을 써주니까, 나는 조금이나마 숨구멍이 트인 거야. 내가 갑자기 울어서 걱정했어?"


"네. 프로듀서가 또 힘든 일이 생긴 건가 해서..."


"응. 힘든 건 맞아. 하지만 이번에 운 건 힘들어서 그랬던 게 아니야. 무서워서 그랬던 것도 아니야. 그냥... 지금까지 쌓인 게 한꺼번에 나오려고 해서 그런 거야."


지금 프로듀서는 울 수가 있었다. 모든 자극과 감정에 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공기와 손을 잡으니 울고 싶었고, 햇빛이 따스하니 울고 싶었고, 숨결이 폐로 들어오니 울고 싶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울었던 만큼. 쌓아온게 많은 만큼, 웃는 일도 많을 거야."


프로듀서에게는 그저 반짝이는 희망사항일 뿐이었지만, 웃는 일도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즈카에게는 많아질 거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그리 말했다.


시즈카가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느정도 답이 됐어?"


"...글쎄요."


"안 됐구나."


"안 된건 아니지만..."


시즈카도 우물쭈물하다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가 절 소중하게 여겨주는 건 기뻐요... 하지만, 그만큼 저도 프로듀서를 아낀다고요. 저한테도 조금은... 기대주시면 안 돼요?"






머리가 안 돌아가요


이번편은 좀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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