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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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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5, 2022 03:1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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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1)

「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2)

「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3)

「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4)

「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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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p가 접속하지 않을 때, 아이돌 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4)





"...세상엔 정말 우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많네요, 미야오 씨."

"그렇네요~"

"에헤헤, 그렇네요~"

"데헤헤~"


나나오 유리코는, 이 화기애애해 보이는 분위기에서...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있었다.


"저, 저기-"

"조용히 하세요."


칼같이 유리코의 말을 잘라버리는 시호가 야속할 만도 했지만, 유리코는 그런 점에 자신이 일일이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아주 잘 깨닫고 있었다.


"음... 자, 그럼 일단 유리코 쨩의 변명을 들어보도록 할까요~?"


그 말과 함께 다시금 유리코에게 내리 꽂히는 시선들. 츠무기와 시호 말고는 다들 방글방글 웃는 모습이었지만, 차라리 츠무기와 시호 쪽이 더 자비로울 거라는 것을 유리코는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요, 미야 씨! 그, 오해에요!!"

"에? 뭐가 오해야, 유리코 쨩?"


...단언컨데, 카스가 미라이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 저 날카로운 눈빛이 대체 어느 바보가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나나오 유리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속고 있을 수많은 팬들을 생각하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와 표정과 달리 차갑게 식어있는 미라이의 시선에 전율했다.


"아니, 그러니까..."

"어떤게 오해인지 정확히, 육하원칙과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해주시면 정상참작이 될지도 몰라요, 유리코 씨!"

"...확실히, 그건 세리카의 말이 맞겠네요."


세리카 쨩, 시호 쨩- 정말로 날 죽이려는 거야?! 라는 시선으로 둘을 올려다 보았지만, 천연덕스럽게 방글방글 웃으며 마주보는 세리카와 적당히 시선을 피해버리는 시호. 그 누구도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자, 나나오 씨? 하코자키 씨가 말씀하신대로, 차분하게. 차례대로, 모든 정황을 설명해주시죠."


...본인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겠지만, 찢어죽일 것만 같은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시라이시 츠무기의 선고에...


"...그, 그러니까요..."


유리코는, 조심스럽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여태껏 살면서 그래본적이 없었지만, 아마 그동안 끼적여봤던 소설 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가면서...


아마도 그녀의 목숨이 달려있을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때는 바야흐로-"

"-그런 쓸데없는 사족은 필요 없는거에요~"


...도입부부터 미야에게 컷. 미야의 눈빛에 웃음기가 없다는 걸 느낀 유리코는 진짜 이제 벼랑 끝이라는 분위기가 피부에 와닿는것 같자 최대한 간결하게 말하지 않았다간 즉결처분이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어제 제가 자정에 교대하러 갔잖아요? 시호 쨩이랑 당번을 교대해주려고..."

"네, 유리코 씨가 오셨죠."


...시호 쨩, 제발 시호 쨩이라도 내 편이 되어주면 안될까...? 라는 의미를 담은 시선을 던져보았지만, 일부러인지 딴청을 피우며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호. 아무튼 주변의 시선은 계속해서 유리코에게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 시호 쨩이랑 교대를 해주고... 제가 수면실 대기 당번이 되었잖아요?"

"당연히 그랬겠죠. 그렇게 하기로 되어있는 시어터의 룰이니."


평소에는 저 차가운 모습이 오해였겠지만... 아직 겨울도 아닌데 방안에 감도는 이 냉기는, 분명 츠무기가 뿜는 것이리라. 물론 츠무기 혼자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저 대답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대기 당번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제가 심야시간을 맡고 있었으니까요?! 새벽 시간이니까, 조금쯤은 졸립거나 할 수 있는거잖아요?!"

"에헤헤... 그걸 대비해서 미리 잠을 자두고 들어가기로 다들 약속, 해두지 않았나요?"


가볍게, 유리코가 빠져나가려 파는 구멍을 메꿔버리는 세리카. 솔직히, 유리코가 지금 가장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건 츠무기와 시호보다는...


"자, 그러니까 그게 왜, 수면실에서 프로듀서의 침대로 들어가서 함께 졸고 있을 이유가 되는지 설명만 하면 돼, 유리코 쨩!"

"네! 아침에 일어나서 유리코 씨를 확인하러 와보니, 프로듀서 씨를 꼭 안고 잠들어있던 모습에 대해서 마저 설명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방글방글 웃으면서 살벌하게 몰아붙이는 이 두 사람. 세리카와 미라이다.


"자, 자. 미라이 쨩? 세리카 쨩도, 조금은 진정하는거에요~"


이미 유리코 쨩은 무릎 꿇고 반성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잖아요~?


...병주고 약주는 미야였지만, 유리코는 그마저도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으..."

"자, 유리코 쨩? 설명은 다 끝난 듯 한데... 이제 더 할 말이 남았나요~?"

"...죄송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살려주세요!!"


...납작 엎드리는 것 말고 남은게 있겠나. 수면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사죄를 청하는 유리코였고...


"...뭐, 솔직하게 시인하셨고, 이 이상 변명을 늘어놓으실 생각은 없으신거 같으니... 이쯤에서 넘어가주는게 어떨까요."


유리코에게 가장 먼저 구원의 손길을 뻗어 주는건 역시나 시호. 차가워보이는 외모와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들 때문에 그렇지, 역시 시호 쨩은 누구보다도 상냥해...!


"음~ 시호 쨩, 이게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일일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미즈키를 제외하면 동년배 아이들 모임이라서 서로에게 은근히 가차없는 오토메 스톰의 리더답게, 카스가 미라이는 여전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유리코를 향한 압박을 거두지 않았다.


"여기 있는 모두, 프로듀서 씨랑 그렇게나 오래 같이 지내온 사이잖아요? 그런 만큼 다들 프로듀서 씨를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이 각별한 건 서로 잘 알고 있고요. 그런데도 이렇게 멋대로 부뚜막에 올라가는 걸 그냥 넘어가 줬다간,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싶은데."


미라이 쨔아아아앙!!! 날 진짜로 죽일 셈이야?! 울부짖고 싶은 심정의 유리코였지만, 절대로 그럴수 없는 입장이니까 속으로 씹어삼켜야만 했다.

아니, 물론, 유리코도 미라이를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여기 지금 모인 멤버들은 정말 우연찮게도 프로듀서와 초기부터 함께해 온 멤버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츠무기와 미라이는 맨 처음 시작을 함께한 아이돌이었으니까. 만약 유리코 본인이 미라이의 위치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었더라면, 미라이 정도로만 추궁하고 말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더하면 더했지, 분명 덜하진 않았으리라. 그래서 이해는 충분히 되었지만...! 그래도, 오토메 스톰의 유대는 고작 이게 다였어...?! 제일 먼저 비수를 꽂고 있는 미라이가 원망스러운 유리코였다.


"...뭐어, 그럼. 일단은 집행유예, 인걸로 해두고 오늘은 넘어가도록 할까요."


이번에 손을 뻗어준건, 미라이와 마찬가지로 이 시어터에선 대 선배의 위치에 있는 츠무기. 한숨과 함께 지은 츠무기의 웃는지 삐죽이는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 미묘한 그 표정은, 유리코에겐 여신님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츠무기 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구해주신 이 목숨, 츠무기 님을 위해 아낌없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내심 눈물나도록 감격하고 있는 유리코였지만,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으음. 저는 찬성이지만요~? 시호 쨩도 아까 봐주자고 그랬고. 그래서, 미라이 쨩? 세리카 쨩? 두 사람의 의견은요~?"


츠무기의 말을 들은 미야가 상황을 정리하며, 아직 날카롭게 유리코를 내려다 보고 있는 미라이와 세리카의 의견을 재차 물었다.


"...저도, 이쯤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으~음..."


시원시원하게 자비를 베푸는 세리카와는 달리, 꽤 길게 고민하는 미라이.


"...뭐, 다들 그렇다면, 집유행예?"

"집행유예에요, 카스가 씨."

"네, 그걸로!"


땅땅땅-! 하고 입으로 재판장의 망치소리를 내는 미라이를 마지막으로, 유리코는 마침내 수면실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무, 무릎 저려..."

"자업자득이라구요, 유리코 씨."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옆에서 부축해주는 시호 쨩은 역시 상냥해...! 물론 입 밖에 냈다간 휙 놓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니 유리코는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했다.


"정말. 나나오 씨, 앞으로는 그런 짓 하지 마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봤다간..."

"에헤헤, 혹시나 모모코 쨩이 봤으면 어땠을까요!"

"...세, 세리카 쨩... 그렇게 살벌한 말은..."


...이렇게 짧게 끝나진 않았으리라. 유리코는 쉬이 상상되는 전개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렇게 정리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미야가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자아, 그럼. 어차피 오전 시간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이 멤버가 다 모인 걸 겸해서... 회포나 풀어볼까요~?"

"여기...서요? 하지만 프로듀서 씨가 주무시는데..."

"그렇긴 하지만~ 어차피 낮시간이고, 일어나실만하면 오히려 바로 다들 함께 프로듀서 씨를 현관에 데려다 줄 수 있으니까 더 좋지 않을까요~?"


아, 물론 밤을 샌 유리코 쨩이나, 오늘 당번도 아닌데도 시어터에 나온 시호 쨩은 빠져도 상관 없어요~?


"...하, 할게요...! 저도 끼게 해주세요...!!"


...미야가 덧붙인 말 속에서 시호에겐 강제성이 없었지만, 유리코는 빠졌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을 느끼고 얌전히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뭐, 저도 그럼 잠깐정도는."


시호도 흔쾌히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자, 그럼 제 1회, 시어터 올드 멤버-"

"...저희가 올드하진 않지 않나요, 미야오 씨."

"-그럼 선배-"

"에헤헤, 저희가 선배라기엔 역시 올스타즈가-"

"...아무튼 제 1회 모임, 시작이에요~"


...어쨌든 이 시어터 초창기 멤버 6명의 모임이 이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그러고보면 여기 있는 멤버들 중, 여전히 현역으로 무대에 올라가고 있는건 시호 쨩 뿐이네요~"

"에헤헤... 페스 의상이 나오신 덕분일거에요!"

"페스 의상은, 하코자키 씨를 제외하면 여기있는 모두가 있긴 합니다만..."

"와아- 정말 그렇네요!"


...그냥 릿군 핑계를 대고 빨리 돌아갔어야 했는데. 키타자와 시호는 흔쾌히 동의한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이 자리에 왜 참여하겠다고 했던건지, 10분 전의 어리석은 자신에게 따지고 싶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미라이, 세리카. 저 두 사람은 도저히 그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건만...


"그, 그래도 다들 의상은 예쁜거 많으니까... 그거면 된거 아닐까요...?"

"그렇네요~ 유리코 쨩의 수영복도 참 이쁜데 말이에요~"

"쿨럭..."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진화하려던 유리코는, 미야의 카운터 펀치를 맞고 그대로 침몰. 헤어스타일이 너무 과하지 않냐, 라는 프로듀서의 평을 듣고서 생긴 마음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그걸 제대로 겨냥하고는 그대로 후벼파내고야 마는 미야의 단어 선택에 시호는 공포를 느꼈다. 역시, 유리코는 아직 다 용서받진 못한 모양이다.


"그래도 역시 예쁜 의상하면, 츠무기 씨의 발렌타인 의상이 정말 이쁘지 않을까요~ 아, 물론 시호 쨩도 만만치 않지만요~"


...슬리슬쩍,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화살에 시호는 뭐라도 말을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야에게 칭찬으로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그, 미야 씨도 라디오 DJ컨셉으로 나온 [시엘 에트왈] 의상이 정말 예쁘시긴 하지만요. 사실, 그런 색감이 정말 잘 어울리신...달까..."


나름 잘 말한거 같은데, 어째선지 모이는 시선에 시호는 말 끝을 흐렸다. 왜 다들 자기 쪽을 돌아보는 걸까, 하고 의아해서 물어보려던 차에-


"데헤헤, 시호 쨩. 다들 본인 의상 빼면 의상 이름을 외우고 다니진 않는데..."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미라이의 말은, 시호에게는 꽤나 데미지가 컸다.


"...읏?!"

"오- 괜찮아요. 저는 저런 관심이 기쁘다구요~? 고마워요, 시호 쨩~ 저도, 시호 쨩한테 더 많이 관심을 가지도록 할게요~?"

"......으, 읏......!"


...미야의 확인사살로, 시호도 새빨게지면서 그대로 침몰. 물론 시호와 유리코의 취급은 천지차이였지만, 그래서 내심 울상을 짓는 유리코 였지만... 어쩌겠는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하늘을 가리우는 탄식과 함께 멸망의 공포가 지배하게 되었으니, 희망이 날개를 접고도 남는건 당연지사.


...생각해보니 여기에 츠바사 쨩이 함께했으면 더 위험했겠네. 망상 전개중 떠오른 사실에, 그래도 지금 이 정도면 최악은 아니라는 걸 다시금 되새기는 유리코다.


그렇게 서로, 어떤 의상이 이쁘네, 맘에 안드네 같은 이야기가 오가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가 끊겼고.


"...프로듀서 씨가 시어터를 떠났던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요."


...유리코의 다음 당번이었던 츠무기가, 이야기 도중 쭈욱 프로듀서의 상태를 확인해서였을까. 다들 어지간해선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화제를 꺼내들었다.


"저기, 츠무기 쨩~ 역시 그 이야기는-"

"...츠무기 씨도 아시잖아요? 좀 늦더라도 프로듀서 씨는 언젠가 돌아오셨던거."


...미라이 쨩~? 왜 하필 저런 이야기를 덥썩 받는건가요~ 일부러 서로 디스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도록 잘 분위기를 조절하던 중이었건만... 물론, 원망하더라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난번엔... 비우셨던 시간이 두 달이 조금 안되었네요."

"그러니까, 이렇게 4주도 채 안된 시점에서 아예 오지 않을 거란 비관적인 전망은 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시호와 세리카의 말이 이어졌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다들, 내심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듀서가 어느 순간, 전조가 있든 없든, 시어터를 영영 떠나버릴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걸. 그 불안함은 시어터의 모두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에.


어색한 분위기는 점점 커져갈 뿐, 세리카의 말을 끝으로 다들 뭔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내서..."

"...아니에요. 프로듀서 씨를 기다리고 걱정하는 건,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다르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유리코 쨩은 그 마음을 꼭 겉으로 표현했어야만 했나요오~?"

"잠, 미야 씨?!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뭐가 되나요?!"


뭐가 되긴요, 샌드백이 아닐까요~? 그, 제가 잘못했긴 했지만...! 아뇨, 역시 제가 잘못했어요. 그냥 여기서 처분해주세요... 모모코 쨩의 귀에 들어갔다간, 저는 정말 끝장이에요... 유리코 쨩은 현명해서 좋네요~


다행히도 유리코는 자신의 처지를 잘 깨달았기에, 다시금 납작 엎드리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스오 씨..."


...그렇지. 아까 하코자키 양도 언급했었고... 생각해보니 스오 모모코가 페어리 단체 채팅방이든, 아니면 시어터 전체 채팅방이든 요 며칠 새 아무 말이 없던 게 떠오른 츠무기는.


"저기, 미야오 씨, 카스가 씨."

"응? 불렀어요, 츠무기 씨?"

"스오 씨는... 어떤가요?"


가장 최근에 함께 유닛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던 두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미라이와 미야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걸 보면서 츠무기는 괜한 질문을 던졌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저기, 역시..."

"...카오리 씨나 코토하 쨩이나... 브라이트 다이아몬드 멤버들이 다들 나서서, 모모코 쨩의 당번 차례를 바꿔주고 있어요."


미야는 딱 그 말만 했고. 그 말만으로도 분위기가 나락으로 가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면, 유리코를 추궁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던 미야나 미라이였는데도. 모모코가 언급 되었을 때마다 자연스레 화제를 돌리려 했던 이유가 있었을 터.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급격하게 침울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 저기. 모모코 쨩은 잘 쉬고 있고... 프로듀서 씨는 곧 돌아올테니까요~? 다들, 우울해하지 말고 기운 내자구요~!"


오-! 하고 미야가 선창을 해봐도 따라하는 사람은 없다.


"오-!"


...별 수 없었기에 미야는 옆에 앉은 유리코의 허벅지를 살짝 보이지 않게 꼬집었고, 미야의 의도를 바로 눈치챈 유리코는 더 힘차게 팔을 뻗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자, 다들 기운 내자구요! 이러다 프로듀서 씨가 갑자기 일어난다던가 하면, 이렇게 침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그럼요~ 그래서 유리코 쨩은 프로듀서 씨에게 몸으로 어필하려고 그렇게 붙어있었던거겠지요~?"

"그?! 그러니까 왜 이렇게...! 분명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째서 샌드백으로 전락해야 하는거냐구요?!"

"업보에요~"


한마디로 일축당하는 유리코의 항변. 이걸로 두고두고 약점이 잡힐 나날이 훤히 보였기에, 유리코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어쩌겠는가, 미야의 말 그대로 업보인 것을.


"...그, 저기..."

"응? 왜 그러나요, 시호 쨩?"

"저... 집에서 마저 볼일 좀 보고... 릿군, 마중나가봐야하는데..."


이번에도 유리코를 구해주는 건, 역시나 시호였다. 그리고 시호를 거들어주는 세리카까지.


"시호 씨도 가셔야하니까, 그럼 슬슬 일어나도록 해요!"

"...음. 그럴까요~"


미야까지 동의하자, 그대로 끝나는 분위기가 되어서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자, 그럼 가볼까요~ 점심은 뭔가 배달이라도 시켜먹는게 좋겠네요~ 그런 고로 유리코 쨩이 사는거에요!"

"미라이 씨 도시락은 제가 좀 있다 갖다드릴게요!"

"응, 부탁할게! 세리카 쨩!"

"저기, 아무도 저를 두둔해주실 생각은?!"


그렇게, 자연스레 점심 이야기와 함께 미야에게 끌려나가는 유리코의 뒤를 따라서, 원래 당번이어서 남아있어야할 미라이를 제외한 모두가 수면실 밖으로 나갔다.


...아니, 한 명 더. 미라이 말고 남아있는 사람이.


"...저기, 카스가 씨."

"응? 왜 그러세요, 츠무기 씨?"


츠무기는 슬쩍 다시 돌아서 수면실에 남으며 조심스레 미라이를 따로 불렀다.


"...그... 분위기가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제가 쭉 이어서, 수면실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될까요."

"에...? 지금, 이제는 제 차례잖아요. 더군다나 다같이 떠들고 있다가 프로듀서 씨를 잘 살피지도 않았는데... 츠무기 씨 차례는 시간상방금 막 끝난 셈인데-"

"...그냥 지금부터 해서 제가 쭉 있고 싶어서 그래요. 어떻게...안될까요?"


나 때문에 분위기가 이렇게 되었다, 내가 공연한걸 질문해서 카스가 씨와 미야오 씨가 걱정하던 부분을 건드렸다... 같은 시시콜콜한 이유를 댄다면 분명 허락하지 않을 미라이였기에. 츠무기는 그렇기 때문에,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미라이에게 말했다.


"...음..."

"그, 나중에 바꿔달라거나 하는게 아니니까요."


재차 말하는 츠무기에게, 미라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여보였다. 츠무기와 함께 해온 나날이 있는 만큼, 뭔가 저런 분위기의 츠무기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걸 미라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주는게 맞겠지.


"...다음에 언제든 바꿔드릴테니까, 무리하시면 안돼~에요!"

"...이부키 씨 따라했다고 이를 거에요?"

"엑, 그럴거면 안 바꿔줄 거에요!"

"...알았어요. 도시락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에~! 그럼 갔다올게요!"


그렇게 미라이가 츠무기 대신 수면실을 나섰고...


"...후우."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북적거렸던 수면실에 찾아온 침묵. 츠무기는 침대 옆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프로듀서를 응시했다.


"...정말, 당신은... 바보인가요."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얼굴을 마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는, 분명, 프로듀서는 츠무기나, 미라이나, 다른 누구와도 비교해도-물론 말이 그렇지 꽤나 독특한 성격과 행동거지이긴 하지만-별 차이점을 찾기 힘든 똑같은 사람이라 느껴지는데.


이렇게나 시끄러운데도 미동도 없이 잠들어있는 모습에서, 프로듀서라는 사람의 이질감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 세계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이 세상을 돌리는 원동력인 그.


...그에게 제일 처음 아이돌을 제의받은게 여기있는 전원 중 자신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가. 언제까지나 그의 첫, 그리고 제일가는 아이돌일거라 생각하고 내심 얼마나 자부심을 느꼈던가.


...그래서 그랬던 만큼, 갑작스러운 그의 부재가 츠무기에게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는지. 그 모든게 츠무기 본인의 잘못이 아니었을까, 얼마나 자책해왔는지.


돌아온 후, 그에게 더는 자신이 첫번째가 아님을 알았을 때. 아니, 이미 1주년 때 느끼고는 있었다. 츠무기는 이미 그 시점에서부터 시호에게 밀리고 있었다. 사라지기 전부터 느꼈지만, 그건 츠무기 자신이 너무나도 인기가 많았기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그에게 뭐라 질책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오랜 부재 끝에 돌아온 그가 스오 모모코를 중심으로, 스오 모모코를 위한 유닛을 구성하기 시작하면서 츠무기는 자신이 완전히 그의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걸 깨달았고. 며칠을 눈물로 새웠는지 모른다. 그녀의 의상은 항상 새로이 나올 때마다 준비되었지만, 그녀를 중심으로 한 유닛은 다시는 구성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가 떠나지 않고 계속 있어준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지켜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마음을 다 잡은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건만.


"...바보같은 사람..."


...누구를 향한 말인지, 츠무기 본인도 잘 알 수 없었다. 물론, 프로듀서에게도, 프로듀서가 아닌 그 스스로의 삶이 있을 터이다. 그 삶에 충실한 것에 어떻게 질책하랴. 그렇겠지.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로 모든게 용서되지 않는다는건, 시라이시 츠무기. 그녀가 이미 직접, 깊게 느껴보았다.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후딱 돌아온나..."


...다른 사람한테까지 깊게 상처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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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찍 올라올줄은 아무도 몰랐겠죠?


저도 몰랐습니다.


마지막 편까지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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