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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와 머리아픈 프로듀서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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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8, 2021 18:26에 작성됨.

"시즈카...?"


갑작스레 자신을 찾는 시즈카. 시즈카가 끊지 않고 계속 들고 있는 전화 너머로는 탁탁거리며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어디에요?"


"......"


프로듀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내일 시즈카에게 특별히 중요한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시즈카가 자신을 찾으러 오는 것을 원치 않는 것도 아니었다. 털어놓으려면 얼마든지 털어놓을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일까... 오늘이 되기 전까지 늘상 스스로를 채근하고 스스로를 물어뜯어봤음에도 그 답은 입 밖으로 말할 수 없었다. 답은 알 수 있었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답이었다. 마음속에서 맴돌아오기 시작해서 머리를 붙들어맨채로 돌고 도는 문장은 한 마디뿐이었으니까.


알 순 있었어도, 시즈카 앞에서 직접 말할 순 없었다.


"미안해."


시즈카는, 자신이 이렇게 미안하다고 하거나, 대화를 끊으려고 하거나 회피를 하려고 하면 늘상 화를 내거나 툴툴대고는 했다. 차라리 이럴 때면 시즈카가 먼저 화를 내줬으면 하고, 차라리 자신을 멀리 밀어내줬으면 하고 다시 한번 프로듀서는 시즈카에게 늘상 하고는 했던 대답을 했다.


"프로듀서어어어..."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시즈카가 자신에게 들려준 적 없는 절박한 목소리였다.


"부탁이에요... 이번만큼은 제가 해달라는 대로 해 주세요..."


"미안해. 미안해..."


프로듀서는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었지만, 정작 그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나니, 이번에는 스스로가 거기에 다가가는 것을 원치 않게 되었다.


이렇게나 힘들어하는데도 시즈카의 손길을 마다하다니. 마치 고통을 갈구하는 꼴이 아닌가. 자신을 의지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버려달라고 애원하는 꼴이라니. 프로듀서는 스스로를 향하여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럴 거면 왜 전화한 거에요?"


"잘못 건 거야..."


"거짓말."


"그냥 업무차 다른 사람한테 전화하려는데 손가락이 잘못 가서..."


"거짓말!"


"훌쩍..."


프로듀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술에 취해버리면 사람이 감정적으로 된다고는 하지만,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도 눈물은 나왔을 것만 같다. 어쩌면 술에 취해서 눈물만으로 그친 거지, 맨정신이었다면 눈물뿐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프로듀서. 이제 프로듀서가 뭐라고 말하든 상관 없어요. 저는 지금부터 있는 그대로 말할 거에요. 저는 지금 프로듀서를 만나고 싶어요."


"왜?"


"그야 프로듀서가 걱정되니까. 프로듀서가 절 신경쓰는것 만큼 저도 프로듀서를 신경쓰고 있으니까. 전 그러니까 프로듀서가 보고 싶다고요. 프로듀서도...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잖아요."


"나도 보고 싶지. 응. 보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어디에요?"


"...진짜로 괜찮아?"


"안 괜찮으면 끊었을 거에요."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사람이 주는 온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알고 있었다. 시즈카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주는 호의와 신뢰는 일절의 티도 묻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자각하자 자신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자신은 열심히 시즈카를 위하는 척 하지만, 그저 두려워서 도망가버린 겁쟁이라는 사실을.


시즈카가 아이돌이니까 거리를 가까이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핑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시즈카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핑계, 자신은 어른이니까 혼자서도 괜찮다는 핑계를 대면서 물러설 뿐이었다.


"여기가 어디냐면..."


프로듀서는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지도 앱을 켜서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자신이 갇혀있는 외로움이라는 섬의 이름을, 시즈카에게 불러주었다.


시즈카는 그 말을 듣고 더이상 아무 말 없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전화 너머로는 탁탁탁 하고 뛰어오는 소리와 숨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거리가 있으니 조금 나중에야 도착하겠지 싶어서 프로듀서는 그 자리에서 머리를 손바닥 사이에 파묻은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프로듀서."


"어, 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시즈카가 프로듀서의 앞에 있었다. 목도리를 하나 가져온 채로.


"안 추워요?"


"...안 추워."


안 춥다는 프로듀서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즈카는 프로듀서의 목에 목도리를 씌워주었다.


"집에 걸어갈 수 있겠어요?"


"모르겠어."


프로듀서의 몰골은 엉망진창이었다. 혼자서 훌쩍거리느라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장갑도 안 낀 손은 벌개져 있었고, 머리는 바람을 정통으로 맞아서 헝클어져있었다.


시즈카는 프로듀서의 손을 아무말없이 꼬옥 잡았다.


"프로듀서. 제가 같이 갈게요. 집이 어디에요?"


"......"


"괜찮다고 하지 마세요. 괜찮냐고도 하지 마세요. 둘 다 절대로 안 괜찮으니까."


피하고 싶었던 진실에 프로듀서는 마음을 담가보려 한다.


"너무해. 시즈카. 너무해."


시즈카의 손은 따뜻해서 녹을 것 같았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찬 손이 시즈카의 손에 맞닿아서 시즈카의 손이 차가워지는것이 싫었다. 시즈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밝고 강렬했다. 근처에만 있어도 자신이 지닌 어둠이 묻을까봐. 그렇기에 근처에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쳐낸 모든 벽을 시즈카는 전부 부숴버리고 프로듀서의 앞에 왔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 말도 안 해도 돼요."


"그렇지만..."


"그냥 지금은 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으니까."


시즈카는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무서워서였든, 아니면 쑥스러워서였든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단숨에 말하고 있었다.


둘은 손을 맞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가 어떠니 어제 다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니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없이 집까지 걸어갔다. 그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날씨가 추웠고, 프로듀서의 손은 계속 차가웠지만 시즈카는 상관없었다.


프로듀서도 알고 있었다. 시즈카도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는 것을. 상관하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 뿐이었다.


프로듀서는 시즈카를 종종 집에 데려다주었지만, 시즈카가 프로듀서네 집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손님으로 온 시즈카였지만, 프로듀서는 줄 것이 없었다. 줄 수 있는 것도. 프로듀서가 결정적으로 아무 말도 않는 건 그것 때문이었다.


이마저도 시즈카에게 말하면 아무 상관없다고 그러겠지. 그냥 프로듀서네 집에 갈 수 있는 것 자체로 괜찮다고.


추운 밤 속을 걸어 둘은 도착했다. 프로듀서가 사는 곳. 집이라기도 무엇한 몇개짜리의 방.


프로듀서가 사는 집은엉망진창이었다. 자기 자신이 늘 기억하던 그 모습대로 방 한복판에는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플라스틱, 우유곽 같은 쓰레기가 굴러다녔고, 이곳저곳에 여러 술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늘 이러고 산 거에요?"


"......"


"하아..."


시즈카는 구석에 있던 큰 봉지를 주워서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 편의점 봉투와 마트 봉투들 안에 쓰레기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프로듀서는 시즈카가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곧장 일어나서 자신도 무엇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모르겠어..."


"몸도 못 가누면서. 뭐 하려고 하지 말아요. 미안하다고 하지도 마요. 그냥... 지금만큼은 저에게 좀 의지해주세요..."


"시즈카..."


무력감.


무력감은 우울의 솥에 지펴진 불꽃을 식혔다. 마음 속 불꽃이 거세졌을 때, 우울감은 끓어오르다가도 이따금 기다리면 다시 식고는 해서 그 자리에 머물렀고, 그대로 고인 채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불꽃이 식지 않고 타올랐다. 끓어오른 우울감은 계속 몸 속으로 차올라서, 더이상 몸 안에 가두지 못하고 밖으로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있잖아. 나는... 나는 지금까지 제 힘으로 무언가 해 본적이 없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야."


"절 아이돌로 만들어 준 건요? 아버지가 반대할때마다 몸소 힘써줬던 건요? 지금까지 계속 열심히 해온 건요?"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 결과적으로는 다 니가 해낸 거잖아. 레슨도 열심히 했고, 학업도 병행했고, 라이브도 성공시켰으니까."


"말이, 말이 안 되잖아요! 그게 누가 있어서 가능했던 건데요!"


"나 말고도 아무나 이 자리에 있었어도 가능했을 거야. 시즈카... 넌..."


프로듀서는 차오르는 눈물을 훌쩍 하고 삼켰다.


"넌... 넌 정말 대단한걸. 사람들이 너한테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다들 널 보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비주얼도 좋대."


"그게 프로듀서가 나쁜 사람일 이유는 아니잖아요."


"응... 아닐지도 몰라."


"아닐지도 몰라가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나는... 나는 내가 정말 싫어."


밖으로 밀쳐져 나오는 우울들. 그리고 그 속에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것들. 곁에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테지만, 정작 스스로가 말로는 꺼내지 못했던 지독한 숨결. 프로듀서는 스스로가 싫었다.


"왜인지 모르겠어. 흑, 이유를 알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이유를 모르겠어. 어째서인지 모르겠어. 병원에서 약도 타는데, 효과도 있는 것 같은데, 나아지지 않으니까. 내가 이상한 사람 같아..."


애초부터 무리였다. 이런 질척질척한 마음을 숨기고, 혼자서만 다 떠맡으려 하면서 살아간다니.


"정말 바보같지? 나만 힘들어하면 되는데. 내가 힘든 것 때문에 담당 아이돌한테 의지하고, 집에 데려와서 청소시키고..."


그리고, 프로듀서는 시즈카가 좋았다.


"...내가 싫어졌어?"


"훌쩍... 왜, 왜 그게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 알지? 나는... 소중한 사람한테 내가 겪는 이 감정을, 반씩이나 부담하게 하기 싫어. 싫다고. 아픈건 나니까 나만 아프면 되잖아. 나 때문에 왜 내가 소중한 사람까지 아파야 해?"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말하려 하지 않으려 했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하기엔 너무 무서웠다. 시즈카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자신을 받아준다면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질테고, 이런 자신을 보면서 시즈카는 힘들어할테고, 결국엔 시즈카도 이런 모양이 될 것이 뻔했다.


어째서인지 시즈카 앞에만 서면 프로듀서는 너무나도 작아지고 초라해져서, 혼자 있을 때면 들던 자기 자신이 나아져야겠다는 생각도, 자기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한테 그런 걸 겪게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최악이잖아."


"으... 흑... 그런 말,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렇게 몸 밖으로 새어나올 만큼의 우울에 젖어나가던 프로듀서의 말을 계속 듣던 시즈카는, 눈물로 프로듀서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프로듀서의 것 처럼 우울이 서린 눈물이 아니었다.


"프로듀서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쳐요! 나쁜 사람이라고 쳐요! 그게 어떤데요!? 그게 어째서요! 그래도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라고요!"


"시즈카...?"


"훌쩍, 흑! 전 프로듀서가 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고, 흐끅! 프로듀서 곁에 있으면 행복하단 말이에요!"


"하지만..."


"프로듀서, 흑, 저 아까도 말했어요. 오늘은 그냥 프로듀서가 뭐라고 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할 거고, 진심만 말할 거라고. 훌쩍, 그런데, 왜 프로듀서는..."


"나도... 진심..."


"거짓말!!!"


소리를 지르며, 시즈카는 프로듀서의 미동도 않는 손을 으스러져라 꽉 쥐었다.


"흑, 흐끅, 그래요. 진심일지도 몰라요. 훌쩍, 그런데 프로듀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잖아요."


"......"


"프로듀서도... 프로듀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끅, 그럼 괜찮잖아요."


"난... 훌쩍..."


프로듀서가 말꼬리를 흐리자, 방에선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서로 손을 잡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랐지만, 이제는 같아져가는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프로듀서의 바깥으로 응어리졌던 우울이 날려보내지고 있었다. 마음 속의 불꽃이 응어리졌던 우울을 다 날려보내고, 다 바깥으로 밀어보냈다.


"미안해."


우울에 밀려서 그동안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고마워."


하지만, 시즈카는 아무런 말을 않은 채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안에 무엇이 남아있는지. 그리고 그 남아있는 한 가지가 얼마나 무거운지.


하지만, 지금만큼은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지금 프로듀서의 마음 속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좋아해."


진심.


"아..."


시즈카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굳게 닫혀있던 입을 뗐다.


"훌쩍, 그 말을, 흑, 그 말을... 그 말을 제가 얼마나, 히끅, 듣고 싶었는지 알아요?"


시즈카가 듣고 싶었던 진심,


"나도... 나도 마찬가지야. 훌쩍... 나도..."


그리고 프로듀서가 지금까지 말하지 못한 진심.







사람이란 대단해요


대면수업이라고 화요일 7시에 버스타고 9시에 서울도착해가지고 서울경유한다음 12시에 도착해서 길거리에서 밤새 뻐기고 11시에 수업듣고 1시에 버스탄다음 자고


목요일엔 시험공부한다고 7시에 일어나서 금요일날 시험친다음 3시에 잤습니다


하지만 전 안 죽고 살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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