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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와 머리아픈 프로듀서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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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21 04:31에 작성됨.

프로듀서는 시즈카와 좀 더 가까워진 일상을 지내는 나날을 계속해서 지내왔다. 시즈카는 늘 다른 아이들의 구심점이 되었고, 친절했지만, 가끔씩 프로듀서에게는 까칠해지고는 하는 나날.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이러한 센세이션이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기쁨과 안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시즈카는 자신이라는 사람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머리속에 가득 찼다.


"프로듀서, 오늘은 아침 먹고 왔어요?"


"응."


프로듀서가 그렇다고 대답하자마자 프로듀서의 뱃속에서는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가 시즈카와의 접점을 가지는 계기는 요새 들어서는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시즈카와 가까운 관계를 가지려던 프로듀서가 어떻게든 지산을 부정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되고, 그리고 시즈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식으로.


"안녕하세요."


"오. 안녕하세요. 유부 우동 두개 맞죠?"


"아, 네."


"요사이에 자주 오시네요."


"하하..."


프로듀서는 가끔씩이면 시즈카의 기억을 쥐고 잠에 들었다. 그럴 때면 술에 취하지 않은 채로 멀쩡하게 잠을 자고 올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아침을 거르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프로듀서는 늘상 유부 우동만 시켰고, 시즈카도 마찬가지였다. 프로듀서가 시즈카에게 다른 것을 시키고 싶으면 마음껏 시키라고는 했지만, 시즈카는 사양했다. 프로듀서가 좋다면 굳이 다른 것은 안 시켜도 된다고 했다.


프로듀서가 유부우동만 시키는 것은 다른 우동에 비해서 나름 싼 것도 한몫을 했건만. 프로듀서는 시즈카가 아무리유부우동을 좋아한다고 해도 게속 먹으면 안 물리는 걸까 하고 생각을 했다.


"시즈카."


"네."


"오늘 먹고 싶은 거 있어?"


"글쎄요. 갑자기 왜요?"


"어..."


프로듀서는 내가 늘 미안하니까. 하고 마지막 한 마디를 끝낼까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시즈카는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이따금씩 툴툴대는 것과는 달리 진짜로 화를 내고는 했으니까. 미안하다는 말, 내가 모자라댜는 말을 하면...


시즈카가 맨 처음에 우동을 한번 산 이후로는 계속 프로듀서가 우동값을 냈지만. 그것이 계속 반복된 이후로는 시즈카 쪽에서 싫다고 하는 바람에 시즈카와 번갈아서 우동값을 내게 되었다.


이번에는 시즈카가 우동값을 낼 차례였고, 그것이 영 탐탁치 않았던 프로듀서는 이렇게라도 운을 트고 싶었다.


"갑자기 왜라니. 그냥 그러고 싶어서야."


시즈카는 프로듀서를 향해서 웃어보였다.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것도 같이 먹을 수 있었으니까. 딱히 시즈카 입장에서는 더 무언가가 없어도 괜찮으니까. 그저 시즈카는 웃어보였다.


"프로듀서."


"응?"


"저는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은걸."


프로듀서는 웃어보이는 시즈카에게 똑같이 웃어보였다. 시즈카는 그 웃음을 보며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프로듀서가 옥상에서 땅바닥만을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하여 웃어보였던 그 때. 도저히 미소라고는 말 못할 눈빛을 보이며 입만을 웃어보였던 그 때.


프로듀서가 보인 웃음은 그 때의 웃음과 똑같았다. 예전엔 그런 웃음을 보이지 않았건만, 지금은 그런 웃음을 종종 보이곤 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사람이 보통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시즈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즈카가 프로듀서에게서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으으음... 프로듀서. 그럼 풍선껌 하나만 사주실래요?"


"풍선껌?"


"전 그정도로 괜찮으니까."


시즈카의 부모님은 풍선껌 같은 것도 영 씹지 못하게 했다. 그런 것을 씹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나 뭐라나.


"가는 길에 하나만 사주세요."


"그걸로 돼?"


"전 괜찮아요. 프로듀서가 사주는 거니까."


프로듀서는 잠시 말을 흐리고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다가 다시 우동을 먹기 시작했다. 우동을 먹는 동안 프로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즈카가 몇 번 말을 걸어봤음에도.


프로듀서는 그렇게 자신이 우동 값을 계산하고 나갈 때 까지도 가만히 있었다.


"시즈카. 정말 그걸로 괜찮아?"


"네."


시즈카는 아무런 지체도 없이 그것만으로 괜찮다고 해주었다. 프로듀서는 그것만으로 정말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시즈카가 괜찮다고 해줬으니까. 프로듀서는 가는 길에 시즈카에게 풍선껌 한 통을 사줬다.


시즈카는 사무소에 돌아가서 다른 아이들 앞에서 풍선껌을 불어보였다. 시즈카는 풍선껌을 처음 불어보는것이겠지만 꽤나 익숙하게 불어보였다. 미라이는 시즈카를 보고선 츠바사도 이런 식으로 풍선껌을 불고는 했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츠바사는 어떻게 풍선을 더 크게 만드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시즈카에게 말해주었다.


자신이 프로듀스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이 정말로 기특하기는 했지만, 프로듀서는 이렇다할 티도 내지 않으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계속해나갔다.


문자의 늪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는것, 그리고 사람들의 숲 속 안에서 길을 잃어서 헤매고 다니는 것. 프로듀서 자신이 느끼기엔 그것이 프로듀서가 할 일이었으니까.


그런 일상은 계속되었다. 프로듀서는 정신과에서 타온 약을 술 한잔의 안주삼아서 잘 때마다 술과 함께 들이켰고, 시즈카는 그런 일상을 프로듀서와 험께해주었다.


프로듀서는 의문이 들었다. 시즈카는 어째서 그런 일상을 자신과 함께해주는 것인가. 시즈카의 능력과 외모라면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미라이와 츠바사도 자신보다 이야기하기에 더 나은 상대가 아닌가.


프로듀서는 여느때와 같이 유부 우동을 시켰다. 하지만, 시즈카의 것은 시키지 않고 자신의 몫만 시켰다.


"있잖아. 시즈카."


"네."


시즈카는 늘 시키던 것처럼 유부 우동 두 그릇을 시키려고 했지만 프로듀서가 막은 것에 의문을 가졌다.


"오늘은 여기서 가장 비싼 거 사줄게."


"...네?"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어."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 가게에서 가장 비싼 우동을 아무런 망설임없이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프로듀서는 질문을 했다.


"있잖아. 시즈카."


"네."


"...어째서. 어째서야? 어째서 나한테 이렇게 친절한 거야?"


시즈카는 할 말이 많았다. 그야, 물론 프로듀서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아이돌이 되고 싶었단 꿈 말이다. 그것 말고도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그녀의 곁에 머물게 되었으니까. 우선 미라이, 츠바사, 그 외에도 아카네나 세리카 등 많은 시어터 동료들과도....


그래도 시즈카가 프로듀서에게 가장 거리를 가장 가까이 유지하는 이유는 그리 크지도 않았다. 간단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가장 큰 고민을 들어준 사람이었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써준 사람이었고, 그것을 거의 해결해준 사람이었으니까.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 자리에서 모두 이야기할 순 없었다.


"...프로듀서."


"응."


"조금만 있다가 이야기할게요. 조금만 시간을 줄래요?"


"그래."


조금. 조금이라는 시간이라.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조금은 조금이 아니었다. 조금도 아니고, 어쩌면 영원이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조금만 있으면 답을 드릴게요.'


이러한 대답에 프로듀서가 원하는 대답이나 결과를 얻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즈카라면... 시즈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프로듀서는 거기에 아무런 반박이나 대답도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날은 운이 좋았던 것일까. 그 날의 시즈카의 대외 일정은 없었다. 그 날의 시즈카의 일정은 오직 레슨 뿐이었다. 댄스 레슨과 보컬 레슨. 두 가지 레슨이었다. 그 두 레슨이 끝나고 시즈카는 프로듀서를 찾아가서 그 '조금만'의 답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시즈카는 아무 말도 않고 프로듀서에게 다가갔다.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는 제가 바라던 것을 이루어줬어요."


"응."


그것이 시즈카의 첫 번쨰 답이었다.


"저는... 저는 늘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프로듀서는 제가 아이돌이 되게 해주었어요."


"시즈카..."


"그리고 프로듀서는 제가 어째서 힘들어하는지 들어줬어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도와줬어요."


"다른 아이들한테는 이야기 안 했어?"


"이야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프로듀서밖에 못들었다구요. 제가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도, 그 고민을 어느정도 해결한 것도 프로듀서뿐이라고요."


시즈카는 눈을 붉히며 프로듀서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절 도와줬잖아요. 아버지한테 가서 직접 이야기했잖아요. 저는 가능성 있는 사람이라고."


의외의 사실이었다. 시즈카가 자신에게 이렇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는 사실은.


시즈카가 말한 답은 이러했다. 자기 자신이 어째서 힘들어하는가. 그리고 그 힘든 것이 어떻게 하면 줄어들까에 대한 것도 다 들어줬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프로듀서는 시즈카에게 어느정도 도움을 줬는가 까지도.


시즈카는 자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지금뿐만도 아니다. 예전부터였다. 예전부터 자신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했다. 시즈카는 프로듀서가 그것을 해결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서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나 유능한 사람일까. 자신이 그렇게나 한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일 수 있을까.


프로듀서는 그 날부로 시즈카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늘 먹던 유부우동도 그날부로 안 먹기 시작했다. 시즈카가 짖궂은 반응을 보여도 거기에 프로듀서도 뭐라고 하는 대신 아무말도 않았고, 시즈카에게 다시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의 마음 속에 생긴 구멍은 더 커져가기만 했다. 시즈카는 자신에게 말해준 것이 아닌가. 더이상 울 필요 없다고. 더이상 싸움에서 이길 필요도 없다고. 세상을 보는 관점은 바꿀 수 있다고. 프로듀서는 믿을 수 없었고, 그 말을 믿기엔 두려웠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세상이 자신에게 주는 것은 고통 뿐이었다. 그래. 세상이 자신에게 준 것은 고통 뿐이었다. 하지만 시즈카가 자신에게 준 시간은 절대로 고통이라고 할 수 없었다.


프로듀서는 궁금했다. 자신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 자신은 그 정도로 열심히 했는가. 시즈카는 당연히 그렇다고 해주겠지만, 자신이 자신에게 묻기엔 아니었다.


그렇게 프로듀서가 모든 것을 멀리 두면서 살아갈 무렵 방송가 사람들과의 회식이 잡혔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프로듀서는 종종 겪는 일이었고, 익숙한 일이었다. 시즈카가 하고 싶어할 만한 일을 하게 해달라고 빌고, 베개영업을 거절하고, 만화에서 보던 청춘은 없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굳히고, 그 회식을 아무런 일도 없이 마쳤다.


"어허, 그래도 안 나가는 거야? 시즈카쨩, 정말 아까운 인재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정말 아쉬운데 말이지."


"하하... 말씀은 감사히 듣겠습니다."


프로듀서는 방송가의 꼰대들이 하는 말을 흘려듣고 있었다. 그들도 언젠가는 자신이 겪었을 수도 있는 아픔을 겪었겠지만,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니. 프로듀서는 자신이 이런 말을 할 바에는 차라리 영원한 잠에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하... 이제 슬슬 밤도 늦고 했으니 가보는게 좋지 않겠어?"


"그러게나 말이에요. 아. 자네도 이젠 가봐도 좋아."


"아.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늦은 밤에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전철은 당연히 끊기고도 남았을 늦은 밤이었다.


프로듀서는 그저 걷고 있었다. 걸어서 가려면 30분도 넘게 걸릴 자신의 원룸을 향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갑작스럽게 인터넷에서 시즈카를 검색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시즈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호평일색이었다. 시즈카는 노래를 잘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시즈카의 각선미가 엄청나다는 글도 있었고, 시즈카의 댄스 실력에 대해서 칭찬하는 글도 있었다.


너는... 너는 정말 자랑스러운 아이돌이구나 하고. 프로듀서는 핸드폰에 저장해둔 시즈카의 프로필 사진을 바라보았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시즈카의 프로필 사진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자신이 갈 집이 어느 방향인지도 잊어버린 채로.


프로듀서는 시즈카가 보고 싶었다. 자신이 시즈카를 만나기를 거부했었지만, 시즈카가 자신에게 전해준 온기가 그리웠다. 시즈카가 자신에게 전해준 우동의 맛이 그리웠고, 시즈카가 종종 걸어주는 말을 갑자기 듣고 싶었다.


프로듀서는 술김에 취해 늦은 밤에 시즈카의 목소리를 듣고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즈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으응... 프로듀서... 무슨 일이에여?"


시즈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프로듀서는 술이 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하는 짓이지. 아무리 담당아이돌에게 의지하고 있더라도, 이런 짓은 담당 프로듀서로서 실격이 아니던가.


"미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해."


"......"


그렇게 프로듀서는 전화를 끊었다.


시즈카는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극단적인 가능성 말이다. 프로듀서는 웃는 듯이 보였어도 눈으로는 웃는 표정을 하지 않았고, 자신과 기껏 이었던 연결고리도 끊어버렸으며, 늘 혼자 있으려고 했다.


프로듀서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근래에 들어 힘들어보였으면서도 자신에게 아무런 것도 맡기려 하지 않았던 프로듀서가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즈카는 프로듀서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뚜루루 소리와 띠띠띠 소리는 계속해서 오고갔다. 그 소리가 세번쯤 오고갔을 즈음 해서야 프로듀서는 시즈카에게 답을 했다.


"프로듀서."


"시즈카..."


"프로듀서. 지금 어디에요?"


"갑자기 왜?"


"제가 갈게요. 거기 가만히 있어요. 이상한 생각하지 마요. 프로듀서가 없다면 저는... 저는..."


그 뒤의 말을 잇지 못한 채로 시즈카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신발장에 있는 운동화를 양말도 신지 않은채 신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프로듀서가 어디있는지 알 수 있다면, 프로듀서가 무사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제글은 감정선이 원툴이고 진행방식도 원툴이에요


그런데 그게 좋은걸요


아픈 마음때문에 글을 쓰니까 그런걸까요


앞으로 글쓸땐 쓰고싶은대로 쓰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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