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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의 추억을 넘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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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8, 2021 21:41에 작성됨.

'이번 일은 아빠에게 무척 중요해. 모모코는 아빠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그러니 열심히 하렴!'



'이제 괜찮단다. 엄마가 도와줄 테니까 더 이상 도망치지 말고 하고 싶은 거를 하렴.'



[...]



모모코는 욕실 안에서 아빠와 엄마가 한 말을 내내 곱씹었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몸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 외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모모코의 머릿속엔 아까의 엄마의 말,그리고 예전의 아빠의 말이 더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아빠는 어느 순간 부턴가 모모코가 아니라 돈을 보고 기뻐했다.

엄마는 모모코가 하고 싶은 걸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거짓말쟁이들...모모코의 노력은 하나도 쳐다봐주지 않고...]



어른들이 싫었다. 하나 같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남의 생각은 일도 신경 써주질 않았다.

그래도 언젠간 둘이 모모코의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까지는.



첫 CD데뷔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모모코는 금방이라도 원하는 꿈을 이룰것 같은 기분에 들떠 있었고 자랑스럽게 그 사실을 알리고자 엄마에게 갔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슬프기만 했다.



'아빠 이야긴 하지 마렴.'



'모모코,정말 괜찮겠니? 여태 쌓은 게 무너져 내리는 거야. 게다가 아이돌은 업계가...후우,엄만 잘 모르겠구나. 왜 하필 아이돌인 거니? '



[...]



말하고 싶었다.

엄마랑 아빠는 맨날 싸우기만 하니까,그리고 아이돌에서 길을 찾았다고.

이걸로 엄마랑 아빠랑 옛날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어째선지 모모코는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무얼 무서워 하는 거지? 엄마가 실망 할까 봐?

아직 아역배우라는 과거에 대한 미련?



[그런 거 알 수 있을 리 없잖아.]



프로듀서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라는데 생각이 닿았지만 모모코는 금방 그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새 프로듀서는 딱 한 마디로 말하면 '얼굴값 못 하는 사람이었다.

리오나 코노미도 섹시하다,어덜트다 라고  평할 정도로 그녀는 확실히 미인이긴 했지만 눈 두덩 아래엔 다크서클이 가득하고 수면부족으로 기운이 쫙 빠진 행동거지.

여태 겪은 바론 한없이 소극적이고 낮은 자존감까지.

거기에 지금 돈이 없어서 당장에 우리 집에 재우고 있는 상황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완전 폐품 아가씨 그 자체였다.



[대체 프로..이젠 관리인이랬나. 관리인 아저씨는 무얼 믿고 저런 프로듀서를 데려온 걸까.]



모모코는 시호가 한 말이 심하긴 했지만 마냥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느꼈다.



그렇게 소거법을 마무리 짓자 모모코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역시 모모코 혼자서 해결해야 되겠네.]



어른들은 믿을 수 없다 생각했다.

이전엔 관리인 아저씨라면 믿을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새 프로듀서를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다고 모모코는 생각했다.



[언니가 뭐라 그랬더라...]



모모코는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던,그때의 조언을 다시금 떠올리고 되새겼다.



'길을 잃었을 땐,자신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단다. 그러면 언젠가 깨닫는 순간이 올 거야.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하고.'



[...좋아. 힘내자.]



당장에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모모코는 마음을 다잡고 샤워실 밖으로 문을 나섰다.

언제까지고 풀이 죽어 있을 순 없었다. 그러기엔 이곳은 가혹한 곳이었으니까. 그게 모모코가 이쪽업계서 배운 교훈이었다.



---



[이건 신인배우상을 탔을때 랍니다.]


[어머,감동해서 울고있네요~]


모모코가 씻는동안 이런저런 모모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할머님의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레 손녀 자랑으로 흘러갔다.

다섯살짜리 모모코 사진이라거나 곤히 잠든 모모코,처음 배우역을 얻어내고 당돌하게 브이를 그리는 모모코 등 이런 저런 사진 자랑이 이어졌다.

분명 모모코가 나오면 싫어할꺼란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되게 귀엽잖아 이거 대체 이걸 어떻게 참아?


[엄마,아빠,할머니 다 해냈어! 하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는게 어찌나 귀엽던지,호호.]


[후아~나 다 씻었어. 이제 할머니나 프로듀서가...잠깐 뭐 보는거야?]


[아아,모모코 이제 나왔구나.]


[모모코 정말 배우로서 선배였구나?]


[에..? 자,잠깐! 설마 내 앨범 보여준거야?]


샤워를 끝내고 나온 모모코는 예상대로 크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귀여워.


[모모코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달란 말이야!]


[후훗,미안해 모모코. 그래도 이제 모모코가 정말 대단한 선배라는건 알게 됐어. 존경스러운걸 모모코 선배?]


[어...어? 흐흥! 그걸 이제야 알아줬구나? 알았어? 모모코는 연예계에선 프로라구!]


칭찬에 금새 기고만장한듯 콧방귀를 끼며 자랑스러워하는 모모코.

역시 아무리 스케줄이니 뭐니 나보다 앞서나가는 프로임을 강조하던 아이였지만 결국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란 소리겠지.

애초 어린아이니까 어른보다 잘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려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겠지만.



---



[프로듀서는 저쪽에서 자면되.]


[응,고마워 모모코 선배.]


[부우...한번이면 족하거든? 계속 선배 선배하면 부끄럽단 말야.]


결국 모모코를 잔뜩 띄워주고 할머님이 거실에서 자면 춥다며 계속 설득한 덕에 코다츠 아래에서 덜덜 떨며 자는 신세를 피해 모모코의 방에서 자게 되었다.

'침대가 없는게 아쉽다 생각했는데 뭐,같이 누워서 대화할 사람이 생기니 마냥 나쁜거 같진 않네.'


[근데 프로듀서,왠지 아까보다 차분해진 느낌이네.]


[그런가? 하아,실은 나도 취직한뒤로 처음으로 편해진 기분이야. 여태 고민하고 있던게 모모코 덕에 싹 정리된 기분이야.]


[정해? 뭘?]


[으음 어디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실은 나,솔직히 말해서 왜 여기있는지 조차도 모르겠었거든. 덜컥 아저씨가 너 프로듀스 해라! 란 느낌으로 뽑아버린거니까.]


[아아,어쩐지 그날 뜬금 없이 라이브 관람자로 데려왔다더라니...어떻게 해서 눈에 들어온건진 몰라도 뭐랄까,아저씨 답긴 하네.]


[응? 나만 그런게 아니야 그럼?]


[프로듀서,아니 관리인 아저씨 우리 뽑을때도 그랬다니까? 모모코는 '연기 경험이 있어? 부모님은...뭐 좋아 합격!'이라면서 면접같지도 않은 면접으로 합격했고,카나씨는

'만약 여기서 불합격이라 말하면 어떨꺼 같냐'라고 묻더니 다음에 또 도전하겠다 하니 도전정신이 좋다며 합격. 또 마츠리씨는...]


[아하핫! 확실히,무언가 괴팍한 사람이네.]


어느새 나는 모모코와 마치 친구처럼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모모코도 


[하아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그래도 모모코는 관리인 아저씨가 맘에 들어. 적어도 모모코들이 뭘 목표로 잡아야할지,어떻게 해야하는지는 확실히 프로듀스 해줬거든.]


[정말? 그 사람이?]


[오디션 끝나고 처음 선발 멤버들이 모였을때,모모코가 생각해도 정말 오합지졸들이 모였구나 싶었어. 뽑히긴 했는데 자신의 강점이 무어라 자부하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다른 사람들이랑 협력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었고,근데 관리인 아저씨가 들어와서 말했는데.]


'좋아,우선 축하하네. 여기 모인 자네들은 이제 아이돌이지. 그래,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 섰어. 내가 하나하나 뽑아낸 원석이니 기대하는 바네. 자네들이 지금 궁금한 게 뭘지 알고 있네. 내가 대체 뭘 기준으로 뽑은 걸까? 싶겠지 정말 별거 없는 오디션에 별거 없는 요구사항으로 뽑힌게 다수니까 말이지.
내가 자네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 별거 없는 오디션과 요구사항이 핵심이었단 걸세. 난 자네들에게서 흠과 재능 양쪽 모두가 있는걸 봤어. 내가 방금 원석이라 했지? 원석이라 해서 다들 흠이 있다 하면 자연스레 문제가 있다 생각하지. 하지만 내 생각엔 그렇지 않아. 비가 오면 땅이 굳는다고 난 자네들이 자기 흠을,약점과 약한면을 극복한다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믿네. 누구나 톱이 되길 바라는 법이잖아. 안 그래?'

[우와...나도 프로듀스 시작한 경위가 아저씨 말솜씨 덕이긴 하지만 진짜 대단하긴 하구나...]

[그래서,오늘 낮의 그 발언 되게 놀랐어.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껄. 시호씨가 가장 격하게 반응하긴 했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프로듀서는 솔직히 말해서 암만 봐도 아저씨 만치 믿음직 스럽진 않으니까.]

[그렇구나...으으,괴로운걸 중년 아저씨에게 시작도 전부터 이렇게 지고 시작한다니.]

[그래도...]

[음?]

[뭐,그래도 프로듀서도 내가 문자를 줬더니 쏜살같이 달려오고,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리 집에서 이렇게 자게 되면서 보니까 프로듀서도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네.]

[우으,고마워 모모코오!]

[자,잠깐?! 그렇다고 껴앉을 거 까진 없잖아?]

[힝힝 그렇지만 오늘 처음으로 칭찬받은 걸.]

[칭찬을 받았으면 어른 답게 실력으로 보답을 보이라고. 모모코의 프로듀서면 모모코의 프로듀서 답게 행동하란 말이야.]

[응,안 그래도 계획이 여러 가지 생각났던 참이었어. 후훗,기대해 줘.]

[으으...그 다크서클 잔뜩 낀 눈으로 그렇게 말하니 또 불안 해졌어...]

[엣...나 그렇게 짙어?]

[화장 좀 하란 말이야 이 바보. 하아암...뭐가 어찌 되건 이젠 자야겠어. 잘 자 프로듀서.]

[응,잘자 모모코.]

눈을 감는 모모코를 보며 나는 스탠드 조명을 껐다.
기다리렴 모모코. 네 말대로 기대에 부응하는 프로듀서가 되어줄 테니...

[그리고 아저씨 말대로 네 상처도 내가 메꿀게 반드시...나 같은 가족을 지닌 사람이 내 곁에 더 있는 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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