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즈카와 머리아픈 프로듀서 - 2

댓글: 0 / 조회: 580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2-08, 2021 04:16에 작성됨.

시즈카는 요새 들어서 프로듀서가 걱정되었다. 프로듀서가 자신을 신경써준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아버지랑 직접 면담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반헤서 늘 자기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예전부터. 비단 자신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도 그랬다.


"밥은 먹었어요?"


"아니."


"으음..."


프로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밥도 안 먹고 왔다고 답을 했다. 시즈카는 초등학교때부터 우동을 좋아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우동만 너무 많이 먹는게 아닌가 싶어서 한번은 선생님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막 편식하면 안된다고 그러던데 괜찮은 거냐고.


담임선생님은 그랬었다. 편식해도 되고 맨밥에 간장을 반찬삼아도 되니까 잘 먹는게 중요하다고.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 한다고.


그것마저도 안 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프로듀서. 저랑 우동 먹으러 가요."


"그치만 이거는 오전중으로 끝내놔야 편한데."


"프로듀서는 밥 굶는게 편해요?"


"어쩌면."


"그러지 말고 가요..."


시즈카는 프로듀서의 손을 꼬옥 잡았다. 말 끝도 흐리며. 프로듀서가 그 손길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프로듀서는 시즈카의 손에 이끌려 근처에 있는 우동 가게에 갔다. 프로듀서가 자주 갔고, 또 보고는 했던 타루키정은 아니다. 그러고보니 타루키정에서 우동을 팔았던가. 프로듀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우동에 관해서는 좀 일가견이 있는 시즈카가 찾아가는 것을 보면 맛은 보장되어있겠지 하고 프로듀서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 안녕하세요. 유부 우동 하나에 얼마..."


"아, 프로듀서. 괜찮아요."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 꼬깃꼬깃하게 구겨져 있던 지폐를 한 장 내놓았다.


"아니야. 시즈카. 내가..."


"아니에요. 이건 그냥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선물..."


선물이라.


프로듀서는 시즈카를 잠시동안 지긋이 바라보았다. 퓨쳐 옵션이 아니라 프레젠트? 아무리 생각해도 시즈카는 참 맑고도 밝은 아이였다. 세상에 선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다.


사람은 지극히도 타산적이다. 사람은 이기적이고,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은. 선물이라. 사람은 자기가 무엇인가를 준다면 그 사람이 자신에게 그에 맞는 무엇인가를 주길 원하고 무엇을 주는 것이다.


시즈카는 지금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대체 무엇을. 웃기를 바라고 있다면 얼마든지 웃어줄 수 있는데. 우는 것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시즈카만을 위해서 울 수도 있는데.


"그나저나 프로듀서는 유부 우동이 좋아요?"


"응."


프로듀서는 우동 중에서는 유부 우동을 좋아했다. 유부는 좀 씹는 맛이 있기도 했고, 아무래도 유부는 튀김이다 보니까 지방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쾌감을 충족시킬 수 있으니까.


시즈카가 그 말을 꺼낸 이후로 프로듀서는 아무 말 없이 침묵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시즈카가 타박할까봐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느니 어쩌면 반대로 오히려 자신을 타박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반 정도는 있었다.


잠시동안 프로듀서는 카운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카운터. 그리고 카운터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종업원으 눈빛. 프로듀서는 이 틈을 타서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려고 했다. 궁극적으로, 어째서 자신은 이리 되었는가 하는 것을.


그 짧은 시간에 이전의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소중히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있으니까.


"네. 여기 유부 우동 두 그릇이요."


"아. 감사합니다."


"......"


프로듀서는 시즈카가 무엇을 시킬 건지 안 물어봤지만, 아무래도 아무 말이 없으니 그냥 점원이 유부 우동 두 그릇을 시킨 것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시즈카. 괜찮아?"


"네. 오히려, 프로듀서가 무슨 우동을 좋아하는지 알았으니까..."


"......."


"...방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무슨 의미일까.


무슨 의미일지 모르겠고, 어째서 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시즈카는, 정말로 자신 같은 사람과 가까이 가서 좋은 점이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일까. 프로듀서는 알 수 없었다.


그건 그거고, 우동은 이미 왔으니 먹어야 했다. 안 그러면 시즈카에게 예의가 아니니까.


그래. 프로듀서는 자신의 담당 아이돌을 돌봐주지는 못할 망정 우동을 얻어먹는, 정말로 파렴치하고, 몰상식하고, 인면수심에다가, 철면피인, 그런 사람이 되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 갈데까지 갔구나. 수치심도 없는 새끼. 왜 사니, 프로듀서는 말 없이 속삭였다.


죄악감과 죄책감은 언제나 달콤한 맛이 난다. 뜨끈한 국물이 프로듀서의 속을 채워준다.


따뜻했다.


술기운이 올라와서 얼굴이 붉어질때 느끼거나, 감기에 걸려서 온 몸에 열이 올라올 때와는 다른 종류의 따뜻함. 그래.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었다.


너무나도 따뜻해서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했다. 프로듀서는 아무 말 없이 허겁지겁 우동을 먹기 시작했다. 시즈카는 그런 프로듀서를 아무 말 없이 보고 싶었다. 그러지는 못했지만.


"프로듀서."


"응."


"프로듀서는 평소에 컨디션 관리는 해요? 힘들면 좀 쉰다거나."


"모르겠네."


애초에 그런게 가능할까? 회사의 일정이니, 방송국의 PD에게 굽신거려야 한다느니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쉰다라. 쉬면 뭘 하고 쉬어야 한단 말인가.


쉬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술 마시는 것 말고는.


"...저한테는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지,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나는 무대로 나가지도 않고, 나를 지지해주는 많은 팬분들이 있지도 않아. 내가 망가지는건 별 문제가 아니잖아? 어차피 내가 언젠가 그냥 사라져도 날 대신할 사람은 많은걸."


말은 참 청산유수였다. 시즈카는 프로듀서가 말허는 모든 것을 반박하고 싶었다. 아니, 프로듀서가 밥도 안 먹고 다니는 것도 그냥 너무나도 갑갑하고 마음이 아파서 그냥 다 반박하고 따지고 싶었다.


자신을 위한다고 그러는 것이지만, 하나도 안 기뻤다. 유부 우동이 이렇게나 맛없게 느껴진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아버지가 성과를 못 낸다면 아이돌 활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 때도, 기껏 솔로 라이브 일정이 잡혔건만 아버지가 딱히 축하의 말도 없이 문을 쾅 닫아버려서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을 때도, 무리해서 했던 자율 레슨으로 지쳐서 온 몸에서 땀만 줄줄 흘렀을 떄도, 입에서 이렇게 쓴 맛만 감돌지는 않았는데...


시즈카는 재주가 있었다. 적극적이고 붙임성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재주. 하지만 마음 속에 있는걸 단번에 끄집어낼 수 있는 재주가 있는지는 스스로에게 좀 물어봐야 했다. 프로듀서의 마음을 다 끄집어내고 싶었자만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러고 싶다와 그럴려고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시즈카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나지 않았고, 자신에게 그럴 말재간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렇게 서로는 아무 말 없이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면발을 입에 털어넣고, 고명을 씹어먹고, 후루룩 국물을 마셨다. 어느새 우동그릇은 이미 비워져 있었다.


"시즈카..."


"네."


"고마워."


프로듀서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남겼다. 시즈카의 그 마음이 고마웠던건 사실이니까. 시즈카가 전한 마음은, 정말로. 그 자리에서 엉엉 울면서 시즈카에게 자신의 마음 속을 다 털어버릴 수 있을 만큼 진실된 마음이었으니까. 


"다음엔 내가 사게 해줘."


"...네."


그리고 그 한마디가 프로듀서가 당장 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된 마음이었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그 과정은 일상이 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가 옛날의 기억이 아닌 시즈카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술을 마시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출근하는 프로듀서가 컨디션이 엉망진창이 되고, 그것을 시즈카가 수습해주는 과정, 그리고 좀 더 내면을 향해 깊어져가는 프로듀서와 시즈카의 내면의 생각.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자신을 덮쳐오는 두통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이비 비몽사몽한채로 시즈카와 함께 늘 들르는 우동가게에 가는 것도, 그리고 그 우동가게에 가는 길도 익숙해져왔다.


"후루루룩..."


"후룩... 후룩..."


한두번이면 괜찮겠지만, 이래서는 안 될텐데.


그 시간이 계속되며 프로듀서는 몇 가지를 새로 알게 되었다. 시즈카는 우동을 먹는 도중에 말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고, 스마트폰을 하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우동을 먹는 순간에는 그 순간에만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나.


프로듀서는 깨작깨작 면발을 후루룩대며 시즈카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도 내가 불쌍히 보이는 걸까. 어쩌변 시즈카는 그저 니를 동정하는 걸까. 자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이 사라지게 할 지도 모르는 동정이라는 휘발적인 감정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런 동정심을 가지느니 차라리 자신을 그냥 놓아주면 좋을텐데. 차라리 그 마음을 시즈카 스스로를 위해 써주면 좋을텐데. 프로듀서는 궁금했다. 어쨰서 자신을 위해주는 걸까. 프로듀서는 이해할수 없었다.


그리고, 어째서 자신은 그런 시즈카에게서 떠나갈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시즈카에게 부응해줄 수 있을까. 일개 프로듀서가, 월급쟁이가, 이제 탄탄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아이돌인 시즈카에게 부응해줄만한 능력이 될까.


그동안 몇 번씩 그런 시간이 지나고보니 프로듀서는 느낄 수 있었다. 시즈카는 프로듀서 자신이 스스로를 보듬어 줄 수 없더라도 자신을 보듬어 줄 것이라고.


프로듀서가 시즈카의 기대와 바람에 못 미치는 프로듀서라도 보듬어 줄 것이라고. 어쩌면 프로듀서 자신은 시즈카에게 있어서 늘 기대와 바람에 못 미치는 프로듀서였을지도 모르니까.


시즈카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시즈카가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즈카는 그 뒤에도 가끔씩 까칠하게 굴고는 했으니까. 분명 시즈카의 기대와 바람에 못 부응한 것이겠지.


애초에, 보듬어지는 것이 옳은 걸까? 시즈카는 자신이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사람인데. 오히려 보살핌을 받고 있다니. 사람이 좀 적당히 뻔뻔해야 하는데.


시즈카와 함께 하면서 프로듀서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고, 그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즈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닐때면 공허감과 상실감만이 가득한 것을 보니 무언가가 없는 것은 확실했다.


원래부터 이미 없던 것 때문에 그렇게 공허감과 상실감을 느끼지는 않았으니까. 분명, 자신에게 있던 것이 사라진 것이겠지.


프로듀서는 적어도 시즈카가 보는 앞에서는 그 공허감과 상실감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서러워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적어도 시즈카가 보고 있는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데. 내가 당장 시즈카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것. 그것 뿐인데, 그것조차 못 한다면...


하지만 늘상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잘 먹었습니다. 프로듀서는 아직 다 못 먹었어요?"


"아, 응..."


"그럼 좀 더 기다릴게요."


프로듀서는 그냥 이 모든 것을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신 분들은 복 있으실 겁니다

장담은 못하지만 그러면 좋겠어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