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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와 머리아픈 프로듀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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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5, 2021 23:55에 작성됨.

라이브가 끝난 뒤. 시즈카와 프로듀서는 시어터 옥상 위로 같이 올라가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엇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올려다보며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잠시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시즈카를 바라봤다. 프로듀서의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은 웃는 표정이 아니었다. 시즈카가 프로듀서의 그런 표정을 본 일은 처음이었다.


시즈카는 그 표정을 보면서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프로듀서를 보면서 못미덥거나 의심이 가서 까칠게 대한 적은 있었어도 직접적으로 기분이 나쁘다고 느낀 적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웃는 얼굴이 시즈카를 조롱하는 얼굴로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웃음은 무엇인가가 어긋나 있었다. 어디가 어긋난 건진 모르겠지만, 그 웃음이 진짜 웃음이 아니란 건 확실했다.


"프로듀서. 저 오늘 라이브 잘 했죠?"


"잘 했지. 엄청 잘 했어."


"그거 말고 또 할 말 없으세요?"


"...그러게."


"정말... 하아. 프로듀서."


시즈카는 기분이 나빠진 바람에 무심코 프로듀서에게 또 퉁명스럽게 대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프로듀서. 전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잘 한다구요."


"응."


"봤죠? 저도 이제 엄연히 프로라는 거. 그러니까 프로듀서도 저처럼 자기가 할 일 똑바로 하란 말이에요."


"응. 물론이지. 당연히 그래야지."


"정말이지..."


프로듀서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을 내려다봤다. 슬슬 형광등이 하나 둘 씩 켜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불빛을 들며 길거리를 다니고 있었지만, 시즈카는 프로듀서가 그런 풍경을 보기보단 땅바닥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땅바닥을 바라보다가 프로듀서는 시즈카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프로듀서는 탕비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무원의 것까지 포함한 커피 두 잔을 타며 숨을 들이쉰 뒤 입을 잠시 열어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가루는 이미 뜨거운 물에 다 녹아서 커피가 충분히 갈색이 되었지만 프로듀서는 숟가락을 계속 휘젓고 있었다.


이 세상은 안에 든 게 다섯살 아이라도 나이만 넘어가면 다 어른 취급을 해 준다. 프로듀서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무엇을 하는 사람만이 어른. 아니면 아이였다.


프로듀서는 지금 살아온 세월간 자신이 어른이란 생각으로 발을 딛은 채 서있던 적이 없다. 지금도 양복 입은 다섯살 꼬마일 뿐.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거나, 이뤄냈다면 제 손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프로듀서는 한숨의 끝을 흐리며 커피 한 잔을 탁자 위에 두었다. 한 잔은 사무실에 가져다줄 것이다.


뭘해도 아무것도 한 것 같지가 않아서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밟은 땅이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인 쳇바퀴라면 그 쳇바퀴의 크기라도 키우고 싶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프로듀서가 느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프로듀서는 아직 할 일이 있기도 했고, 커피도 가져다줘야 했으니, 벌써 사무실을 떠나서 집으로 가고 싶진 않았다. 집에 가면 머리에 들어찬 찬바람이 사라지긴 커녕 더 세차게 불 것 같았다.


"미사키씨. 커피 한잔 하세요."


"아, 네! 고맙습니다!"


프로듀서는 이제 스무살에 들어섰건만 벌써 일에 찌들어있는 사무원의 눈빛에 쪼그라든 눈동자로 건배를 한잔 건넨다.


"안 힘들어요? 가끔씩은 미사키씨가 저보다 더 힘들어보인다니까요."


"안 힘들어요~"


"전 무지 힘든데. 하하."


프로듀서는 미사키가 만들고 있던 의상을 바라본다. 이번에 손대는 의상엔 이곳저곳에 리본이나 여러 장식이 붙어 있었다. 아마 로코의 흔적일까.


프로듀서는 커피를 홀짝이는 미사키를 잠시 바라보다가 사무실을 나섰다. 말주변이 있다고는 절대로 말 못하는데도 어떻게 또 프로듀서 일은 잘도 하고 있었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어느정도 몇 모금씩 홀짝거리다 보니 커피잔은 어느새 다 비었다. 프로듀서는 기지개를 피고 잠시 모니터를 꺼뒀던 컴퓨터 앞에 앉았다.


프로듀서라는 직업의 주된 업무가 프로듀싱이라고 해도 현장에 직접 나가는 것 보단 이런저런 글자들의 나열이 더 친숙한 기분이었다. 문자를 기입하면서 프로듀서는 오늘도 시즈카가 퉁명스러웠던 것을 떠올렸다.


그건 아마 프로듀서가 제 손으로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해서였을 것이라고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제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이 누가 있냐고? 시즈카다.


그래. 지금 상황에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을 떠올릴 때 시즈카말고 누가 떠오를 수 있을까.


성취를 자기 손으로 이룬게 아니면 또다른 성취를 이룬다 해도 그 성취는 대체 무슨 소용일까?


저번에 시즈카는 프로듀서에게 고맙다고는 해줬지만, 아직도 관계는 서먹서먹한 느낌이었다. 어째서인지 프로듀서는 알 수 없었다. 이젠 슬슬 뭐가 뭔지도, 어느 쪽으로 가야 앞으로 가고 어느 쪽으로 가야 뒤로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저번에 센터 라이브의 결과가 좋다고 집에서 아이돌을 계속 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잘 된 일이다. 잘 된 일인건 맞지만, 잘 한건 맞는 건가?


다들 프로듀서를 보고 잘했다고 말해줬다. 사장님도, 코토리씨랑 미사키씨도. 시즈카도, 시즈카를 걱정했던 미라이랑 츠바사도 고맙다고 했다.


프로듀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잘 한건 시즈카니까.


한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타오는 항우울제와 수면제가 말하지 못할 것을 말하게도 해주고, 잠이 오지 않을 땐 잠이 오게도 해주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한계가 온 듯 했다.


딱히 시즈카 때문은 아니었다. 그동안 쌓인 것들이 이젠 감당이 안 되었을 뿐이다.


언젠가부터인지 높은 곳에만 서도 그곳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었다. 프로듀서는 그 생각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든, 사람이든, 아무튼 무엇이라도 찾아내고 싶었다.


만약 그것을 찾아낸다면 정말 좋겠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렇게 살다가 죽겠지. 언젠가부터 가슴팍에 뚫려버린 구멍이 커지고, 더 커져서, 심장까지 삼켜버리는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인지만 하면서 가만히 지낼 것이다.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이야 나름대로 좋은 프로듀서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시즈카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그 즉시 사라지는 게 옳을 지도 모르겠다고.


그래. 그냥 사라져버리자고.


어떻게 하면 완벽히 사라질 수 있을까. 내 몸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내려간다면? 여기만 아니면 된다. 어디로 도착할지도 모른다. 아무데도 못 가고 말로 못 나타낼 긴 시간을 어둠 속에서만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여기만 아니라면 괜찮았다.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사직을 하면 될것이지 굳이 뛰어내리기까지 할 당위성이 있는가 하면 그건 또 모르겠지만, 겸사겸사 저지를 것만 같다.


이미 반쯤은 성장이니 꿈이니 하는 것들을 멍하니 웃으며 놓아버린 자신과는 다르게 시즈카의 눈은 빛나고 있고, 날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던 내가, 하늘을 나는 방법을 알게 해 줄 수 있을까. 만일 내가 하늘을 날게 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시즈카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사라지는게 옳을지도 몰랐다. 사람에겐 한계라는게 존재하고, 나는 그 근처에 와 있으니까.


아무 말 없이 뜬 눈으로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집에 돌아간 프로듀서는 옷매무새를 정리할 생각도 않고 바닥에 누웠다. 언젠가 치워야지 하고 안 치웠던 술병이 주변에 나뒹굴고 있었다. 레이카도 술마시고 술병은 치웠던 것 같은데. 아니었나. 모르겠다.


알콜이랑 항우울제는 같이 먹으면 안 좋다고 했다. 무슨 안 좋은 시너지가 난댄다. 프로듀서는 모르겠다 하고 또 술을 들이켰다. 이미 제대로 된 방향에 놓여있지는 않은 정신머리를 아예 휙 돌려버리는데는 술 만한 게 없었다. 프로듀서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질 적에야 근처에 있는 약봉투를 집어서 내용물을 뜯고, 마지막 한 잔과 함께 들이켰다.


다음날은 또 찾아왔다.


"으으윽..."


아침은 언제나 불쾌하고 피곤하다.


눈을 뜰 때마다 몸 상태가 안좋아지고 있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는 반투명한 술병 너머로 흐릿한 기억을 떠올린다. 항상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옆에 없던 사람이 밤을 새가며 술을 마시고는 했던 광경이 생각난다.


새벽에 집에 사람들을 들여왔던 기억도 난다. 그것때문에 부모님끼리는 서로 싸우고, 화를 냈었다. 물건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렸고, 새벽에 고함소리가 오고갔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프로듀서는 다시 자신이 직장인이고, 출근을 해야 한다는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옆에 놔뒹구는 술병들이 한 가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겪었음에도 자신은 계속 술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 뜨끈한 물로 몸을 데우니 머리 한쪽이 은근히 찌릿거리며 아파왔다.


프로듀서는 두통약 한 알을 삼키고 문을 열었다. 술 마시고 두통약 먹는것도 안 좋다고 했던가. 프로듀서는 맥동하는 머리를 짚으며 햇빛을 마주한다. 아침의 햇빛은 눈부시고, 환희롭고, 불쾌하고, 지독하다. 프로듀서는 햇빛 속에서 그림자를 질질 끌며 지하철로 향한다. 아. 햇빛이여.


그는 햇빛을 마주보지 않고 10년을 지낸 해바라기였다. 해바라기는 태어나면서부터 해를 바라봐야만 살 수 있지만, 줄기가 휘어버려셔 그의 고개는 해쪽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남은 것은 그저 아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한번만 빛을 비춰 나를 살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뿐.


"안녕하세요!"


"로코는 노 프라블럼이에요!"


"프로듀서씨! 좋은 아침이에요!"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오면 용케도 자신보다 일찍 와서 현관에 있던 시어터의 아이돌들이 인사를 해주었다.


"으응. 다들 안녕."


온기와 진심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의례적인 호출. 프로듀서도 나름대로 온기를 가득 담아서 의례적인 대답을 한다.


"아.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안녕."


사무실엔 시즈카가 있었다.


시즈카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용모단정하고, 학교에선 모범생에 성적도 좋고, 아이돌로서의 역량과 잠재력도 뛰어나며, 리더 역할도 잘 수행해낸다. 그리고, 그런 시즈카는 프로듀서에게서 거리를 두고는 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지금도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성에 연상인 프로듀서에게 직접 당신을 믿는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웠고, 자신이 누군가를 의지한다고 제 입으로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녀가 아는 어른은 행복을 나누고 슬픔은 극복했다. 어른은 스스로 일어날 줄 알고 제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사람이었다. 종전까지의 프로듀서에겐 그런 힘이 있어 보였지만, 어째서 요즘은 그렇지가 않아 보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만, 물어볼 순 없었다.


프로듀서는 기껏 두통약까지 먹고 왔건만 오늘은 영 더 심한 숙취에 잠시 속을 게워낼까 진지하게 고민스러웠다. 머리가 아프진 않았다. 그게 전부다. 두통은 없어도, 두통의 근원이 되는 머릿 속의 맥동은 사라지지 않아 프로듀서를 괴롭히고 있었고, 속은 든 것도 없는데 이곳저곳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으..."


"프로듀서. 어제도 늦게 잤어요?"


"......"


"어제 늦게 잤어요?"


시즈카는 프로듀서에게 질문을 했지만 프로듀서는 그 말에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었다. 난 왜 숨을 쉴까? 나는 왜 이 땅에 발을 딛고 있을까? 호기심이 아닌 자조와 비린내가 서린 물음. 절망이 그의 곁에 와서 진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었다. 지금 대화를 이어나가면 자신을 억누르는 절망의 짙은 숨결을 시즈카에게 맡게 할지도 몰랐다. 


"...대답하기 싫어요?"


"미안. 머리가 좀 아파서 그래."


"정말이지."


시즈카는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턱엔 살짝 수염이 자랄 듯한 낌새가 보이고, 눈은 빨개진 실핏줄이 드리워져서 생기란 찾아볼 수 없었고, 머리는 분명 샴푸로 감은 냄새도 나고 빗질도 하고 왔을텐데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프로듀서가 이런 몰골로 다니는건 그녀로서도 편치 않았다. 무슨 나쁜 일이 있다면 프로듀서가 그녀를 의지해주었으면 했지만, 프로듀서는 그녀의 이야기는 들어주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자기관리도 중요하다고요."


"고마워."


자기관리. 자기관리라. 프로듀서는 자기관리라는 말에  절망의 숨결이 더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다른 사람 속도 그런데, 자신의 속은 또 어떨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프로듀서는 무심코 고개를 숙이고 한 마디를 떠밀었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네?"


"너는 내가 정말로 잘 했다고 생각해?"


"당연하죠."


"그렇구나."


그렇구나. 상투적인 대답. 프로듀서는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을 가감없이 한번 말해보고 싶었다. 시즈카에게라면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사람을 하나 꼽자면 시즈카였다.


내가 말하려고 했던 나의 마음은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망할.


평소에는 그렇게도 질책했으면서 왜 지금은 친절하게 답해주는 건데.


머리도 엉망이고, 속도 울렁거리겠다. 프로듀서는 만약 그녀가 늘 그러듯이 자신을 질책한다면 그것을 명분으로 모든 마음 속의 줄을 끊고 사라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친절한 답이었다.


프로듀서는 자신이 기대하지 않았던 답변에 더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대화를 끝마치고 늘 그랬듯이 컴퓨터를 키고 회색 글자와 숫자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프로듀서는 좀 더 당당하고 자신있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이유 때문에 자신이 부족했고, 어째서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은 전부 시즈카의 덕인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어도 너무나도 잘못되었다. 프로듀서는 아무것도 안 한 채로 바닥에 드러눕고 싶었다. 발로 밟힌 벌레처럼 뭉개진 채로. 난 왜 살아있는 걸까? 왜 숨을 쉬고 있는 걸까? 


하지만 프로듀서의 등은 다시 문자의 홍수 속으로 떠밀린다. 먹고 사는 것의 문제가 그를 떠민 것은 아니다. 시어터, 그리고 시즈카를 위하고 싶다는 이타심이 그를 떠민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라도 안 하면 이대로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렇게 시늉이라도 하면 오늘도 허울이나마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에서 나온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빛나는 화면 사이로 지하철에서 본 강이 말을 거는 듯 했다. 저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니. 물이 폐속에 가득하게 들어차는 감각이 궁금하지 않니. 온 몸에 힘이 빠져서 못 움직이는 기분을 느껴보지 않겠니. 한번 너의 몸을 여기에 던져보지 않겠니.


프로듀서는 그 속삭임에 속이 뒤틀리는 바람에 잠시 헛구역질을 했다.


"욱..."


"어, 프로듀서? 괜찮아요?"


"난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보인다구요."


시즈카의 말은 진심이었다. 요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서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다고.


"프로듀서... 가끔은 좀 쉬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널 위해서 무리를 안 한다면 누굴 위해서 무리를 해?"


"......"


"시즈카. 나는 괜찮아. 괜찮다고."


시즈카가 그동안 모질거나 퉁명스럽게 대한 것이 속상하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인걸 어떡할까. 프로듀서는 시즈카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았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말. 시즈카는 자신이 잔업을 할 때면 가끔씩 일을 다 하지 못한 것을 보고 다 큰 어른이니 똑바로 하라며 핀잔을 주고는 했다.


프로듀서는 자신이 만약 제대로 했다면 그런 핀잔을 들을 일도 없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다. 만약 좀 더 자신이 일에 더 열중을 한다면 시즈카에게 누를 끼칠 일도 없고, 시어터도 좀 더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이 두 가지를 통해서 자신의 안일한 만족감도 채워지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진짜다.  얼마나 좋은가. 일석삼조다.


건강? 이미 집에 돌아가서 술로 밤을 보내는데? 기분 나쁜 채로 건강을 해치는게 나을까? 아니면 그나마 자기만족에 취해 기분은 좋은 채로 건강을 해치는게 나을까?


시즈카는 영 탐탁찮은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응원을 해줬으면 했건만. 프로듀서는 시즈카를 바라보았다. 참 예뻤다. 예쁘고 아름다웠다. 프로듀서는 시즈카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자신따위가 해주는 금칠따위보단 그냥 일을 하는게 낫겠지 했다.


"프로듀서. 어제 술 마셨어요?"


"응. 어떻게 알았어?"


"리오 언니나 코노미 언니가 과음하고 왔을때 가끔씩 그랬어요."


"......"


"프로듀서."


"응?'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나는 안 괜찮아도 괜찮아야 하는 사람이야."


프로듀서는 진심이었다. 자신은 안 괜찮아도 괜찮아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은 미래는 커녕 지금도 줄이 끊어진 부표처럼 길을 잃어서 둥둥 떠다니기나 하는데. 그런 사람을 미래가 창창한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해야할지는 너무나도 분명한게 아니던가. 너무나도. 너무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제해야 해서 2편은 언제나올지 몰라요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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