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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한다, 하루카』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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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8, 2021 09:44에 작성됨.

-06-

 “왜 그래, 아마미?”


 “…….”


 “무시하면 아저씨 상처받는다.”


 “…….”


 갑자기 이쪽의 목소리에 아마미가 무시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러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설마 하는 생각에 다시금 말을 이었다.


 “하루카.”


 “왜 그러세요?”


 다 마시고 남은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던 아마미가 이름을 부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짓궂다, 진짜.”


 송충이가 보여줄 법한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착한 아마미로 남아있어 줬으면 좋겠는데, 아까부터 보여주는 모습이 계속해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 몹시 곤란했다.


 “부탁이니까, 송충…… 아니, 미키처럼 되지 말아주라.”


 정말로 걱정이 되어서 내뱉은 말에 갑자기 아마미가 까르륵댄다. 그렇게 잠시 작게 웃어 보이던 끝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정말 미키네한테 꽉 잡혀 사네요.”


 “나도 안 그렇고 싶다, 진짜.”








-07-

 하루카와 이래저래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지정받은 대기실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자 하루카가 대기실 문에 걸린 『Project Fairy』라고 적힌 문패를 확인했다.


 “756프로 대기실은 어디야?”


 “바로 근처에요.”


 “하긴 아이돌 얼티밋에 참가한 건 너희랑 우리뿐이지.”


 대기실이 바로 근처라도 이상하지 않다.


 “나중에 또 봐요, 아저씨.”


 “그래, 그래.”


 방금 호되게 당해서 그런지 반사적으로 신경질을 내듯 대답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구른 마음을 이해해 주었는지 하루카는 미안한 듯이 웃으면서 작별의 뜻으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며 대기실로 들어──────


 “아마미 하루카.”


 ──────가려다가 그녀를 불렀다.


 대기실의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하루카에게 시선을 향했다. 돌아가려고 막 한 걸음을 옮겼던 그녀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왜 불러냐는 듯이 눈을 깜빡이는 하루카에게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행복하니?”


 “……네!”


 난데없는 질문이었지만, 하루카는 기쁨을 담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08-

 “아직도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아직도 남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그때와 다르게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하루카를 보고 있으니, 기쁜 나머지 웃고 말았다.


 “아마미 하루카는 키사라기 치하야보다 노래를 못 불러.”


 “맞아요.”


 “아마미 하루카는 호시이 미키보다 반짝이지 못해.”


 “맞아요.”


 얼핏 들으면 못난 놈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었지만, 하루카는 여전히 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너에게는 너만의 색깔이 있어.”


 “예뻐 보인다고 다른 색깔에 물든 필요가 없었어요.”


 “네가 가진 색깔 또한 그 아이들 것처럼 아름다워.”


 “그 아이들도 절 부러워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토록 찾아 헤맸던 답을 조용히 중얼거리는 하루카의 모습이 그때와 겹쳐 보였다. 길을 잃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던 당시의 소녀가 지금은 이렇게 당당하게 대답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기뻤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팬에게 환호성을 받게 됐어.”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 같은 건 없을 것이라 소리쳤었다.


 “거기다가 재능 넘치는 아이들에게 센터로 인정받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소리쳤었다.


 “거참, 웃기지 않아?”


 “그렇게 말이에요.”


 “그때 말했던 게 전부 반대가 됐네.”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09-

 “우승 축하한다.”


 “가… 감사합니다.”


 “힘냈구나, 정말.”


 “……네!”








-10-

 조용히 흐느끼고 있는 그녀의 뺨을 눈물은 그때와 다른 기쁨의 눈물이겠지.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하루카가 안겨들었다.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뜨거운 눈물이 셔츠를 적셨다.


 “노력한 것은 너야, 하루카.”


 “아니에요. 아저씨가 해줬던 말 덕분이에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낸 건 아마미 하루카야.”


 한 번은 무너질 뻔했지만, 그래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하루카의 마음이 굳건한 주춧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언은 튼튼한 기둥이 되어줬을 테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이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지탱해준 주춧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장하다, 하루카.”








-11-

 한창 눈물을 흘리던 하루카를 달래주고 그녀의 대기실로 바래다주고 돌아왔더니, 어느새 차갑던 음료수가 미지근하게 변해있었다.


 마치, 배정받은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미지근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들의 시선처럼 말이다.


 “……왜 그래?”


 “음료수 사 오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냐고.”


 “아, 그건 말이야…….”


 “허니, 바람피우면 안 되는 거야!”


 “바람이라니, 뭔 소리야!”


 “후후,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지요.”


 “누가 호색한이라는 거냐, 누가!”


 불만으로 가득 찬 꼬맹이와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송충이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공주님까지 돌아온 담당 프로듀서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다.


 이상한 대사와 함께 계속 엉겨 붙으려는 송충이를 떼어내고, 맹견처럼 으르렁거리는 꼬맹이는 깔고 앉아 제압하고, 또 미래를 보고 있는 공주님한테는 음료수를 제물로 바쳐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자, 오늘은 볼품없이 패배해버린 제군들을 위해 이 프로듀서가 한껏 희생하도록 하지!”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이 세 명의 소녀와 함께 내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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