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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한다, 하루카』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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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8, 2021 09:42에 작성됨.

-01-

 앙코르 무대에서 내려온 소녀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섞여 있는 한 아이에게 눈길을 향했다.


 밝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몇 달 전에 보았던 그녀와 겹쳐 보였다. 당시엔 우중충했던 아이가 지금은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기쁘게 다가왔다.


 “……축하한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갈채를 보냈다.


 그녀 때문에 원치 않았던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되어서 서글펐으면서도 저 밝은 미소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계속 그렇게 밝게 웃어줬으면 좋겠네.”


 비록 아마미 하루카라는 소녀에 대해 사적으로 알고 있는 건 없지만, 그녀에게는 잿빛 구름으로 가득한 감정보다 환히 빛나는 태양 같은 웃음이 잘 어울린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02- 

 아이돌 얼티밋에서 우승한 765프로덕션의 앙코르 무대를 지켜본 후에 그녀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남기고 대기실로 돌아온 프로듀서를 맞이한 것은 빼뚤어진 세 명의 담당 아이돌들이었다.


 만족스러웠던 무대였지만, 그래도 패배는 패배인지라 조금은 상심했는데 담당 프로듀서란 놈은 위로해주기는커녕 백스테이지에 남아서 경쟁했던 쪽의 무대를 지켜봤다는 것에 상당히 뿔이 난 모양이었다.


 늘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던 공주님마저 뾰로통한 모습을 보여줄 정도였으니, 꼬맹이와 송충이는 말로 할 것도 없었다. 꼬맹이한테는 물리적으로, 송충이한테는 정신적으로 공격을 당해버리니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듀서일지라도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아이들의 불평불만을 다 들어주고, 언제나 압도했던 765프로덕션에게 패배했다는 서러움까지 다 들어주고 나서야 간신히 그녀들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었다.


 물론 완벽히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이것저것 약속해버리고 말았지만, 일단 제일 급한 것은 아이들의 우중충한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03-

 휴게실의 음료수 자판기 앞에서 아이들이 주문했던 음료수를 찾는다. 꼬맹이랑 공주님을 위한 시원한 녹차랑 송충이가 찾는 해괴한 소다를 뽑았다.


 투출구에 쌓인 음료수 몇 개를 품에 안고 뒤돌아서는데, 예상치 못한 얼굴이 보였다.


 머리를 장식한 한 쌍의 붉은 리본이 잘 어울리는 그녀가 어느새 휴게실에 들어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살짝 놀라면서도, 반가운 얼굴이라 똑같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안녕, 아마미.”


 “후훗, 안녕하세요.”


 막 휴게실에 찾아온 손님은 뭐가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품에 가득 담은 음료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키네한테 줄 건가요?”


 “애들이 뿔 나서 말이지.”


 화를 식혀줄 공물이 필요해. 중얼거리듯 이어진 뒷말에 아마미가 키득댔다. 귀엽게 웃는 모습이 정말이지 보기 좋았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뒤로 아마미가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다.


 “……그때도 이걸 마셨죠.”


 난데없이 이어지는 아마미의 대사에 뭔가 싶어서 보니, 그녀의 손에는 차가운 홍차가 쥐어져 있었다.


 “꼬맹이한테 잡혀서 왔을 때 말이야?”


 “꼬맹이라니, 히비키가 들으면 화낼 거에요.”


 “괜찮아. 이미 대기실에서 이래저래 당했으니까.”


 “정말 못 말린다니까요, 아저씨는.”


 “그러게 말이다.”








-04-

 “백스테이지에서 왜 아는 체 안 했나요?”


 “알고 있었구나, 숨어있었는데.”


 휴게실에서 나와 함께 통로를 걷고 있자니, 아마미가 작은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나이에 많은 아가씨의 시선을 받으면 부끄럽다고.”


 “늙은이처럼 행동해도, 이제 20대 중반이잖아요.”


 “그렇긴 하다만.”


 “정말이지, 애늙은이라니까.”


 “…….”


 착한 하루카가 왠지 모르게 신랄한 한마디를 쏘아냈다. 마음 같아서는 반박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녀의 입에서 더한 것이 쏟아져나와 비수가 되어 이 약하디약한 유리 같은 마음을 깨뜨릴 테니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아는 척 안 했다고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 줄은 몰랐다. 상황에 따라서 일부로 그럴 수도 있잖아!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뾰로통한 아마미를 보고 있으니까 그딴 소리를 지껄일 수 없었다.


 “그래, 미안하다.”


 “말만으로요?”


 “……너도 뭘 요구하는 거냐?”


 이 대화가 이런 식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상황을 잘 이용하라고.”


 “아니, 그건 무대에서나 그러라는 거였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긋 웃어 보이는 아마미를 보고 식은땀이 흘렀다. 분명 순진하던 아이였는데, 이제 보니까 한 마리의 여우를 연상시켰다.


 미소 짓던 하루카가 다시 뾰로통한 표정을 연기한다. 영락없이 화났으니까 풀어달라는 무언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구한테 배운 거냐, 그런 것은 또.”


 “미키한테요. 아시잖아요, 미키의 짓궂음.”


 “이 송충이는 애한테 뭘 가르친 거야.”


 “미키한테 이를 거예요, 또 송충이라고 했다고.”


 “……사장님, 맙소사.”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던 아마미의 성격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반사적으로 모든 것을 척척 해결해주시던 사장님을 찾고야 말았다.








-05-

 협박 아닌 협박 때문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음료수를 홀짝이는 아마미에게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고 개소리를 지껄였다가 지긋이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이기지 못해 굴복하고 말았다.


 정체 모를 충격에 신음을 내뱉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더니, 아마미가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오만한 승자의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루카라고 불러주세요.”


 “……뭐?”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간단한 요구에 순간 알아듣지 못했다.


 “의외로 간단한 것을 요구하는구나.”


 “정말이지, 제가 도깨비인 줄 아세요?”


 “아니, 우리 애들은 이럴 때면 같이 어떻게든 휴가를 달라고 해서 말이야.”


 그럴 때마다 사장님한테 멱살 잡히는 건 비밀이다. 총애받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좌우로 귀싸대기 맞고 그대로 패대기쳐졌을 것이다.


 “그렇게 받은 휴가로 아저씨랑 놀려고 하지 않던가요?”


 “그렇지, 뭐. 덕분에 업무가 밀릴 때도 있다니까.”


 “……셋 다 고생이겠네.”


 대기실에 있을 아이들을 걱정하는 아마미의 중얼거림에 뭔가 싶어서 물어보니, 돌아오는 건 상대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획 돌려버리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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