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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의 추억을 넘어-2-

댓글: 1 / 조회: 458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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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30, 2021 23:36에 작성됨.

[프로듀서 언니! 좋은 아침이네요!]


[아,미사키씨 안녕. 하늘 참 맑네~]


[헤헷,그러게요~]


[...근데 미사키씨.]


[네.]


[왜 우리가 왜 시어터 벽청소해야 되는 거야?!]


[아하하하핫...어째서일까요.]


물양동이를 놓으며 사다리 위에서 벽 청소하는 날 보곤 땀을 삐질거리며 애써 웃는 미사키씨.
프로듀서로 채용되고 나서 나는 자연스레 사무원인 미사키와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으아아앙! 드디어 혼자가 아니예요! 여태 정말 무서웠다구요!'


무려 출근-가만,시어터서 살고 시어터서 일하니 출근이 맞는 표현이긴 한가?-첫날 저 소릴 하며 안겨드는데 안친해지면 그게 이상한 거지 아무튼 미사키씨의 말로는 이 큼지막한
시어터를 관리인 아저씨와 단둘이서 서류업무에 시설 관리에 아이돌 의상 제작-이건 유일하게 미사키씨가 즐겁게 하는 일이라 한다-등의 일해서 허구한날 야근이었다고 한다.
거기다 첫날 나랑 만났을때 그랬듯이 워낙 관리인 아저씨가 신출귀몰하는데다 건물 자체가 유령이 나온다던가 음산하다던가 안 좋은 소문이 돌던 곳이고 진짜로 아무도 없는데 
문이 닫힌다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등 충분히 무서울 일들에 시달려 온듯했다.


덕택에 으스스한 이야길 들은 나까지 겁을먹곤 미사키씨가 퇴근하기 전까진 둘이서 바들바들 떨면서 어둑어둑한 복도를 지나 서류를 정리한 서류를 갔다 놓는다거나
퇴근할 때도 시어터 밖까지 미사키씨를 바래다준다거나 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며 아이돌들의 얼굴을 익히고 프로듀스일에 적응...은 개뿔이,보다시피 잡일이나 줄창 하고 있다.
지배인 아저씨 말마따나 39명씩이나 되는 멤버들에게 곡을 한곡씩,거기에 유닛 활동도 고려해야 하고 타카기 사장님은 시어터를 통한 자급자족 컨텐츠 양성을 주력 목표로 삼은지라
초기 활동이 지연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아..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사기 내기 같은 거 지원 하지도 않았어. 이제 와서라도 때려치고 다른 길 찾을까...]


[무얼 때려친다고?]


[히기이익?!?! 우,우와아악?!]


[와앗...괘,괜찮으세요 프로듀서 언니?]


[어이쿠...]


[아야야...우씨! 놀랐잖아요!]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모르는새에 불쑥 튀어나와 말을 거는 관리인 아저씨에 오늘도 철퍼덕 스택이 늘어나버렸다.


[크하하핫! 역시 젊으니까 기운이 넘치는구만 기래!]


[딴소리 말구요! 그래서,이번엔 뭔가요? 우으..설마 또 잡일 거리 더 주시려는 건 아니죠?]


[뭐? 에잉 바보 같은 소린,결정됐다!]


[결정됐다뇨?]


[최초 솔로곡 멤버들이 결정됐다고!]


[정말이요? 세상에! 그럼 저희도 이제 본격적으로 일 시작인 거네요! 와아!]


신이 난 미사키씨가 방방 뛰며 즐거워했다.
물론 나도 여태껏 하던 벽청소,서류정리 따위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일 거릴 받는 건 기뻤지만 역시 내기가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자,그럼 미사키 자네는 이 중대발표를 위해 애들을 모아주고,자넨 나랑 같이 가지.]


[아,넵.]


[네! 솔로곡~솔로곡~앗! 맞아 그렇다면 로코랑 같이 멤버들 데뷔의상도 만들어야겠네요~헤헤헤~]


이렇게 나의 프로듀스 생활의 첫걸음이 시작하고 있었다.

---


[좋아,다들 모인 거지?]



[네엡! 저 미라이부터 시즈카에 츠바사,카오리씨에 츠무기쨩 등등 전부 모였답니다~]



해맑게 소리치는 미라이 옆엔 그 말대로 시즈카와 츠바사가 있었고 그 외에도 뚱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시호라던가 언제나의 포커페이스인 마카베,글러 먹은 표정으로

폰카메라를 찰칵대는 아리사-아까 카메라 뺏었더니 또 저러고 있다-등등이 있었다.

휘유,애들 이름 외우기 힘드네...



[흠흠,그럼 다들 왜 여기 모였는지 이야기해야겠지? 하아,그전에 시호?]



[네?]



[핸드폰 집어넣으렴. 나 이야기하고 있잖니.]



[네.]



[그리고 마츠다아아앗!]



[우와아아악?!]



[사진 그만 찍으라구 이눔아!]



아저씨의 호통에 화들짝 놀라며 아리사가 그대로 핸드폰을 허공에 슛.



[아다다닷! 우와아악!]



그러곤 그걸 받기 위해 허겁지겁 손을 뻗던 아리사는 그대로 소파에 걸려 우당탕탕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야...]



[풉!]



[아하하하핫! 아리사씨 정말 웃겨요!]



[아아앗! 모두 이렇게 함박웃음을 짓다니! 지금, 이런 셔터찬스가...!]



[고마해라...]



[히이이익?! ㄴ..네엣!]



삽시간에 수라장이 돼 버렸다. 뭐,그래도 즐거우니 괜찮은걸까...



[흠흠,이제 제대로 발표를 해야겠구만. 우선 지난번 Thank you! 공연은 훌륭했어. 다들 전력을 다해준 덕분에 타카기도 만족했고 무엇보다 어제 정산 결과 만석이었던 걸 확인했다!]



[와아! 해냈어요! 시즈카씨!]



[응! 정말 잘 된일이네. 세리카쨩!]



[역시 내 섹시가 먹힌 거일려나~]



[어머,그렇다면 이제 언니랑 같이 어디 다니지도 못하는 거 아냐? 다들 우리 쳐다보느라 바쁠테니까?]



[김치국들 마시지 말어. 이제부터가 본론이니까. 미사키,그리고 우리 신참 친구,그거 좀 나눠줘.]



[네.]



요 며칠 새 뼈 빠지게 정리한 서류랑 조사 결과가 이때를 위한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준비해 둔 종이를 각자에게 하나씩. 그러자 다들처럼 기뻐하던 표정이 싹 가시는 게 보였다.



[이건...]



[이..이게 뭐꼬...!]



[보면 알잖아. 왔던 사람들에게 간단한 앙케트를 했지. 수고한 미사키와 신참 프로듀서에게 감사 인사라도 하라고. 아무튼 간에 그 결과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구만. 보는 그대로다.]



[그러니까 저희 라이브가 성공한 건...]



[전 루미너스 멤버들의 후광 때문이라는 것?]



[응. 정확히 봤어 코토하,시호.]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가운데 하다못해 그 전 루미너스의 멤버인 미라이와 시즈카,츠바사에 츠무기 그리고 카오리씨까지도 결과에 의아한 반응이 역력했다.

하지만 앙케트 결과는 확실했다 나도 미사키씨랑 분류하면서 이점은 확실히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시어터 개장 기념 라이브에 온 이유의 9할이 전 루미너스 멤버들의 신활동을 보기 위해서 였고,앞으로도 자주 관람을 올 용의가 있냐는 질문,보고 나서 관심이 간 아이돌들 등등,

거의 모든 게 '루미너스 멤버들이 자주 활동한다면'이라던가 관심이 간 아이돌도 모조리 루미너스 멤버들이 몰표를 받았던가 여기도 루미너스 저기도 루미너스였다.



[알았나? 좋든 싫든 너흰 지금 루미너스의 후광 아래에 있는 거야. 심지어 참가했던 멤버들조차 말이지. 이대론 프로젝트고 뭐고 다 쓸모없다. 기껏해야 루미너스의 후속 프로젝트 따위 취급이나 받다가 잊혀지게 되겠지. 너희도 그건 싫겠지? 자자,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그래서 너희들 각자의 솔로곡을 준비했으니까.]



[솔로곡이요?!]



[그래. 타카기가 만반의 준비했다더군. 헌데 말이야. 문제가 하나 있어. 뭐 짐작은 가겠지만 한 번에 39곡을 구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 그래서 좀 나눠서 차례차례 준비하게 될 거야.]



[저기저기 프로듀서,그럼 그 처음 당연히 저도 들어가 있는 거죠? 그렇죠~?]



츠바사가 날개 같은 머리카락을 쫑긋거리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관리인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츠바사,네 노래는 좀 늦어질꺼 같단다. 아무래도 방금 말한 대로 루미너스의 후광이란 게 강하다 생각이 되는 이상,루미너스외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먼저 대중들에게 보여주잔게 나와 타카기의 중론이었거든.]



[에에~모처럼의 해피라이프의 기회라 생각했는데.]





풀이 죽고 쫑긋 섰던 머리카락이 풀이 죽으며 볼을 빵빵거린 츠바사는 흥미를 잃은 듯,했지만 내심 누가 처음 곡을 받게 될지 궁금해 보이는 눈치였다.

 


[우선 가장 먼저 곡을 받게 될 건...모모코,이쿠,타마키 이 셋이다!]



[정말? 와아~정말 고마워 아저씨!]



[쿠후후~드디어 타마키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거구나 두목!]



[훗,드디어 모모코가 선배로서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 줄 수 있겠네! 근데 타마키! 이쿠! 너무 프로듀서에게 메달리고 있잖아!]


첫 솔로곡 멤버라는 자리에 신이 난 이쿠와 타마키는 프로듀서 앞에까지 가서 방방 뛰고 있었기에 모모코가 소리쳤다.

모모코,내 생각 이상으로 어른스러운 아이인가 보구나.


[저기,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프로듀서?]



[아아,그래 시호.]



[방금 곡이 공급이 부족해서 솔로 데뷔가 늦어진다고 하셨는데,그렇다면 곡을 지급받지 못한 멤버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될까요.]



[아아,그 문제 말이구나. 제대로 짚었구만 역시 시호야. 근데 걱정할 거 없어. 자 이걸 보시라!]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아저씨는 무언가를 자신만만하게 꺼내 들었다.

꺼내 들었는데...저건?



[...이게 뭔가요?]



[네모지게 생긴 게...무언가에 넣는 건가?]



[잠깐잠깐 프로듀서씨,설마 이거 카세트 테이프?]



[관리인씨...잘도 이런 골동품을 모아두셨네요.]



물음표만 띄우는 다른 아이돌들과 달리 오직 코노미씨와 나만 물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였다. 그것도 되게 많은 양의.



[내 18번 모음집들이지. 그중 내 개인적으로 너희에게 어울릴까 싶은 것들의 모음이야. 이미 이야기해둬서 저작권 문제도 상관없지. 그래서 말인데,이 커버곡들을 내가 너희에게 프로듀스 해 줄까 한다.]



[우오오옷! 역시 프로듀서! 언제나 계획이 있군요!]



[마츠다...그리 말하니까 그 요 몇 년 새 나온 그 한국영화 생각나거든?]



[근데,프로듀서? 그렇게 하면 솔로곡을 받은 멤버들까지 프로듀스 하기엔 여유가 없지 않나요?]



[음? 무슨 소리야? 아아,그 말인가? 말 나온 김에 말해 두마. 이제 나 말고 저치를 프로듀서라 불러 난 일선에서는 빠져서 보조 할 생각이거든.]



[...네?]



프로듀서의 삿대질이 나를 향하며 한 말에 알아서 경악이 튀어나왔다. 내가 메인이라고? 뜬금없이?

가만 이 패턴 첫날이랑 같은데...?



[거,프로듀서란 호칭만 둘이면 헛갈리잖어. 그래서 그냥 익숙하게 불리던 이름인 관리인님으로 호칭 좀 바꾸자고. 저치는 이미 편의상 나 그렇게 부르고 있기도 했고.]



[잠시만요?! 그럼 앞으로 메인 프로듀스는 신입 프로듀서분이 모두 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아 그리고저 프로듀서와 간단한 내기하기로 했단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내가 주는 곡과 프로듀스,그리고 프로듀서가 프로듀스 해주는 곡 이 둘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나은지 스스로 택해 보렴. 이건 일종의 과제야. 그럼 오늘  공지는 이거로 끝. 다음 시간이 레슨 시간이지 아마? 다들 열심히 하렴~]



순식간에 폭탄 발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벙찐 아이돌들과 나,그리고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미사키씨만 남고 말았다.



[내가...메인이라니 나 아직 뭣도 배운 거 없다구요오]



눈물이 앞을 적시지만...역시나 피할 방법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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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에서 도망치지 마라 프로듀서

작성속도와 퀄리티 양 쪽 모두를 챙기고자 노력중이지만 아직 먼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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