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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와 프로듀서와 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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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9, 2021 11:02에 작성됨.

타닥, 타다닥

키보드 자판 소리가 울려퍼지는 사무실

창밖은 먹구름이 가득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같았다

지속된 작업으로 뻐근해진 몸을 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여느때처럼 커피를 타 창 밖을 보며 서있자 이내 후두둑 소리와 함께 빗줄기가 창문을 때렸다


"...우산 깜빡했는데..."


반쯤 흐릿해진 눈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한모금 더 마시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야호~ 프로듀서~"


이치노세 시키

마치 고양이같은 성격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담당 아이돌


"왜 그렇게 죽을상이야?"

"...죽을상은 무슨..."


시키를 한번 보고 시선을 다시 창밖으로 돌린다

하지만 시키는 내 표정을 보고 창밖을 한번 보더니 다 파악했다는듯이 씨익 웃어보이고선


"우산, 빌려줄까?"


라며 접이식 우산을 흔들어보였다

바로 내 문제를 파악해내다니...

이것이 천재인것인가?


"우산 빌려주면 너는 어쩌고?"

"프로듀서가 씌워주면 되는거 아냐?"

"...보통 그럴땐 우산 같이 쓰자고 하는거 아냐?"

"아니지~ 난 우산 안들거니까 프로듀서가 들고 날 씌워주는거야, 그러니까 빌려주는게 맞지?"


어쨌든 자기가 맞다는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시키

하지만 그런 모습도 내게 있어서는 귀여워보일 뿐이다


"근데 둘이서 쓰기엔 좀 작아보이는데...어깨가 젖지 않겠어?

"응? 난 딱히 상관없는데? 다 젖는것도 아니고 어깨정도야 뭐~"


그 말에 난 시키의 어깨쪽을 봤다

흰 셔츠에 흐릿하게 보이는 검은색 선...

...안된다...절대로 비 맞게 해선 안된다...


"그냥 네가 쓰고 가...난 대충 편의점 들러서 사갈테니까..."

"...그거 완전 돈낭비야...빌려주겠다는데 굳이 사야겠어?"

"그러니까...난 네가 비 맞는게 싫어, 그게 어깨뿐이라고 해도"


그 말에 시키는 잠시 멍한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놀리는듯한 소악마같은 미소를 띄우고선


"그럼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어때?"


내게 다가왔다

뭔가 또 저지를거같기에 엎지르지 않게 커피잔을 내려놓고 시키를 바라보자 뒤돌라는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설마 아니겠지...

시키의 손짓에 따라 몸을 돌리자 시키는 폴짝 뛰어 내 등에 올라탔고


"이러고 우산 쓰면 둘 다 안젖겠지?"

"이러면 우산을 못들지 않을까...?"


등 뒤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차렷자세로 서있었다


"그럼 내가 대신 들어주면 되는거 아냐?"

"그러면 역시 빌려주는게 아니라 씌워주는게 되는게..."

"에이~ 세세한건 신경쓰지 말고~ 그것보다 프로듀서~"


내 어깨 위로 지나온 가녀린 팔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이러고있으면 매달리기 힘든데~"

"아직 나가지도 않았잖아...그리고 조금...거리가 너무 가까운...데..."


그러고 있기를 잠시

시키는 양 팔로 내 목을 감싸고 양 다리로 내 허리를 붙잡았다


"이렇게 딱 달라붙으면 거리를 어떻게 잴거야?"

"그게 무슨...!"

"이러면 너와 나의 거리는 지구 한바퀴 만큼 떨어져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또 무슨 궤변...!!"


...역시 안되겠다...

난 이 귀여운 생물에게 이길수 없어...


"알았어...알았으니까...이제 그만 일 시작해도 괜찮을까...?"

"응? 이번에도 거의 다 끝내놓은거 아니였어?"

"그래도 확실하게 끝내둬야지..."

"음...그것도 그런가~"


그렇게 말하고선 가볍게 등에서 내려와 우산을 내 옆에 내려놓았다


"그럼 맡겨둘게?"

"맡겨둔다니..."

"프로듀서가 데리러 안오면 나 비에 완전 쫄딱 젖어버릴테니까~"

"반드시 갈게"


내 단호한 말투에 살짝 놀란듯 멈칫하는 시키

하지만 이내 곧 평소 얼굴로 돌아오며


"그럼 이따가 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나갔다

나는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고


"...빨리 끝내야지"


키보드를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

......


시간이 조금 지나 작업을 전부 끝나고 퇴근시간을 기다린다

시키가 오는걸 기다릴까 생각하다 미리 가서 기다리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우산을 들고 마중을 간다

하지만 중간에 엇갈렸는지 레슨실에서 보이지 않는 시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오겠지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입구에서도 보이지 않아 결국 시키에게 전화를 건다


"...어디야?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데..."

[...맞춰볼래? 힌트는 시키가 실종되었다 돌아갈만한 장소]


그리고 갑자기 끊기는 전화

...지금 이게 뭐하자는걸까...

하지만 시키가 이러는것은 한두번이 아니기도 하고 익숙해져있기도 하니 단념하고 찾기로 한다

우선 시키가 준 힌트로 생각을 해보면...


...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곳은 사무실

결국 돌고 돌아 돌아오게 된거같지만...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시키는 이곳에 있을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내가 앉던 의자로 가니 시키가 늘어지듯 앉아있었다

...이러니 모니터에 가려 안보일만도 하다


"...어떻게 찾았어?"


조금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시키

하지만 씨익 웃어보이며 대답한다


"네가 어딜 가든 돌아올곳은 이곳이잖아?"

"근거는?"

"시키는 자유분방한 고양이같지만, 아이돌이니까"


그렇게 대답하니 재미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시키

거기에 약간의 사심을 담아 한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내 담당 아이돌이니까, 돌아온다면 내 곁으로 돌아와줬으면 했거든"


그렇게 말하니 시키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이렇게 말하니 좀 부끄럽다

시키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내 등에 매달렸다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지 않은 프로듀서에겐 벌로 지금부터 시키를 업고가야합니다!"

"뭣?! 잠깐 시키...!!"

"괜찮아 괜찮아! 얼굴은 안보이게 등에 파묻고 있을테니까 들킬일도 없어!"

"그런뜻이 아니라...!!"

"그럼 프로듀서는 대체 뭘 걱정하는걸까나?"


...도저히 당해낼수가 없다...

어쩔수 없다...버텨라 내 이성...!


"...우산은 시키가 드는거지?"

"물론!"

"...그렇다면야..."


체념하고 우산을 시키 손에 들려준 뒤 시키가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붙잡았다

고쳐업을때 손이 허벅지에 살짝 닿은거같은데...이정도는 용서해주겠지...?

뭐...본인은 내 등에 파뭍혀 스-하- 거리고 있으니 신경쓰는거같지도 않지만...


...

......

.........


프로듀서가 자택까지 옮겨주었기에 그대로 우산을 빌려주고 방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자고갈래? 하고 유혹해봤지만 굉장히 당황하며 거절했기에 농담인데 그렇게까지 반응하냐며 놀려줬지만...


"하아아...진짜 바보야..."


조금 불만이라는듯 찡그린 표정으로 창밖을 보는 시키

창밖에는 빌려준 우산을 들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프로듀서가 보였다


"이렇게 대놓고 어필해도 안넘어오는거야...?"


하지만 그것도 저사람의 상냥함이란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침대에 드러눕는다


"...프로듀서랑 아이돌이라는 관계만 아니였다면...더 적극적으로 와주려나..."


오늘 있었던 대화를 생각해낸다


'돌아온다면 내 곁으로 와줬으면 했거든'


아무리 생각해봐도 프로듀서도 본인에게 호감이 있는거같은데...


"진짜 신사적인 바보...가끔은 짐승이 되어보란말야..."


그렇게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꿍얼거리는 시키였다


==========

전번편에 이어서...라는 느낌으로 써봤습니다만

달달한 느낌은 영 안드네요...

이게 다 제가 연애경험이 없어서 그런거같습니다 젠ㅈ...

다음편은...있을지 없을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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