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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할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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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9, 2021 00:51에 작성됨.

*프로듀서 성별은 여성입니다.



처음으로 대화한 뒤 K씨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공연에 대한 상담으로 건네준 전화번호였지만 

지금은 그저 서로 수다만 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처음에는 몇 시간이나 대화하느라 지쳐 잠든 적도 있었지만. 



"이제 공연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준비는 잘 하고 있나요 K씨?"



"그 말 들으니까 긴장감 때문에 가슴이 터지겠어요.

치아키 씨 발목 잡으면 안 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K씨라면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겁니다.

이번 기회로 K씨의 팬이 많아질 거예요."



"그건 프로듀서의 감으로써 말하는 건가요?"



"그럼요! 수많은 아이돌을 프로듀싱 한 제가 확신하며 말하는 겁니다.

K씨라면 이 공연을 시작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거예요."



K씨의 작게 웃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난 멋쩍게 따라 웃으며 어찌 됐든 K씨를 계속 응원했다.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치아키보다 K씨를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

치아키는 베테랑이니까 그렇게 떨리지 않을 거야.

응. 분명 괜찮을 거야. 그러니 좀 더 통화하자.

치아키는 나중에 하면 되겠지.





이제 공연 시작까지 몇 시간 안 남았다.

무대 뒤 스태프들은 각자 해야 할 일 때문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치아키는 평소대로 여유가 넘치듯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에 K씨는 안절부절해 보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스태프들을

볼 때마다 흠칫거리며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K씨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K씨?"



".... ㄴ, 네. 조, 조금 떨리네요.."



"여기 조금 앉아있으세요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거예요."



"ㄱ, 감사합니다.."



K씨는 한숨을 쉬며 힘없이 털썩 내려앉았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쓰러질 기세였다.

그렇게 긴장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나는 말없이 K씨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이러면 긴장이 조금 사그라들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이렇게 하면 긴장이 없어졌다고 했으니 효과는 있겠지.



"...."



K씨는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그녀의 떨림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됐다 싶어 손을 놓으려 했으나 K씨가 빠르게 붙잡았다.



"조, 조금만 더 있어주시면 안 될까요.."



분명 나보다 키가 커서 어른스러웠을 텐데 어째서 어린아이처럼 느껴질까.

나를 보는 눈빛은 주인에게 애교 부리는 강아지 같았다.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나는 손을 풀며 주머니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선물을 건네주었다.



"맞다! K씨 선물로 이거 준비해 봤어요."



"이건..."



"K씨가 치아키를 좋아해서 아이돌이 되었다는 것에 전 감동했어요.

그래서 선물로 이번에 나온 치아키의 새로운 싱글 앨범입니다.

언제나 저희 아이돌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ㅇ,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괜찮아요 받아주세요. 이번 공연에 대한 감사 인사라고 생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때 스태프 한 명이 큰 소리로 K씨와 치아키를 찾고 있었다.

공연 시작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흥분한 팬들의 함성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K씨를 일으켜 세우고 싱긋 웃었다.

K씨는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잘 웃게 되었다.



"준비되셨나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치아키와 K씨는 서로 웃으며 공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뒤풀이가 시작하고 감독님과 스태프들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운전해야 하니까 계속 거절하고 있다.

그보다 술 싫어하니까 권유하지 말라고.



"P, 나 P 없었으면 치아키 씨랑 만나지도 못했을지도."



"치아키 덕분이기도 해요. 이번 기획은 치아키가 많이 도와줬거든요."



사실 치아키 아니었으면 기획조차도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치아키는 으쓱거리며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K씨는 감동을 받았는지 치아키를 그저 우러러보았다.



"근데 치아키 너 의외다. 이런 자리에서 술 별로 안 마시지 않아?"



"그냥 마시고 싶었어. 이상해?"



"아니, 이상한 건 아니고. 적당히 마셔 안 그러면 취한다?"



"프로듀서보다는 세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괜찮겠네. 치아키는 은근 술이 세니까.

나는 오늘 찍은 사진이나 보고 전송해야겠다.

어? 치아키보다 K씨의 사진이 더 많네? 나도 모르게 많이 찍어버렸나 보다.

일단 치아키와 K씨에게 전송.



"잘 찍혔네."



"치아키 씨 엄청 멋있어~ 아, 제 것도 있네요?"



"하는 김에 같이 찍어봤어요. 이상하게 안 찍혔죠?"



"프로듀서는 항상 찍어줘서 보내주거든. K도 잘 나왔네.

나보다 잘 나온 것 같은데?"



K씨는 손사래를 치며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그, 그럴 리가요! 저 같은 거 보다 치아키 씨가 훨씬 더 멋지고 귀여우세요!"



"둘 다 멋지게 잘 나왔으니까 괜찮잖아."



그 말을 들은 K씨와 치아키는 서로를 보더니 픽하니 웃었다.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내가?

치아키는 웃고 있던 K씨에게 넌지시 말했다.



"맞다. 프로듀서가 내 앨범 K에게 줬다면서? 어떤 거야?"



"아, 이거예요. 받았을 때 정말로 기뻤어요."



"흐음.. 최근에 발매된 거구나? 그것도 구하기 힘든 한정판."



"네? 정말로요?"



K씨는 날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힘들게 구하진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나름대로 프로듀서의 특권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K, 가까운 날에 로케한다면서?"



"네. 대표님이 힘겹게 잡아놨다고 자랑을 했었어요."



"나도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었는데 잘 된다면 마주칠지도 모르겠네."



"정말요?! 그러면 정말로 좋겠어요!"



"으왓! 미안!"



갑자기 컵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아마 누군가 술에 너무 취해서 잔을 실수로 엎어버린 거겠지. 

난 치아키와 K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근처 휴지를 들고 갔다.

두 사람 다 사이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2차 가실분!"



알딸딸해 보이는 젊은 스태프가 비틀거리면서 외쳤다.

호응하는 목소리와 그만 가겠다는 목소리가 울러퍼져댔다.

나도 슬슬 가야 할 준비를 하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그러자 K씨가 내게로 다가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매니저가 차 끌고 왔거든요."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언젠가 또 만날 일이 올거예요."



"네. 저도 오늘 정말로 즐거웠어요. 그런데 치아키 씨는.."



"치아키라면 너무 마셨는지 저기서 자고 있어요."



손가락으로 가리킨 장소에는 치아키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쩐지 너무 마신다 했다.

K씨는 그런 치아키를 보고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 우리도 가야 할 시간이다.

나는 치아키를 조심스레 업으며 주차된 차 문을 열어

뒷좌석에 앉히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이 시간은 기숙사가 닫혀있으니 일단 치아키를 내 방 침대에 눕혔다.

나는 좁긴 하지만 손님방에서 자야겠다.

오늘은 즐거웠어. 치아키가 아니었다면 K씨와 만남은 없었을 거야.



"하아... 피곤해."



문득 휴대폰을 들어 오늘 찍었던 무대들을 보았다.

치아키도 멋있었지만 K씨의 사진들은 더더욱 생기발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보고 있기만 해도 그 무대가 아직도 생각나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 또 만나고 싶다.. 음...

이때 나는 조금 K씨에게 호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저 정신없이 K씨의 사진을 보며 몸을 뒤척일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오싹함이 느껴졌다.

기분 나쁜 오싹함과 시선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한 쌍의 눈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치아키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나를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어째서 추운데 아직도 모기가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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