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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마스] “이놈아, 배달 가라!” “휴식 시간이라면서요?”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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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21 14:29에 작성됨.

 “이놈아, 배달 가라!”


 “휴식 시간이라면서요?”


 “닥치고 가라면 얼른 가!”


 주방에서 들려오는 사자후(獅子吼)에 하는 수 없이 천근같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여기서 더 뻐기면 농담이 아니라, 주방에서 뭔가 날아온다. 국자 같은 둔기라면 다행이고, 운 나쁘면 식칼 같은 날붙이도 날아와 목숨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고작 배달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짭짤한 돈벌이와 추가적인 긍정 요소가 없었다면 이 일을 옛날 옛적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주방으로 향하자 열심히 요리하고 있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육질의 몸매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광경이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디로 가면 돼요?”


 “765 프로덕션이다.”


 목적지를 듣자마자 방금까지만 해도 투덜대던 입이 순식간에 쏙 들어가 버렸다.


 “바로 가죠.”


 “짜식, 놈팡이도 남자는 남자구먼.”


 “뭐라는 겁니까.”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부정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까 말했던 긍정 요소, 눈요기를 할 수 있는 기회인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다.


 아무튼, 질질 끌 이야기도 아니니까 배달할 음식들을 확인했다. 목적지가 종종 가본 덕분일까, 음식의 종류만으로 누가 있을지 대충 예상이 됐다.


 “늦지 마라.”


 “휴식 시간 끝나기 전에는 돌아오죠, 뭐.”


 가게를 상징하는 철가방에 배달 음식을 집어넣고 곧바로 거리로 나섰다.










 봄이 시작되고 거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건만, 따스한 햇볕과는 별개로 간간이 차가운 바람이 손을 간지럽혔다. 역시 오토바이로 배달할 때는 이 정도의 날씨가 딱 좋다. 그렇게 기분 좋은 날씨를 즐기며, 익숙한 길을 달렸다.


 가게에서 목적지까지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걸어서 배달하면 될 정도로 가깝지만, 그렇다고 그게 문명의 기발한 걸작, 오토바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타루키정(亭)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두자, 안에서 익숙한 아가씨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누군가 싶어서 봤더니 그곳에서 일하는 오가와 씨였다.


 똑같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화답해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고장 났습니다.]


 “여전하구먼.”


 변함없이 작동하지 않는 승강기를 보며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고장이 난 지 1년도 더 넘은 것 같은데, 건물주가 도무지 고치려고 하질 않는다. 이 건물이 낡아 무너져 내릴 때까지 수리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뒤로 남기고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765 프로덕션의 이름이 적힌 알루미늄의 출입문이 막 계단을 통해 올라온 놈팡이 배달원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볼 때마다 작게 느껴지는 문을 두드려 배달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데, 문의 반투명한 유리 너머로 웬 그림자가 다가오는 걸 보고 손을 멈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장발의 처자가 문을 벌컥 열며 밖으로 나왔다.


 겁에 질린 얼굴이 인상 깊은 낯선 처자의 등장에 그녀를 보며 속으로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문제는 상대에게는 이 놈팡이가 꽤 무섭게 보인 모양이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상당한 고음이 고막을 꿰뚫었다. 왠지 모르게 향수가 느껴지는 비명과 먹먹해진 고막에 고통스러워하는데, 다급한 발소리가 몰려드는 게 간신히 들렸다.


 찡그린 두 눈을 뜨자, 처음 보는 얼굴들 사이로 낯이 익은 처자들 몇몇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이를 헤치며 그녀가 나타났다.


 “무, 무슨 일이니?”


 “이… 이상한… 사람……!”


 오토나시 씨가 당황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난데없이 무뢰한으로 오해받을 상황, 덕분에 평정심을 유지했던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래서 그녀와 눈이 맞닿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휘저어 아니라고 부정했다.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당혹함에 말도 안 나왔다. 다행히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는지 그녀가 소란을 빠르게 잠재워서 얼핏 쇠고랑 착용으로 끝날 뻔한 상황이 좋게 정리될 수 있었다.


 열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해산하고 나서야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죄송해요. 놀라셨죠?”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토나시 씨의 안내를 받아 765 프로덕션의 작은 사무실로 들어섰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었는데, 인원이 있다 보니 오늘은 더 좁게 느껴졌다.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아리따운 처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녀의 뒤를 쫓아가는데, 한 구석에 모여있는 처음 보는 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는 이 놈팡이의 험상궂은 외모에 비명을 지른 처자도 끼어있었다.


 “신입을 받는 모양입니다?”


 “신입이요?”


 배달해온 음식을 꺼내놓으며 말하는데, 오토나시 씨가 고개를 갸웃대며 반문했다. 그러다가 이쪽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더니,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무소의 아이들이에요.”


 “아, 그렇습니까? 실수했네요.”


 1년도 넘게 찾아온 사무소에서 다른 곳에 속한 인물들을 본 적이 없어서 지레짐작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저 처자들도 예쁘장하구먼. 상대측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곁눈질로 슬쩍 바라보는데도 반짝이는 외모가 선명하게 보였다. 당장이라도 사진 잡지에 실려 한 장을 장식할 수 있을 정도로 생김새가 상당히 좋다.


 돌아가면 한번 찾아보자는 속셈으로 오토나시 씨에게 예쁘장한 처자들의 소속사를 알아내려고 물어보았는데, 의외의 질문이 되돌아왔다.


 “……뭐라굽쇼?”


 “그러니까, 평가해주실 수 있나요?”


 “저 외부인입니다만, 괜찮습니까?”


 “이따금 외부인의 평가도 들어보는 게 좋거든요.”


 그렇게까지 말하니,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니, 거절하고 싶어도 이런 미인이 부탁하는데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남자라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부탁을 들어줘야만 한다.


 그래도 뻔히 저쪽 처자들에게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오토나시 씨에게 양해를 구해 조금 구석진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아시겠지만, 저 어휘력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괜찮아요. 간단한 평가도 도움이 되니까요.”


 각오하긴 했어도 소심한 마음이 끝에 와서도 변명을 내뱉게 했다. 그냥 보내주면 안 되냐는 마음이 숨겨져 있는 대사였지만, 오토나시 씨는 웃는 얼굴로 간단히 이쪽의 마지막 도주로를 끊어버렸다.


 결국, 처음에 다짐했던 대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슬쩍 시선을 옮겨 모여있는 아리따운 처자들을 바라보았다.


 “누구부터 시작할까요?”


 “그럼, 사리세 사쿠야 양…… 그러니까, 제일 키가 큰 그녀부터 해주세요.”


 오토나시 씨가 언급한 처자가 누구인지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유독 큰 키로 모여있는 처자 중에 제일 눈에 띄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목을 상당히 잘 끌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예쁜 외모를 떠나서 그냥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남자랍시고 예쁜 처자들을 자주 찾아봤지만, 저기에 있는 처자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처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것도 예쁜 외모 이상으로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상상 이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줘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냥 놈팡이같이 가벼이 설명하고자 입을 열었다.


 “왜 순정만화를 보면 배경을 화려하게 꾸며 주인공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게 만들잖습니까.”


 “아! 알겠네요, 무슨 의미로 이야기하신 것인지.”


 “길거리에 세워두기만 해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선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치고 오토나시 씨를 보자, 언제 꺼냈는지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쓸데없는 의견은 적을 정도로 중요하지 않을 텐데.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적어놓은 것인지 슬쩍 보이는 그녀의 수첩 한 장이 순식간에 꽉 채워졌다.


 “끝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다음은 코미야 카호 양…… 보기만 해도 활기차 보이는 아이 있죠?”


 “아, 누군지 알겠네요.”


 아까 무뢰한으로 오해받을 뻔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적대시하는 시선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처자가 바로 떠올랐다.


 지금도 불길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처자 무리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눈길을 보이고 있었다.


 “귀엽더군요. 그리고 순진무구하다는 게 바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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