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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할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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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6, 2021 17:20에 작성됨.

*프로듀서의 성별은 여성입니다.



"생일때 뭐 먹고싶니?"



".. 응?"



어렸을 때 가족들과 친척 집에서 돌아올 때 

엄마가 뒷좌석에서 졸고 있던 나에게 넌지시 물었었다.

나는 눈가를 비비며 무슨 말일까 이해하려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말한 기억이 있다.



"움... 엄마가 해준 오므라이스..."



"그래. 저번엔 못해줘서 미안했어. 이번에는 꼭 약속할게."



"응..."



엄마는 졸고 있는 나에게 손을 쭉 뻗어 

꼼지락거리는 새끼손가락에 엄마의 큰 손가락이 맞물려 위아래로 살랑거렸다.

그리고 엄마는 정말로 내 생일 때 오므라이스를 해주었었다.

그 오므라이스는 정말로 맛있었고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아마 난 이때 처음으로 약속이란 것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약속할게."




내 인생에서 최악의 약속을 해야 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가을이어서 그런지 하늘이 높게 보이네요.

그런데 프로듀서는 전무님에게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어느 때처럼 사무실로 들어와 출근한다.

그리고 치히로 씨와 인사를 하며 일을 처리해나간다.

그런데 전무님? 전무님이 무슨 일로 이른 아침부터 찾으시지?



"무슨 일이길래 이른 아침부터 그러시는지 혹시 아시나요?"



"아뇨. 저도 물어보려 그랬는데 프로듀서에게 듣도록 이라고 하셔서."



"치히로 씨한테도 알려주지 않으셨다니. 뭐,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서 전무님이 있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난 무슨 일일까 생각해 보았다.

치히로 씨에게 말하지 않을 정도면 개인적인 일이라는 걸까.

아니면 최근 불만족스럽게 결과를 내니까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하시려는 걸까.

난 제발 후자가 아니길 바라면서도 식은땀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띵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한 복도와 문들이 보였다.

전무님 방까지 걸어가며 조심스레 노크를 하며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부르셨나요 전무님?"



"왔군."



"프로듀서?"



전무님 말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치아키가 전무님 방에 있었다.

왜 치아키가 여기 있는 거지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전무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서있지 말고 앉도록."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치아키는 어째서 여기에."



"지금부터 알게 될 거다."



전무님은 치아키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치아키는 책상에 무언가를 내려놨다.

얼핏 보니 서류들과 사진으로 보였다.

더 자세히 보려고 했으나 전무님을 향해있으니 나에겐 전부 거꾸로 보였다.

전무님은 서류들을 말없이 읽고 있었고 치아키는 긴장한 표정이었다.

치아키는 전무님께 뭘 보여준 거지? 그러고 보니 사진도 있었어.

살짝 보니까 여자 사진이던데 도대체 누구지.

뒤이어 사진을 본 전무님은 정적을 깨셨다. 



"과연.. 꽤나 흥미롭군."



그 말을 들은 치아키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전무님에게 고개를 숙여서 다음 표정이 잘 안보였다.




"좋다. 제안을 수락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의미를 모르는 말들이 서로 주고받았다.

사람 따돌리는 거야 뭐야. 부르셨으면 이 상황이 뭔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전무님. 이제 슬슬 절 불렀던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실례했군. 자네가 여기 오게 된 이유는 그녀 때문이다."



그녀? 치아키를 말하는 건가?



"프로듀서. ★☆회사라고 알고 있나?"



"거기라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죠. 그런데 그곳은 왜."



"그럼 K라는 아이돌을 알고 있겠군."



"알고말고요. 아까 말씀하셨던 회사의 대표 아이돌이잖습니까.

쿨하면서도 똑 부러진 캐릭터로 유명하죠. 노래도 좋던데요?"



"그럼 이야기는 빠르겠군. 그녀가 나에게 준 제안은 K와 합동무대건 이었다."



"... 네?"



뭐? 그건 프로듀서인 내가 해야 하는 일이지 않아?

왜 치아키가 전무님에게 그런 제안을.



"자, 잠깐만요. 그건 너무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그리고 치아키 너도 그런 얘기라면 나한테 먼저 해줬어야지."



"미, 미안해. 생각할 틈이 없었어.

어젯밤에 갑자기 생각나서 자료를 찾아봐야 했거든."



어제라고? 그러면 더더욱 갑작스러운 거잖아!

그보다 하루 만에 생각해낸 걸 전무님에게 제안한 거라니.

대단한 건지 무모한 건지.



"그보다 전무님은 왜 이 제안에 허락해 주신 겁니까?

그 회사는 저희보다 규모가 작고 K라는 아이돌도 평범한 수준의 인기입니다.

물론 이건 저희 회사와 비교해서 그런 거긴 하지만."



"손해인 장사는 아니다. 일종의 자선이라고 생각해라."



"자선이라니.."



"그리고 이 제안을 받은 것도 한두 번은 아니니 거절하려 했다만

쿠로카와는 조사를 아주 잘 해왔더군. 그래서 승낙했다.

지금부터 ★☆회사에 연락할 테니 갈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다."



"가기 전에 승낙한 이유만이라도."



"간단하게 말하자면 K는 쿠로카와의 팬이라는 조사를 보고 승낙했다."





"이야~ 당연히 되고 말고요. 그 346이 직접 제안해 주시다니 정말로 영광입니다."



"아뇨 아뇨. 이쪽이야말로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에 연락하자마자 즉시 제안을 허락해 주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치아키는 유명 아이돌 상대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수준이었으니.

유명 거리가 될 기회를 거절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겠지.

굳이 치아키의 팬이라는 조사가 없더라도 충분히 할만한 제안이었다.

그런데 왜 전무님은 고작 그것 때문에 승낙해 주신 거지? 

어리둥절한 나는 치아키와 들떠보이는 K의 대화를 그저 바라볼뿐이었다.




일의 진행은 빠르게 되어가고 있었다.

특히 K의 팬들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이 기회에 유명세 한번 타보자 같은 여론으로 들떠있는 상태였다.

반면에 치아키 쪽 팬들은 K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 치아키가 나온다니 기뻐했다.

인기도의 차이, 기업의 차이가 한눈에 들여다보였다.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게도 느껴졌다.

나도 346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아이돌들을 내보였을 때의 인지도와 똑같으니까.

힘겹게 올라오며 실패하고 성공하기를 반복하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나는 스태프와 대화를 하고 조금 휴식을 하기 위해 근처 바닥에 털썩 앉았다.

치아키는 음향 담당과 얘기하고 있어 바쁜 것 같았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뺨 근처가 갑자기 차가워져서 깜짝 놀라자

K가 웃으며 음료수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고생하시네요. 여기 좀 마시세요."



"아, 감사합니다."



난 고개를 꾸벅이며 음료수를 마셨다. 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맛이다.



"표정 보니까 별로인가 봐요?"



"아뇨. 잘 마시겠습니다."



"흐음. 뭐, 됐어요. 그보다 치아키 씨를 이렇게 가까이 봐서 영광이에요."



"... 정말로 팬이신가보네요?"



"뭐예요 그 의미심장한 눈빛은. 설마 의외라고 생각하시는거에요?"



"그게 아니라 K씨라면 아이돌보다는 가수같은 이미지라서요." 



"물론 다른 아이돌들도 좋아해요. 

하지만 말이죠 처음으로 아이돌을 좋아한게 치아키 씨여서요."



"처음이요?"



난 살짝 K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네. 아이돌을 좋아하는 계기가 치아키 씨라서 더 특별해요.

옛날엔 아이돌을 봤을 때 유치해 보이고 노래도 별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좋은 노래 찾았다며 들어봤더니 

좋다라기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같은 것이 저에게 흘러들어왔어요."



"그게 바로 치아키였다는 거군요?"



"맞아요! 처음 들어봤어요 그런 노래.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이돌이란 게 유치한 게 아니고 

이런 엄청난 사람이 가득한 거구나라고 느껴버렸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난 이 사람처럼 엄청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죠."



흥분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K씨.

어찌나 흥분했는지 음료수를 들고 있는 손으로 격하게 움직여댔다.

K씨의 시작이 치아키가 계기였다니 모르고 있었어.

하긴 나도 어쩌다 들어본 아이돌 노래 때문에 프로듀서가 됐으니 서로 비슷할지도.



"조금 서운한 게 이 제안을 좀 더 일찍 받아들을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죠?"



"무슨 말씀이신지..?"



"대표님이 예전부터 346한테 합동 제안을 했었어요.

물론 무리한 일이었지만 이러면 뜨는 게 한순간이니까 맡겨보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연락은 안 오지, 연락이 와도 거절만 와서 이미 포기 상태였어요.

무슨 변덕이길래 이제야 받아주나 해서요."



"아.. 그게.."



"프로듀서, 감독님이 부르시던데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던 나에게 치아키의 부름은 한숨을 놓게 해주었다.

나는 반쯤 마신 음료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K 씨도 동시에 일어났다.



"어, 알았어 가볼게. 얘기 재밌었어요 K씨 다음에 또 대화해요."



"저도요. 왠지 프로듀서와 대화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재밌네요."



"ㄴ, 네. 감사합니다."



이때 왜 사람들에게 K씨가 아이돌로서 사랑받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치아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치아키는 손에 들고 있는 자료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말했다.



"대화 재밌었나 보네? 웃고 있는 거 보니."



"응. 보고 있었어? 바빠 보여서 못 본 줄 알았는데."



"보진 못해도 대화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으니까 대강 알아들었지.

K에 대해서는 이제 대충 알겠어?"



"나랑 비슷한 면이 있어서 친해지기 쉬울 것 같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치아키는 그저 종이를 넘기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도 이제 가봐야겠다. 감독님이 부르셨다고 했었지.

공연까지 얼마 안 남았다.


 

조금 길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미숙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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