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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월의 템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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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4, 2021 01:46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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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사라기 치하야는 고민하고 있었다.


 소파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소중한 코트와 목도리를 옷걸이에 걸어둔 뒤, 동복 와이셔츠의 단추를 한 개 풀고나서야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사념의 바다로 빠져들 수 있었다.


 끝나가는 겨울의 한적한 오후, 텅텅 비어 있는 사무소다.


 한 명의 사무원은 연차, 다른 한 명의 사무원은 외근, 아키즈키 리츠코는 류구코마치의 스케줄로 외근, 그리고 공교롭게도 다른 아이돌들은 각자의 일로 사무소에 없다.


 사무소에 유일하게 남아있어야만 했던 사람은 프로듀서 한 명 뿐이었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 그는 없었다.


 그 대신이라면 대신이랄까, 프로듀서의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검은색 양복 상의만이 의자에 덩그러니 걸려진 채로 사무소를 지키고 있었다.


 문도 안 잠그고 사무소를 비우다니, 사무원들이나 아키즈키 리츠코가 보았더라면 단단히 한 소리 했을법 하지만 프로듀서에게는 다행히도 지금 사무소에는 키사라기 치하야, 한 명 뿐이다.


 오늘 특별한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학교 보충수업을 들렀다가 막 사무소로 도착한 참이다.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그녀의 기분 탓이리라.


 평소라면 조금은 딱딱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들어보며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 반성하고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혹은 트레이닝복으로 환복하고 최근 들어 신경쓰이는, 몇몇 좋지 않은 버릇들을 고치는 발성 연습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어느 쪽이건, 그래도 프로듀서의 얼굴 한 번 보고 인사 한 번 할 여유는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하며 부푼 기대감으로 그의 자리를 보았지만, 그 결과를 키사라기 치하야는 받아들여버리고야 말았다.


 “......”


 아마도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리라. 상의를 걸어놓고 자리를 비운 것을 보니, 키사라기 치하야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ㅡ오히려 조금은 춥다고 생각하는ㅡ26도의 실내 온도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더운 것이었으리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책상에서는 평소에는 맡기 힘든 냄새가 아주 옅게나마 그녀의 코를 찌르고 있었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이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알고 있다.


 765 프로덕션이 영세 프로덕션이었던 시절, 한여름에 에어컨이 고장난 사무소에서 은은하게 올라왔던 그런 류의 냄새다.


 그 당시에는 암묵적으로 그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으니, 제아무리 소녀들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평소에는 활동량이 많았던 키쿠치 마코토나 가나하 히비키가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말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댄스 레슨이라도 한바탕 하고 나면 모두가 비슷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그런 냄새는 키사라기 치하야의 기억으로는 그다지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지금 느껴지는 그것은 그 시절의 고약한 추억과는 조금 달랐다.


 무언가에 홀린 듯 프로듀서의 책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딛을 때마다, 머리를 직접적으로 찔러오는 그 향기도 점점 짙어져갔다. 시노미야 카렌은 언제나 이런 유혹과 싸우며 살았단 말인가. 그 순진한 얼굴 이면에 있는 작은 광기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해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의자 앞에 섰을 때, 키사라기 치하야는 고민하고 있었다.


 세간에서 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얼음과도 같고, 쿨하고 차분한 이미지에 청아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귀를 홀리는, 그야말로 가희중의 가희다. 어쩌면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보다도 이쪽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런 가희가, 이성이 벗어둔 옷가지를 앞에 두고 안절부절못한 채 서성이고 있다. 혹여 악덕 기자가 이런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그녀의 이미지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이 갈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생각 따위는 머릿속에 전혀 들어있지 않은 듯,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되돌리기를 반복하며 또 다른 키사라기 치하야와 싸우고 있었다.


 궁금하다. 지금도 꽤 짙은, 그러면서도 머릿속이 멍해지는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데, 저것을 직접 입어본다면 어떨까.


 궁금하지만, 안된다. 아무리 키사라기 치하야와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 사이라지만, 그래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법이다. 게다가 지금 당장이라도 그가 돌아오면 뭐라고 변명하려고 그러는가.


 그래도 궁금하다.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은, 결심한 것이 아닌가. 아주 잠깐이다. 잠깐만 입어보면 되는 것이다. 분명, 엄청나게 대단한 세계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키사라기 치하야답지 않은 행동이다. 한순간의 욕망에 휘둘려버리는 것은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을 프로듀서에게 보이기라도 한다면, 분명 그는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사무소로 들어오려면 계단을 올라오던 내려오던 해야 하기 때문에, 발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면 얌전히 옷을 벗어놓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프로듀서에게 보여질 이유가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다. 가희, 키사라기 치하야는 노래하는 목 뿐만이 아니라 노래를 듣는 귀도 자신 있는 부분 아닌가. 프로듀서의 발소리를 듣지 못할 이유가 없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고민은 끝났다.


 다시 한 번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번 정한 마음은 되돌리지 않는다. 애초에 사춘기 여자애들이 다니는 이곳에 무방비하게 옷을 벗어두고 간 프로듀서가 나쁜거다. 프로듀서가 잘못한거다, 이건.


 그렇게 결정한 순간, 행동까지는 찰나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처음은 차분히, 프로듀서가 앉아있던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을 보아하니,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지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대담하게 나아갈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언제나 그가 업무를 보는 책상에서 사무소를 보는 풍경은, 765 프로덕션의 최고참중의 하나인 키사라기 치하야라 할 지라도 보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어지러이 놓여져 있는 서류더미들 뒤로, 프로덕션의 아이돌들과 함께한 추억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수놓아져 있는 모습은 프로듀서와, 가끔은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사무원들 정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편린이다.


 그 먼지 한 톨 없는 액자들 사이에 그녀와 담당 프로듀서의 추억들이 나란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본다면, 그녀 또한 두근거리는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리라.


 그가 사준 코트를 입고 고독 위를 걸어가던 추억과,


 처음으로 그의 앞에서 웃어보였던 추억과,


 친구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렸던 추억과,


 그에게 백금 반지를 받았던 날, 그저 소녀처럼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던, 그러한 추억의 조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런 삶의 조각들이 맞추어져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가 있는 것일진대, 지금부터 하는 모든 행동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프로듀서가 잘못한 것이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나쁘지 않다.


 의자에 몸을 기댄다. 가죽 의자였지만 이상하리만치 포근한 느낌이다. 그 옆으로 프로듀서의 양복 상의 끝자락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손끝으로 그것을 스치듯이 만져본다. 부드러운 안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조금은 끈적이는 느낌도 들었다. 기분나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손끝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그의 체취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짧은 순간의 접촉만으로도 이정도인데, 입어본다면 어떨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혀로 입술을 핥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누구세요, 라고 묻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자연스레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뒤로 걸어갔다. 지그시, 눈으로 힘겨루기라도 하듯 프로듀서의 상의를 노려보다가,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손을 뻗어 옷의 목덜미 부근을 잡았다. 잡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만두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옷을 들어올리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둘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이유도 생각도 없다.


 “후우.”


 한번 깊게 숨을 고른 뒤, 팔을 한 바퀴 돌려 그 칠흑빛 죄악을 몸에 둘렀다.


 “......!?”


 각오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그저 옷 한 벌일 뿐인데, 코트보다 따뜻하지 않고, 모피보다 부드럽지 않으며, 심지어 남성용이기 때문에 여성인 그녀의 몸에 전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금까지 입어왔던 모든 외투보다 포근했다.


 “읏......!”


 그래, 마치 뒤에서 살포시 감싸 안아주는 양, 강렬한 그의 체취와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온기가 피부로 침투한다.


 그런 거대한 격류를 견딜 수 있을 리 없다. 스르륵,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 옷을 두른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심장이 엔진처럼 쿵쾅거린다. 호흡이 점점 가빠져온다. 머리가 무거워진다. 어질어질하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덥다. 하지만 벗을 수 없다. 빼앗길 수 없다.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힘이 풀린 다리로 일어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어떻게든 팔로 기어가 책상다리에 머리를 기댔다.


 그만, 여기서 멈춰야 한다. 그만둘 이성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듀서.”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떤가. 키사라기 치하야와 프로듀서의 사이다. 아무렴 어떤가. 그가 입사했을 때부터 제법 오랜 시간 인연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무렴 어떤가.


 이렇게 그에게 감싸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긴장으로 떨리던 입가가 풀어졌다. 헤실헤실 웃는 그녀의 모습은 무대를 장악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희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가희 이전에 소녀라는 듯, 양복 소매를 몸에 두른 채 후으읍, 숨을 크게 들이쉰다. 따스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좋아, 해요.”


 발렌타인이 가까워서일까. 평소라면 결코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을 말이지만, 이상하리만치 감정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사무소에 그녀만이 혼자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로듀서가 있었더라면 하지 못했을 말이다. 언젠가는 해야 할 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이런 소소한 행복을 조금 더 즐겨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그녀의 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한 명은 아니다. 그러나 한 명은 남성이다.


 프로듀서가 돌아오고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번개처럼 일어나 옷을 다시 의자에 걸어두었다. 그의 책상 앞에 있을 이유도 없다. 빠르게, 그렇다고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소파로 걸어갔다.


 그녀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사무소의 문이 열렸다. 익숙한 감정들이 피어난다. 하나는 우정, 다른 하나는 연정이다.


 “안녕하세요!”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하루카. 다녀오셨어요, 프로듀서.”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넨다. 자신이 방금 전까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저 두 명은 전혀 모를 것이다. 몰라야만 한다.


 “아, 치하야구나. 왔니?”


 그와 눈이 마주쳤다. 빙긋 웃어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평소라면 한번 웃어주며 고개를 꾸벅, 인사를 받아주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와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


 살그머니 그의 눈을 피하자, 웃고 있던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화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리라. 눈이 흔들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오히려 두려움에 가까운 얼굴이다, 저건. 자신이 짊어져야 할 과거의 업보다.


 “어라, 치하야쨩. 얼굴이 빨간데?”


 “아? 아, 어...조금 더워서 그런가봐.”


 아마미 하루카의 날카로운 지적에 대충 변명을 둘러대며, 키사라기 치하야는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응...그래?”


 아마미 하루카는 약삭빠른만큼 눈치도 빠르다. 저 둔감한 프로듀서와는 달리, 자신의 친한 친구가 사무소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강이나마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응. 그러니까, 잠시 옥상에서 바람이라도 쐬고 올게.”


 그러니까 잠시동안, 두 명의 시야에서 사라져 있자. 와이셔츠의 단추를 다시 잠그며 그녀는 사무소 문 쪽으로 걸어갔다.


 코트는 입지 않는다. 조끼도 벗어버릴까 싶었지만, 그것까지는 너무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아마미 하루카를 지나쳐간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친구의 향기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입가에 미소가 깃든다.


 프로듀서를 지나쳐간다. 입술이 근질거린다.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참아낸다. 하지만 머릿속을 어지럽힐 정도로 강렬하게 스쳐지나간 그의 향기 때문일까, 마음이 뜨거워지는 연심의 향기 때문일까, 듣지 못한다면 상관 없지 않을까.


 “프로듀서......”


 아니, 이제는 들어도 상관없다. 그녀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작은 소리지만, 그가 들어버린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의 이 관계가 부서진다 할지라도, 어째서인지 받아들일 각오가 섰다.


 파랑새의 아담한 입술이 열렸다. 누구도 듣지 못할 자그마한 날갯짓이다.


 “정말, 정말 좋아해요.”


 그 수줍은 지저귐은, 하얀 바람을 타고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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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쓴거지...새벽감성 스고이데스


치하야 귀여워요 치하야

치쨩귀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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