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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미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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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6, 2014 22:34에 작성됨.

"모르는 천장이다."

천장을 쳐다보니 낯선 하얀색 석고 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살펴보니 하얀색 분위기로 도배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언제쯤 익숙해지지 여기는."

사실 병원에 익숙해지면 안되지만서도.
오늘은 리츠코가 오토나시씨와 함께 오기로 한 날이다. 사장님이 힘을 써서 스케줄을 조정한 듯하다. 아마 세네명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오프로 돌렸겠지. 사장님도 참 어찌보면 대단하시다니까. 대체 소식적에 뭘 했던 사람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리츠코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다. 모처럼이니 나가볼까. 휠체어로 올라타기위해 몸을 일으킨다. 수술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배가 땡겨온다. 진통제는 이미 맞지 않고있지만 가끔씩 움직이면 이렇게 통증이 찾아온다. 다리와 팔로 몸을 수평이 되게 지탱하고 엉덩이를 들어 휠체어로 옮긴다. 옮겨탈때마다 느끼는거지만 혼자서 움직이긴 꽤나 힘들다. 그렇다고 간병인을 쓰기엔 이 병실만으로도 너무 사치스럽단 말이지.
휠체어를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간다. 복도를 지나 휴게실 옆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휠체어라는건 사실 혼자 움직이려면 굉장한 수고를 들여야한다. 아마 몇 주정도 더 이렇게 다니면 팔 근육이 엄청나게 붙을 것 같다. 대신 다리 근육은 빠지겠지. 틈틈히 다리 근력 운동을 해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잡다한 생각을 하고있자니 어느덧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다. 딩동댕─하는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린다.

"프로듀서?"

엑...

"프로듀서님, 움직여도 되는거에요?"
리츠코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며 묻는다. 뭐 딱히 절대안정을 취하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이정도는 움직이지. 실내에만 있으면 좀이 쑤시기도 하고.

"하긴 항상 밖에서 돌아다니던 프로듀서님에게 갑자기 침대에만 누워있으라고 해도, 말 안듣겠죠."

대체 나는 무슨 이미지인거야, 네 안에서. 진지하게 맞대면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보다, 오토나시씨? 엘리베이터 앞을 막고 계시면 안되요?

"이..무..왜..프로.."
"저기, 리츠코. 이거 해석 좀 부탁해도 될까?"
"이게 무슨, 왜 프로듀서가...정도쯤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알아들은거야?"
"소설에서 이정도쯤은 해설해줘야죠."
"우와, 소설이라고 말해버렸어."
"시적 허용이라고 해주세요."
"소설이라고 말해놓고 갑자기 시적인거야?!"
"왜 갑자기 미키 흉내를 내시는건가요?"
"프로듀서--------------!!!"
우왁, 오토나시씨! 갑자기 안기시면... 수술부위가...

"아! 죄송해요."
"아파..."

황급하게 떨어지는 오토나시씨. 옆에서 리츠코가 불태워버릴 듯한 눈으로 노려본건 잊도록 하자.

"갑자기 휠체어를 타고 계셔서... 깜짝 놀라서... 대체 이게..."
"아직 약속 시간까지 좀 남아서, 나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말이죠. 너무 일찍 오셨어요?"
나가서 만났어도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 같지만.

"일단은 병실로 돌아가죠? 여기서 서서 이야기하기도 좀 그렇고."
"네..."


병실로 들어오고나서야 깨달았다. 난 대체 왜 그 고생을 하며 휠체어로 옮겨 탔던 것인가.
"역시 그냥 나갈까?"
"프로듀서님 마음대로 하시죠."
"침대로 도로 올라가기도 귀찮고. 자, 리츠코. 밀어줘."
"에엑..."
기묘한 표정을 짓는 리츠코. 그래도 군말없이 밀어준다. 옆에서 오토나시씨가 피..피욧..! 리츠코가 억지 소리에도 화를 안내욧?! 이게 대체 무슨일인거피욧?!!?! 이라고 중얼거리는건 자체 필터링 하겠습니다.


"오토나시씨, 오늘 스케줄은 괜찮은건가요?"
"네, 사장님께서 잘 조절해주셨고, 조정이 안되는 아이돌들은 사장님께서 맡아주시기로 했어요."
"다행이네요."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가보면 되잖아요? 프로듀서님?"
얘는 또 왜 이리 저기압이야?
"못가는건 네가 제일 잘 알면서 왜 그러는거야?"
"그거야...음?제일?제일..."
"리츠코? 휠체어 왜 멈춘거야?"
이상한데서 푸쉭-하지 말라고.
"일단은 1층에 카페가 있으니 간단하게 커피라도 마실까요."
"네."
"리츠코가 오버 히트한 것 같으니 일단 휠체어 좀 밀어주시겠어요..."
"네..."

카페로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무원과 프로듀서의 3인 모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돌들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아무래도 예전보다 박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역시 프로듀서 한 명이 빠지다보니 스케줄 관리가 힘든걸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프로듀서?"
"네? 무슨 말씀이세요?"
"프로듀서님에게 그 이상의 뭔가를 바라지 마세요, 코토리씨. 하아, 나도 참... 어쩌다가..."
"이 둔감은 DNA 수준으로 새겨져있을거에요."
"누가 아니래요..."
"저기요? 당사자 바로 뒤에서 험담하는건 참아주실래요? 반격도 못하는 환자에게 무슨 심한 짓인가요?!"
"DNA...혈액..."
"응? 오토나시씨?"
"요동친다, 하트! 불타오를만큼 히트! 새긴다, 혈액의 비트!"
어째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온 것 같다. 일단 카페에 다 왔으니 조금 자중시키자.


간단하게 커피 두 잔을 시켜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환자복을 입고는 카페 출입을 안시켜주거든.
"이제 이야기해주시겠어요? 프로듀서가 갑자기 무급휴직을 신청하고 사라졌나 했더니 갑자기 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는지?"
"프로듀서님께 직접 들으시라고 전 일단 이야기 안했어요."
"뭐길래 리츠코도 알려주지 않는거죠?"
"에...음. 오토나시씨?"
"네."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시겠어요?"
"이미 충분히 놀란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걸 보면 썩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네요."
칫, 나이들은 사람들은 눈치만 빨라진다니까.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프로듀서?"
히익...
"커흠, 제가 오토나시씨를 이렇게 리츠코를 통해 모셔온 이유는... 제 상태를 말씀드리려고 하는겁니다."
"..."
"후..."
리츠코는 이미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으...
"저, 3개월입니다."
"...네?"
"3개월, 이라고 합니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고, 그 침묵을 깨듯 오토나시씨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남자도 임신할 수 있는 시대가 온건가요?"
어쩌지... 이 사람... 안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울먹거리던 리츠코도 한 순간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에이, 프로듀서. 뭔가요, 이 분위기는. 죽는 사람도 아니고."
호호, 하고 맑은 웃음을 터트린다. 
"시한부, 3개월이랍니다."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리츠코는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갔고, 오토나시씨는 웃던 표정 그대로 굳어졌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미묘한 표정. 우와, 옆에서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것 같아.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대충 알겠습니다만..."
"몰래카메라도 아니고, 딱히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두 달전 쯤 위암 판정을 받았고, 안타깝지만 말기라고 합니다."
"2주 전에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어요. 그래서 상처가 아물기 전까지는 되도록 배에 힘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해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거고요."
"전이가 되지 않았다면 위만 절제하고 오케이였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요."
"아마도 짧으면 삼개월..."
"자...잠깐만요, 프로듀서. 저 지금 전개를 따라갈 수가 없는데요?"
"뭐 딱히 따라오라고 말씀드리는건 아닙니다만..."
리츠코는 이미 엎드려버렸다. 리츠코를 두 번 아프게하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은 리츠코 이외에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리츠코라면, 잘 도와줄거라고 생각했다. 잔인하지만.
근데 버퍼링치고는 좀 긴데?
"오토나시씨?"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아마 안들어보도 대충 알 것 같지만.
"꿈 아니에요, 오토나시씨. 오토나시씨의 망상 속 공간도 아니고요."
"프..프로듀서님..."
"현실, 입니다. 안타깝지만."
떨고 있던 오토나시씨의 움직임이 멎는다.
"죄송합니다. 제 사정때문에 오토나시씨에게 너무 많은 짐을 떠넘긴 것 같습니다. 부디 다음 프로듀서가 구해질 때 까지만 힘내주세요."
"뭐...에요. 이게."
"...죄송합니다."
"이건 대체 무슨 농담인가요..."
"죄송해요..."
"갑자기 프로듀서가 없어져서 아이돌들은 풀이 죽어버리고, 일은 산더미만큼 쌓아두고, 대체 이걸 어떻게 혼자서 처리했는지 모를 일폭탄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프로듀서의 휴식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거라고 믿고, 지금까지 일을 해왔어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연락 한 통 없던 사람이, 직접도 아니고 리츠코를 통해서 만나자고 연락이 오고, 기쁜 마음으로 들었더니 장소가 병원? 솔직히 거기서부터 불안했어요. 갑자기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누구든 놀란다고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한다는 소리가, 뭐요? 시한부? 누구보고 믿으라는건가요, 그런 소리를."
"오토나시씨..."
"리츠코는 조용히 해! 아이돌들이 얼마나 프로듀서를 따르는지 알고 있죠? 그걸 아는 사람이, 자기 몸 관리 하나 못해서 이런 상황을 만드나요? 아이돌들 감기만 걸려도 그렇게 화내고 걱정하고 애태우던 사람이?"
"...죄송..."
"죄송할 짓을 왜 하는건가요! 대체! 이게 뭐야!"
"오토나시씨, 진정하세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리츠코도 화나지 않아요? 이 바보같은 사람이 자기 걱정도 안하더니 결국! 이렇게...!"
...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고, 흥분한 오토나시씨를 리츠코가 말린다. 그럼에도 난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오토나시씨가 말하는 건 모두 사실이니까.
"프로듀서님이 잘못한게 아니잖아요! 암이라고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으아앙, 하고 결국 오토나시씨가 울음을 터트렸다. 리츠코의 얼굴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마음이, 무겁다.


"이제 진정이 되셨나요? 코토리씨?"
"죄...죄송해요. 제가 추태를..."
"아뇨. 괜찮습니다. 상정 범위 내라서 버틸만 했어요."
"어디의 기아스 사용자입니까... 프로듀서..."
"덧붙이자면 리츠코는 갑자기 현실도피 해버려서 곤란했어요?"
"프, 프로듀서님! 쓸데없는 이야기는 말씀하시지 않아도 돼요!"
조금 누그러든 분위기에서 다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아이돌들에게도 다 말씀하실거죠?"
"네. 한 명 한 명 얼굴 맞대고 전할 생각입니다. 사장님께서도 도와주신다고 했고요."
"걱정이네요. 다들 상처받을 것 같은데."
"네, 뭐. 아무래도 같이 얼굴 맞대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고 하면 다들 놀라겠죠."
"그것 뿐만이 아니지만..."
"네? 또 뭐가 있나요?"
"아닙니다! 프로듀서! 둔감씨한테는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네요!"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오토나시씨. 옆에선 리츠코가 웃는다. 뭐야 정말.
"농담이 아니라, 정말 걱정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어요."
리츠코가 표정을 굳히고 말한다.
"하루카라던가, 미키라던가."
"전 오히려 치하야가 더 걱정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라면서 혼절해버릴 것 같아서."
그 말을 들으니 치하야라면 그러고도 남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야요이에겐... 대체 어떻게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음..."""
세 명 사이에 침음성이 흐른다. 그 아이에겐 상처주고 싶지 않은데. 맑고 깨끗함이 강점인 아이다. 티없이 남아준다면 최선이겠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뭐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도록 하죠. 우선은 최대한 일에 지장이 가지 않을만큼 멘탈이 튼튼한 아이돌을 먼저 불러주셨으면 하는데요."
""없죠.""
어째서?!
"하루카는 듣자마자 기절해버릴 것 같고..."
"미키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릴 것 같죠?"
"치하야는... 말 할 필요도 없고."
"아즈사씨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버릴 것 같네요."
"마코토는 뛰쳐나가버리지 않을까요?"
"오히려 의사를 패버린다며 달려나갈지도 몰라요?"
"그쪽으로 무서운건 이오리죠."
"유키호도 그렇고요."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버릴 것 같은 느낌이네요."
"히비키는 오히려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되질 않네요."
"타카네는... 음...."
"넘어가죠, 타카네는."
"아미와 마미는 당장 자기네 병원으로 데리고 갈지도..."
"야요이는..."
"..."
""하아""
거기 두 분, 한숨쉬지 말고 도와달라고요?

"아무튼 프로듀서. 이대로 도망가기는 없기에요?"
"에?"
"일 떠넘긴만큼, 확실히 보답받을테니까요."
"아하하...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가버리는건"
"없기에요?
"약속"

원래 코토리+하루카로 2편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양을 조금 늘리고 코토리 단독편으로 구성했습니다.
덕분에 용량 채우기가 매우 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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