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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sk - pt.4

댓글: 6 / 조회: 893 / 추천: 1



본문 - 10-04, 2021 21:26에 작성됨.

OST : ISSA - JUSTIΦ'S(가면라이더 파이즈 OP)



원안 : weissmann님의 '[주사위] 당신의 아이돌은 초능력자가 되었습니다!'
pt.1 pt.2 pt.3

도쿄도 외곽의 한 카페, 그곳에 젊은 여성들이 앉아 있었다.
“루미씨의 이야기는 참 유감이야. 하지만 프로듀서씨의 말에 따르면……우린 이제 평범한 아이돌이 아니라는 것일까?”
“카나데는 못 보던 사이에 좀……피부가 많이 투명해졌구나.”
“칭찬으로 생각할게.”
“그래도 생각해 보면 아이돌의 사전적 의미에 더 가까워진 것일지도 몰라요. 어떤 의미로든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후미카는 변함이 없구나…… 엣, 그 장치는 뭐야?”
“아키하씨로부터 받은 신기한 물건이랍니다.”
“그거 괜찮은 건가요?”
“괜찮아요.”
“확실히…… 최근 며칠 동안의 이상한 일들투성이였지. 갑작스레 말도 안 되는 힘이 솟아난다거나…….”
“나도 특별히 변한 건 별로 없고……근육이 ‘좀’ 붙었을 뿐일까?”
“시토? Мускулы…… 근육 말입니까?”
“응.”

“나는 단지 잠이 좀 많아지고 악몽을 자주 꾸게 되었다는 것뿐. 자고 일어나면 꿈들이 어째선지 다 실제로 일어나서 뉴스에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만으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꽤 편리해.”
“치낫땅! 방심해선 안 된다고. 그런 점이 무서운 거야……그런 점이…….”
“응? 아이코. 그 고양이 예쁘다. 키우는 거야?”
“어떻게든지 지켜주고 싶은 아이라…… 조금 심한 짓도 해버렸네요.”

“저도 최근에 개를 다시 기르기 시작했는데 말이죠…….”
“예전에 기르던 아이랑 꽤 닮았네?”
“그럴 수밖에 없죠……. 후후……”

미행을 염려하여 회사가 아닌 한적한 교외 카페에서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영락없이 평범한 걸즈 토크가 전개된다. 이제 그녀들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지만, 마음마저 완전히 변해버린 건 아닐까.
저마다 좋아하는 커피와 음료수를 시키며 재잘대는 모습이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듯했다.

개중엔 능력이 갓 발현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아이도, 혹은 이미 능숙하게 쓰면서 일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들의 '힘'을 이용하려는 미시로 그룹의 속셈을 저지하는 것이다.

미시로 프로덕션이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나는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돌의 형태. 찾아서, 키워라. 마음을 통하는, 감동의 공유. 그리고, 꽃피워라.’

이 회사에 처음 입사하던 그 날, 가슴 벅차게 읊던 사훈이 문득 색다르게 느껴진다.

그때는 새로운 아이돌의 형태와 능력의 개화라는 것이, 이런 의미인 줄 모른 채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최고의 괴물로 길러내는 데 매진했다. 그것이 그녀들이 바라는 일이고 곧 세상이 원하는 일이라는 흔들림 없는 신념으로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찾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꾸려 했지.

그러나 결국 내가 하던 일은 ‘미시로 그룹의 하수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녀들 역시 원치 않는 방식으로 거리낌 없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세상을 바꾸고, 이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이 놀라운 능력을 지닌 아이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나는…….
“프로듀서는……정말 표정을 읽기 쉽다니까. 투명한 망막에도 생각하는 것이 다 비쳐 보일 정도야.”
카나데의 말에 내 표정이 잠시 굳어지긴 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정말 보잘것없는 내가 뭘 해줄 수 있을지……
“프로듀서씨……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세상 모두가 특별하다면, 오히려 평범함이 가장 특별한 거라고~ 프로듀서!”“봐봐, 흩어진 조각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진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잖아.”
“결국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니까요.”
“우리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무시무시한 힘들이 아무리 굉장하더라도…… 결국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서 쓰인다면 차라리 평범한 삶을 택하고 싶어.”
“우리가 꾸던 꿈은 이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악몽은 질렸으니 좀 더 조용하고 평온한 꿈이 좋아.”
“실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아무리 되살린다고 한들……, 죽기 전과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요. 프로듀서씨…… 가르쳐 주세요.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꿈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꿈을 되찾아주고 길을 잃은 사람들에겐 길을 가르쳐 주자. 그녀들의 말을 듣고서 나는 비로소 나에게 남은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평소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겠지만 평소답지 않은 지금이라면 꼭 해야 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던질 마지막 두 가지 카드 중 하나였고.

“얘들아, 너희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힘을 올바르게 사용할 용기가 있고, 평범했던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잊지 않고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다면, 부디 나를 믿고……아이돌을 포기해 줘.”
나는 그제야 입을 열고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프로듀서……?”
“미시로 프로덕션에 소속된 현재로서는…… 너희들은 영원히 미시로 그룹의 산하에서 통제당하고 이용당하겠지. 하지만 아이돌이 되길 포기하는 순간, 자유인이 된 너희들을 미시로 그룹도 표면적으로는 어떻게 하진 못할 거야.”
“법적으로는 그렇겠지만…… 사실상 초법적인 미시로 그룹이 과연 순순히 그렇게 우리를 풀어줄까요? 영원히 쫓고 쫓기며 언제 살해당할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 게다가 가족들에 대한 협박도 올 텐데…….”
“맞아……. 사태에 대한 해결책치곤 너무 단순한 생각 아니야? 프로듀서도 이런 일 한두 번 경험한 건 아닐 거 아냐. 조사 중단도 요구받았다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도 돼?”
“설령 우리가 떠나더라도……남아있는 아이들이나 새로운 아이들이 계속 이용당하고 또 버려질 건 뻔한 일이야. 그런데도 그렇게 말할 거야? 게다가 아리스나 아나스타샤, 미오, 유이는 어쩌고? 프로듀서를 도왔다는 이유로 4명 다 고통받을 거잖아. 우리하고 가까운 다른 아이들은?”
내 말에 모두가 반박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에 난 솔직히 말해야 했다.
“알아. 너희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 그래, 솔직히 단순한 생각이겠지. 하지만 우리들의 싸움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당장은 거대 기업 미시로를 막을 수 없더라도 이익을 위해서 살인과 테러, 암살…… 난 솔직히 지금도 루미씨의 죽음이 그들의 입막음을 위한 죽음이라고 생각해. 그렇기에, 무슨 짓도 서슴지 않는 그런 '진짜 괴물들'을 막기 위해선 괴물이 되어버린 우리라도 나서야만 해. 우리들의 두뇌와 피와 땀으로 ‘아이돌의 실체’를 세상에 알려 모두가 깨닫게 하자. 이 싸움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지라도……, 또 들어주는 이 하나 없더라도, 그 끝에 도달한 진실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참혹하더라도…… 함께라면 할 수 있다고 믿어.”

결연한 눈빛들 속에서, 그들은 서로 손을 모은다. 그렇게 프로듀서와 아이돌들은 출사표를 던졌다.

어제의 아이돌은 이제 여기 어디에도 없다. 단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름 없는 투사들만이 있을 뿐. 세상은 그들을 '괴물'로 부르겠지만 그들은 이제 개의치 않는다.
진정한 괴물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그녀들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두렵고 험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리라.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프로듀서인 내가 해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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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좋겠지만, 이 뒷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내가 아이돌들을 풀어준 대가는 컸다. 그녀들에 대한 탄압이 있었고 나는 다니던 ‘회사’를 강제로 나와야 했다. 미시로는 언론에 돈을 풀어, 그녀들에 대한 허위 기사를 유포하게 했고, 그녀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을 가리고자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단 도피할 수밖에 없었고, 치아키씨의 제안으로 그녀의 고향인 홋카이도의 한 집을 얻어서 거기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나이 어린 아리스부터 미유씨까지 모두가 모였고, 아리스와 미오, 유이, 아나스타샤가 나를 도와줬다.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는 치아키씨와 유미쨩 때문인가요?”
미나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능력의 통제가 어려운 미나미였던지라, 미유나 후미카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고 덕분에 아나스타샤가 옆에서 달래는 일이 많았다.
“고생했어. 프로듀서. 미시로 쪽에서 이곳까지 사람을 풀지 않은 모양이야.”
“그래도 몰라요. 카나데씨. 저들이 어디까지 풀지는…… 그나저나 그런 상태로 바구니를 들고 다녀오신 것에요?”
“그러게요. 바구니만 둥둥 떠다니는 모습으로 보였을 거 같은데요?”
“뭐……, 그렇지.”
카나데씨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투명 인간이 좋은 거 같으면서도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는 쉬운데, 더군다나 카나데씨는 어느 정도 능력 적응이 이뤄진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카나데씨의 마음 가음을 바로 잡는 일에 중점을 뒀다.
“그나저나 저들이 루미씨의 납골묘를 알면 어떻게 하죠?”
미유씨의 말, 그게 더욱 걸렸다.
“루미씨의 가족분들에게 전화했습니다. 이쪽에 집과 루미씨의 묫자리를 알아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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