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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sk - p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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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2, 2021 09:11에 작성됨.

원안 : weissmann님의 '[주사위] 당신의 아이돌은 초능력자가 되었습니다!'
pt.1 pt.2

루미씨의 장례를 치르고 며칠이 지나서였을까? 유미가 직접 만들어준 꽃다발을 들고 히로시마에 있는 루미씨의 묘에 갔다가 다른 일이 있어 도쿄역에서 차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덥네, 이거 차를 바꿔 달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소형차라지만…….”
한창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전화가 울렸다. 보통이라면 문자를 보내달라고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혼다 미오라서 그런가? 이상하게 이어폰에 손이 갔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폭탄이었다.

“어, 미오?”
“프로듀서?”
어째 다급해 보이는 미오의 목소리, 뭐지??
“야, 너 왜 그래?”
“그…… 프로듀서, 지금 초능력 관련 대책…… 담당하고 있지?”
“응.”
“아……, 아쨩이…… 아쨩이…….”
“야, 아이코가 왜? 무슨 일 있어?”
대충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서 미오를 닦달했다. 그리고 미오에게서 들은 말은 내 뒤통수를 완전히 후려갈기는 내용이었다.
“뭐라고? 빙의되어서 염력을 쓴다고??? 잠깐, 누가 빙의 돼? 코우메의 ‘그 아이’??”
유미 때와는 급이 다른 폭탄이 떨어졌다. 나는 즉각 어디냐고 묻고, 그곳으로 간다고 한 후 그 자리에서 차를 돌렸다. 불법 유턴에 과속벌금? 나중에 회사로 날아오겠지. 젠장.

급히 미오가 말한 곳에 가긴 했는데, 여기…… 기숙사잖아? 아니, 근데 아이코는 도쿄 출신이고 미오는 치바 출신인데, 둘이 기숙사에 갈 필요가 없지 않나? 대충 차를 세운 후 기숙사 휴게실로 미오, 아이코, 코우메를 불러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니까, 심령 게임을 하다 그랬다?”
“응.”
“그리고 그 유령이 아이코에게 빙의됐다?”
“으…… 응.”
‘아이고야.’

대충 미오와 코우메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심심하던 차에 기숙사에서 심령 게임을 하다가 갑작스레 실제 빙의가 일어난 모양이다. 어째서 그 대상이 아이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코우메양의 말로는 아이코와 비슷한 성격의 소학생 여자아이 유령이라고 하니, 가장 자신과 비슷할 법한 사람의 몸을 빌리게 된 것일까? 그런데 정말 심령 게임 도중 일어난…… 단순한 사고일까?

다행히 아이코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성격과 깃든 영혼의 순진함에 별다른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 같지만 며칠간 관측을 해보니, 점점 아이코가 나이에 맞지 않게 소학생다운 행동을 하는 경우(이해가 안 될 사람을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아이코 얘 16세다. 그런데 하는 행동이 9살인 이치하라 니나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몸만 16살이고, 행동은 9살이라고!)가 자주 보이는 걸 보면 몸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 같아서 꽤 위험한 것 같기도…… 아니…… 어쩌면 이게 아이코의 본래 모습인가? 아냐 아냐…… 이젠 나도 헷갈리는군.

아무튼 같은 유닛의 동료이기도 한 미오와 아카네는 그런 아-쨩이 평소대로 귀엽다면서 오냐오냐해주는 모양이지만 무의식적으로 꿈을 꾸는 일만으로도, 그저 생각만으로도 사물들의 움직임이 현실이 되는 '능력'을 지니는 아이코가 언젠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게 보통 능력이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루미씨 건도 있고……

최근 이상한 일들이 부쩍 일어나고 있는 이 소속사의 상황과 정체를 생각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몸 안의 영혼이 폭주해서 난동을 부리는 일 역시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일단 치히로씨에게 경황을 이야기해서 제령이라도 해둬야 할까? 코우메양은 극구 말리겠지만 몸 안의 신체 강탈자를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마당이고. 더군다나 코우메양의 경우 유미양의 건도 있어서 워낙 복잡했다. 일단 유미 입장에서는 유용하게 쓴다지만……

아니……, 이게 애초에 제령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일까. 이 모든 게 프로덕션의 계략은 아닐까……의심스러워. 나는 사무실로 올라가 치히로씨에게 연락해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만나자 요구했고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카페테리아에서 치히로씨를 기다리며 내심 초조해진 마음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들다가 문득 나는 생각을 접었다. 수를 읽힐 수 야 없지. 그나저나 젠장, 정말 담배 끊어야 하는데……. 요즘의 일 때문에 다시 피고 싶어진단 말이야?

“의외네요. 먼저 저를 부르셨다고요……? 후후…….”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저 미소 짓는 여유로운 표정. 입사할 때부터 어딘가 속을 꿰뚫린 듯한 그 묘한 미소가 신경이 쓰였지만, 오늘은 유독 기묘하게 느껴진다. 진짜, 사무원만 아니었다면 벌써 권총 꺼내서 한 몇 발 쐈을 미소였다.

“데이트 신청이라면 좀 더 은밀하게 해주시는 편이 좋았을 텐데.”
“데이트 신청이 아니라 유감입니다.”
“또…… 그런 딱딱한 말투. 언제나 프로듀서님은 딱딱한 말투로 말씀하셨죠. 저에겐 한껏 너그럽게 대해주셔도 괜찮아요.”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최근 아이코양의 상태, 뭔가 알고 있으신가요?”
그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서 말했다.
“글쎄요. 관리하는 아이돌이 190명에 이르다보니…… 세세한 상태는 프로듀서님이 더 잘 아시겠죠. 타카모리양 담당이시잖아요.”
“아이코양이…… 빙의가 된 것 같습니다만.”
“어머나, 그거참 재미난 일이네요.”
치히로씨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되물었다. 이게 뭔……
“재미……있는 일이라고요? 아니 그게 뭔…….”
“달리 말하자면 프로덕션이 의도치 않았던…… 의외의 결과라고 할까요. 능력자의 자연발생. 흥미롭네요. 의도한 아이들도 있지만, 이 경우는 환경이 만들어낸 의도치 않은 결과일까요.”
나는 그제야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역시 루미씨의 말이 사실이었던 건가요. 이 프로덕션의 진짜 정체느…….”
“쉬이잇……여기서 그렇게 크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제가 프로듀서님을 좀 더 살려둘 수 있게 조용히 해주세요. 지금 죽어버리시면 시시하니까.”
젠장, 이 여자 뭐야? 게다가 죽어버리면 시시하다고? 나는 그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아 말했다.

“허…… 혹시, 저 감시당하고 있는 건가요? 카페테리아 곳곳에 킬러라도 배치해두신 건가요. 나 하나 죽이겠다고?”
“눈치를 채시는 것이 상당히 늦으시는 걸 보니까, 무슨 일이 없다면 여자 여럿 울리실 분이시네요.”
“참나, 이런 상황에서 재미없는 농담은 그만합시다. 좋아요. ‘그쪽’ 사람이면서도 저를 굳이 남겨두려는 이유는 뭐죠?”
“말했잖아요? 저 혼자만으로는 190명의 아이돌을 세세하게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걸. 프로듀서님들은 저희와 아이들 사이의 중개자로 필요한 분이시니까요.”
그 말에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래, 아직까진 쓸만한 장기 말이다…… 이런 말인가요?”
“제겐 장기 말 이상의 의미이지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아무래도 좀 더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으셔요.”
“하지만 전, 아이들이 속고 있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미시로 프로덕션이 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한…… ‘기업용 생체병기 생산시설’이라는 걸……제가 언제까지 입 다물고 있을 거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만약에 이게 해외에도 알려지면 이곳의 입지가 어디까지 추락할지는 그쪽도 잘 알잖아요?”
“그러시겠죠…… 늘 악역은 제게 넘기시고 올곧고 바른 역할만 하려는 분이시니. 하지만 이미 당신도…… ‘우리’와 같다는 걸 머잖아 알게 될 거예요.”
뭔 말이야? 내가 ‘자기들’과 같다니?
“무슨 말이시죠?”
“그건 당신 곁의 괴물들이…… 알려 주겠죠.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아도…… 당신이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당신은 결국 통제할 수 없는 그들의 먹잇감이 되겠죠. 지금껏 프로듀서들이 그래왔듯이. 당신도 결국…… 그렇게 될 거예요.”
치히로는 내 귓가에 여느 때의 목소리와는 다른 톤으로 속삭였다.
“제가 꼭 그렇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그때까지 죽지 말고 잘 버텨봐요. 그 애처로운 모습으로, 날 좀 더 즐겁게 해줘요. 달링.”

자연스럽게 볼에 키스를 남기고 떠난 치히로가 멀어지면서 또각거리는 구두 굽 소리만 귓가를 울린다. 애정이 담긴 키스라기보단…… 마치 사냥감을 표시한 느낌에 나는 볼을 비비며 붉은 립스틱이 피처럼 볼에 붉게 번지는 것을 닦아낸다.
‘자기가 무슨 내 달링이라고, 씨X. 기분 뭐 같네.’
넋이 나간 채로 식어가는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난 문득 자신을 찾는 전화벨 소리에 황급히 휴대폰을 확인했다. 수신인은…… 미오……! 설마 아이코 때문이야?

“미오……! 무슨 일이야!”
“프…… 프로듀서, 큰일이야! 아이코가……, 길에서 무단횡단하던 고양이를 구한답시고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시내버스를 통째로 찌그러뜨려 버렸어!”
“뭐……?”
“프로듀서…….”

순수함. 그것은 무지라는 또 다른 이름의 공포.
천진난만한 아이의 생각에는 무시무시한 일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갑자기 루미씨의 얼굴이 생각나 정신이 아찔한 것이 나는 미오의 외침이 점점 희미하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치히로씨의 말처럼……내가 기른 괴물들이 언젠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른…… 어여쁜 괴물들이 나를……. ‘엄마, 나 이젠 어떻게 해야 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나는 즉각 이성을 붙잡고 미오에게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다. 미오가 말하길 히비야 공원 인근이라고 말했고 나는 즉각 차에 올라 그곳으로 향했다. 빠른 속도로 현장에 도착하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고, 아이코는 덜덜 떨면서 고양이를 품에 안고만 있었다.

“미오.”
“응?”
“아이코 좀 안정시켜줘.”
“혹시 아이코…… 혼낼 거야?”
“그건 나중 문제니까. 일단 좀…….”
“아, 알았어. 프로듀서.”
나는 일단 경찰, 소방서와 협력해서 현장을 정리했다. 사고 차량은 이스즈 엘가 미오, 도영버스 소속인…… 잠깐? 어디? 도영버스?? 도 교통국 소속이란 거잖아?? 아……, 도청에서 뭐라고 하겠네.

대충 정리를 해봤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다고 한다. 아이코의 말로는 단순히 고양이를 구하고 싶었을 뿐이라지만, 버스의 손실이 크다. 나는 일단 아이코의 담당 프로듀서 자격으로, 미오는 사건 목격자 자격으로 인근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았지만, 솔직히 이 초능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해? 프로듀서?”
미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였지만 나는 일단 미오를 안심시켰다. 아이코도 자신이 뭔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있기에……, 일단 일의 뒤처리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도 교통국에 들러 담당자에게 죄송하다 사죄한 후, 그렇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지만, 그 돈……, 우리가 내야겠지?
“어떻게 해요? 프로듀서?”
차 안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아이코, 나는 아이코에게 그 고양이 키울거냐고 물었고 아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코, 다른 생명체를 키운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이 너에게 부과된다는 거야. 더군다나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네가 오늘같은 대형사고를 또 치리란 법은 없잖아. 맞지?”
“응.”
“그만큼, 나는 네가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어. 네 안에 있는 유령이 소학생이라는 게 문제긴 한데, 그만큼 그 유령을 네가 잘 일깨웠으면 좋겠고…… 미오야.”
“엥??”
“네가 아이코 좀 잘 돌봐줘라.”
미오는 내 말에 황당하다는 반응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사무실로 돌아오니 타케우치 선배와 이마니시 부장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버스, 찌그러졌다면서요?”
“네, 그거 뒤처리 좀 한다고요. 사망자는 없으니 다행이죠. 근데 왜요?”
“그게 말이네, 위에서 자네가 이거 관련으로 조사하는 걸 알았나 보네.”
부장님의 말에 나는 직감했다. 위에서 이거 관련으로 조사 중지 또는 손 뗄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손 떼랍니까?”
“일단은…… 조사 중지 및 지금 있는 자료들을 다 파기하라는 거 같더군요.”
그때 나는 직감 했다. ‘치히로 그 여자가 다 불었구나.’라는 걸……. 생각해 보겠다 하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카나데가 물었다.
“표정 안 좋네?”
“다 보여요?”
“투명 인간이라고 해도 내 눈엔 다 보인다고? 그리고 다 들었어. 조사를 중지하라고 했다며? 어떻게 할 거야?”
카나데의 말에 나는 자리에 앉아서 내 방의 일정 판을 확인했다. 일정판 밑에는 내가 작은 글씨로 몰래 적어놓은 아이들의 초능력이 적혀있었다. 그걸 보면서도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조사를 중단하라니.”
나는 한숨만 쉬면서 말했고 듣고 있던 미유씨가 되물었다.
“조사를 중단하라면…… 나중에 가면 프로듀서씨는 저희를 못 맡는 거 아닌가요?”
나는 그 말에 잠시 머리가 아팠지만 그건 나중 생각으로 미루기로 했다. 미유씨의 그 말은 생각지도 못한 것인데, 정말 변수가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일단, 다들 다 레슨…… 다녀오시는게 나을거 같아요.”
“응, 그런데, 치아키씨는?”
“유미하고 웨이트 연습하러요. 아리스하고 아나스타샤는 오늘 오프니…… 일단 이정도면 될 거 같…….”
그때에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급하게 전화를 들었다.
“네, 프로듀서입……, 어, 유이? 왜? 야, 진정하고 말…… 치나츠씨가???”
이젠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넘어서…… 행동밖에는 답이 없다고 느껴졌다. 유이에게 어디인지를 물어서 찾아간 곳은 트레이닝실, 거기엔 트레이너 자매의 혹독한 지옥훈련? 아니, 도대체 뭔 훈련인지도 이제는 모를 훈련을 버텨낸 치나츠씨가 반쯤 초점이 없어진 눈으로 서 있었다.
‘젠장. 이 미친 인간들, 뭘 만들어내는 거야?’
“프로듀서?”
치나츠의 말에 내 정신이 잠시 돌아왔지만 치나츠씨의 눈은 아직 완전히 초점이 돌아오지 않았다. 일단 나는 치나츠를 의무실로 가게 한 다음 유이에게 말했다.
“유이쨩??”
“에? 프로쨩, 왜?”
유이는 긴장한 듯 나에게 물었고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고서 말했다.
“일단 유이, 너 나 좀 도와줄래? 미오, 아카네하고 같이 가서 다른 애들 좀 불러줘.”
“다른 애들이면 프로쨩이 담당하는 애들? 아냐쨩하고 아리스쨩도 불러?”
“응. 그리고…… 이왕이면 프로덕션이 아닌 다른 곳으로 불러.”
“에??”
“내 말대로 해.”
남은 카드는 이것 하나뿐이다. 그녀들에게 걸린 저주의 근원지에서 그녀들을 탈출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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