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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sk - pt.2

댓글: 2 / 조회: 864 / 추천: 1



본문 - 09-29, 2021 23:35에 작성됨.

원안 : weissmann님의 '[주사위] 당신의 아이돌은 초능력자가 되었습니다!'
p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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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언론에서도 매일매일 아이돌들 관련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기자들도 우리 프로덕션 앞을 서성일 때, 내 머릿속은 미친 듯이 팽이처럼 돌고 있었다. 어제는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한창 일할 때 문 앞에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서 들어오라고 했더니…… 문이 슥 열렸고, 웬 거인이 한 명 나타났다. 키라리씨는 아닌데? 테이저건을 꺼내려고 했더니 들리는 목소리는 ‘저예요. 프로듀서’라는 말. 누군가 해서, 자세히 보니…….

아이바 유미씨였다. 저 꽃을 좋아하는……, 아니 내가 종종 머릿속이 꽃밭이라고 부르는 유미씨의 몸이, 근육덩어리가 되었다. 그것도 이게 그냥 근육이 아니라, 미스터 올림피아에 나가도 될 수준의 근육이다. 아니, 여성이 저런 근육을 가지려면, 적어도 진짜 둘 중 하나여야 한다. 하나는 고칼로리 음식을 매일 섭취해 체중을 늘리고,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근육을 키우거나, 하나는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을 하든가…….
“뭐에요??”
“그…….”
그런데 목소리는 평상시의 목소리네. 얼씨구. 그럼 약물은 아니네?

“그게, 말이지…….”
“네?”
“코우메양이 데리고 다니는 ‘그 아이’ 알지?”
“코시미즈씨는 이야기만 들어도 기절한다는 ‘그 아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응.”
유미씨의 말을 대충 정리해 보면, 코우메양이 화단을 지나가다가 유미씨가 정원 가꾸기를 하는 것을 보고, ‘도와줄까?’라 한 것이 이렇게 됐다고 한다. 대충 듣자 하니, 하필이면 그때 화단의 흙을 정리할 타임이라고 하니까, 그런 모양인데…….
한숨을 쉬면서 코우메양에게 뭐라 할까 생각했지만 유미씨가 반대했다. 대충 들어보니 이 정원을 가꾸고 풀과 나무, 꽃을 다듬는 일이 상당히 신중해야 하는 일이고 동시에 많은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꽃 만지는데 힘 조절 잘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아니요? 오히려 이게 좋은데요.”
나는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유미씨 말을 듣고 잠시 뒤에 따라가서 보니 오히려 더욱 섬세하게 꽃을 만지고 있어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것도…… 좋은 건가? 싶지만, 이걸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거잖아?

근데 진짜 문제는 다른 쪽이지. 그래, 아가씨가 근육이라니…… 그건 좀, 진짜 균형이 안 맞는다고?

“아무리 그래도 문이 박살나면 어떻게 해요.”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흑발의 아가씨인 쿠로카와 치아키, 이 아가씨가 문을 박살 냈다고 하면 믿어질까? 그런데 그건 사실이었다.
“미안해, 조절을 못 할 거 같아.”
“아니, 그건 됐고요. 나중에 부장님께 말씀드려서 문 다시 달아달라고 할게요.”
한숨을 쉬면서 말한 나지만 치아키씨의 몸을 자세히 보니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게다가 목소리도 조금 다른거 같다.
“약간 저음인데?”
“그래??”
치아키씨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를 설명했다. 물론 중간에 근육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충 정리해 보면, 또 센카와씨……라는 결론이…….
“그러니까, 센카와씨와 고민을 주고받았는데…….”
“센카와씨가 특제 ‘스태미너 드링크’를 마시고 잠들었더니 이렇게 됐어.”
“옷은요?”
“일단 아무거나 갈아입었어.”
“옷 너무 꼭 껴 보이는데요?”
“그렇지. 그나저나, 프로듀서. 나 어때?? 멋있어 보이지 않아?”
“멋이야 그렇다 치고 부모님께서 아시면 기절하실텐데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아가씨’가 되기 위한 영애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이제야 느꼈는걸?”
나는 그 말에 한숨을 쉬었다. 물론 한 집안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 체력은 필수라지만, 이건 좀…….
“심한 몸이 되어버린 건 정말 미안한데, 내 마음은 변치 않아. 곱상한 자태만이 아름다움이라 여기던 것은 나의 '편견'이었네.”
“정말이세요? 저 문을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시나요?”
나는 한숨을 쉬고서 치아키씨 뒤의 문을 다시 가리켰고 치아키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한 거니까.”
“부탁인데 제발 약물로 근육을 단련하려고 하지 마세요.”
“잘 알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함께…… 웨이트 어때? 함께라면……조금은 덜 부끄러울 것 같으니까. 괜찮지……?”
“아이바양 붙여드리겠습니다.”
“에, 너무하네.”
“거기도 똑같아요.”
치아키씨를 겨우 설득시킨 것도 힘드네. 진짜 센카와씨, 무슨 생각이야?


“쿠로카와 군도 그런 상태인가?”
“네, 유미하고 같이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거로 주선해줬습니다.”
옥상에서 이마나시 부장님은 그 말을 듣고 나에게 되물었다.
“둘 다 같은 초능력이라니…… 원인도……같나?”
“아뇨, 다릅니다. 아이바 양은 코우메가 데리고 다니는 ‘그 아이’에게 빙의되었고, 쿠로카와 씨는 센카와씨의 그 드링크…… 때문입니다. 칸자키 양과 닛타 양과 똑같은 문제죠.”
잠깐 정적이 흘렀고 부장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성인조 중 와쿠이 루미란 친구 알지? 자네 담당이기도 하던데.”
“제 담당이죠. 미유씨하고도 가까운 분 아닙니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인데, 왜죠?”
부장님은 한숨만 쉬시고 입을 여섰다.
“지금 연락이 안 되네. 혹시 몰라서 자네에게 내가 연락처를 줄 거니, 자네가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돌아오라 해주게.”
“알겠습니다.”
나는 부장님으로부터 루미씨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옥상을 내려와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잠시 기록을 살펴보던 나는 걱정이 앞섰다. 뭔 말이 나올지…… 치아키씨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터질까?
나는 일단 자리에 앉아 부장님이 주신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루미씨?”
“프로듀서씨?”
전화 반대편으로 루미씨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접니다. 지금 어디세요?”
“말 못 해.”
루미씨의 말에 나는 당혹스러웠다. 이게 뭔 일이야? 그러자 루미씨가 나에게 제안을 던졌다.
“만나고 싶어. 다만, 조건이 있어.”
“말씀하세요.”
“혼자 와.”
나는 당혹스러워했지만, 일단은 그녀의 말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루미씨가 말한 곳은 도내 중심에서 떨어진 한 카페테리아였고 시간도 그녀가 지정했다.


아츠미 건을 대충 처리한 나는 루미씨가 지정한 곳으로 찾아갔고 그곳에는 루미씨가 초췌한 상태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요즘…… ‘그 건’으로 인해서 동분서주 중이라며?”
“네.”
나는 루미씨에게 뭘 마실지를 물어보고서 주문했고, 곧이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가 나왔다. 서로 한 모금씩 마신 후 루미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 ‘그 건’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 거 같아.”
“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나는 다시 루미씨에게 물었지만 루미씨가 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회사가 아이돌들을 실험체로 쓰고 있어.”
“농담이시죠? 루미씨?”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난…… 당신에게 농담 따윈 하지 않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키워온 아이돌이 사실은 ‘미시로 그룹’, 즉 미시로 프로덕션의 모기업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던 ‘이능력자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였다니 이게 당사자의 고백이라고 해도 믿을 수 없다. 나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길 원했지만 루미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째서 그걸 그녀가 알았는지도,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어떠한 계기로 루미씨의 능력이 발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미씨가 아까 한 말과 그녀의 이야기들을 대충 들어보니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너무 남용하고 있다.

특히나 그녀가 아이돌이 된 계기이자 그녀가 가진 내면의 어둠은 설익은 능력을 좀먹으며 제어장치 없이 폭주하고 있다. 평소엔 차분해 보이는 루미씨이지만 싫은 기억 앞에선 그녀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루미씨는 나와 상담하면서, 의외로 모든 일을 쉽게 털어놓았다.

최근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꼴보기 싫었던 상사가 탄 엘레베이터를 단순히 생각만으로 원격 조종하여 최상층에서 줄을 끊어 수직 낙하로 즉사시켜버리거나

자신을 따돌리거나 괴롭힌 옛 동료들에겐 차의 브레이크를 고장내서 급발진하는 차를 오다이바 만에 익사시키거나,

요리 중 가스를 노출시켜 산 채로 태워버리거나 병원 진료 도중 기기 오작동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등의 질 나쁜 상상을 했다고 태연히 말했다.

나는 그녀의 상상들이 현실이 되어 불과 며칠 전, 의문사 혹은 사고사로 뉴스에 부고 소식으로 보도된 것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 면면이야 다들 꽤나 유명한 사람들이니까, 나도 아침 뉴스에서 본 적은 있지만, 그게 이 이유 때문이라니, 맙소사.

“이런 놀라운 능력을 얻은 뒤에 한다는 일이 고작 나 자신의 복수라니…… 나, 참 한심한 여자지?”

초점 없는 눈으로, 카페테리아 창문 아래에서 햇볕을 받아 기분좋게 배를 드러낸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명색이 프로듀서란 놈인데, 이게 뭐야?

“이런 능력을 얻고 있음에도…… 고양이 한 마리 쓰다듬어줄 수 없는 사람이라 미안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슬피 울었고, 나는 그녀를 달랬다. 그리고 헤어진 나에게 루미씨의 문자가 들어왔다.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시신을 잘 싸서 고향 인근 가족 묘역에 납골해 달라는 문자였다.

그렇게 루미씨와 상담을 한 며칠 후엔 루미씨의 전직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들에 큰 폭발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엔 루미씨의 전직 회사 본사가 화재에 휩싸였다. 나는 기사를 보고서 이렇게 생각했다.
‘설마, 복수를 끝낸 후 스스로 죽어버릴 생각인 거였어?’라고. 그래서 미후네씨에게 급히 전화해 보라고 했지만, 들려온 건 잘못된 번호라는 것이다. 뭐냐고, 도대체.

그리고 며칠 후, 또 한 명이 사고로 죽었다.

부고 소식에 적힌 이름은
와쿠이 루미.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미유씨가 보여준 기사를 통해 부고 소식 난 것을 본 나는 황망했지만, 즉시 병원으로 향했고, 후미카와 미나미, 치아키씨가 동행했다. 유족이라고는 부모님밖에 없었고, 루미씨가 유언을 보낸 사람이 나 한 명뿐이었기에 내가 유언 집행을 위해 갈 수밖에 없었다.
“사망 원인은요?”
“사고사래. 루미씨는 시신을 화장해서 고향인 히로시마 인근의 가족 묘역에 묻어주길 원했나 봐.”
“정말 사고인가요?”
후미카의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모르겠어.”
나는 엔진의 rpm을 괜히 올려서 병원으로 급히 이동, 병원에서 루미씨의 묵념을 빌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루미씨의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녀의 영결식을 함께 한 후, 그녀의 유족에게 납골함을 인계했지만 치아키씨도 그렇고 유족이 오기 전까지 상주의 역할을 대행한 3명 모두 한탄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모르겠어. 다만…….”
아리스의 질문에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나서 말했다.
“내가 보기엔 이건 사고라고 볼 수 없어. 누군가의 테러가…… 의심돼. 루미씨가 한 말이 계속 내 마음속에 걸려.”
죽은 루미씨의 말이 내 가슴속을 계속 파고든다. 도대체……


루미의 영결식을 치른 그 시간, 프로덕션 내.
“재계 서열 00위이던 XX그룹에서 임원진들의 잇따른 사고사 및 의문사, 생산설비의 폭발 혹은 화재로 주가가 대폭락했습니다. 중심 임원들이 대거 사망하여 XX그룹은 현재 회복 불가 수준입니다.”
“……순조롭군. 속히 다음 단계로 진행하도록. 가능하면 우리에게 유리하게 인수·합병할 조건을 만들어.”

조간신문의 부고란을 슬쩍 바라보던 전무는 치히로의 보고를 무표정하게 들었다.

“저…… 전무님?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이미 그녀가 죽기 전에 ‘그 사람’에게 그룹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 같습니다만.”
"알아서 처리해."
말을 들은 전무는, 피곤하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치히로는 엷게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반짝였다.
“조용히……처리하겠습니다.”
‘방해되는 이들은 모두 처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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