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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와 프로듀서의 전해지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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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0, 2021 22:51에 작성됨.

여느날처럼 평범하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빈공간에 활자가 채워지듯 조용한 사무실엔 키보드의 달칵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가끔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들리는 종이 팔락거리는 소리와 키보드 소리로만 가득찬 이 사무실

문장의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으며 잠시 기지개를 켠다


"으그극...하아아아..."


양팔을 높게 뻗어 좌우로 구부린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나 사무실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어느덧 3시 20분을 지나고 있었다

이쯤하면 잠시 쉬어도 되겠거니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탄다

은은한 커피향을 맡으며 한모금 마시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의자의 푹신한 감각이 몸을 받아들이며 잠시 늘어져있자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프로듀서~ 오늘도 또 늘어져있는거야~?"


이치노세 시키

내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며, 남몰래 좋아하고 있는 사람


"늘어져있다니...네가 귀신같이 쉴때만 되면 오는거잖아..."

"그건 프로듀서가 쉬는 타이밍을 잘못잡는게 아닐까?"

"...뭔 말을 못하겠네..."


시키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소매가 긴 백의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오셨을까?"

"딱히?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오는곳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시키의 말에 맞장구 치며 다시 커피 한모금

쌉쌀한, 그러면서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시키는 그런 나를 보더니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는 왜 커피를 마시는거야?"

"왜냐니...잠 깨려고 마시는것도 있고...좋으니까 마시는거지..."

"그러면 내가 준비해둔게 있지!"


그렇게 말하며 백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뺀다

언듯 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그 기다란 소매에 가려진것임을 알고있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름하여 시키님 특제 각성제!"


그렇게 내 책상에 내려놓은 것은...

내용물의 변화를 막기 위한 색깔이라는 검은색의 유리병에 담긴 수상한 액체

물론 뚜껑은 닫혀있어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수상하다고 느꼈다


"지금은 이걸로도 충분할거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머그잔을 흔들어보이자 시키는 그정도쯤은 예상했다는듯


"자, 자, 그런 말 하지 말고! 지금 일은 얼마나 남았는데? 남은것도 금세 끝내버릴정도로 좋은거라구?"

"너, 내 일이 얼마나 남은줄 알고 그런 소리 하는건데?"

"이제 대충 마무리만 하면 끝이잖아?"


...사실이었다

최근 시키가 오기전에 끝내고 어울려주려고 했기에 일은 되도록 일찍 끝내려 했었다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일찍 왔을 뿐


"하아...그래...근데 그런거라면 더욱 더 마실 필요가 없지 않아?"


그 말이 정곡을 찌른것인지 시키는 인상을 찌푸리며 날 째려봤다


"흥, 필요없으시다? 이젠 달라고 해도 안줘!"


조금 토라진듯한 표정으로 병을 낚아채 다시 자신의 주머니로 넣었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시키의 어깨를 붙잡고는


"안마신다고 한적은 없는데?"

"뭐야? 이미 늦었는데? 버스는 떠났는데?"


...아무래도 삐진거같다...

작게 한숨쉬고서는 시키가 주머니에 넣기 전에 병을 빼앗아 들었다


"버스가 떠나도 다음 버스는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잠겨있던 유리병의 뚜껑을 따니 살짝 달짝지근한 향기가 병 입구에서부터 피어오른다


"...그런다고 봐줄거같아?"

"그럼 어쩔수 없는거고..."


시키를 향해 살짝 웃어보이며 병의 내용물을 단숨에 삼킨다

시럽과 같은 끈적한 느낌이 목을 통해 넘어가고 이내 입안엔 달콤한 맛이 감돌았다


"그래서...이건 뭔데?"

"말했잖아, 특제 각성제라고..."

"그런것치고는 딱히 변화가 없는데..."

"세상 그 어떤 약이 먹자마자 바로 효과가 나겠어? 몸에 흡수되는 시간이 걸리는건 당연한거야"


시키는 성적나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검지를 튕겨 내 이마를 때렸고

그닥 아프지는 않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근데 맛은 되게 다네..."

"먹기 좋게 배려해준거야! 나한테 감사하는게 어때?"

"네에 네에..."


그렇게 입맛을 다시며 입안에 남은 단맛을 음미한다

시키는 그런 나를 보고서는 이상하다는듯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일 마저 안끝내는거야?"

"응?"

"어차피 마무리만 하면 되는거잖아? 그럼 어서 빨리 끝내버리지 그래?"

"그거야 그렇긴 한데..."


만약 내가 평소보다 일찍 끝내고 시키랑 노닥거린다는걸 알면 더 많은 일이 주어질테지...

그것만큼은 사양이다


"퇴근시간 전에만 끝내놓으면 되는거니까"

"적당히 농땡이 피우시겠다?"

"일이 늘어나는건 별로 달갑지 않으니 말이지"

"그건 나도 공감~"


서로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이며 소파에 마주보며 앉았다

병에 담긴 내용물을 다 마셨음에도 남은 커피가 아까워 홀짝거리며 맞은편에 앉은 시키를 바라본다

소파에 앉아 양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생긋 웃으며 날 마주봤다

...이렇게 보니 더 예쁜거같네

괜히 머쓱해져서 시선을 돌린다

왠지 심장이 쿵쾅거리는거같은데...


"왜그래 프로듀서? 뭔가 상태가 이상해?"


소악마같은 웃음을 지으며 물어오는 시키

그에 나는 본심을 숨기고 헛기침을 한 뒤 대답했다


"별건 아니고...각성제면 카페인이잖아? 약간 심장이 좀 과하게 빨리 뛰는거같아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빨리뛰긴 하니까...


"이상하네? 그런 성분은 최대한 줄여보려고 했는데 잘 안된걸까?"


정말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이며 검지를 턱에 대는 시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저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시키는 잠깐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곧 귀찮다는듯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 몰라~ 처음 만든건데 부작용 한두개정도는 있겠지 뭐"

"그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먹이는거야?"

"난 먹인적 없는데? 프로듀서가 멋대로 먹은거잖아?"


소파에 드러누운채로 옆으로 흘겨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시키

괜히 또 마음이 이상해질것같아 시선을 돌리며 다시 커피 한모금

입안의 쌉싸름함으로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한다


"그래서 원래 노렸던건 뭔데?"

"말 그대로 각성제...인데 조금 특별한?"


소파에 누운채로 소매를 파닥거리듯이 흔들며 설명하는 시키


"원래 노렸던건 각성이 맞아, 근데 조금 다른걸 각성시키는거지"


몇번 흔들다가 그대로 가만히 위로 뻗은채로 두니 중력에 의해 소매가 걷혀 흰 손이 드러났다


"정신적인 각성, 이건 잠이 안오게 만드는거라고 할수 있고 내가 만든건 다른 각성도 촉진시키는? 그런 느낌으로 하려고 했어"

"다른거 뭐?"

"심리적인거?"

"정신적인거랑 심리적인거랑 그게 그거 아냐...?"

"그럼 잠 안오는걸 육체적인 각성이라고 하지 뭐"

"여전히 대충대충이네..."


시키가 위로 뻗은 손을 쫙 펼쳤다가 이내 뭔가를 움켜쥐듯 오므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원했던건 좀 더 솔직해질수 있는 그런걸 만들고 싶었다는거지..."

"그건 각성제라기보단 자백제 아냐?"

"그럴지도?"


부정하지 않는건 시키답다면 시키답다고 할까...


"그래서, 자백제 만들어서 뭐하려고 했던건데?"

"자백제라고 하지마~ 만들땐 엄연히 각성제였으니까~"


살짝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젓는 시키


"그냥...그냥 살짝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을 뿐이야..."

"그런건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

"...싫어...부끄러운걸..."


그렇게 말하고 내쪽을 슬쩍 흘겨보던 시키는 등받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시키를 보니 순간 본능에 몸을 맡길뻔했다

...하지만 난 프로듀서...시키는 아이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겨우 버텨낸다

부끄럽다고 한걸 보니 아마 붉어진 얼굴을 보이는게 싫은거겠지...

나는 그런 시키를 보고 작게 웃어보이고는 남은 커피를 전부 마셔버렸다


"그럼 난 잠시 뭣좀 사올게"

"아이돌을 사무실에 혼자 두고 도망치는거야?"

"조금 마음의 준비라도 할 시간을 주는거라고 생각해줄래?"

"...말 안할건데..."

"혹시 모르지, 다녀오는동안 마음이 바뀔지도?"

"..."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을 나서려는 나를 시키는 소파에서 빼꼼 고개만 내밀어 째려봤다

마치 괘씸하다고 눈으로 말하는듯한...

그런 시키가 더욱 귀엽다고 느껴져 피식 웃어보이고는 가까운 카페에서 쇼트케이크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녀왔어"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사무실

또 제멋대로인 성격으로 어딘가로 가버린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책상에 쇼트케이크를 내려놓으려 다가가니 아까 그 소파에 드러누운채 그대로 잠들어있었다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잠들어있는 시키...

셔츠의 단추는 귀찮았는지 위의 몇개만 잠가놓았고 그덕에 시키의 배는 무방비하게 드러나있었다

뽀얀 살결이 눈에 들어왔고 당황하며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이번엔 부드러운 곡선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몇번이고 드러냈던 다리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것은 또 처음이였고...

이대로 있다간 저질러버릴거같아 잠시 자리를 뜨기로 했다


"후우...잠시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군..."


그렇게 말하고 사무실 문을 닫고 [잠시 외출중] 이라는 팻말까지 걸어두고 회사 옥상으로 향했다


...

......


그리고 사무실 안


"...바보"


시키가 굉장히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위에 덮혀진 코트를 치웠다


"쓸데 없는데서 신사적이라니까..."


그리고선 코트를 붙잡고 스으 스으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하아...프로듀서는 바보..."


그리고 이내 부끄러운듯 코트에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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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고 순애물이 끄적여지고 싶었을 뿐입니다...좀더 달달하게 쓰고싶었는데 제 필력의 한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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