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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토막글 경연대회] 이치노세 시키 「Inj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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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6, 2021 06:23에 작성됨.



박제가 되어버린 두 사람을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나는 여인과의 생활을 설계하는 두 사람을 보며 한 발만 들여놓고 백지를 쳐다보며 낄낄대오. 그 속에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 된 모양이오. 굿바이.


옥상. 어느 건물의 옥상인지 나는 모른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것도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내 옆에 있는 소녀에 대한 것은 어째선지 술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를 소개하자면, 날개가 있다면 해맑은 미소와 함께 하늘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은 소녀다. 바벨탑의 꼭대기에서도 주저 없이 날개를 펴고 활강할 소녀다. 날개. 그래, 날개가 있다면 그녀와 함께 푸르른 창공으로 뛰어들 수 있을거다. 실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정말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서일까. 어제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옆에 있는 소녀는 언제고 내 옆에 있었다. 그러니 달라진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혈관. 그래, 혈관이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가 내 혈관에 주사를 놓았었다. 내가 병원에 갔던가. 그 진위는 알 길이 없다. 주사를 놓은 것이 간호사였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상대가 흰색의 가운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사람이 천사인지는 알 길이 없다. 백의의 천사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겠지. 하얀 날개와 함께 날아오지 않았겠지. 기분 나쁠 정도로 수많은 플라스크와 형형색색의 화합물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눈앞에 있다.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있다. 하늘도 날 수 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내 입가를 쓰다듬을 수도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말로 내가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말할 수도 있다. 고양이. 그 생명체가 나를 보듬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옥상. 어느 건물의 옥상인지 나는 모른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것도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에 대해서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는 알 수 있다. 어째선지 내 옆의 소녀에게서는 진한 향수 냄새가 난다. 퍼퓸 트리퍼랬던가,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 것 같은 기억은 난다. 그러나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른다. 지금의 나 자신을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그저 알 수 없는 내용뿐이다. 나에게 이 귀여운 고양이입 소녀가 달라붙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냐옹. 소녀의 입에서는 귀여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소녀의 팔은 마치 극이 다른 자석처럼 내 팔에 달라붙어 있다. 따뜻한 체온의 향기가 난다. 이 향기를 나는 알고 있을까. 기억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천사여, 백의의 천사여. 이름 모를 그대는 아무래도 내 혈관에 사랑과 애정과 질투와 결합 욕구의 혼합 호르몬을 주사한 모양이오. 그대의 흐름에 내 피와 살점과 슬픔과 기쁨이 함께 흐르고 있소. 마치 날카로운 바늘 같소. 살을 파고 들어가 나는 알지 못하는 혼합물 -혹은 그저 식염수일지도 모르겠소- 을 주사하는 자침 말이오. 언제나 그대를 향하는 가는 쇳조각이 흐르는 대로 사랑 또한 흐르오.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의 실체인지도 모르겠소.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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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I get a pure injection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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