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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토막글 경연대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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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2, 2021 21:54에 작성됨.

유키미 "행복이란…… 뭘까……?"


나의 스캐너로 고정된 시선이 돌려진 건 한 순간이었다. 사실 갑자기 10살밖에 안 된 저 아이의 입에서 저런 원론적이고 상대적인 질문을 듣게 되는 것 자체가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이 제일 커다란 이유겠지만, 문득 존재 자체가 나에겐 행복인 이 귀여운 천사가 뜬금없이 이 질문을 하게된 동기가 제일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는 입을 열어 되물었다.


리버P "음, 뭘 접하면서 그리 생각했을까? 우리 공주님?"

유키미 "넷플릭스……"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긍정적으로는 흡수가 빠른 요즘 시대같은 순수함, 부정적으로는 유해한 콘텐츠까지 필터링 없이 빨아들이는 재난과도 같은 만감이 교차하며 머리로는 복잡했지만, 그래도 이런 천사에게 아직 이런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 빨리 내리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침착하게 타일렀다.


리버P "아직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거나 고민을 하기엔 유키미에게 조금 머리가 아플거야."

유키미 "응…… 여기에서도…… 정답은 없어…… 라고……"


그래도 대략적인 이 드라마의 정보를 눈으로 보니 공포나 고어, 스릴러같은 것은 아닌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하이틴계 드라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을 했고, 이 기세를 몰아 나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리버P "그러니까 유키미가 나중에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때까지 내가 곁에서 보호해줄게. 지금은 그런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나도 좀 부족하겠지만 너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게."


그리고 의자를 돌려 옆머리와 볼을 살살 쓸어주며 유키미의 눈을 똑똑히 응시하였다. 특히나 머리와 피부에 민감할 소녀의 시기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감싸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섬세함을 신경쓰는 노력 덕분일까? 유키미는 그대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유키미 "후후훗…… 응…… 그래서…… 리버가…… 좋아……"


정말이지 나에게 있어서 유키미 자체가 삶의 행복이라는 것에 엄청난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그렇지만 유키미 또한 내 자체가 행복일까? 어린애의 수준으로서는 당장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중에는 어딘가에 존재할 나보다 멋지다고 느낄 남자를 데려온다 생각하니 왠지 모를 쓸쓸함도 마음 한 구석에서 느끼게 된다. 그러니, 적어도 내가 후회할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이 소녀에게 전력으로 잘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 자체가 나의 행복이니까…


리버P "상냥하네. 미래의 널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다. 그치?"

유키미 "……? 난…… 지금의…… 리버가…… 제일…… 맘에…… 드는 걸……?"


분명 순수함에 하는 말이겠지. 그냥 내가 용모가 단정해 보이니까 한 말이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내 입가에는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는 걸까. 진정하자, 입꼬리야! 아아아아악! 난 정녕 천사를 보고있나! 진짜 그거 반칙! 삐삑! 화술이 아니라 치트키를 쓰고 있는 수준이잖아!


난 내 목구멍 속에 맴도는 혼잣말을 겨우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애써 최대한 신사적인 척하며 다시 습관적으로 숨을 돌리고 말을 하였다.


리버P "고마워. 유키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내가 유키미에게 그런 소릴 들으니 엄청나게 기쁜 걸?"

유키미 "후흐…… 이런 것도…… 행복인걸까……"

리버P "그럴지도 모르지? 행복의 기준은 스스로 느끼기 나름이니까."


어떻게든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를 짓기 위해 다시 한 번 최대한 상냥함을 담아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주 해줘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제법 진심으로 미소를 보이고 그 세밀한 웃음소리만으로도 내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하기엔 충분했다.


유키미 "후훗……"

리버P "그러니 앞으로도 함께 행복을 꾸려나가자고."

유키미 "응…… 리버랑…… 함께면…… 행복할거야…… 쭉……"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내 심장에 마지막 확인사살(?)까지 빠짐없이 해내는 유키미의 모습을 보며 팔 사이로 아예 얼굴을 묻어버렸다. 하늘에 햇빛이 쏟아지고 위로는 천사의 깃털이 흩날리고 그 앞으로 무지개가 걸리는 느낌이 예전까지만 해도 마냥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유치한 생각에 공감이 가는 순간이었다.


유키미 "……? 근데…… 리버…… 지금…… 일하고…… 있지않아……?"


그런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해준 것은 유키미의 한 마디였다. 하긴, 여긴 내 이름이 버젓이 걸린 소속사 사장실인데 그런 사장이 되어서야 게으르면 안 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게으름이 몰려오는 이유는 여기 자체가 워낙 첨단으로 단장한 탓이 제일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방금의 유키미의 상냥한 마음 덕분에 다시 일에 의욕이 생겼고, 그 기세로 다시 스캐너에 눈독을 들일 마음이 생겼다.


유키미 "이제…… 하고…… 있나보네……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젠장, 순간 또 집중이 안 될 뻔했다. 이건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소녀가 할 법한 행동이라고 내 직감이 얘기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아니라고 계속 되뇌이며 겨우 이성을 찾아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역시 가슴 한 켠에는 그런 미련들이 남아있어서 마냥 스캐너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스캐너 보고 유키미 표정 보고를 반복하다보니 오늘따라 더욱 업무에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유키미 "으음…… 피곤해…… 물…… 마시고 올게……?"


그러고 나가는 짧은 시간에는 유키미가 시야에 안 들어오니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싶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혹시 어디서 사고나고 그러진 않을까 싶은 불안감에 오히려 더욱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무사히 문 너머로 익숙한 유키미의 구두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애써 스캐너에 시선을 맞추기에 바빴다.


- 또각또각또각… 덜컥!


이런 느낌이나 상황만 해도 오늘 몇 번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유키미의 눈동자는 넷플릭스를 향하다 말고 또렷하게 나의 옆모습만 응시해오는 다소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시선이 자꾸만 느꺼진다. 아마 오늘은 유키미의 일을 핑계로 조금 길게 사장실에 짱박혀 있게 될 것 같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도 내 얼굴만은 화끈거리는 기이한 공기가 사장실에 내내 불어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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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뜬금없이 대회용 글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냥 내 발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해 먹는 버릇이라도 들어서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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