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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하마 아유무 『Can i Get my shinin'?』-2-(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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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9, 2021 08:38에 작성됨.

오빠가, 그런 소리를. 왜? 잠깐만. 오빠가 있다고? 그러고보면 오디션 때 그렇게 듣긴 했는데.....뭐하는 사람이지?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아유무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해야되는데.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프로듀서를, 아유무는 괜찮아괜찮아하며 진정시켰다.


"아하하, 프로듀서도 그렇게 놀랄 때가 다 있네."

"아마 누구라도 놀랄 걸. 혹시 사이 안 좋아?"

"그럴 리가! 전에 말했잖아. 내가 댄스를 시작하게 된 건 오빠 때문이라고. 지금도 종종 연락해. 오빠가 많이 바빠서 못 받을 때가 많지만."

"에.....아아, 그래. 그러면 왜?"

"글쎄, 왜일까나?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자조적인 어조로 중얼거리던 아유무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프로듀서에게 천천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 날은 평소와 그렇게 다르지 않았던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오빠가 일하고 있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던 아유무는, 할 말이 있으니 잠깐 와보라는 오빠의 말에 별 생각없이 졸졸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휴게실이었다. 원래 두세 명쯤은 항상 여기서 노닥거리곤 했는데, 그 날은 한 명도 없었다. 


어라, 조금 이상한데. 


아유무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였다. 지금까지 등을 보이던 아유무의 오빠는 그제서야 아유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너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차가운 말을 던졌다.


-에? 에엣....?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유무는 말없이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의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었다.


-진짜야? 뻥이지!? 응? 농담이라고 해줘. 혹시 오늘이 만우절이었던가?


그게 무서워진 아유무가 괜히 너스레를 떨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건 무거운 침묵이었다. 아유무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하, 하하....하.


억지로 내는 웃음소리마저 완전히 사라졌을 때였다. 아유무의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계속 있어봤자라고 생각해.


아유무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목 안이 바짝바짝 말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유무는 결국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서둘러 짐을 싸고는, 자신의 부모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 나.....일본에 돌아갈래.


라고.


"그래서.....일본에 돌아온 나는, 이제 뭘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했어. 그러다 아이돌을 만난 거야. 아이돌이라는 건 말야, 정말 대단했어.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났다고 해야할까. 그게 정말 부러워서, 그렇게 되고 싶어서. 나도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지원했던 거였어. 그랬는데. 저번에는 어쩌다 그런 꿈을 꿔버려서. 걱정 마. 항상 그런 건 아니니까. 꽤 오랜만에 꾼 건데, 역시 기분이 이상해진다니까."


긴 이야기를 끝낸 아유무가 지쳤다는 듯 고개를 푹 떨궜다. 프로듀서는 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아유무가 한 이야기들을 머리 속에서 정리했다.


"그랬구나."

"응. 근데 있잖아, 아이돌이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

"그렇지."


프로듀서가 이리저리 흐트러진 분홍빛 머리를 한데 모아 정리해주었다. 아유무는 웃음을 약하게 흘리며 말했다.


"왜 오빠가 그 때 그런 말을 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충은 알 것 같아. 난 항상 오빠의 뒤에 있었거든."


댄스를 시작한 것도 오빠를 따라서 했던 거고, 유학도 오빠를 따라간 거였어. 거기서 댄스를 많이 배우고, 다른 모두하고도 친해지고, 일을 좀 도와주기도 하고 그랬지. 하지만. 손가락을 꼽아가며 중얼거리던 아유무가 도중에 말을 멈추었다가, 기운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뭐라고 해야할까.....나, 이렇다고 할 결과를 내지 못했거든. 대회에서 상을 탄 것도 아니고. 정식 무대에 올라가서 춤춘 적도 없고. 기껏해야 동네 축제 정도였을까.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게 된 것도 아니고 오빠가 보기에는 참 답답해보였던 거겠지."


아-아-. 분명, 그래서 일본에 돌아가라고 했던 거야. 아유무가 더는 못하겠다는 듯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정말 그럴까?"

"몰라. 그렇지만 그럴 것 같아."

"오빠한테 한 번 물어보는 게 어때?"

"안 돼. 무섭다구. 먄약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앞으로는 오빠랑 절대 이야기 못할 거야....."


꽤나 실감나는 상상을 한 모양인지, 아유무가 우는 소리를 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은 채 그런 아유무를 지켜보았다.


"저기, 프로듀서."

"응?"

"나,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봤던 그 아이돌처럼 반짝반짝하고 빛날 수 있을까?"

"목표는 넘버원이라며?"

"그렇긴 한데....."


아유무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프로듀서는 누워서 레슨룸 천장만을 바라보는 아유무에게 일부러 시선을 맞췄다.


"아유무."

"응?"

"댄스는 오빠가 하라고 시켜서 한 거야?"

"아니. 그냥 하는 게 재밌어보여서."

"계기는 되었을지 몰라도, 계속 한 건 순전히 아유무의 의지였다는 거네."

"응. 언젠가 오빠를 따라서 댄스 스쿨에 견학을 간 적 있었는데, 다들 엄청 멋있게 춤을 추는 거야. 딴하고, 짠하고. 나도 저렇게 춤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까."


으흠. 프로듀서가 도중에 목을 가다듬었다. 아유무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프로듀서에게로 향했다.


"일본에 돌아온 건, 오빠가 그렇게 말해서야?"

"에....."


아유무는 순간, 너무나도 반짝이고 직선적이며, 재빠른 무언가가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는 아유무에게 잠깐 일어나보라는 신호를 주었다.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그 말은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네 의지가 작용했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겨우 몸을 일으킨 아유무가 힘없이 어깨를 떨구었다. 프로듀서 말대로다. 오빠한테 그런 말을 들었어도, 내가 끝까지 미국에서 버티고 있었다면. 그랬다면 일본에 돌아올 일은 없었을 텐데. 일본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이돌과 만날 일도 없었을 테고.....어라?


"얘, 잠깐만. 아유무?"


점점 제멋대로 사고를 하려는 아유무를, 프로듀서가 급히 불러세웠다. 


"저, 저기. 무슨 말이야? 난 아이돌보다는 댄서가 나으니까, 일본으로 도망치지 말고 거기서 쭉 버텨서, 댄서가 되었어야 한다는.....그런 거?"

"아니래두. 댄서가 된 너도 분명 멋지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아이돌인 네가 좋은 걸. 나는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너는 이미 알고 있던 거야. 언제까지고 오빠 뒤에 있을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너네 오빠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해. 너에게는 너만의 빛이 있다는 걸. 자기 곁에 계속 있게 하다간, 그 빛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닐까.더는 쓸데없는 오해를 하지 못하도록, 프로듀서는 아유무를 똑바로 앉혀두고 강하게 말했다.


"네가 일본에 돌아온 건, 너만의 빛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해. 자, 보라고. 그래서 너는 정말 너만의 빛을 찾았잖아."


툭툭. 프로듀서가 아유무의 어깨를 두드리며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제는 완전히 해가 졌는지, 창문 밖은 새까만 어둠. 그렇지만. 프로듀서는 아유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아직 작고, 여릴지 모르지. 그렇지만 여기에 있어. 확실하게."


프로듀서가 아유무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하자, 아유무는 물끄러미 목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뭔가에 푹 찔린 듯한 착각이 들었던 그곳은 아직도 욱신거림이 느껴지는 듯 했다.


"만약 네가 포기한다면, 그 빛은 사라져버릴 거라 생각해. 그걸로 좋은 거야?"

"프로듀서....."

"나는 네가 톱 아이돌이 된 모습을 보고 싶어. 넘버원 아이돌 마이하마 아유무는 과연 어느 정도로 슈퍼할까 기대돼. 너도 보고 싶지? 빛나는 네 모습."

".....응."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지 내게 말해줘. 포기할 수 없게 만들어줄테니까. 아하하하핫!"

"엑, 뭐야 프로듀서. 갑자기!"


한참 진지한 말을 하던 프로듀서가 돌연 악당같은 웃음소리를 내자, 아유무가 질린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 그러니까 더 무서워진다고!"

"무서운 거 알면 더는 약한 소리 하기 없기. 아, 이러면 또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은데.....약한 소리 해도 돼. 그치만 정말로 포기할 생각은 접어주렴."


그 말에 아유무는 가만 눈치를 보고 있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그건 내가 그렇게 말해서야? 아니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야. 역시 누가 뭐라도 목표는 넘버원이지! 두고 보라고! 댄스는 물론이고....그, 노래도 분발할테니니까!"


아유무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끈 쥔 주먹을 높게 치켜들었다. 프로듀서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씩 웃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결심했다. 이 아이돌만의 빛이 온 세상 끄트머리까지 닿을 수 있게 하도록, 물심양면을 다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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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무는 미국에 유학까지 갔다왔으면서 영어 한 마디도 못하고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고소공포증이기까지.....뭔가 하나하나 꼽아보면 결점이라 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은데 이게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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