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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하마 아유무 『Can i Get my shin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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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8, 2021 15:17에 작성됨.

-너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헉."


어두운 방. 그 안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침대에 자고 있던 아유무는 숨을 크게 내뱉으며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방금 그건, 꿈이었다. 그렇지만 안도할 수 없었다. 흔히 꾸곤 하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후아암."


아유무는 찍 하품을 하며 눈가를 매만져보았다. 손 끝에 물기가 느껴졌다. 하품해서 나온 눈물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아유무는 아직 졸린 눈으로 상체만을 일으킨 채 불꺼진 자취방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어둠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윤곽 정도만 보일 뿐이라, 아유무는 바닥을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아 손에 쥐었다. 화면을 켜서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직 새벽 3시였다.


".....다시 자야겠다."


아유무는 휴대폰을 저 멀리 밀어버리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얼마 안가 새근새근하는 숨소리가 방 안에 자리잡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아침. 꿈이 무색하게 가뿐히 몸을 일으킨 아유무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마이갓~!!!!! 지각이잖아!!!!"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말았다.


.....


...


아침은 당연히 스킵. 정말 최소한의 몸단장만 한 채,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뛰어갔던 강의는 결국 지각이었다. 지각을 한두번 한 것도 아니라서 슬슬 위험할텐데. 위기의식 속에서 아침 강의를 마친 뒤, 아유무는 곧이어 다음 강의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에 또 문제가 있었다. 오늘 너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원래 제출하기로 했던 과제를 그만 깜빡 놔두고 온 것이었다. 아뿔싸.....레포트가 가득 쌓인 교탁과 자신의 가방을 번갈아 쳐다보던 아유무가 낙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때였다.


"그러고보면 자네, 아이돌이라고 했었나?"


과제를 점검하던 교수가 아유무를 보더니 대뜸 말을 걸었다. 아유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 라고 우렁차게 답했다.


"그래. 그런데 보아하니 과제를 제출하지 못한 모양이로군."

"아하하, 그게 사정이 좀."

"그렇다고 편의를 봐줄 생각은 전혀 없다네."

"아...."


약간이나마 걸었던 기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마른 웃음을 짓고 있던 아유무의 입가에서 씰룩씰룩 경련이 일었다.


"그, 그럼요. 그게 당연한 거죠. 저어, 실은 제가 과제를 했긴 헀는데 그만 깜~빡 잊고 두고 와서 그런데요....."

"과제 제출 기한은 오늘 강의시간까지라고 미리 공지하지 않았나?"

"마, 맞는데요."

"기한이 지나도 제출은 가능하지만, 그만큼 점수가 깎일 걸 각오해야할 걸세."

"아.....네."


아유무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


...


"으어어어......"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후. 시어터 대개실. 분명 집에 들렀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너덜너덜해진 아유무가 대기실 탁상에 물이 촤아악 쏟아지듯 푹 엎드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곡소리를 내다가, 돌연 쥐죽은 듯 가만 있었다. 그런 뒤 또 몇 분이 지났을까.


"우오옷! 네버 기브업!"


아유무가 기합성과 함께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런 일련의 행동을 아까부터 쭉 지켜보고 있던 프로듀서가 이제서야 입을 열었다.


"뭐하니?"

"에, 프로듀서? 언제부터 있었어.....?"

"네가 여기 오기도 전부터."

"완전 처음부터잖아!!!!"


아유무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크게 소리쳤다.


"뭐 보여준다고 해서 큰일난다는 건 아니잖아?"


프로듀서가 킥킥 웃으면서 말하자, 아유무는  그래도 좀 부끄럽잖아. 하고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오늘 일진이 별로인가보네."


프로듀서가 자연스럽게 대화의 방향을 돌리자, 아유무는 바로 따라갔다.


"그 말대로야 프로듀서. 오늘 강의가 있어서 학교에 갔는데 아침부터 지각에 과제를 두고와서.....여러모로 큰일이었다니까. 이러다 학점이 좀 위험해질지도."


하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쫑알쫑알 이야기하던 아유무는 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그 꿈만 아니었어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꿈?"

"그거.....아니. 별거 아니었어."


아유무가 끝에 나올 말을 얼버무렸다. 그래봤자 아유무는 거짓말이 서툰 쪽에 속했기에, 프로듀서는 금방 알아챘다.


"아유무."

"아, 미안미안. 이제 슬슬 가봐야할 것 같아서 말야. 다음에 이야기하자구!"


아유무가 허둥지둥 시어터 대기실을 나갔다. 프로듀서는 스케줄 앱을 한 번, 벽면에 걸린 시계를 또 한 번 바라보더니 끝에 중얼거렸다.


"아직 가려면 한참 멀었는데....."


.....


...


"으음, 어쩌지. 이번에는 너무 일찍 와버렸나."


프로듀서를 피해 시어터 레슨룸으로 온 아유무는,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지나친 적막감에 몸을 떨었다. 이렇게 된 이상 미리 몸이라도 풀어둘까. 아유무는 레슨룸 구석의 선반에서 CD를 찾아 근방의 탁자에 놓인 오디오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


댄스 레슨에 앞서 간단한 워밍업 때 쓰는, 일정한 박자를 가진 연습곡이 흘러나왔다. 아유무는 거기에 맞춰 매끄럽게 스탭을 밟아나갔다.


"헤이, 헤이, 헤헤이~!"


거침없이 움직이는 팔다리. 자유자재로 취하는 역동적인 포즈. 만족스럽게 몸을 움직인 아유무는 이마에 약간 배여나오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씩 웃었다. 넓고 탁 트인 레슨룸에, 마치 벽처럼 일렬로 둘러진 커다란 전신 거울들. 거기에는 아유무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휴우.이제 몸도 풀었으니 뭐할까. 다른 애들은 언제 오려나? 분명 나 말고도 같이 레슨 받는 사람이 더 있었는데. 아유무는 오늘 있는 레슨에 대해 가만 돌이켜보다, 그만 어깨의 힘이 쭉 빠졌다. 오늘 받기로 했던 레슨은 댄스가 아닌 보컬 레슨이었다는 걸, 아유무는 이제서야 기억해냈다. 오, 노.....아유무는 속으로 탄식했다. 처음보다는 낫긴 해도, 여전히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온갖 지적을 듣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오늘은 얼마나 또 혼날까. 벌써부터 생겨나는 걱정에 아유무는 속이 답답해졌다.


.....


...


그로부터 며칠 후. 앞으로 있을 시어터 정기공연에 대비해, 아유무는 혼자 레슨룸에서 자주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메인으로 나오는 건 없지만, 백댄서로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해가 뉘역뉘역 지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렌지빛 석양에 잠시 눈을 뺏긴 아유무가 멍하니 서 있자, 돌연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아유무가 그렇게 말하자,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이가 있었다. 바로 프로듀서였다. 


"엥? 프로듀서? 무슨 일이야?"


아유무가 묻자 프로듀서는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보러왔다면서 손에 든 비닐 봉투를 흔들었다. 그 안에는 근처 편의점에서 적당히 골라온 아이스크림이 몇 개 들어있었다. 


"오- 생큐!"


내용물이 뭔지 알아챈 아유무가 프로듀서한테 달려왔다. 


"네가 맨 처음이니까 특별히 맘에 드는 거 아무거나 가져가렴."


프로듀서의 말에 아유무는 거침없이 비닐 안에 손을 넣어 뒤적이더니, 새파란 포장지의 아이스크림을 꺼내들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아유무는 바로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슥 벗기더니, 그 안에 들었던 딱딱한 소다맛 아이스바를 한입 와작 베어물었다. 


"으으음~ 역시 이 맛이야."


행복해하는 아유무를 본 프로듀서는 질겁하며 자기 입에 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우왓, 너어. 잘도 그런 걸 와작와작 먹는 구나. 이 안 시려?"

"응. 괜찮은데?"

"역시 젊은 애들은 다르네."


프로듀서는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뒤로하며 레슨룸 구석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는 거기 놓인 작은 냉장고 문을 열어 자기 몫을 뺀 나머지를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프로듀서도 그렇게 그렇게 늙은 건 아니잖아!"


프로듀서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아유무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하하, 그런가."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어넘기며, 한 손에 바닐라 아이스콘을 든 채 아유무의 곁으로 와서는 마루바닥에 털퍽 앉았다. 그러자 아유무도 따라 앉았다.


"연습 잘 되어가?"

"응!"


프로듀서의 질문에 아유무가 시원스럽게 답했다. 다행이네. 프로듀서는 바닐라 아이스바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완전 문제없이 팍팍 나가고 있으니까 기대하라구."

"믿음직스러운데."


아유무가 가슴에 한 손을 얹으며 자신있게 말했다. 프로듀서는 아유무가 아이스크림을 다 먹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자기 몫을 깔끔하게 해치웠다.


"하~ 살았다. 역시 잔뜩 춤춘 뒤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최고라니까. 아, 그거 나한테 줘."


아유무가 구겨진 포장지와 나무막대를 프로듀서 것까지 받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 


"잘 먹었어."

"후후, 그러니."


프로듀서는 입꼬리를 슬쩍 올린 채 아유무에게 말했다. 


"잠깐 이야기 괜찮을까?"

"응? 뭔데?"


아유무가 경계심 없이 프로듀서 옆에 앉았다. 프로듀서는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 때 무슨 꿈을 꿨던 거야?"


엣. 아유무는 온 몸의 털이 쭈삣 서는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는 수상쩍은 웃음을 머금은 채 계속 말했다. 


"꿈 때문에 엉망이었다고 했잖아. 과연 어떻길래 궁금해져서."

"에, 아, 그건."


허둥지둥 일어서려는 아유무를 프로듀서가 제지했다. 


"아까 가리가리군, 잘 먹었지?"

".....설마 이걸 노린 거였어?"

"뭐어, 반쯤은."


농담하던 프로듀서가 아유무를 똑바로 바라봤다. 


"넌 거짓말에 서투니까. 분명 아무 것도 아닐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쯤되면 더 이상 숨겨봤자였다. 하아. 아유무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맞아. 나 있지, 프로듀서에게 거짓말을 했어."

"헤에. 그럼 슬슬 진실을 말해주면 안될까나."

"기억나? 내가 처음 오디션을 보러왔을 때."


아유무가 짖궂은 아이처럼 킥킥 소리내서 웃었다. 응?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에 프로듀서가 의구심을 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유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유무는 시선을 살짝 빗겨가게 하면서 다시 말을 입에 담았다.


"그 때 댄스에 자신감이 붙어서 일본에 돌아왔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거, 거짓말이었어. 어때. 깜짝 놀랐지?"


아유무는 마치 못된 장난을 성공한 것마냥 굴었다. 프로듀서는 동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어?"

"응. 실은 나, 왜 돌아왔냐면-"


너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다정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아유무의 마음 속에 울려퍼졌다. 아유무는 애써 담담하게 그 목소리를 따라 말했다.


"너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 소리를 들었거든. 오빠한테서. 그렇게 말하는 아유무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조금 쓸쓸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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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21538의 망상을 바탕으로 끄적여봤습니다. 생각보다는 그리 안 유열이라서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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