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마바라 엘레나 『판타지스타 걸』 -1-

댓글: 1 / 조회: 614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6-02, 2021 17:07에 작성됨.

"자, 그럼 이번 공연이 무사히 마무리 된 것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어느 시어터 정기공연 뒷풀이 날이었다. 프로듀서와 이번 공연의 주역이었던 유닛 'ARRIVE'의 멤버 전원은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 성공을 자축하고 있었다. 미성년 아이돌이 다수 있는 관계로 이들은 술 대신 주스가 담긴 유리컵을 높게 들었다. 이윽고 짠하고 울려퍼지는, 컵이 부딪치는 소리.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는 신호였다.


"프로듀서쨩~ 좀 있다가는 좀 더 근사한 곳에 가봤으면 하는데. 안될까? 예를 들자면 저기 분위기 좋아보이는 바라던가."

"안 돼요."

"에이. 너무 진지하다~ 농담도 못해?"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사심이 담겨 있던 것 같던데요? 모모세 리오 씨."

"후훗, 들켰나?"

"저, 저어.....프, 프로듀서 씨. 저희들.....잘, 했나요?"

"그거야 당연하지. 카렌이 리더로서 모두를 지지해준 덕분이야."

"에, 에헤헤....."

"프로듀서! 로코는 어땠나요?"

"충분히 마벨러스했으니까 안심하렴. 타카네도 갈고 닦은 기량을 아낌없이 보여줬어."

"후후, 그렇습니까. 앞으로도 정진하죠 미치코."

"그러니까 미치코가 아니라 로코라고요!"

"엘레나도  열심히 했지. 고생 많았어."

"응! 고마워!"


프로듀서를 포함한 6명은 서로 담소를 주고받으며,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우물우물. 꿀꺽. 식사가 한창인 가운데 프로듀서는 잠시 포크를 내려놓고는 종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러고는 자기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엘레나를 불렀다.


"아, 그렇지 엘레나."

"응?"

"처음에 단체곡 들어갈 때 말야, 좀 튀는 부분이 있었어."

"어라-? 정말?"

"미스까지는 아니야.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 다소 동작이 크니까 눈에 띈다고 해야할까. 엘레나가 즐거워서 그러는 건 알겠지만."

"으, 응."

"혼자만 즐기면 안되잖아. 주변하고 좀 맞춰줄 필요도 있겠지?"

"어....."

"엘레나?"

"으, 응! 미안해! 앞으로는 주의할게."


뒷풀이는 그저 공연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공연이든 하고나면 좀 더 발전시켜야할 점이나 부족했던 점이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누군가의 잘못을 성토하기 위한 자리라는 건 또 아니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조금만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엘레나는 프로듀서가 예상했던 거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라? 왜 그러지? 프로듀서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는 순간, 다른 쪽에서 이런저런 말소리가 끼어들어왔다.


"프로듀-사-. 말씀 드리기 송구스러우나 요리를 더 주문해도 되겠습니까?"

"어, 어어. 괜찮아."

"그러면 여기, 주문을. 마요콘 피자 미디엄 사이즈 하나, 디락스 아보카도 비-프 함바-그 하나와....." 

"로코, 드링크를 보충하려고 하는데요. 프로듀서 것도 가져올게요! 프로듀서는 어떤 드링크를 초이스할 건가요?"

"에, 아아....그럼 아이스티로 부탁할게."

"네♪ 알겠어요!"


거기에 응대를 모두 마친 프로듀서가 뒤늦게 엘레나를 살폈다. 엘레나는 조용히 접시 위에 아직 남아있던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돌 감아 올리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다시 이름을 부르려고 할 때는, 이미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감아올린 파스타를 입에다 옮기고 있었다. 방금 그건 내 착각이었나보네. 그래, 막 뭐라한 것도 아닌데. 프로듀서는 걱정을 관두고 지금의 분위기를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카렌은 그거면 되겠어? 괜찮으면 이것도 하나 먹어볼래?"

"저, 저는, 그게에....."

"리오, 카렌 괴롭히면 못 쓴다."

"프로듀서쨩도 차암. 그럴 리가 없잖아."

"마, 맞아요. 리오 씨는 저, 저를 신경 써줘서."

"으흠, 방금 그건 리오가 너무 수상해보이길래 해본 말이었어."

"너무해~! 난 결백하다구!"


하하하! 프로듀서 일행이 자리 잡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몇 차례 피어났다. 그 와중에도 엘레나는 묵묵히 식사를 계속했다. 평소라면 엘레나도 대화에 끼어들어, 쾌활한 웃음소리를 뽐냈을 텐데. 꽤 드문 일이었다. 


"타카네는 오랜만에 플라워걸을 불렀네. 그치?"

"네. 다시 불러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타카네 이미지하고는 또 완전 다른 느낌이니까, 이번에 새로 오신 관객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거야."

"다행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신 것 같습니다."

"응. 좋은 선택이었어."

"프로듀서! 여기 아이스티요!"

"고마워."


프로듀서가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였다. 그 맞은 편에 앉아있던 리오는 컵을 입에 대면서 슬쩍 엘레나 쪽을 곁눈질했다. 역시 이상한데. 리오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시선을 눈치챈 엘레나가 말을 걸었다.


"리오? 왜 그래?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니. 그냥. 어쩐지 조용하다 싶어서."

"앗 미안미안! 이거 꽤 맛있어서, 먹는데 집중해버렸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리오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억지로 캐물으려고 했다간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엘레나의 기분을 더욱 상하게 할 뿐더러, 지금 분위기도 망칠 것 같았다.


.....


...


유닛 ARRIVE  멤버들과의 뒷풀이 이후, 엘레나는 조금 이상해졌다. 혼자 활동할 때는 평소대로와 같지만, 누군가와 같이 뭔가를 할 때는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미야와 같이 클리어스카이로서 활동하는 것만 하더라도 그랬다.


"엘레나 씨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에, 아앗, 나, 나는....."

"엘레나 씨?"

"아까 미야가 하자고 한 게 좋겠어."

"흐으음-"


미야가 엘레나를 지긋이 바라보자, 엘레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언제나의 태양에 구름이 잔뜩 껴버린 느낌. 클리어스카이가 앞으로 모두에게 전해줘야할 내일의 날씨와도 같았다. 


"정말 그래도 되나요?"

"으, 응."

"정말로~?"

"그렇다니까."

"그런가요.....네에,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미야는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서두르죠!"


미야가 앞장서서 대기실을 나갔고, 엘레나가 그 뒤를 따랐다. 평소라면 그 정반대였을 텐데. 이 정반대의 상황은 이들이 일기예보 방송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쭉 지속되었다.  미야가 내일 날씨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동안 엘레나는 단순한 호응만 해줬을 뿐. 자기 스스로 이렇다할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었다.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중간 휴식 타임에 PD가 엘레나에게 어디 아프냐고 넌지시 물어봤을 정도였다. 


"아, 아니.....요. 그렇지는. 나 팔팔해yo!"


그렇게 말하는 엘레나였지만, 거짓말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미야가 슬쩍 엘레나 옆으로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엘레나 씨.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일이라도?"

"에, 아, 그건."


그 말에 엘레나가 부자연스럽게 뚝 멈췄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돼. 자기 혼자서만 즐거워져서는 안 돼. 지난날 프로듀서에게 몇 번이고 지적받은 사항. 뒷풀이 이후로 엘레나는 쭈욱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러다 나름 결론을 내리고 행동에 들어간 것이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자기 혼자만 즐겁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죽이고, 다른 이들에게 맞춰주기로.  하지만 그게 되려 더 큰 걱정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걸까. 엘레나는 끝까지 거짓말이라는 게 뻔히 보이는 태도로 모두를 대했다.


"그, 그렇지 않아. 오늘만 해도 엄~청 기대했는 걸. 오랜만에 미야랑 함께하는 활동이니깐."

"어라? 그런 것치고는 꽤 조용했던 것 같은데요."

"그그그그랬던가? 아하하....." 

"미야오쨩 말이 맞구만. 평소답지 않아."

"에이. 아니에yo. 나, 언제나하고 똑같은 걸."

"시마바라쨩. 너는 밝은 게 매력이야."


툭툭. PD는 엘레나의 굳은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그 자리에서 떠났다. 엘레나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듯 PD가 가고나서야 뒤늦게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으음-"


미야는 지긋이 엘레나를 관찰했다. 가라앉은 눈. 부자연스러운 입매. 가만 있지를 못하는 발. 모든 게 이상했다. 평소와는 딴판이었다. 분명,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 보였다.


----------------

엄청 묵혀둔 거 이제야 좀 끄적이네요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