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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미안」(1)

댓글: 17 / 조회: 2398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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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3, 2014 23:45에 작성됨.

"아, 응. 그래?"
...
"그래, 그래. 그 병원."
...
"앞에서 보면 되지 않을까?"
...
"음...일단은 리츠코 시간에 맞추는게 좋을 것 같은데."
...
"그래. 그럼 그 때 보는걸로."
...
"이거 괜히 시간 뺏는 거 같아서 미안하네."
...
"하하, 그렇게 말해주면야 고맙지."
...
"그래. 그 때 보자."

이거면 되겠지. 휴대폰을 던져놓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하얀 시트가 폭 감겨오는 것이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다. 단지 주변 인테리어도 전체적으로 흰색을 사용했기 때문에 밋밋해 보인다는게 문제이려나? 파스텔 톤의 색상을 사용하는게 이런 단조로운 느낌을 피하는데에는 제격인데 말이지. 그래서 그런 색들을 많이들 선호하는 거고.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다니 쓸데없는 감상만 늘어가는 것 같다. 오랫만에 생긴 느긋한 시간이니 유용하게 보내야하겠지만. 갑자기 시간이 생겨도 말이지.

"지루하다고 이런건..."

언제나 떠들썩한 분위기에 잠겨있다가 이렇게 주위가 조용해지면 마치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다. 물론 떠들썩함이 내가 유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 냄새가 가득한 장소에 있다가 빠져나오면 조금이지만 우울해진다. 

열두명의 아이돌, 한 명의 아이돌 겸 프로듀서(본인은 극구 아이돌 복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무원과 사장님, 그리고 나.
조촐하지만 떠들썩했던 시간들을 되새겨본다.


"도착했어?"
...
"그런데 말이지, 정말 미안해!"
...
"그런건 아니야! 대체 네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는 뭐인거냐..."
...
"하.하.하. 잘 알았다. 두고보자."
...
"아, 참. 그렇지. 일단은 8층에 10호로 와줄래?"
...
"일단 올라와."
...
"응, 본관. 정문에서 바로 엘리베이터가 보이니까 그거 타고 올라오면 돼."
...
"혹시라도 못 찾겠으면 전화해. 아즈사씨도 아니고 헤메지는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

"그래서"
리츠코가 날 노려본다.
"이 모습은 대체 뭐죠?"
뭐냐고 물어봐도 환자복이라고밖에 대답할 수가 없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왜 프로듀서님이 환자복을 입고 있냐고 묻는거잖아요!"
"에...그게...말이지...설명하자면...길어서..."
"갑자기 무급휴가를 신청하셨다길래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요? 저 뿐만이 아니에요. 아이돌들도 난리났었다고요?"
"응. 미안."
"그리고나서 갑자기 연락하고, 봤더니 병원에 입원? 세컨드 라이브 전에 다쳤던 걸로는 모자랐던 것입니까아~?
면목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속으로 궁시렁거린다. 리츠코의 슈퍼 설교 타임!
아, 미안. 노려보지마. 잘못했어. 욕 안할께.
"하아...정말이지. 도대체 프로듀서는 자각이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무슨 자각?"
"프로듀서님의 몸은 프로듀서님의 것만이 아니라는 거에요."
리츠코, 그거 되게 이상하게 들리는거 알아?
"무...무슨 생각을 하는거에요! 정말!"
아하하...이럴땐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뭐 설교는 이쯤해서 그만두도록 하고."
"설교라는 인식은 있는거구나..."
"당연하죠. 제가 뭐 괴롭히려고 이렇게 얘기하는 줄 아세요?"
아니 뭐 그건 아니겠지만.
"뭐, 내가 왜 입원해있냐고 물어봐도... 아프니까 입원했겠지."
"딱히 외상은 없는 것 같은데, 과로인가요?"
응, 그래. 그런 느낌이 있긴 한거구나. 나 중노동하고 있는거 맞지?!
"그래서, 얼마나 더 입원해야 하는건데요? 류구코마치로도 바쁜데 다른 아이돌들 뒷바라지하는건 정말 힘들다고요?"
사장님이랑 오토나시씨가 잘 도와줄거야.
"도와줄거야, 라니요. 빨리 프로듀서님이 복귀하셔야죠.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서, 언제 퇴원하는건데요?"
논점을 회피하려는 내 속셈을 눈치챘는지 리츠코는 자꾸 대답을 재촉한다. 힘드네, 이건. 이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쉰다. 조금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눈치챘는지 리츠코도 조금 눈초리가 내려간다.
"왜 대답을 안하시는거에요, 프로듀서공."
아, 정말.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하지 말라고.
"3개월...정도."
"네?? 맙소사. 3개월씩이나!"
대답을 듣고는 리츠코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걱정과 안타까움과 안도감과 기타 등등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섞여있는 표정. 마치 아즈사씨가 볼거리로 미니 콘서트에 나오지 못하게됬을 때 갑작스레 무대에 서게된 표정이로군. 그 때의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곤란하네.
"남았대."
"....네?"
"시한부 선고 받았어. 3개월이래."
아, 굳었다. 저기요? 리츠코씨~? 돌아오세요~
"무슨 농담인가요 그건. 프로듀서님, 저 이런거 싫어해요?"
리츠코가 안색을 굳히고 노려본다. 
"미안."
"프로듀서님, 몰래카메라라도 찍으시는건가요?"
"리츠코."
"생각해보니 프로듀서님이 이런 1인실을 사용할리가 없죠. 평범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보이는 프로듀서가 이런 비싼 1인실을 사용하시다니."
음음, 하며 뭔가 혼자 납득하고 있는 듯한 리츠코.
"하하, 정말이지. 이런건 아이돌들에게나 하시라고요. 괜히 애먼 저까지 끌어들이지 마시고."
"제 앞에는 누가 걸려들었나요? 하루카? 미키? 히비키? 아, 이오리도 재미있는 반응을 보일 것 같네요."
"그래도 치하야에게 이런 장난은 하지 마세요. 그 아이, 섬세하니까?"
리츠코...
"제 이름만 부르지 말고 뭐라고 말을 해보라고요!"
빽,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감정을 내보이는 리츠코도 오랫만인 것 같네. 평소에는 아이돌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니까.
"미안."
"대체...왜...어째서..."
"미안."
"이제야, 아이돌들이 혼자서도 빛나려 하고 있는데, 왜, 이런 시기에..."
"미안해..."
침상에 기대어 앉아있는 내 곁으로 리츠코가 무너진다. 
"장난이었어☆라고 평소처럼 말해주세요. 네? 제발..."

"프로듀서님이 야근하게 되면 서류 작업도 도와드리고..."
"아즈사씨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도 제가 마중나가고..."
"댄스쪽도 보컬쪽도 트레이닝은 제가 담당할테니.."
"아, 전에 식사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투덜거리셨죠? 그것도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앞으로는 프로듀서님의 건강도 생각할 수 있도록 배분해볼테니까..."
"솔직히 말해서, 연차가 남아있어도 안쓴건 프로듀서님이라고요? 사회인이니까 그정도 관리는 할 줄 알아야죠!!"
"프로듀서님이 지금 안계시면 아이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이돌의 텐션 관리도 프로듀서의 일이라고요!"
"코토리씨가 항상 설치하는 카메라도 어떻게든 제가 손을 써서 없애볼께요. 그것도 스트레스의 원인, 맞죠?"
"사장님도 항상 땡땡이치고 안계시는데, 그것도 제가 한 번 설교 하겠습니다. 그것때문에 신경쓰는 일은 없게 할께요."
"저도 아직 부족해요. 프로듀서님처럼 폭넓게 일을 따올 수 있는게 아니니까. 노하우, 알려주셔야죠."
"라이벌이니 경쟁관계니 해도 일단 제가 성장하면 프로듀서님도 좋은거잖아요? 같은 사무소고."
"동료, 니까. 계속 지켜봐주셔야죠."

"그러니 제발"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프로듀서님..."
울먹거리며 리츠코가 침상에 기대 올려다본다. 아, 이런거 반칙이야. 너무 귀엽잖아. 젠장.
왼손을 뻗어 리츠코의 얼굴을 붙잡고 눈물을 닦아준다.
"위암이래."
리츠코의 움직임이 굳어진다.
"이미 말기라서 우선은 위를 절제했어."
"절제라니..."
"그러느냐고 연락이 늦어진거야."
몇 분이나 지났을까?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던 리츠코가 어렵사리 입을 연다.
"농담이, 아닌거네요."
응.

미안.


"하루카가 쿠키를 구워오고..."
응, 하루카의 쿠키는 정말 맛있지.
"치하야와 새로 받은 곡에 대해 논의하고..."
치하야는 노래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니까.
"미키가 허니! 하면서 안겨들고..."
좀 말려줘. 제발.
"이오리가 100% 오렌지 주스를 사오라며 화를 내고..."
버르장머리 없는 꼬맹이, 라는 이미지였지. 처음엔.
"히비키가 햄조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대체 애완동물 밥은 왜 빼앗아 먹는거야?
"야요이가 하이터치를 해오고..."
항상 밝은게 야요이의 매력이니까.
"유키호가 차를 달여오고..."
유키호의 차는 정말 대단해. 똑같은 찻잎인데도 맛이 다르다니까?
"마코토가 아버지에 대해 푸념하고..."
하하...마코토의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되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분일지도.
"타카네가 라멘을 먹고..."
그 이미지말고는 딱히 남는게 없나.
"아즈사씨가 길을 잃었다는 전화가 오고..."
아즈사씨 핸드백에 GPS라도 설치해야하지 않을까?
"아미와 마미가 장난을 치고..."
그 장난 받아주는 것도 힘들다고~
"그러면"
응?
"그 장난..."
"프로듀서님이 계속...받아주면..되잖...흑..."
아, 이런. 또 울렸네. 자자, 울지말고. 뚝!
리츠코와는 어쩔 수 없이 아이돌들의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었다. 같은 프로듀서로써, 때로는 경장자로써 서로 의지하고 함께 일해왔으니. 현재의 나는 프로듀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평소의 모습들, 예전 추억들을 되새긴다.
"사실 생각해보면 말이지."
리츠코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본다.
"나 혼자서 아홉 명을 프로듀스하는건 좀 너무하지 않아?"
"읏... 그,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류구코마치의 전담 프로듀서고, 다른데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고요?"
처음에 류구코마치가 다른 아이돌들보다 먼저 데뷔했을 때야 그쪽 일이 훨씬 많으니까 그렇다쳐도, 퍼스트 라이브 이후에도 계속 그 상태가 유지된건 심하잖아?!
"므읏....알고있다고요, 그정도 쯤은. 지금도 경험하고 있고."
뭐, 결론적으로는 모든 아이돌들을 성공시켰지만.
"그거, 자기 자랑인건가요?"
난 그저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 뿐이라고?
"하여간...말이라도 못하면..."
리츠코는 내 농담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듯 살짝 웃어보였다.
"그래서, 아이돌들에게는 언제 말씀하실거에요?"
"글쎄."
"엄청날거에요? 폭탄발언하시면."
폭탄발언이라니. 내가 무슨 커밍아웃이라도 한 것 같잖아.
"그것보다 천배는 더 폭발력이 있는 발언입니다만."
뭐, 친한 사람이 시한부라는 말을 들으면야 누구라도 충격은 먹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거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끝날 일은 아니지만요..."
"그래도 리츠코는 납득해줬잖아?"
"현실을 직시한 것 뿐이에요. 여기서 내가 울고 화내도...프로듀서님이 낫는건 아니니까."
"고마워."
"제게 처음 말씀하신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겠죠?"
역시 날카로워. 리츠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고요. 스케쥴 조정 해보고 시간이 되는 아이돌이 있으면 전화 드릴게요. 직접 말씀 하실거죠?"
"응."
"...아~ 정말."
어딘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는 리츠코. 왜 그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게 사실인가보네요."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긴, 이런 둔감씨한테 뭘 더 바라겠냐만은."
저기요? 리츠코씨?
"으...정말."
얼굴이 빨개지셨는데요? 설마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 상황이 이 상황은 아니겠죠?
"알면서 뭘 그렇게 물어보는거에요?"
리츠코?
"제가 프로듀서님을 좋아했다는 거에요."
리츠코가? 나를? 왜? 뭣때문에? 어째서?
머리가 오버플로하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도 안난다.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두 번씩 말하게 하지 말라고요, 정말."
"좋아했어요, 프로듀서."
그리고는 앉아있는 내게 안겨오며 살짝 키스했다.

...네? 뭐요?

"리...리츠코! 지금 뭐하는...!"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뭘 만족한다는거야! 혼자서 납득하지마!
"지금까지 혼자서 끙끙거리고 연락도 안한 벌이에요."
벌치고는 너무 달콤한 것 같은데... 아, 얼굴 빨개졌다.
"그, 그런건 일일히 말하지 말라고요!"


"우선은 오토나시씨에게 말해줘. 바쁘겠지만 일단 아이돌들은 혼자서도 일할 수 있을테니까."
"사장님께는 말씀 안드려도 되요?"
"우선 사장님에게는 먼저 말씀 드렸어."
"알고 있으면서도 얘기하지 않은거네요. 그 사장님은."
지금 표정 무시무시하니까 그만두지 않을래? 일단 나 환자거든.
"미안."
"뭘 자꾸 사과하시는 건가요?"
"내가 움직일 수 있었다면 직접 갔을텐데. 리츠코도 바쁠텐데 내가 시간을 뺏는 셈이잖아."
"움직일 수 없으니까 저를 이리로 부르셨겠죠?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몇 시간 정도는 낼 수 있어요. 매일도 아니고."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거지. 내가 방해꾼이 되버린거니까."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뭐, 나름의 소득도 있었고☆"
윽... 자꾸 떠오르게 하지마. 심장에 안좋다고.
"이미 몸 전체가 안좋으시면서 뭐가 더 안좋아질게 있다는건가요?"
돌려줘! 아까의 귀엽게 울던 리츠코를 돌려줘!
"무..무슨 소리를 하시는건가요!"

결국 끝까지 티격태격하다가 돌아가기 위해 리츠코가 일어섰다.
"그래도 한 가지 고마운게 있어요."
"뭔데?"
"저를 의지해주신 거요."
"응?"
"사장님 외에는 처음, 말한거잖아요. 저한테 말한게."
"응. 그렇지."
"기뻤어요."
그런 표정은 반칙이야, 리츠코.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코토리씨와 이야기하고 전화 드릴께요."
"그래. 배웅 못해줘서 미안해."
"네."
"미안한 마음이 있으시다면"
"꼭 '나중에' 또 뵈요."
"앞으로도 계속!"

연습용입니다.

기승전슈퍼 리츠코 타임.
다음 편은 코토리씨, 그 다음은 미정입니다.
이쪽 P는 약간 경박하고 만담을 좋아합니다.
제가 평소에 그러거든요. 
그러다보니 바꿀수가 없습니다 하하
무슨 글을 써도 이렇게 되서 하하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쓰고 있습니다.
다만 마무리는 슬프지 않게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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