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11)

댓글: 0 / 조회: 58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4-27, 2021 11:07에 작성됨.

지쳤어... 우리 이제 헤어지자

 

.......

 

 

눈을 떠보니 내 앞에는 한 명의 여자가 훌쩍거리면서 앉아 있었다. 여자가 울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우리 쪽을 쳐다보는 듯 하였다.

 

분명 어젯밤에 급하게 서류를 작성하다가 소파에 누워서 잠이 들었을텐데....

주위를 둘러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커다란 검정색의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주변에서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은은히 풍겨오는 커피 원두의 냄새.

지금은 좀처럼 찾기 힘든 이른바 재즈 카페 라는 곳이었다.

 

이 때는--.... 영사기가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듯이, 필름이 돌아가듯 눈앞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재생되듯이 상황이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이건.... 분명 과거의 기억이다. 이 상황, 그리고 눈앞에 있는 상대방...

 

사무소에 들어오기 한참 전-.... 이제 막 성인이 되던 나에게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여성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붉은 갈색 계열의 단발 머리를 하고 있었고 나이에 맞지 않게 생각보다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남들보다 더 붉게 도드라진 입술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장도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조금씩 번지고 있었고, 여자는 이를 의식도 하지 않았고, 번진 마스카라 때문에 얼굴은 엉망이 되있었지만, 그저 울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좀 해봐.....!!

 

대답이 없는거라면.... 우리 이제 정말 끝이라는 거지...?

 

, 정말로 옛날부터 변함이 없구나, 언제나 자기 멋대로이고, 주변에는 도움 조차 청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걸 하려고 하고, 결국에는 사라지려고 하고....

 

도대체 왜 그런거야....!! ...?

 

난 당신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좋아 했는데.... 왜 그렇게 된거야?

 

그 손... 도대체 왜 그런거냐고....!

 

여자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감정에 힘겨워하였다.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표출하는 것도 한계였는지, 아니면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였는지, 내 왼팔을 힘껏 붙잡았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가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초점이 흐리고 반쯤 생기가 없는 눈으로, 여자는 눈물 때문에 충혈된 두 눈으로 우리는 내 왼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목에는 붕대가 엉망진창으로 감겨 있었고, 여자가 힘껏 붙잡은 것 때문인지 손목에서 조금씩 피가 새어 나오면서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도 피가 조금씩 묻은 걸 확인한 여자는 이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자리를 뛰쳐 나갔다.

단 한마디를 나한테 말하고서는-....

 

잘 있어, 그래도 나 당신이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자가 사라진 후에도 나는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다. 멍하니 왼손을 바라보고서는 창 밖을 한번 보았다. 햇살이 가득 내리 쬐는 거리속에서 인파가 가득하였다. 가게를 뛰쳐 나간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고,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자, 이윽고 거리를 건너는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가 사라진 후에도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스한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었고, 이때까지 보았던 것들이 안개처럼 새하얗게 변하고서는 사라졌다, 그리고 영사기가 멈춘 듯이 과거의 풍경들도 멈추었고, 머리가 조금씩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눈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아직은 잠이 덜 깼는지 눈을 떠도 초점이 잘 맞지 않았기에 조금 인상을 쓰며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하였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선명해지자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보았던 풍경 속에 있던 여자와 같은 헤어 스타일,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았기에 무심코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미사키....?

 

그거 누군가요, 사람의 이름을 잘못 부르고서는

 

눈앞에는 마도카가 평소와 같이 살짝 불쾌하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담요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마도카의 눈이 살짝 부은 것 같이 보였다. 나는 일어나서 마도카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하자, 마도카는 바로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마도카, 그 담요

 

, 이거--....

 

마도카는 말하려고 하다가 금새 입을 다물고서는 잠깐 고민하는 듯 하였다.

 

당신 거에요, 내려왔을 때 소파에서 잠들어 있길래

평소에 저희한테 몸 조심하라고 하는 잔소리보다도, 당신 먼저 챙기는게 어때요

 

분명 2층에 당신 방도 있었을 텐데, 도대체 왜 여기서 잠자는 거죠?

 

미안, 어제 살짝 할 일이 있어서, 오늘 저녁에는 꼭 방에 가서 잘게

 

그래도, 담요 고마워.

 

마도카는 담요를 나에게 건네고서는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일어난 김에 엉망이 된 옷 매무새를 정리하려고 하자, 손목 시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흘러내린 소매 사이로 상처 자국이 보였다. 꿈 속에서도 여자가 손목을 잡았지만, 현실에서도 붙잡힌 것 같이 아직은 누군가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 하였다.

갈라진 상처 자국에 무언가가 묻어 있었기에 자세히 바라보니 반짝이는 네일의 소재 같았다.

그걸 본 나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고, 주위를 다시 둘러 보았다.

 

이 색깔은 분명--.....

아아--.... 이거 들켰구나 라는 생각만이 들었고, 한숨이 크게 나왔다.

그 아이라면 분명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를 보면 모른 척 할테지만 --....

앞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하나 더 늘어났다.



비익연리(12)에서 계속....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