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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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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1, 2021 00:53에 작성됨.

잘은 모르지만 잘 친 거 아닐까요?

 

그래...?

 

대답은 들은 남자는 어쩐지 조금은 안심 됬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는 무언가 말하려고 하다가 머뭇거리다가 결국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왔었던 여성분, 그 분도 스태프 인가요?

 

--....

 

남자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하며 옮기던 접시를 떨어트릴 뻔하였다. 다행히 금방 붙잡아서 깨지지는 않았지만 남자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니 확신이 들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게 있고, 신원을 물어 본 그 여성이 남자가 당황한 이유라는 걸

 

일단, 스태프야, 스태프이긴 하지만 스폰서 쪽의 대변인이라고 할까

 

남자는 접시를 다 정리하고서는 의자에 앉았다.

눈 앞에 앉았기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평소와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피곤한듯한 기색이 얼굴 전체에 깔려 있었다. 특히나 평소보다 더 초점이 흐려진듯한 시선이 나를 바라본다. 갈 곳 없는 초점이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몸 전체가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 박동수가 점점 빨라지면서 온 몸이 뜨거워 진다. 그리고서는 남자의 그 눈동자를 나만이 바라보고 싶다고, 그 누군가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독점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폭주할 것 같은 이 마음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통제할 수가 없었다. 남자가 다른 곳을 바라보았을 때 휙 하고 살짝 고개를 뒤로 돌려 아이들이 뭘 하고 있는지 살짝 보고서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목소리는 내지 않은 채 입을 열고서

 

-- 좋아해요....

 

라고 말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대담한 행동이었다. 남자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도,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짓이었다. 말하고나니 부끄러웠다. 얼굴이 화끈해지더니 순식간에 새빨개져가는 기분이 들어 손등을 뺨에 대보니 조금씩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에게서 얼굴을 돌리고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와 눈이 다시 마주쳤다. 그리고서는 먼저 올라가겠다는 말을 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내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하자, 남자는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보고서는 토오루와 히나나, 코이토에게도 이제 자러 가자면서 말을 걸었다.

계단을 한칸 한칸 밟자, 나무가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내 심장 박동소리와 동화되듯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문앞에 도착하자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았다. 진정되지 않은 고동 소리를 숨기려고 오른손을 가슴 위에 올리고서는 있는 힘껏 눌렀다.

 

제발, 진정되라고, 가만히 좀 있으라고

차분해지라고

주먹을 쥐어서 있는 힘껏 내리쳐 보았지만

 

조금도 가라앉을 생각이 없는지 두드릴수록 박동이 점점 더 빨라졌고, 얼굴로 열이 올라오고 있었고 가슴 부분이 옥죄어 왔다. 이제는 숨까지 가빠지기 시작하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으니 계단으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 손잡이를 열고서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맡겼다.

 

아사쿠라도 문을 열고 들어왔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서로 거리가 좀 떨어져 있기에 서로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건물 자체가 숲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조명을 키지 않으면 방안도 상당히 어두웠다. 침대에 누웠어도 아직도 온몸이 화끈거리는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고, 가슴 부분이 아직도 옥죄어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아사쿠라가 말을 걸어왔다.

히구치

 

?

 

피아노 치는, 프로듀서 꽤 멋있더라

 

어렸을 때 보았을 때는 피아노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았는데

 

그래?

 

모르는 면을 보아서 그럴까, 조금 더 알고 싶어졌을지도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아사쿠라의 표정은 알 수 있었다. 분명 아사쿠라 답지 않게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서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런 표정을 하고 있을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정말 나쁜 여자라고, 어떻게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냐고 속으로 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사쿠라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정말--.... 최악이네... ....

 

? 히구치 지금 뭐라고 말했어?

 

아니-.... 이제 그만 잘게, 잘자.

 

, 히구치도 잘자.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품고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도 내 자신이 정말 최악이라는 생각이 가라앉지 않았다. 내 이런 마음을 과연 누구에게 말할수 있을까...

 

아사쿠라...?

히나나....?

코이토...?

 

그것도 아니면 프로듀서...?

 

누구에게 말하던 간에 나는 분명히 지금까지 유지해온 이 관계를 부셔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을 배신하고 모두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다.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몸은 솔직하였다. 무거워진 눈꺼풀이 점점 감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잠들고 말았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고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니 아직 6시가 되기도 전이었다. 숲속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공기가 차가웠기에 가볍게 윗옷을 걸치고서는 방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 책상 위에 노트북과 서류로 보이는 종이 몇 장과 내용물이 텅 빈 커피잔이 보였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파를 바라보니 예상대로 남자가 누워 있었다.

한숨을 크게 쉬고서 담요라도 덮어 주려고 다가가자 남자가 조금 뒤척였다. 남자의 자는 얼굴은 조금 찌푸리면서 인상을 쓰면서 자고 있었다. 다시금 얼굴을 보니 왜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됬는지 내 자신에게 되묻고 싶었다. 진한 인상에 시원시원한 얼굴, 코도 생각보다 높고 인상도 좋았다. 확실히 일반인에 비하면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되고, 종종 촬영 현장에 가면 같은 연예게 종사자라고 오해 받을 정도의 비쥬얼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려고 무릎을 쪼그리고 앉자, 굳게 다문 입술이 눈에 도드라지게 한눈에 보였다. 이 입술을 나만의 것으로 하고 싶다고, 내가 먼저 차지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군가에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가득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어제보다 더 강한 독점욕이라고 불러도 될 수 있을 정도의 부정한 감정이 내 몸을 휘감는다.

다시 일어나서 1층을 크게 둘러보았고, 아무도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라면 나 말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나는 곧바로 행동을 취했다.

내 입술을 손끝으로 살짝 만지고서는 남자의 입술을 손가락 끝으로 만지려고 하자, 남자는 다시 뒤척였다. 몸을 움직이자 이번에는 몸을 내 쪽으로 틀었기에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었다.

 

얼굴을 가까이 다가갈수록, 남자와의 거리가 줄어들수록 어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열기와 가슴의 두근거림, 박동수가 치솟았고, 온 몸이 뜨거웠다.

앞으로 조금이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끝이었다.

입술이 닿기 직전 아사쿠라와 사무소 다른 사람들이 얼굴이 떠올랐기에, 살짝 멈췄다.

온몸의 열기와는 다르게 내 눈가는 조금 축축해져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비록 이런 형태로, 내 자기 만족적인 결과로 남겠지만...

 

미안, 아사쿠라....

 

눈가가 점점 더 축축해지기 시작했고,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기 시작 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남자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고서는 눈을 질끈 감고 서로의 입술을 포개듯이 다가갔다.

 

하지만 결국 닿지 못하였다.

마지막 순간에도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서워서 결국 하지 못하였다.

나는 결국 주저앉아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손으로 훔쳐냈다.

그리고 남자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키스를 하지 못했으니 손은 잡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질척거리는 최악의 여자 같은 생각을 하였다.

마침 남자의 가슴 위에는 왼쪽 손이 올려진 채였기에, 남자의 왼쪽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소매의 옷깃이 스윽 소리를 내며 내려갔다. 그리고 평소에 시계에 가려져 있던 손목에는 내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상처가 가득하였다.

칼로 여러 번 그은 듯한 길게 패인 자국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상처 자체는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손을 들어서 그런가 남자가 잠에서 깼다.

 

--... 누구....?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남자의 손을 내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최대한 평소에 지었던 표정을 억지로 지으면서 말하였다.

 

정말이지, 칠칠치 못하네요, 이런 곳에서 잠들다니

 

비익연리(1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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