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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X 가면라이더 더블] S의 마수/ 그것을 팬심이라 부른다 -문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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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2, 2014 21:21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마스터 – 반다이 남코 게임스 / A-1 Pictures
가면라이더 더블 - 토에이/ 반다이/ 故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우상을 뜻한다. 우상이라 함은 동경하는 대상을 뜻한다. 아이돌은 대중의 동경하는 대상이다. 관객들은 그들이, 혹은 그녀들이 우상이 되어 무대에서 빛나는 걸 바라마지않고 있다.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아이돌이 추는 춤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즉, 아이돌은 별……. 스타다.

필립의 누나였던 소노자키 와카나도 한때 그런 부류였다.

지구의 책장. 지구의 모든 기억이 담겨있는 데이터베이스. 그곳은 필립 자신의 의식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뇌내 도서관으로 필립은 원할 때마다 아무런 제한 없이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방대한 정보를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 필립이 요즘 즐겨 읽는 데이터는 아이돌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필립은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에 관한 걸 눈 여겨 보고 있다.

“쇼타로, 너는 알고 있어? 류구코마치라는 아이돌 유닛을!”
필립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류구코마치의 프로필을 읽었다.

류구코마치. 765 프로덕션 소속의 3인 아이돌 유닛. 15세, 21세, 13세라는 특이한 나잇대로 구성된 이 유닛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미나세 이오리 15세. 류구코마치의 리더. 미나세 그룹의 영애라는 엄청난 배경을 등지고 있지만, 그녀가 인기를 얻은 비결은 재력과는 관계없는 그녀 자신의 매력이다. 언제나 당차고 씩씩하며 언제 어디서라도 프로임을 잊지 않는 프로정신이 그 인기의 비결이다.

후타미 아미 13세. 유닛에서 가장 어린 멤버다. 또한 765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 중에서도 쌍둥이 언니와 더불어 가장 어린 아이돌이다. 그렇기에 그 나잇대에 맞게 장난을 좋아하는 솔직한 아이돌이다. 그녀의 팬든 그런 솔직한 면에 끌린 사람이 대부분이다. 쌍둥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활동해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녀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 미우라 아즈사. 21세. 필립이 류구코마치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멤버다.
마치 누나 같은 나긋나긋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 매력적인 멤버다. 필립도 이 점에서 그녀에게 끌렸다. 필립의 누나였던 와카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교해보면 성격 같은 부분이 와카나와 다른 느낌이지만, 그래도 모든 걸 포용해줄 것 같은 느낌은 필립의 향수를 자극했다.

“류구코마치? 아이돌 아니야?”
쇼타로의 대답이 들렸다. 필립은 손에 들고 있던 백지 책을 덮고 의식을 떠올려 눈을 떴다. 필립은 숨을 몰아쉬며 마치 기관총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래, 류구코마치. 현재 765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 중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유닛! 미우라 아즈사, 후타미 아미, 미나세 이오리 3인으로 구성된 이 유닛의 지역 소개 프로그램에 후토가 선정되었어! 원래 지역 소개 프로그램은 류구코마치 수준의 아이돌이 하는 것이 아니지만, 특별기획으로 특별히 류구코마치가 맡게 되었지. 게다가 그 촬영은 바로 오늘! 후토 라디오 회관에서 열리게 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필립은 곧바로 책을 옆구리에 끼고 뛰쳐나가듯 사무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쇼타로는 잠시 멍해있었지만 어깨를 조금 으쓱이며 평소처럼 가죽소파에 몸을 던졌다. 쇼타로의 체중을 받은 소파가 푸쉭거리며 김빠지는 소리를 냈다.

“아이돌이라…….”
필립이 저러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필립이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땐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예전에 이 도시를 뮤지엄이라는 조직이 장악하고 필립이 조직의 표적이 되어 몸을 숨겨야했던 시절에도 필립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밖으로 나간 적이 간혹 있었다.

그 탓에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필립은 그럴 때마다 충동을 참지 않았다. 지식은 필립의 일부다. 그러므로 지식욕에 사로잡힌 필립은 아무도 멈출 수 없다. 필립의 파트너인 쇼타로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뮤지엄의 마수는 후토에서 사라진지 오래인지라, 지금은 필립이 마음껏 외출하는 걸 말리지 않고 있지만.
그건 그렇고 아이돌이라…….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필립의 누나 소노자키 와카나가 생각난다. 쇼타로도 한때는 그녀의 팬이었다. 그녀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경악했었지만.

쇼타로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어가 벽걸이에 걸어둔 중절모를 하나 집었다. 흰색 체크무늬와 윈드 스케일 로고가 붙은 심플한 디자인. 가볍게 움직일 때 쓰기에 딱 좋은 디자인이다. 쇼타로는 이내 나루미 탐정 사무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필립이 향한 후토 라디오 회관.

후토 라디오 회관은 라디오 방송을 위한 건물이지만, 연극상연도 겸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수용인원이 넓다. 공개 라디오 같은 경우에는 연극회관에서 방청객들을 모아 라디오 방송을 하기도 한다. 후토 라디오 회관은 이미 류구 코마치가 온다는 소식이 퍼져 리허설 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팬클럽 유니폼을 맞춰서 온 무리가 심심찮게 보였는데, 무리가 우글우글 움직이자 마치 색색들이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였다. 필립은 인파에 이리 치이며 저리 치이다 겨우겨우 회관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곧 보안요원들의 손길에 밀려 벽으로 밀렸다. 아무래도 톱 아이돌 유닛이라 그런지 경비가 삼엄한 모양이다. 필립은 벽에 기대며 겨우겨우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정신없다. 차라리 도펀트와 싸우는 편이 더 편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긴…….”
필립이 주변을 둘러보니 휑한 곳이었다. 조금 전까지 필립이 있던 곳과는 달리 인파의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무대 뒤편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진짜로 뒤편이다. 발치에 나동그라져 있는 무대 소품 같은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밧줄에, 음향기기로 보이는 커다란 스피커에, 어디 쓰는지 모를 커다란 천막 더미까지…….

어쩌다 보니 이런 곳까지 온 건가……. 류구코마치를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깊숙이 들어올 생각은 없었다. 필립은 잠깐 고민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류구코마치를 찾아볼까? 하지만 만약 들켜서 퇴장당하면…….

만에 하나 퇴장당해 재입장 금지를 당한다면 류구코마치를 볼 수 없다. 필립은 아까 지구의 책장에서 읽었던 구절을 상기했다. 일부 극성 아이돌 팬들은 블랙 리스트에 들어가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조차 금지된다고.

결국, 필립은 여기서 나가기로 했다.
“어? 거기 너. 왜 이제야 왔어?”
“응? 나를 말하는 건가?”
뒤에서 누군가가 필립을 불렀다. 돌아보니 웬 어벙하게 생긴 청년이 필립을 부르고 있었다. 가슴팍에 단 배지를 보니 방송 스태프인 것 같았다. 청년은 필립이 뭐라 하기도 전에 필립의 손을 잡아끌었다.

“엇, 잠깐. 나는…….”
“시간 없어. 리허설이 금방이야!”
청년은 다짜고짜 필립을 대기실로 밀어 넣었다. 필립이 대기실에 들어오자 또 다른 억센 손길이 필립의 팔을 쥐었다. 이번에는 여자의 손이었는데 정장을 차려입은 깐깐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여자가 달고 있는 스태프 배지에는 스타일리스트라고 적혀있었다.

여자는 필립을 끌고 가 탈의실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커튼 사이로 옷을 던져줬다.
“얼른 입고 나와요. 메이크업은 그다음에 바로 할 거예요!”
“이게 뭔지…….”
스타일리스트가 던져준 옷은 치렁치렁한 순백의 드레스였다. 치렁치렁하지만 배꼽이 노출되어있고 무릎 위 20cm까지만 오는 드레스였다. 보통 사람은 입을 일이 없는 드레스……. 마치 여자 아이돌 의상 같은 옷이었다.

얼떨결에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스타일리스트가 필립의 얼굴에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화장이 끝나자 아까 본 스태프가 다시 필립을 끌고 갔다. 문을 나서 조금 걸으니 연극회관에 도착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도착했습니다!”
스태프가 크게 소리치자 연극회관에 있던 인원들 모두의 시선이 필립에게 집중되었다. 자재를 옮기고 있던 사람, 기계 상태를 체크하고 있던 사람, 간이 의자에 심드렁하게 앉아서 메가폰을 까딱이고 있던 감독, 그리고 지금 필립이 서 있는 무대 바로 옆에 서 있는 3명의 아이돌의 시선이 필립에게 쏠렸다.

류구코마치가 필립을 주목했다.

필립이 류구코마치를 보고 눈을 채 동그랗게 뜨기도 전에 필립의 손에 두꺼운 대본이 들렸다. 그러자 필립을 바라보고 있던 대부분의 시선이 거두어졌다. 다들 하던 일에 다시 집중했다. 3명을 제외하곤. 제각각의 개성을 나타내듯 각각 얌전하고 활발하고 절도 있는 구두소리가 필립을 불렀다. 류구코마치가 무대에 올라와 필립에게 다가왔다.

“아슬아슬하게 들어왔지만 늦었네. 당신 이렇게 늦으면 어쩌자는 거야?”
먼저 입을 연 건 미나세 이오리였다.

“후후, 이오리 쨩, 그래도 맞춰서 왔잖니.”
“그래~ 이오링~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누가 괴롭힌다는 거야. 난 그냥 프로로서 충고했을 뿐이야.”
짧은 몇 마디였지만 필립은 셋의 성격을 대강 파악했다. 지금 대화로 유추한 3명의 성격은 지구의 책장에서 읽은 지식 그대로였다. 이오리는 엄격하고 아즈사는 상냥하며 아미는 활발하다. 하지만 책장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실감이 필립을 감쌌기 때문에 필립은 만족감을 얻으며 미소 지었다.

“당신, 웃는 얼굴은 꽤 귀엽잖아. 역시 아이돌은 웃어야지.”
이오리도 필립을 향해 마주 보고 웃었다. 이오리는 프로의식이 강한 아이돌이지만 답답할 정도로 깐깐한 아이돌은 아니다. 그게 바로 이오리의 매력이고 동료들과 팬을 끌어모으는 원동력이다.

그건 그렇고……. 필립은 지금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아무래도 스태프가 필립을 출연진으로 착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이 아이돌 의상 같다고 생각한 드레스는 진짜 아이돌 의상이고. 어이없는 해프닝지만, 필립에게는 딱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류구코마치를 직접 만나게 되다니. 여성 출연자로 착각당한 게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여장은 이게 두 번째라서 그렇게 어색하진 않다.

필립은 아즈사를 바라봤다. 필립이 류구코마치에서 가장 만나고 싶던 사람. 누나 같은 사람. 갑자기 필립이 뚫어지라 쳐다보자 아즈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니?”
“리허설 시작합니다! 모두 준비해주세요!”
마치 재기라도 한 타이밍에 스태프가 지시한다. 아즈사는 아쉬운 얼굴로 스태프의 지시에 따랐다. 무대 한가운데는 필립과 이오리가 자리했고 필립 옆에는 아미가, 이오리 옆에는 아즈사가 서는 구성이었다.

필립은 잠시 고민했다. 어떤 타이밍에 진실을 밝힐지. 어차피 필립이 입을 열면 다 들통 날 일이다. 필립은 외모는 곱상하게 생겼지만 목소리는 허스키하니까 필립이 말을 하면 필립이 남자라는 게 들통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딱 지금 밝히는 게 나을 것이다. 이제 막 리허설을 시작했으니까. 리허설은 이오리의 대사로 시작된다. 후토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흔해빠진 도입부다.

그러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런 흔해빠진 인사말이 아니었다. 독기마저 서려 있지 않을까 싶은 악랄한 말이었다.
“이딴 더러운 마을에 오게 되다니 정말이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여긴 우리 같은 톱 아이돌 수준에는 맞지 않는 수준 낮은 마을이라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틀림없는 이오리의 목소리였다.

스태프들이 웅성거린다. 다들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그건 이오리 본인도 마찬가지다. 이오리 자신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를 듣고 굳었다. 필립은 이오리 바로 옆에 있었으므로 이오리가 한 대사를 똑똑히 들었다.

‘안녕하세요. 류구코마치의 미나세 이오리입니다! 후토 팬 여러분, 이렇게 모여 주셔서 고마워요!’
지극히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건 필립뿐 아니라 옆에 있던 아미와 아즈사도 마찬가지. 아미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거들 듯이 아즈사도 이오리의 변호를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지금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는 이오링이 말한 게 아니에요!”
“네, 저희들은 똑똑히 들었어요. 방금 한 말은 이오리 쨩이 한 말이 아니에요!”
스태프들이 웅성거린다. 이 둘이 변호를 했지만 스태프들이 들은 목소리는 틀림없이 이오리의 목소리였다.

필립은 주변을 살펴봤다.
만약 필립이 이오리 옆에서 이오리의 대사를 직접 듣지 못했다면 필립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조작된 거라는 걸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필립은 스피커에서 뻗어 나온 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스피커 선은 무대 모퉁이를 돌아 뒤편까지 길게 빠져있다. 그리고 그 선 옆에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든 그림자가 있었다.

필립은 드레스 스커트 사이로 손을 푹 집어넣어 스태크 폰과 스태그 메모리를 꺼냈다. 혹시나 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 가져오길 잘했다. 필립은 스태그 메모리를 폰에 밀어 넣어 스태그 폰을 라이브 모드로 기동시켰다. 폰에서 뿔이 솟아나오며 곤충 다리가 펼쳐진다. 사슴벌레 형태로 변형된 스태그 폰이 무대 뒤쪽을 향해 불을 뿜으며 날아갔다.

이내 뒤편에서부터 오렌지 빛의 불꽃이 솟아올랐다. 스태그 폰의 뿔이 무언가를 긁어 일어난 스파크였다. 스태그 폰이 부메랑처럼 필립의 손에 돌아왔다. 스태그 폰의 뿔에 약간의 열기가 피어오른다.
무대뒤편에서 그림자가 무대를 향해 걸어왔다.

그림자의 주인이 무대로 나오자 스태프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오직 필립만이 냉정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도펀트인가.”
도펀트란 지구의 기억이 담긴 가이아 메모리로 변신하는 괴인을 말한다. 뮤지엄이 뿌린 악의의 씨앗이자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촉매. 필립은 이 마을 후토에서 쇼타로와 함께 수없이 많은 도펀트 사건을 해결했다. 도펀트 사건은 원흉인 뮤지엄이 사라져도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뮤지엄이 마을에 남긴 상처는 마을에 깊숙이 새겨졌다. 필립은 스태그 폰의 단축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쇼타로의 전화번호가 뜬다.

-무슨 일이야. 필립.
“쇼타로, 도펀트야.”
-뭐? 어디야!
“연극회관 안쪽이야. 지금 바로 앞에 있어. 쇼타로, 변신하자.”
필립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필립의 허리부근이 빛난다. 전화기 뒤편의 쇼타로가 더블 드라이버를 장착한 것이다. 쇼타로가 더블 드라이버를 장착하면 필립에게도 자동으로 더블 드라이버가 나타난다.

지구의 기억에는 인간의 이면을 끌어올려 흉포하게 만드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 지구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가이아 메모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보통의 가이아 메모리와는 다른 순정화 된 가이아 메모리를 드라이버에 장착하면 독소에서 정신을 지킬 수 있다. 즉, 순정화 메모리와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인간의 마음을 가진 초인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필립의 드라이버를 본 도펀트가 필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펀트의 손이 일렁이면서 무엇인가가 발사되었다. 인간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속도.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한 초인이 발사할만한 속도였으나, 필립은 포착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포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필립의 머리를 기준으로 약 20cm 앞 허공에 불꽃이 튄다. 무언가가 다른 무언가에 막혀서 일으킨 스파크다. 도펀트가 발사한 것을 갑자기 나타난 조그마한 것이 막았다. 누가 던진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 발사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것이 날아올라 필립을 지킨 거니까.

흰색의 작은 공룡 모양 메카가 지상에 착지했다. 공룡 메카의 이름은 팡. 의지를 갖춘 가이아 메모리이자 필립을 지키는 보디가드 같은 존재다.
“와라, 팡!”
필립이 부르자 팡이 땅을 박차고 뛰었다. 팡이 단숨에 필립의 손바닥에 오르자 필립은 팡의 꼬리와 다리를 접었다. 이내 팡의 몸체에서 메모리 부분이 드러나고 필립이 도드라지게 올라온 스위치를 살짝 터치했다.

-팡!
“변신.”
더블 드라이버의 메모리 슬롯 두 군데 중 왼쪽 메모리 슬롯이 빛났다. 쇼타로의 죠커 메모리가 쇼타로의 드라이버를 통해 필립의 드라이버로 전송된 것이다. 필립은 죠커 메모리를 슬롯에 끝까지 밀어 넣어 세트하며 팡 메모리를 오른쪽 슬롯에 세트했다.
필립이 더블 드라이버를 기동시키자 두 메모리의 음성이 겹치며 순서대로 흘러나왔다.

-팡! 죠커!
필립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보라색과 흰색의 전류가 뒤덮었다. 동시에 필립의 몸이 마치 껍질에 둘러싸이듯 변모하기 시작했고, 전류가 필립의 몸을 완전히 훑고 지나가자 필립의 몸이 초인으로 변했다.
가이아 메모리를 사용했지만, 인간의 마음이 남아있는 초인. 가면라이더 더블.

“흰……색?”
이오리가 어벙하게 중얼거렸다.
“검은색?!”
이번에는 도펀트의 음산한 목소리다.
이오리를 비롯한 류구코마치 멤버가 보고 있는 쪽은 더블의 우반신, 필립의 팡 메모리가 세트 되어 있는 부분은 흰 부분.
도펀트가 보고 있는 쪽은 더블의 좌반신, 쇼타로의 팡 메모리가 세트 되어 있는 검은 부분이다.
양측 시선이 더블이 양 사이에 절묘하게 끼어있어 그렇게 보인 것이다.

『둘 다 맞아.』
쇼타로의 목소리가 필립의 육체를 빌려 흘러나온다. 지금 더블은 쇼타로의 의식이 필립의 몸에 깃들어 있는 상태다. 이 초인이 가면라이더 더블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2개의 가이아 메모리를 제어하기 위한 2개의 의식이 하나의 육체에 깃들기 때문이다.

“자아, 너의 죄를 세어라!”
필립의 하얀 팔이 도펀트를 삿대질했다.
도펀트가 단숨에 무대 위로 올라와 더블에게 달려든다. 명백하게 인간의 근력을 뛰어넘은 펀치가 더블의 얼굴을 향했지만, 그 펀치는 더블에게 닿지 않는다. 더블의 왼팔이 가볍게 도펀트의 펀치를 쳐냄과 동시에 더블의 오른팔이 도펀트의 명치를 가격한다.

충격에 도펀트가 뒷걸음치는 틈을 타 더블이 왼 다리로 도펀트의 배를 찼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펀트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이 녀석, 꽤 약하잖아.』
“계속해서 가자, 쇼타로.”
-암 팡!
더블의 오른팔 손목 부근에 마치 송곳니 같은 날카로운 칼날이 돋아났다. 도펀트가 몸을 추슬러 일어서려 하는 순간 더블이 땅을 박차고 도펀트를 향해 날아올랐다.

파죽지세의 기세로 더블의 칼날이 도펀트의 목을 노린다. 칼날이 사선을 따라 도펀트의 목을 베어 갈랐다. 두부 잘리듯이 도펀트의 목과 머리가 시원스럽게 분리됐다.
위화감이 있을 정도로.

필립은 당황하며 팔을 거두고 도펀트를 바라봤다. 두 동강 난 도펀트의 몸은 뒤로 넘어가지 않고 공중에 하늘거리며 떠 있었다.
필립은 도펀트의 절단면을 유심히 살폈다. 절단면을 중심으로 도펀트의 몸이 마치 대기에 녹아들 듯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더블의 귀에 미세한 소리가 잡혔다. 마치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극한으로 줄여놓은 듯한 소리였다. 무거운 음을 억지로 줄인 것 같은 그런 기묘한 소리가 더블의 귀에 잡혔다. 보통 사람은 듣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소리가.

“쇼타로 지금 소리 들었어?”
『이 소리는 뭐지?』
더블의 귀에 잡힌 소리가 갑자기 증폭되었다. 동시에 도펀트의 몸이 줄어드는 속도도 갑자기 가속되어 더블이 도펀트를 주목했을 때는 이미 도펀트의 머리만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가면라이더, 두고 보자!”
그 말을 끝으로 나머지 머리도 완전히 허공에 녹아 사라졌다.
“도망쳤군.”
필립은 벨트에서 팡 메모리를 뽑았다. 그러자 선선한 바람이 밀려들며 더블의 육체를 낙엽 부수듯 분해해 날려버렸다. 더블의 껍데기가 분해되며 사라지자 이내 더블의 몸은 완전히 필립으로 돌아왔다.
필립은 어벙하게 굳어있는 류구코마치를 보곤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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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넷에 글을 올리는 건 가입오디션 이후 처음이네요.
아이마스 온리전에 나올 예정인
아이돌 마스터 X 가면라이더 더블&오즈&포제 NOVEL 대전 GIGA MAX
(류01/메탈엑스의 메탈플랜트에서 판매 예정. B6 136p 가격:5천원)에 실린 미나세 이오리 X 가면라이더 더블 파트의 문제편입니다.

해결편은 문제편이랑 같이 책에 실릴 예정입니다.
내일과 내일모레 키사라기 치하야X가면라이더 오즈 문제편과
타카츠키 야요이X가면라이더 포제 문제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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