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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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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7, 2013 00:47에 작성됨.

분홍색 머리는 자연적으로 있을 수 없어 확연히 염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색이다. 그런 화려한 색의 머리는 갸루계의 여자들도 잘하지 않는 듯 했다. 그 때문에 아이돌이 되기 전부터 또래에서 쉽게 눈에 띄는 아이가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학교에 반항하고 놀 것만 같은 아이. 하지만 사실은 성실하고 착한 아이. 그것이 죠가사키 미카다. 눈매는 날카로워 자칫 신경질 적이거나 혹은 사납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웃고 있는 입가가 그 인상을 장난기 가득한 여고생으로 바꾸어준다. 이런 눈에 띄는 그녀가 아이돌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이지도 모른다. 거기다 특유의 성실함 때문에 그녀는 사무소내 최고 인기 아이돌이 되어 열약한 환경에서 C랭크가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C랭크가 되고서는 그것을 기점으로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도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작은 사무소에 있는 그녀의 한계가 되어 그 이상을 노리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말았다. 작은 사무소에서 좋지 못한 환경에서 C랭크가 된 그녀의 재능은 진짜. 그것 때문에 다른 중간급 이상의 사무소에서 그녀를 스카우트-흔히 말하는 빼내기를 해보려 했지만, 그녀는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해와 그것을 거절했다.
요구는 간단했다. 현사무소에 만족스러운 보상금을 주고, 자신의 동생도 포함해 자신을 데려가라는 것이다. 이정도 요구면 자신을 키워준 사무소에 충분히 보답을 한 것이고, 자신의 동생도 데려가 그나마 사무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한 부탁이 되는 것은 리카를 탐내는 사무소가 거의 다 중소급의 사무소란 사실이다. 보상금을 지불하면서 한 번에 두 아이돌을 데려올 여력이 없던 것이다. 그 때문에 리카는 계속 신데렐라 사무소에 남아있었다.
미카에게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께한 동료들과 사무소의 사람들을 배신하고 자신만 떠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지금 사무소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무소를 위해 떠나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이 떠나고 리카가 남아도 리카라면 잘 성장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요구조건의 하나를 포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그 마음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다. 사무실은 점점 힘들어지고, 자신에 의해 유지되던 사무소와 아이돌의 일이 반대로 자신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는 것 같아 미카는 이제 결단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리카를 포기하고 보상금만을 요구해 자신을 원하는 사무소로 이직하려 했었다. 그러고 있을 때, 리카가 그 남자를 데려왔다. 아카바네 P. 요즘 갑자기 규모가 커진, 틀림없이 자신들과 같은 규모였던 765프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유명인이었다.
처음에 자신은 그런 아카바네 P에 대해 몰랐다. 그저 리카가 친근하게 대하는 남자라는 것에 불쾌감을 가졌을 뿐이다. 혹시나 순진한 리카를 꼬셔 이상한 짓을 하는 그런 어른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장님과 칸나씨의 말을 들어보니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떤 의미로는 리카가 제대로 사람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형프로덕션에서 스카웃 제의를 하는 유명인. 자신들 같은 작은 사무소가 감히 제의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곧 실망하게 되었다.
이미 작은 사무소에서 그렇게 고생했던 사람이다. 다시 자신들의 사무소 같은 작은 사무소에서 일할 리가 없다. 이 이야기를 사무소 어른들과 아카바네의 대화에서 들은 리카는 굉장히 실망해 울 것처럼 시무룩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정도 인물이라면 틀림없이 월급과 계약금부터가 엄청나 사무소가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깐. 
임시 사무원이자 프로듀서인 칸나가 자신들의 레슨 장면을 보여줘 평가를 들을 수 있던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무명인 자신들이 그와 같은 전문가에게서 평가를 듣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는 칸나의 자리에서 컴퓨터로 자신들의 공연과 레슨 장면을 보고서 평가를 내렸다.

“현재의 아이돌들은 각자의 개성도 강하고, 재능도 있어 좋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좋은 아이돌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첫마디에 아이돌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부끄러움, 그리고 희망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에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죄송하지만, 지금으로서 아이돌들은 잘해봐야 C랭크 정도가 한계일거라 생각해요. 현 사무소의 규모로 봐서는 이 아이돌 모두를 끌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아이돌 수를 줄여 두, 세 명의 아이돌만을 챙겨 유닛을 만들어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능도 있고, 의욕도 있지만 이래서는 모두가 제대로 크긴 힘들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이어진 말들에 칸나씨와 사장님은 낙담한 심정을 숨길 수 없는 듯 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결국 이런 평가다. 그것은 아이돌들도 다르지 않았다. 원래가 게을렀던 안즈조차 잘못하면 같이 있는 동료와 계속 같이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단 평가에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단지 미카만이 담담했다.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결심하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이 이야기를 듣고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자신은 이 사무소를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결심을 굳힐 때 프로듀서는 그 자리를 떠나며 칸나씨로부터 사무소 명함을 받고서 인사를 한 후 사무소를 나갔다. 그가 나간 후 한동안 아이돌들은 상심해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퇴근할 때야 평소처럼 작별 인사를 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 다들 오늘 일을 잊고 평소와 같이 내일 인사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하는 것만큼 서로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 거다.

“언니, 그 사람 말이 사실일까?”

리카는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미카에게 그리 물었다. 12살인 리카는 자신의 언니를 따라하 듯 가루계를 표방하며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아이돌까지 지원했다. 겉으로는 날나리처럼 보이지만, 속은 순수한 아이 그대로인 리카는 자신의 언니가 멋진 아이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 사무실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알지도 못했고, 자신의 언니가 있으니 좋은 사무실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 리카이기에 오늘 P의 평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미카는 그런 리카를 꼬옥 안아주었다.

“리카는 걱정할 필요 없어. 모두 헤어지거나 하지 않으니깐.”
“정말? 모두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야?”
“물론이야.”

웃으며 달래주었지만 차마 자신이 계속 같이 있을 거라고는 확답해줄 수 없었다. 
그날 밤은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마음을 다 잡았다 생각했지만, 막상 떠나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했다. 자신이 아이돌로서 데뷔한 사무소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의 핸드폰에는 생각이 바뀌면 연락을 달라던 사무소 프로듀서들의 번호가 들어있었다.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내건 사무소에 갈 생각이지만 내일 사무소의 직원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센카와씨가 휴가로 빠져있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이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마음을 다 잡고, 심호흡을 하고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무소에 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어쩐지 기쁜 얼굴로 통화를 하고 있는 칸나를 기다린 다음, 이적용건을 전해 사장님과 같이 이야기하기를 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통화를 마친 후 기쁜 얼굴로 말하는 칸나의 말에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미카, 마침 잘 왔어! 이제 됐어,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

그 뜻 모를 갑작스런 말에 미카가 당황해 이해를 못하자 칸나는 이어 보충 설명을 했다.

“새 프로듀서가 와주시기로 했어! 사장님과 제대로 이야기해봐야겠지만, 사장님도 허락하실 거야!”
“새 프로듀서요? 누가 오는 거죠?”

지금 사무소에서 새 프로듀서에게 큰 금액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처음은 견습으로 고용한다 해도, 곧 정직원으로 제대로 된 급료를 줘야한다. 그러니 서투로 사람을 고용하지는 못할텐데, 대체 누가 오는 것일까? 설사 새로운 프로듀서가 온다해도 지금보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풋내기가 와 어떻게 개선 될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 미카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칸나는 기쁜 얼굴로 미카의 두 손을 잡고 알려주었다. 

“미카가 어제 만난 사람이야.” 
“어제라면?”

어제 만난 프로듀서라면 단 한 사람 뿐이다.

“설마 아카바네씨!?”

미카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 아카바네 P가 지금 있는 좋은 사무소를 그만두고 자신들의 프로덕션에 프로듀서로 이직을 한 것이다. 엄청난 일이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무소에 부담이 안 되는 형식으로 계약을 해준 것 같다.  그렇다하면 돈을 받고 일하는 거지만, 거의 자원봉사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자신의 사무소에 부임해 당당하게 자신들을 톱아이돌로 이끌겠다고 목표를 말한 후에 미카는 따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 그 때 말했던 것처럼 우리 사무소의 동료들을 몇 명 내쫓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떻게든 막아낼 생각이다. 남게되면 유일한 C랭크인 자신은 거의 확정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을 막아낼 생각이다. 만일 그럴 생각이라면 당장 이직하면서 지금의 사장님께 따로 건의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걱정이 괜한 기우라고 말하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생각은 없어. 그런 마음 아픈 일은 너희들의 프로듀서로서 하고 싶지 않아. 제 3자라면 모를까.”
“그게 정말이야? 그거 가능한 일이야? 우리 모두를 이끄는 게?”

미카가 의심스러워 하자 P는 옛날의 자신을 회상해보았다. 옛날의 자신이라면 자신 없어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험도 쌓았고, 지금은 그 계획도 확실하다.
그랬기에 자신만만한 얼굴로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고 대답할 수 있었다.

“응. 꼭 너희들을 톱 아이돌로 끌고 가줄게!”

그의 그 당당한 대답에 미카는 결국 이직을 포기했다. 어쩐지 그가 있다면 정말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톱은 못 되어도 아이돌 다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키라리부터 보답 받았다. 유명 아이돌이 된 것이 아니고, 아이돌 다운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사무소에서 처음으로 정규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비록 어린이프로그램이라지만, 공중파의 정규방송이다. 그렇다면 많은 방송국 관계자들의 눈에 띄게 되고, 잘하면 곧 바로 더 좋은 프로에 섭외가 되거나, 자신들 측에서 일을 부탁할 때 어느 정도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키라리의 일에 사무소 모두가 축하해주었다. 그 모두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허한 기분이 들은 것도 사실이다.
질투라기보다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노력해 C랭크가 되고, 일을 따왔었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듀서는 그 명성을 증명하듯 새로 부임해온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일을 따내왔고, 곧 바로 키라리를 정규방송에 데뷔시켜 버렸다. 그러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자신이 한 일은 진정 필요했던 일일까?
자신이 없어도 그가 올 것이라면 자신은 일부러 노력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안즈처럼 게으르게 있어도 사무소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카바네 P가 옥상에 있는 자신을 찾아왔다.
아마 이런 자신을 눈치 채고 온 것일 거다. 많은 아이돌을 봐온 유능한 사람이다. 이런 자신의 한심스러운 생각 같은 걸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일 것이다.
그 때문에 미카는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자신의 노력은 필요 없던 것이 아닌가하고.
그런 미카에게 P는 말했다. 현재의 자신들 사무소에는 B랭크 아이돌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B랭크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것은 C랭크 아이돌 뿐.
현 사무소에 C랭크 아이돌은 한 사람 밖에 없었다.

“미카, 앞으로 레슨이 더욱 힘들어질텐데 괜찮아?”

염려하 듯 말했지만 묻는 그의 얼굴에는 전혀 그런 염려가 없었다. 자신을 믿고 묻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얼마든지. 이 죠가사키 미카라면 어떤 힘든 일이 있든 견딜 수 있다고!★”

그 믿음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일은 자신 밖에 없다. 자신 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혼자서 이 사무소를 지탱해왔으니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새로운 프로듀서, P는 그리 말하고서 곧 바로 등을 돌려 옥상에서 내려가주었다. 분위기를 읽어준 듯 했다. 그가 사라지자 미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쪼그려 앉아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내 노력은 쓸모없는 게 아니었어…….”

울지는 않았지만 실컷 운 것 같은 기분으로 웃었다. 평소에는 강한 척 했지만 역시 힘들 었던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 줄, 지금 처음 알았다.




“아싸! 레스토랑 획득★”

그가 온 후 정규 방송프로그램도 특집으로 겨우 한 번씩 나가는 거지만 그래도 몇 번씩 출연하게 되었다. B랭크를 준비한다는 것이 허풍이 아니었던 듯 싶다고 미카는 생각하며 전력으로 방송에 임했다. 이번에 출연한 프로그램은 예능프로였다. 여러 미션을 통과해 상품을 얻는 미션으로, 마지막까지 남은 미카는 마지막 이벤트인 다트던지기에 도전했다.
게임 자체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미션이지만, 그 다트던지기의 8칸 중 7칸이 벌칙이고, 1칸만이 상품이 있었다. 야경이 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무료식사권이었다. 메뉴가 아닌 금액으로 정해진 상품권이기에 상당히 비싼 상품이었다.
그리고 미카는 보기 좋게 그 1칸에 맞추어 상품을 타가게 되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 활기차게 모두에게 인사하는 그녀에게 스텝들은 축하한다말해주며 누구랑 갈 것인지 물었다.

“혹시 애인하고?”

한 남자스텝이 짓궂게 물어오자 미카는 입가에 상품으로 탄 상품권을 가져가며 윙크를 했다.

“글쎄요- 봐둔 괜찮은 남자는 있지만요★”

그리 말하고서 미카는 곧장 P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최근 그와는 같이 일을 하면서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다. 미카는 겉모습과 다르게 남자에게 면역이 없었고, 오히려 남자에 약한 편이었다. 단순히 어울린다 정도라면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인 연애정도의 거리감으로 바뀐다면 이야기가 틀리다.
그 정도 거리감이라면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느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그런 일 자체가 드물지만, 그런 걸로 놀리는 친구들도 있어 곤란할 때가 많았다.
그랬기에 지금 P와 관계는 미카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가깝게 같이 일을 하는 남자동료는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후후, 같이 먹자고 권하면 당황할까나?”

그를 놀릴겸, 그리고 최근 자신들의 일에 보답하기 위해 그에게 권할 생각이다. 단순히 그럴 생각이지만 왜인지 웃음이 필요 이상으로 마구 나온다. 그 이유를 모르며 급히 달려가던 미카는 어떤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같이 방송한 인기 아이돌의 것이었다. 원래라면 자신과 같은 방송에 나올 인물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존재는 촬영 내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덕분에 미카를 포함한 다른 출연자들의 존재감이 옅어졌고, 거의 그녀가 메인인 듯한 특별방송이 되고 말았다.

“프로듀서가 아니라면 이런 방송, 이제는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녀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라면 자신의 프로듀서인가? 그 이야기만 들어보면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불평을 하는 것 같았다. 프로듀서가 권해 억지로 출연한 것일까?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 같은 인기 아이돌이 이런 흔히 말하는 저급한 프로그램에 출연할리가 없었다. 그런 거 치고는 굉장히 방송에 임한 그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프로듀서의 목소리에 미카는 발걸음을 멈췄다.

“난 이제 너의 프로듀서가 아니야, 아마미.”

아카바네 P. 자신의 프로듀서였다. 미카는 그 목소리에 놀래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가 몰래 두 사람을 보았다.
자신의 프로듀서와 인기 아이돌인 아마미 하루카가 서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P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마미 하루카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화를 내고 있었다.

“프로듀서! 정말 저희를 떠날 생각이세요?”
“이미 이직은 확정되었어.”
“그건 잘못 된거에요. 마음만 먹으면 다시 돌아오실 수 있잖아요!”
“아마미…….”
“하루카에요! 왜 성으로 부르시는 거예요? 우리들의 사무소에 계실 때는 이름으로 부르셨으면서!”
“여기는 사적인 자리가 아니니깐. 너희의 프로듀서가 아닌데 공적인 자리에서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잖아.”
“프로듀서는 여전히 저희들의 프로듀서에요.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리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너무나 축축해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 같이 일하면서 친근하게 대해주던 그가 갑자기 남처럼 차갑게 대하는 것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듯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미카는 생각했다. 프로듀서나 아이돌의 이직은 이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아무리 고락을 같이한 사이라도 떠나는 일은 빈번하다. 그런 일을 무명도 아닌, 톱 아이돌이라 불리는 그녀가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단순한 고집.
그 기분은 알 것 같기에 미카는 그녀를 동정했다. 웃기는 일이지만, 아직 B랭크도 아닌 미카는 진심으로 톱 아이돌인 아마미 하루카를 불쌍하게 생각했다.

“제발, 제발 돌아와주세요 프로듀서.”
“아마미…….”
“……흑.”

그리고 끝내 하루카는 울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보는 P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
그랬기에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의 아마미의 모습을 보면 떠나기로 한 내 판단은 옳았다는 생각이 들어.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것은 톱 아이돌에게 치명적이니깐.”

그 말에 하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울고 있는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그녀는 말했다.

“그건 틀려요. 프로듀서만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추태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것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거야. 아이돌이나 사무소직원의 이직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야. 겨우 프로듀서의 이직에 이렇게까지 열을 내다니, 톱 아이돌인 아마미 답지 않아.”
“겨우, 겨우라 하셨어요!?”

프로듀서의 차분 된 말에 격앙된 목소리로 하루카가 그리 소리쳤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통로라지만, 혹시 스텝이 듣지 않았을까 싶어 미카는 곧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이상 놔둘 수 없다. 상대는 상관없지만, 자신의 프로듀서가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들의 사무소에 현재 크나큰 전력이다. 그가 없다면 사무소가 이렇게까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 스캔들이 될지도 모를 옛동료들의 싸움을 말려야만 했다. 자칫 그가 스캔들에 휘말려 제대로 일도 못하고 쉬게 되기라도 하면 자신 같은 작은 사무소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니, 잘못하면 기껏 이직하지 않고 남을 수 있던 사무소를 떠나야할 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달려가 곧장 그 팔을 잡아 팔짱을 꼈다.

“프로듀서! 여기 있었네★ 내 활약 봤어? 짜잔! 후후, 확실히 상품을 타왔다고!”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P가 놀래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와중에, 하루카만이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프로듀서였던 남자에게 멋대로 친근하게 구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카는 태연하게 상대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마미 선배★ 죠가사키 미카라고 해요! 같이 방송했는데, 아시겠어요?”

그 인사에 하루카는 억지로 웃었지만, 그 미소가 삐뚤어져 버렸다.

“하하, 봤어요. 아주 열심히 시던데요? 1등하신 거 축하해요.”
“고마워요. 톱 아이돌이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이네요. 근데 괜찮으시겠어요? 톱 아이돌은 바쁘실텐데. 우리 프로듀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담당아이돌로서 대신 사과드릴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두 손을 모아 사과를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하루카의 시선은 그녀의 두 손이 아닌 상대의 왼팔에 가 있었다. 상대의 왼팔은 프로듀서의 오른팔 속에 넣어진 채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모습은 꼭 현재의 프로듀서와 자신의 관계를 과시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더 이상 당신의 프로듀서가 아닌 내 프로듀서야!라고 선언하는 것도 같았다.
거기다 우리 프로듀서라고 칭한 부분도 그녀의 신경을 거슬렸다.

“그럼 선배, 죄송하지만 더 이상 볼일이 없다면 저희는 먼저 가봐도 될까요? 톱 아이돌과는 다르게 전 직접 뛰어서 일을 찾아야하거든요.”

그녀는 사과를 하며 그리 부탁을 해왔다. 하루카는 그럼 프로듀서를 두고 먼저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상대 쪽에서 다시 선수를 쳤다.

“프로듀서, 빨리 가자. 담당 아이돌을 혼자 보낼 거 아니지?”

그 말에 깨달았다는 듯 P는 잠에서 깬 듯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지금 하루카에게는 현재의 관계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아아, 그래. 프로듀서로서 담당 아이돌을 혼자 보낼 수야 없지. 바래다 줄게. 그럼 아마미씨, 저희는 이만 먼저 가겠습니다.”
“프로듀서! 또…….”
“아, 맞다. 프로듀서 휴일에 시간 괜찮아? 괜찮으면 같이 저녁이나 먹자! 오늘 탄 상품이 유명 레스토랑의 식사권이거든! 여자 혼자 먹으러 가기 싫으니 담당 아이돌을 위해 시간을 내★”

미카는 하루카의 말을 자르듯 프로듀서에게 그리 말했다. 프로듀서는 그 의도를 알겠다는 듯 선뜻 그 요구에 응했다.

“나로 괜찮다면 얼마든지. 담당 아이돌과의 교류도 필요한 일인 것만이 아니라, 미카 같은 미인 권하는 데이트라면 남자로서 거절할 수야 없지. 그럼 아마미씨, 다음에 또 뵈요.”
“다음에 또 같은 방송에 출연한다면 그 때도 잘 부탁드릴게요 선배! 그럼 바이바이★”

둘은 하루카에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하루카는 멍하니 자신에게 활발하게 손을 흔들며 떠나는 상대 아이돌을 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현재의 프로듀서인 아카바네 P를 보았다.

“프로듀서.”

하루카는 떠나는 상대를 나직이 불렀다. 하지만 상대는 멈추지 않았다.

“프로듀서.”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좀 더 크게. 들은 듯 그는 움찔 떨었지만 멈추지 않는다.

“프로듀서!”

소리쳤다. 이번에는 복도에 메아리친다. 하지만 그는 외면했다. 그와의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 안 돼, 그를 이렇게 보낼 수 없어.
그리 생각하고 달려가려 할 때, 미카가 갑자기 팔짱을 풀고 자신과 프로듀서의 사이를 막아섰다.
그리고 하루카에게 선언 하듯 강하게 말했다.

“이 사람은 저의. 아니, 저희의 프로듀서입니다. 더는 당신의 프로듀서가 아니라고요.”
“뭐……라고요?”
“이 이상은 곤란하다고요. 저희의 프로듀서가 다른 아이돌과 스캔들이라도 나면 큰 일이니깐, 이만 물러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만일 저희 프로듀서가 잘못 한 것이 있다면, 저희 사무소로 따로 연락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이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야기를 해놓고 싶었다. 그를 뺏길 수는 없었다. 겨우 사무소의 모두가 일을 하면서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풍경.
자신이 남고, 모두가 즐겁게 일을 하고, 그 늘어난 일에 안즈가 불평을 한다.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악역도 자처할 것이고, 설사 톱 아이돌이 상대라 해도 겁내지 않고 막아설 것이다. 
소중한 사무소를 지키기 위해.

“그는, 그는 우리의 프로듀서에요!”
“였겠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의 프로듀서에요. 그렇지 않아요?”

미카는 그리 말하고서 자신의 프로듀서를 보았다. P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리고 잔인한 줄 알지만 하루카에게 말했다.

“과거에는 765프로였지만, 지금은 신데렐라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인 아카바네 P입니다. 혹, 불만이나 잘못이 있다면 향후 사무소로 전화를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리고 자신의 아이돌인 미카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태도에 하루카는 멍하니 그 자리에 못 박혀 서 있었다.
그가 마지막에 손을 잡고 떠난 것은 765의 아이돌도, 자신도 아닌 전혀 다른 모르는 아이돌이었다.  
 
“프로듀서.”

다시 불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 후였다. 한참을 그리 있던 하루카는 울지 않고 웃었다.

“후후, 후후. 역시 프로듀서 착각하고 계셨네요. 착각이에요, 착각.”

그리고 자신에게 대든 분홍머리의 아이돌을 생각했다.

“후후, 알려주겠어. 아이돌로서의 격의 차이를. 누가 프로듀서에게 어울리는 아이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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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예고 : 양민학살.
index.php?plugin=ref&page=%BE%EB%A5%F6%BA%EA%C8%FE%B2%C5&src=%BE%EB%A5%F6%BA%EA%C8%FE%B2%C5.jpg 죠가사키 미카. 17살. 팬들 사이 별명은 처녀가사키(....) 유키호 만큼은 아니지만 남자에 약하다는 설정입니다. jrika1.jpg 죠가사키 리카 12살. 미카의 동생.


*이후 출연 시켜줬음 하는 신데마스 캐릭터가 있음 댓글로 알려주세요! 가장 득표수가 많은 아이돌을 이후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제목은 [톱 아이돌의 또 다른 사랑]을 줄여서 [또 다른 사랑]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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