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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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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8, 2021 12:22에 작성됨.

다름이 아니라 오늘 모두에게 모이라 한 이유는 말이야

 

지방 방송 촬영 전날에 아이들을 사무소에 불렀다. 스폰서 측에서 요구한 야외 라이브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이렇게 급작스럽게 부른 이유와 함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쪽에서 스폰서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지만, 거절하게 된다면 그 후에 생기는 일들이 문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부담을 주기 싫었고 무리하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기에 이번에 급작스럽게 제안해 온 것에 대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내 고집과 의견 하나로 모든 걸 결정할 수는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야외 공연은 우리 사무소에서 최초로 하게 될 것 같은데, 다들 가능하겠어?

 

솔직히 말하면, 나는 거절하고 싶어

 

이번만큼은 기탄 없이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하자, 눈앞의 그녀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런 내 태도를 처음 보는 것에 놀랐고, 거기에 더욱 처음으로 일을 거절하는 것에 약간의 충격도 같이 받은 것 같았다.

 

지금 당장 결정하게 하는 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너희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

 

난 잠깐 자리 좀 비울 테니까 이야기 좀 해보고 알려 줄래....?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고 급하게 자리를 도망쳤다. 도망치는 순간 마도카와 눈이 마주쳤고, 마도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사무소 문을 열고서는 옥상을 향하는 계단을 한칸 한칸 밟으며 올라갔다. 옥상 출입구 문을 열자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그리고 난간에 몸을 걸치고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보았던 하늘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태양이 구름에 살짝 가리워져 있어서 그늘이 졌기에 그렇게 눈부시지는 않았다. 눈에 익숙한 광경,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이 손목을 간지럽힌다.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바람이 시계 밑으로까지 파고 든다. 파고드는 손길이 기분 나쁠 정도로 손목을 어루만진다.

 

답답해진 나는 손목시계를 풀고서는 주머니에 넣었다. 시계에 가려진 곳에는 이제는 희미해진 상처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가로로 길게 패인 상처 자국이 4,5개 정도 보였다. 상처 자국을 바라보니 눈앞의 모든 것이 세피아 사진 마냥 갈색으로 변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손까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침착하지 못한 손으로 정장 안주머니에 넣어둔 담배를 한 개피 꺼내고서는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깊게 한 모금 빨아 들이 후 내 쉬자, 조금은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담배는 끝부분까지 타 들어가 있었고 내 주위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하였다. 한 개피 더 피울까 생각하는 도중,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황급히 정리하려고 서두르자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강한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주변에 있던 연기가 전부 출입문 쪽으로 휘날려 가버렸다.

누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던 담배 연기를 전부 다 맞아 버리는 꼴이 되버렸다. 문을 연 상대방은 갑작스러운 매캐함과 매스꺼움에 콜록 콜록 기침을 내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돌들에게 모든 걸 맡기고서 본인은 팔자 좋게 담배나 피우고 계시는 건가요?

 

모습을 드러낸건, 마도카였다.

 

이걸로 두 번째인가, 담배 피우는 모습 들켜 버린게

 

그렇네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지만-....

 

공연, 받아들이지 않는 걸로 결정했어요

 

--.......

 

뭔가요, 그 침묵, 당신이 받아들이지 않고 싶다 해서 모두가 결정 한 거라고요? 무언가 대답이라도 해주시죠

 

--..., 고마워

 

꼴불견이네요, 언제나 모두에게 보여주는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간 건가요

 

미안...

 

전 업계의 사정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이거 거절해도 괜찮은거죠? ... 당신이라면 원만하게 처리할 것 같지만

 

그러네... 사실 거절하면 우리에게는 불이익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번에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처음에는-...

 

거기까지만, 자세한 이유는 저 말고 다른 아이들한테도 알려주시죠

 

전 먼저 내려가 있을테니까, 냄새 확실하게 처리하고 오세요

 

마도카는 내려 가기전에 자신의 옷 냄새를 한번 맡고서는 살짝 표정을 찡그러 트렸고, 결국 걸치고 있던 자켓만 살짝 털고서는 문을 닫고 내려갔다. 마도카가 계단을 한칸 한칸 밟고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고 나는 마도카의 걸음걸이 속도에 맞춰서 허공에 손을 올리고서는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하나씩 누르는 모양새를 내었다.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한 개씩 눌러 갔었고, 들리지 않을터인 멜로디가 조금씩 생겨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도카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이윽고 이것도 그만 두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역시-... 아직은-....

 

정리를 한 후에, 다시 손목시계를 착용하고서 마음을 다시 잡고서 옥상 문 손잡이를 돌렸다.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오늘 같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내려가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그리고 스폰서 측에는 거절의 전화를 걸자.

 

미안,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지-....?!

 

옥상에서 내려와 문을 열자 그곳에는 엄청난 의미의 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양손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히나나와 그것을 말리고 있는 코이토, 그리고 자신은 어떤걸로 할까 고민하고 있는 토오루, 그리고 이 3명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마도카.

 

눈 앞의 풍경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녹칠의 아이들을 하나 둘씩 사무소로 스카우트 하고 난 후, 처음으로 전부 사무소에 모이게 했을 때 보았던 기억 속의 풍경, 다른 그룹과는 다른 녹칠의 특이점

자연스레 보여주는 이들의 평상시의 앞 뒤 다르지 않는 모습.

그때 결심했었다. 언제까지나 이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자고,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비익연리(8)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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