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6)

댓글: 0 / 조회: 807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3-25, 2021 01:55에 작성됨.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 앉기 시작하는 오전이었다. 일요일이기에 사무소에는 나를 제외한 그 누군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나는 일요일인데 사무소에서 나와서 내 책상에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인가 라는 자문자답을 해보면, 다음 지방 로케 촬영에 대한 기획서를 다시 한번 읽고 있는 도중이었고, 이 촬영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도중 사무소 문이 끼익 하고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가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왔길래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며 놀랬다.

 

...? 마도카?

 

오늘은 안피우시는 건가요? 담배

 

인사 대신 마도카가 건넨 첫 한마디

나는 결국 들켰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고, 내 표정을 본 마도카는 들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하... 오늘 쉬는 날인데 어째서 사무소에? 두고간 물건 이라도 있어?

 

나는 화제를 전환하려고 질문에 대한 답 대신 다른 질문으로 던졌지만, 마도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가 있다는 듯이 파고 들려고 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사무소 안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으음... 마도카 앞에서 피우기는 좀....

 

헤에-... 그렇게 말하면서 어제 제가 차에서 내린 후에 담배 피우셨죠?

 

하하-...

 

사무소에 온 이유, 물으셨죠? 있어요, 두고 간 물건

 

그런데, 일요일에도 출근하면서 정장 차림이라니, 정말 성실한 사람이네요

 

정장은-... 일종의 방어 수단이야

 

....?

 

잘못 말했다, 그냥 못들은걸로 해줄래?

 

내 말을 들은 마도카는 이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딱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정장이 일종의 방어 수단이라는 것은 사실이고, 아직은 마도카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에게는 내가 이렇게 말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고, 아마이 사장님이나 하즈키씨도 내가 아이돌들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정장을 고집하는 이유 조차 모른다.

 

마도카, 사람을 그렇게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면 마음이 아픈데...

 

 

그런가요, 전 예전부터 당신이 안쓰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두고간 물건, 당신의 책상에 있어요.

 

, 내 책상?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사무소에 왔을 때, 소파와 함께 나란히 놓여있는 탁상 위에 머리핀 한 쌍이 올려져 있었기에 아이들 물건인가 싶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내일 하즈키씨에게 맡길 생각으로 책상까지 가져왔던게 떠올랐다.

 

그럼, 이거 마도카 물건이었구나

 

마도카에게 건네 주려고 머리핀을 집었고, 건네주기 직전에 자세히 바라보니 사용한지 오래 되었는지, 전반적으로 좀 바래있었고, 끝부분이 살짝 부서져 있었다.

머리핀을 건네받은 마도카는 소중하다는 듯이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이런 그녀의 모습을 나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 챘는지 마도카가 입을 열었다.

 

뭔가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사람을 바라보고만 있다니, 기분 나쁩니다만...

 

아니, 소중하다고 생각 하는게 느껴져서, 그거 녹칠의 모두가 마도카를 생각해서 선물해준거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거죠?

 

아니, 예전에 코이토가 엄청 고민하고 있는 걸 본 기억이 있어서

 

......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 오늘은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못 데려다 줄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이후로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기에

 

마도카는 머리핀을 주머니에 집어넣고서는 사무소 문을 열고 나갔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오늘은 일부러 괜찮은 척을 하는 건지 정확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마도카의 문제도 있지만, 지금 가장 해결 해야 되는 우선순위는 다가오는 녹칠의 지방 로케 촬영이다. 크게 바뀐 점은 없지만, 급작스럽게 스폰서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요구사항은 녹칠의 지방 게릴라 라이브 공연이었다. 라이브 공연 자체는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녹칠이 성장할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사무소 운영 방침에 의해서 어떠한 그룹도 야외 스테이지에서 무대를 해본 경험이 없기에 나는 이번 기회로 한층 더 아이들이 성숙한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길에 가까워 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한번도 경험이 없기에 이번에 실패하면 누군가는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 내 누군가가 삐걱거리며 무너지기 시작하여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곧바로 반응이 올 것이다. 언제나 모든 일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며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이 있다면 실패도 뒤 따라 오듯이 둘 중의 하나의 결과를 남길 것이다. 아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무섭다.

 

여기서부터는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

그리고 다가오는 녹칠의 삐걱거림.


비익연리(7)에서 계속...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