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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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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9, 2021 14:54에 작성됨.

히구치 마도카 비익연리(5)

 

 

토오루를 데리러 온 마도카를 처음 봤을 때, 거울은 보는 듯 하여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 하였다.

과거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언동과 분위기, 그것이 마도카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과거의 내 모습을 보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였는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난 후에 어렸을 때의 자신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진다는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였을 때는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타인의 입장,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왠지 모르게 귀엽다는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특히나 자신의 감정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도카의 성격상, 최근 들어서 본인은 더 잘 숨기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하는 행동은 정반대였던 것 같다. 사무소에서 오면 평소처럼 거리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선의 횟수가 늘어났다.

 

언젠가 한 번쯤은 마도카가 자신의 감정 때문에 힘들어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이 되리라고는 생각 조차 하지 못하였다.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감정 때문에 어딘가 고장나버린 로봇 마냥 폭주하는 마도카는 자신의 나이 때에 맞는 사춘기의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마도카의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안심하였다. 오늘을 계기로 마도카도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씨앗이 피어오르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도카의 내면 속에서 피어오르는 것의 정체에 대해서 걱정되기도 한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그 감정과 제대로 마주보는 것과 여전히 인정하려 하지 않고 부정하는 것, 어느 쪽이 되던 간에 시간 문제 일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정하는 것은 그녀이다. 나는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가 무슨 태도로 나에게 다가오던 간에 나와 마도카는 서로 마주 보고 결정 하여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냐고 다른 사람이 물어본다면, 대답은 ‘YES’ 라고 답할 것이고 단지 거기에 한 마디를 더 붙일 것이다. “호의는 있지만, 연모의 감정은 아니에요라고 대답을 들은 사람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거나 저건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말 그대로일 뿐이다.

확실히 그녀에 대해 호의는 있지만 사랑의 감정은 아니다. 그 뿐이다.

단순히 좋고 싫냐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그녀가 좋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마도카가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 걸 바라본 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프로듀서란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결정한 것 중 하나가, 그녀들 앞에서는 담배를 피지 않겠다는 것이었기에 사무소에는 내가 비흡연자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마도카의 일도 있었고,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기에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초여름에 들어섰기에 아직은 그렇게까지 어두워 지지는 않았다. 한 모금 깊게 빨고서 연기를 뱉어내자, 연기가 바람에 휘날려 날리기 시작한다. 바람에 실려간 연기가 마도카 쪽을 향하자, 앗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걱정대로 담배 연기를 맡은 마도카가 휙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마도카와는 거리는 꽤 됬지만 왠지 모르게 눈이 마주친 듯 하여서 나는 급하게 담배를 끄고서는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마도카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집에 들어갔고, 이윽고 방 불이 켜졌다. 창문에 그림자가 생겼기에 아마도 창문을 통해서 나를 보려고 하는 것 같기에 나는 팔을 크게 휘두르며 인사를 건넨 후, 다시 차에 탑승하여 시동을 걸었다.

 

아마도 내일 마도카에게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익연리(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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