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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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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2, 2014 18:31에 작성됨.

*뒤늦은 타카네 생일 팬픽입니다. 역시 하루 전에 알았어야 하는데...
*살짝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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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신년은 하얀 눈과 함께 하얗게 시작되었다. 눈이 보시게 깨끗이 빛나는 은발도 하얀 눈에 비하면 탁한 회색과도 같았다. 늘씬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 시죠 타카네는 하얗게 변한 바닥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길을 걷고 있었다. 시간은 이른 새벽. 얕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 이렇게 이른 시간에 걷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들뜨는 날이다. 단순히 자신의 생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를 만나게 되는 날이다. 이런 날 쉽사리 잠이 들 수 없고, 쉽사리 깊게 잘 수 없었다. 타카네의 발걸음은 쌓인 눈송이를 스펀지로 삼는 듯 굉장히 가볍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어깨에 걸친 숄을 가볍게 잡으며 새벽 남들이 아직 건들지 않은 하얀 등에 자신의 흔적들을 남기고 돌아다닌다. 
함박눈은 지난 새벽에 몰래 왔다가 그 흔적을 싸라기눈으로나마 남겨놓고 있었다. 걷고 있는 그녀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는데도 불구하고 발이 완전히 눈에 깊숙이 빠지고 있었다. 지난밤에 눈은 지나치게 많이 내렸다.



타카네는 프로듀서인 P와 같이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인도와 차도에는 약이 뿌려져 눈이 녹거나 한 곳으로 치워져 있었다. 덕분에 밟는 느낌이 약해져 아쉬운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도시 곳곳에는 눈의 흔적들이 가득 넘쳐난다. 거리의 가로수들, 간판 위, 지붕 위, 주차 된 차 지붕 등의 위에 눈들은 높은 곳에서 깊게 쌓여있었다. 
오늘 하루 타카네의 일은 오프. 인기 아이돌로서 그녀가 참가해야할 생일 기념 이벤트 것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미리 치룬 후였다. 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늘 하루는 같이 보내고 싶은 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철역으로 나가 그 앞에서 차분히 기다린다. 모자와 안경을 써 변장을 한다고 했지만 그녀의 은발은 너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은발도 눈 쌓인 도시 한 가운데에 있으니 색이 바래 묻히는 감이 있어 오늘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냥 지나쳐 간다.
하얀입김이 그녀의 입 앞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털모자에 목도리, 장갑과 털 구두까지 신고서 두꺼운 옷들을 껴입었지만 한 겨울의 추위 속에서 역 벤치에 앉아 마냥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은 굉장히 추운 일이다.
타카네는 두 손을 모아 장난 낀 두 손에 하얀 입김을 분다. 그 때 그녀의 눈에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겨울코트의 등을 업는 털모자 밑으로 드러난 긴 검은 생머리가 아름다운 소녀. 겨울이 머무는 듯 하얀 피부에는 발그레한 앳된 홍조가 나타나고 키도 작아 아직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작은 소녀. 그 소녀를 보고 타카네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는 타카네가 자신을 보고 낮게 든 손을 천천히 흔들어주자 곧장 환하게 웃으며 타카네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앞에 뛰는 듯한 빠른 총총 걸음으로 다가온 소녀는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한다.

“오랜만이에요 언니. 생신 축하드려요.”

동생의 그 말에 타카네는 빙긋 웃고서 천천히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맙구나. 오는 데 힘들지 않았니?”
“힘들기는. 자리에 앉아 올 수 있어서 힘든 건 없었어요.”

타카네는 웃으며 동생의 머리에서 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동생은 아쉬운 빛을 살작 뛰면서 이내 웃으며 언니에게 팔짱을 낀다.

“정말 너무 하세요 언니. 고향에 오시기는커녕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아 얼마나 건정했는지 아세요?”

여동생의 말에 타카네는 자신이 고향을 떠난 지 정말 오래 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증거로 자신의 여동생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키가 훨씬 커지고 살짝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미안하구나. 나로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이다.”
“아이돌 일을 말씀 하시는 건가요??”

타카네는 동생을 보았다.

“알고 있었니?”
“그렇게 자주 TV에 나오는데 모를 것 같아요?”
“흐음-”

동생이 아이돌인 자신을 알아보는 것보다는 다른 것이 더 신경쓰였다.

‘저보다 영어 발음이 더 좋은 듯싶습니다만, 착각이겠죠?’

그런 언니의 속을 모르며 여동생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타카네와 같이 걸어간다. 오랜 시간 연락이 없어 서운했던 언니지만 막상 이렇게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시간은 점심시간. 둘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근처에 타카네가 추천한 식당으로 향했다.

“라멘집?”
“겨울에 오기 좋은 가게란다. 따듯한 국물은 겨울의 하얀 한기에 덧없이 어울리지.”

생일 날 점심에 온 곳이 평범한 라멘집이라는 것에 동생이 어처구니없어 했지만 타카네는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동생 몫까지 라멘을 시켰다. 

“생일이신데 더 좋은데 가지 않고요?”
“나에게는 이게 최고란다.”

언니가 라멘을 이렇게까지 좋아했나하고 동생은 새삼 언니의 바뀐 면모에 놀라고 만다. 집에서 먹던 음식들에 비하면 이 가게의 음식들은 질이 확연히 떨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언니는 그런 것이 가장 좋다며 굳이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왔다.

“이곳에 와서 가끔 생각했단다. 너와 이렇게 나란히 앉아 같이 라멘을 먹기를 말이다.”

그 말에 여동생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언니는 생일이라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왔기에 같이 이 가게에 왔음을. 
홀로 고향을 떠나온 그녀다. 아무리 마이 페이스에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그녀라도 외로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동생은 젓가락을 집어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을 타카네는 관심 없는 척 힐끔 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뜨겁다.
라멘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동네의 흔한 가게에서 먹어본 적이 없을 뿐이다.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집에서 먹던 거와는 확연히 맛이 틀리다고. 하지만,

“맛있네요.”
“후후, 그렇지?”

동생의 감상에 타카네는 만족한 미소를 짓고서 자기도 라멘을 먹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이런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다. 홀로 거리를 산책하다 좋은 가게에 들어가 만족할만한 식사를 할 때는 가족들이 같이 모여드는 단란한 저녁 시간. 그럴 때는 고향에 있던 동생 생각이 나 언제 한 번 데려오고 싶다고 늘 바래왔었다. 
그 바램은 오늘 이루어졌다.

“언니 오늘 바쁘신 건 아닌지요? 유명한 아이돌이니 말이죠.”
“괜찮단다. 오늘은 생일이란 이유로 일들을 모두 뺏으니.”

언니의 말에 동생이 걱정스럽게 타카네를 쳐다보았다. 동생은 언니와 달리 속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스마트폰도 쓸 줄 알고, PC도 능숙하다. 그 때문에 언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아이돌인지 잘 알고 있다.

“혹, 제가 온다고 무리한 것은 아닌지요?”

그 말에 타카네는 부드러운 미소로 무언가 자랑스러움과 만족감을 숨기려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지 않단다. 제대로 나의 프로두우서와 이야기를 나누어 스케줄을 조정한 거니 말이다. 절대 무리는 하지 않았단다.”
“그렇군요. 언니의 프로듀서씨와 제대로 이야기를 했다면 문제가 없겠죠.”
“…….”
“왜 그러시나요, 언니?”
“무엇이 말이냐?”
“살짝 언짢은 듯 보여서…….”
“기분 탓이란다. 오늘 너를 이렇게 만나 이리 기쁜데 언짢을 리가 없잖니?”
“언니…….”

동생의 웃는 얼굴을 보며 타카네는 생각했다. 
동생의 영어발음이 자신보다 더 좋다!
딱히 경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쪽 업계의 단어까지 동생이 더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복잡한 심정이었다.

“좀 더 정진이 필요하겠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토옵 시크리잇이란다. 후후.”
“톱 시크릿인거군요. 후후.”

따라 웃는 동생의 입을 보며 타카네는 제대로 정진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라멘을 먹는 속도는 평소보다 느긋했다. 그것은 동생과 대화를 하며 먹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나 자매는 처음에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천천히 라멘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생 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의 프로듀서란 분은 어떤 분인가요?”

그 질문에 타카네는 대화를 어찌 시작해야할지 몰라 답답했던 분위기가 뚫리는 듯한 시원한 감각을 느꼈다.
웃으며 잠시 젓가락질을 멈췄다.

“예전에는 살짝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던 분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의지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이란다.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저의 어려움을 알아채고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끝까지 해주실 수 있는, 그런 분이지.”
“좋은 분이시군요.”
“그렇단다. 내가 아이돌로서 노력할 수 있게 지탱해주시는 멋진 분이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매들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가족들은 건강한지, 이웃들은 잘 지내는지. 그런 일상의 이야기부터 최근의 이야기까지 자매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아범은 건강하시고?”
“너무 건강해서 탈이에요. 유모는 여전히 잔소리가 심하시군요.”
“후후, 나중에 찾아가 봐야겠구나.”
“정말이에요. 고향 사람들 모두 언니를 보고 싶어 한다고요. 뭐, 귀하신 아가씨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이 마음에 안 드는 어르신 분들도 계시지만요.”
“고향으로 돌아가면 난 내 일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전해주지 않겠니?”
“전해는 드리겠지만 그래도 납득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것은 추후 내가 설득해야할 부분이겠지.”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었지만 그래도 라멘은 착실히 비어져 갔다. 

“혹,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가게를 나서며 타카네가 묻자 여동생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활짝 미소지었다.

“혹, 큰 백화점에 갈 수 있는지요?”
“백화점?”
“네. 집 근처에는 그리 큰 상점가가 없어 평소부터 가보고 싶었습니다.”

여동생은 눈까지 빛내며 그렇게 부탁했고, 타카네는 그런 동생의 기대감 어린 반응이 귀여워 웃고 말았다.

“후후, 그럼 가보자구나. 근데 가도 생각보다 갈 곳이 없지만 말이다.”
“정말인가요?”

동생은 기뻐하며 급히 타카네의 손을 잡고 앞서 이끌기 시작했다. 이곳의 지리도 모르는 그녀가 성급히 앞서나가는 것을 타카네는 가만히 끌려가며 뒤에서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한결 자란 귀여운 여동생. 그리고 자신이 짊어졌어야할 짐을 대신 짊어지게 한 미안한 여동생.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은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원망하고 욕해도 타카네 본인으로서는 할 말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웃으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다. 타카네는 그런 여동생이 너무나 고마웠다.
둘은 유명백화점에 당도해 여기저기 당도를 해 제일 먼저 시식품코너로 향했다. 그 중 타카네는 시식대를 보여주며 동생에게 설명해준다.

“이곳에 놓인 음식은 먹어도 되는 거란다..”
“계산은 어디서 하죠?”
“여기 있는 건 공짜란다.”

타카네의 말에 여동생은 놀라워하며 시식대를 보았다. 그곳에는 한 아주머니가 음식을 조리해 잘게 잘라 접시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동생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잠시 맛 좀…….”
“사양 말고 얼마든지 드셔도 되요.”

아줌마의 말에 여동생은 망설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그릇에 담긴 만두를 일회용 포크로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뜨거운 만두를 천천히 씹으며 언니를 보고 웃는다.

“맛있니?”

타카네가 묻자 여동생은 웃으며 힘껏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고 타카네는 카트에 만두를 담는다.

“그럼 집에 가서 간식으로 먹는 게 좋겠구나.”

이 뒤로도 자매는 이것저것 시식을 참가하고서 카트를 끌고 다른 곳도 향했다. 
백화점에 처음 온 동생은 눈을 빛내며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옷이라던가 그릇. 장난감, 음반 등 많은 것들이 이런 한 건물에 모여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 반응에 타카네도 즐거워하며 잔잔히 미소 짓는다. 

“그것이 카드라는 거군요.”

동생은 타카네가 계산을 위해 자연스럽게 카드를 꺼내자 눈을 빛냈다. 타카네의 고향에는 현금만 받기 때문에 카드는 보기 힘들었다.

“현금대신으로 갖고 다니는데 편해서 자주 이용한단다.”

타카네는 대답하고서 점원에게 카드를 건네 오늘 산 물건들을 계산했다. 식료품이 주를 이루지만 동시에 동생과 맞추어 산 옷이라던가 식기 같은 것들도 있었다. 동생이 자고 가기 때문에 과하게 산 부분이 있었지만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면 언니로서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녁때는 회사로 가봐야 한다. 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일파티를 사무소 동료들이 준비했기 때문이다.
짐을 들고 있어 동생과 같이 지내고 있는 맨션으로 돌아와 여정의 짐을 풀었다. 

“피곤하지 않니? 먼 길은 온데다 점심을 먹고서 바로 백화점을 돌아다녔으니 피곤할 것 같은데.”
“사실 많이 피곤해요.”

동생은 언니의 물음에 솔직히 답하며 귀엽게 헤헤 웃었다. 그러자 타카네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 침대를 가리켰다.

“그럼 한숨 자두렴. 있다 저녁 먹으러 갈 때 깨울 테니.”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를 준비하려 할 때 동생이 언니의 옷깃을 잡으며 올려다보았다.

“저기, 괜찮으면 언니도 같이 자지 않겠어요?”
“? 난 졸리지 않다만.”
“그, 그럼 어쩔 수 없구요.”

동생은 그리 말하며 서운함을 숨기는 그런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보고 타카네는 방금 동생이 어리광을 부리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카네는 미소 짓고서 짐짓 졸린 척 하품을 쉬었다.

“하아, 잠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나도 졸리구나.”
“그, 그럼!”
“같이 잘까?”
“네!”
“침대가 더블이긴 한데, 불편하지는 않겠니?”
“괜찮아요!”

동생이 환한 표정으로 기뻐하는 것을 보고 타카네는 동생과 같이 침대로 갔다. 얼마만일까. 이렇게 동생과 나란히 같이 잠드는 것은. 고향에 있을 때는 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이렇게 같이 자주 자고는 했었다.
그 때를 기억하며 타카네는 동생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자신은 은발, 동생은 흑발. 자매지만 머리카락 색이 틀렸다. 아니 자신만 기이하게도 홀로 은발로 다른 이들과 달랐다. 그것 때문에 경외 받기도 하고, 혐오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은 자신의 은발을 좋아해주고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다.
흑발은 밤을 상징하고, 은발은 달을 상징한다며 자매로서 잘 어울리지 않냐고 순수하게 웃어주었다. 그런 동생이 너무나 고맙고 좋았다.
그러나 자신은 그런 동생을 두고 홀로 고향을 떠났다. 자신이 이룰 무언가가 있다고 믿으며 무작정 떠났고, 덕분의 가업은 남은 동생이 짊어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동생에게 미움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겨우 용기를 내어 연락을 했을 때는 너무나 떨렸다.
하지만 동생은 자신을 여전히 소중한 언니로서 사랑해주었다. 그런 동생이 너무나 기쁘고 고마웠다. 
동생의 얼굴을 보니 편안한 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잠들었다는 것을 알고 타카네는 조심스럽게 동생을 안으며 미소 지었다.



오후 저녁. 타카네는 자신의 동생과 같이 자기가 일하는 사무소에 왔다. 타카네에게 미리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프로듀서를 제외한 모두는 타카네의 동생을 처음보고서 놀랐다.

“오히메찡의 여동생!?”
“오히메찡은 은색인데 동생은 검은색이야!”
“귀, 귀여워!”
“저기저기, 너 몇 살이니? 나랑 동갑?”
“생일이라서가 아니라 동생이 와서 오늘 일을 빼달라고 한 거구나.” 
“자신 타카네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만나는 건 처음이라고!]

사람들은 호들갑스럽게 타카네의 여동생을 환영하면서도 그녀의 등장에 신기해했다. 여동생은 그런 사람들의 환대에 당황하며 타카네에게 꼬옥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즈사와 코토리는 그런 여동생에게 다가가 무심코 안아버리고 말았다. 
주위에서는 여동생의 또래인 미키와 이오리, 야요이, 아미와 마미등이 계속 말을 걸기도 하고 고등학생조들도 생일 당사자인 타카네보다는 그녀의 여동생에게 더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사무원과 프로듀서들도 마찬가지였다.

“헤에- 역시 타카네의 여동생이라고 할까요? 머리색은 평범해서 놀랍지만 반대로 외모는 자매란 느낌으로 예쁘네요.”
“코토리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돌로 스카우트해도 좋을 것 같은데. 스카우트 하면 내가 담당이 되는 건가?”
“하아? 무슨 소리죠? 이제 류구코마치도 정상궤도라 오히려 한가한 편이니 담당 아이돌이 적은 제가 하는 게 맞죠.”

그런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타카네는 조심스레 자신의 여동생도 혹시 아이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았다. 아미와 마미가 그랬듯 자신도 자매 아이돌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희망상황이다. 자신이 고향을 떠난 덕분에 동생이 부담하는 일들이 어떤지 알고 있다. 아마, 그 상상은 단순한 희망상황으로 끝날 것이다.



“해피버스데이, 타카네(오히메찡, 언니)!”

테이블을 모아 만든 생일상 앞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모두 타카네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타카네의 여동생 때문에 잠시 미루었지만 원래 저녁 일까지 빼면서 여유시간을 만든 이유는 이것이었다. 모두가 소중한 사무소의 동료인 타카네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각자가 준비한 선물도 준다. 
모두의 축하를 받느라 잠시 정신이 없는 타카네의 곁에서 벗어나 여동생은 P의 곁으로 온다.

“당신이 언니의 프로듀서죠?”
“맞아. 내가 타카네의 프로듀서야. 만나서 반가워, 여동생양.”
“후후, 언니 말대로 좋은 분 같네요.”
“좋게 봐주니 고마운데. 아, 혹시 아이돌 할 생각 없어? 타카네랑 팀으로 활동을 하면 좋은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솔깃한 이야기지만 전 집에서 이어야할 가업이 있어서요.”

그 말에 프로듀서는 의아해 했다.

“가업?”
“후후, 궁금하세요?”

앳돼 보이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묘한 색기를 살짝 풍기며 웃는 여동생은 P에게 손짓해 고개를 숙이게 했다. 그리고 귓속말로 그에게만 들리도록 전했다.

“나중에 제가 지금 알려주는 주소로 오세요. 언니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니깐.”

P는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자 중요한 일임을 알고 주위를 살핀 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생일파티는 즐거웠다. 특히 타카네가 이곳에 온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여동생까지 참여해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하지만 파티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어린 아이가 많은 사무소 사정상 밤늦게까지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P는 자신의 차에 타카네와 여동생을 태워 그녀들을 바래다주었다. 차안에서 자매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다. 운전하는 P의 뒷모습을 보며 언니에게 소곤거렸다.

“정말 좋은 분이시군요.”
“후후, 그렇지?”
“혹, 언니가 마음에 둔 분이 아니신지요?”

그 질문에 타카네는 얼굴을 붉히며 그저 웃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동생은 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참고 계시군요.”
“지금은 참을 수 밖에 없단다. 그와 나의 입장상 말이지.”

그런 언니의 얼굴을 멍하니 보다가 동생은 이내 웃는다. 

“언니가 행복해지기를 바래요.”
“고맙구나. 나도 네가 행복해지기를 원한단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P는 내용을 못 들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타카네의 생일이 지나갔다. 이 후로 765아이돌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타카네는 톱 아이돌이 되었다.
그리고, P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타카네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급함과 기대감이 어려있었다.
P가 사라지고서 하루하루가 괴롭던 그녀였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어느 날 휴가를 낸 후 그대로 자취를 감춘 그 사람.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여동생으로부터의 한통의 편지. 그를 찾았으니 만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받고 타카네는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었다는 것을 알고 고마워 눈물까지 흘렸다. 급히 사무소에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
마음이 진정되지 못해 손을 만지거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하며 고향이 이렇게 멀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고향. 역에서 한참을 걸어 도착한 시골이란 느낌이 드는 그곳은 동시에 어딘가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넓은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타카네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타카네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며 마음이 안정 되는 것을 느끼며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넓은 전통방식의 가옥. 그 문 앞에서 타카네가 낡은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사람이 나와 타카네를 알아보고 놀라 반가워한다. 그리고 주인님이 기다린다며 응접실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있었어야할 자리에는 여동생이 펑퍼짐한 옷을 입고 웃으며 앉아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타카네가 묻자 여동생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는 병상에 계십니다, 언니. 원래라면 이때 집의 가주는 언니가 되어야하지만 아버지는 집을 떠난 언니 대신 저에게 집안을 맡기셨습니다. 그러기 위한 교육도 예전부터 받았구요.”

그것에 불만은 없다. 애초에 그 가업이 싫어 뛰쳐나오고 동생에게 짐을 짊어져 늘 죄책감을 느끼던 자신이니 말이다. 단지 아버지의 소식을 이렇게 듣게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마 아버지로서는 자신이 괘씸해 이야기도 전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나러 오신 거죠 언니?”

그러면서 동생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일순 무거워 보이는 그 동작은 하얀 비단 옷이 펑퍼짐해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다. 동생은 앞서서 다소곳이 걸어 언니를 어느 방으로 안내한다. 타카네는 드디어 그를 찾았다는 생각에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동생이 어느 방 앞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연다.
그러자 그곳에는 죽은 듯 자고 있는 그렇게 그리워 하던 P가 있었다.
타카네가 반가워하며 다가가 앉아 그의 얼굴을 만져본다. 제대로 숨도 쉬고 있는 그는 자고 있는 거산 빼면 건강해 보였다.
그런 언니 뒤에서 동생이 말한다.

“피곤할겁니다. 그 때부터 쭉 이곳에 있었으니깐요.”

그 말에 타카네가 흠칫거린다. 그리고 동생을 돌아보며 묻는다.

“……무어라?”
“그 사람은 계속 이곳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휴가를 낸 그날부터 말이죠.”
“그 무슨 기이한 말을…….”
“사실입니다.”

놀라는 언니를 보며 웃던 동생은 입고 있던 흰 비단 옷을 벗는다. 그러자, 거기에는 부풀어 오른 배에 임산부 옷을 입은 여동생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아이까지 말이죠.”

그 말에 타카네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충격을 받은 얼굴로 동생을 본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묻는다.

“그, 그 배는?”
“제 낭군의 아이입니다. 언니가 소중히 여기는 그 사람 말이죠.”
“……낭군?”
“네. 후후, 당주로서의 권한이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부군으로 맞을 수 있는 권한 말입니다.”

타카네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저 갑자기 밀어닥치는 일들에 대해 흔들리며 명석하던 머리로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언니에게 동생은 여유롭게 말한다.

“언니가 소중히 여기고 사모하는 남성. 그 분을 제 낭군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니가 선택했다면 틀림 없이 좋은 분이시겠죠. 또한,”

그리고 동생은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언니의 볼을 만진다.

“언니의 연모를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마, 그 사람은 언니를 선택하지 않겠죠. 프로듀서이니깐요. 그래서 우리 집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약을 먹여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그에게 안겼고, 그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후후, 언니 말해주세요. 언니도 이 사람을 원하시죠?”

타카네는 자신의 동생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타카네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동생은 계속 말한다.

“언니, 이 마을 안에서라면 가능합니다. 저의 낭군이지만 언니도 그의 아내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아내가 되고 싶지 않습니까? 그의 아이를 저처럼 갖고 싶지 않습니까? 언니, 전 너무나 행복하답니다. 이 행복, 언니랑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언니가 버린 것도 갖고 싶습니다. 그래서 언니가 버린 가업을 짊어지고, 언니가 잊어버릴 지도 모를 사랑도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언니 부디 돌아와주세요. 그리고 언니의 사랑을 찾으세요. 사랑하는 여동생과, 사랑하는 낭군을 말이죠. 저와 같이 지켜나가요.”

그리고 여동생은 타카네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그 부드러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그 키스 속에서 타카네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은 너무나 늦은 후였다.
그런 그녀의 귀에 여동생이 키스를 한 후 속삭인다.

“언니, 그거 아세요? 오늘이 언니의 생일이라는 것을. 작년 생일 이후 딱 1년이 되었군요. 그 때부터 준비한 제 생일 선물입니다. 언니,” 

동생은 웃는다.

“생일 축하드려요.”

자기의 언니에게 최고의 선물을 전해주었다는 것에.



몇 달 뒤 타카네는 아이돌을 은퇴를 하였다. 행방불명되었다가 돌아온 P는 그런 타카네의 마지막을 같이해주며 그도 같이 사무소를 그만두었다.
P는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씁쓸한 미소로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한 후 사무소를 떠났다. 타카네가 아이돌을 은퇴 한 뒤 한 달 뒤의 이야기였다. 모두들 그런 P를 말렸지만 P는 책임져야할 일이 있다면 먼 마을로 떠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타카네의 고향. 그곳에서 타카네는 부풀어 오른 배를 만지며 자신의 낭군이 된 P를 보며 웃는다. 그 뒤에서 그녀의 여동생이 자기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웃고 있다.
단란한 가족. 행복한 가족.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오는 따스한 가족.
그런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지만 타카네는 알고 있었다.
사랑이 넘쳐흘러 광기가 되어버린 슬픈 결말의 모습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행복하다.
타카네는 웃으며 자신의 배를 만지다가 낭군을 본다.

"정말 행복하옵니다. 낭군과 이렇게 같이 인생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거기다."

여동생을 돌아보며 웃는다.

"절 사랑해주는 이가 두 사람이나 있으니 말이죠."

여동생은 언니의 말에 쑥스럽게 웃으며 순진한 그 나이 또래의 표정을 짓는다.
타카네는 웃으며 다시 자신의 배를 본다. 그리고 바라게 된다.
이 행복이 계속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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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매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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