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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치하야 「이상한 꿈을 보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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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6, 2021 22:32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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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꿈을 보았다.


  분명 무대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린 반짝이는 사이리움과 강한 스포트라이트. 분명 그 어느 곳보다 빛나는 무대 위였다.


  그 위에는 내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니었다. 그건 나 자신이면서도 나 자신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 서서 노래하는 건 분명 키사라기 치하야였지만, 그런 키사라기 치하야를 지켜보고 있는 것 역시 나 자신이었다.

  꿈속의 나는 길을 걸어가다 말고 멀리 보이는 무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떤 곡을 부르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모르는 곡이었는지, 아니면 잠에서 깬 뒤로 기억이 희미해졌기 때문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무대 위의 키사라기 치하야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대 위의 인물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때의 나는 고작해야 후보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저런 큰 야외무대에 설 기회가 있지도 않았지만, 그것보다도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노래를 부를 때 웃지 않는다.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노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보면 미소를 지을 틈 따위는 없었다. 물론 그런 틈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환하게 웃는 일 같은 건 없었겠지만.

  하지만 무대 옆 대형 스크린으로 보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 얼굴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기에 강한 위화감이 들었다.

  스크린 속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왼쪽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미소를 지으며 똑같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스크린 속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짙은 갈색의 두 눈동자가, 나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게 스크린 속의 키사라기 치하야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내 방의 천장이 보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오자, 집 안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던 이 정적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뒤였다.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를 하고, 늘 입던 트레이닝복을 걸친 채 언제나와 같은 트레이닝 루틴을 수행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기도를 통해 폐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져 왔다.

  공원을 향해 가볍게 달리며 조금 전에 보았던 이상한 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이미지가 흐릿해지면서 자세한 꿈의 디테일들이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그렇게 공원에 다다랐을 때 기억나는 건,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였던 또 다른 나의 환한 미소뿐이었다.

  

  그건 내가 아니야.


  그건 분명 나였다. 나였지만 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뭐였을까.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진 꿈이었던 걸까.

  그리워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 무의미했던 시간들, 그 무의미했던 발버둥, 그 무의미했던 백일몽을, 나는 지금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고 있는 걸까.

  공원 벤치에 걸터앉은 나는 멍하니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조금 먼 곳에서 소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벤치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그곳에는 검은 장발의 소녀가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옆머리를 뒤쪽으로 돌려 묶은, 다소 특이한 스타일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차분하고 아가씨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또 다시 멍하니 서서 소녀의 노래를 들었다. 복식호흡법에 익숙하지 않은지 저음은 지나치게 얇았고, 고음은 위태롭게 떨렸다. 목을 저렇게 쥐어 짜내서야 한 곡은커녕 1절조차 제대로 불러내기 힘들 게 뻔했다. 고개를 조금만 들고, 어깨에 힘을 빼서 무게중심을 아래로 두고, 숨을 들이쉴 때 폐의 움직임을 조금 더 신경 쓰면 훨씬 안정적인 발성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이제 와서 노래에 대해 왈가왈부한단 말인가. 그렇게 노래, 노래 타령을 했으면서 모든 걸 저버린 채 살아가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나는 여전히 발성 연습에 열심인 소녀를 등지고 걸음을 옮겨 공원을 빠져나왔다. 갑자기 이상한 꿈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마음속이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시절에 대한 것들은 전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립지도, 후회되지도, 생각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아침 공기에 실어 흘려보내며,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7시 30분 정도였다. 빠르게 샤워를 마친 나는 출근을 위해 정장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뒤, 경단 모양으로 정리해 올렸다. 그러고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자세히 점검했다.

  그러다 문득 위화감을 느낀 나는 거울 속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나는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나의 시선을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었다.

  나는 순간 그런 나의 표정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이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출근을 준비해온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초점 잃은 눈에서, 나는 자꾸만 어머니의 슬픈 눈빛이 보였다.

  어머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활발하게 웃으면서 활기찬 에너지를 내뿜던 성격도 아니었지만,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셨던,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만들어낸 흐릿한 추억일지도 모르겠지만...

  유우가 죽은 뒤로도 어머니는 그런 온화한 모습을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하셨다. 물론 아버지랑 다투실 때는 전혀 다른 사람 같은 모습을 보이고는 했지만, 최소한 나랑 이야기할 때는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날 전까지는.

  그날도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투셨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리지 않은 채 외투 하나를 걸치고 집을 나서버린 아버지의 뒤를 눈으로 쫓다가,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다가가 말했다.


“엄마...” 

“미안하구나, 치하야. 매번 이런 모습을...”


  아직 너무 어렸던 나는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다. 매번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고, 도저히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았던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솔직하게 들었던 생각을 어머니에게 내뱉고 말았다.


“왜 아버지랑 헤어지지 않는 거예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힘들어하기만 하는데...”

“...”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그 표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걸 진짜 모르냐는 표정, 놀람과 당황을 넘어서 원망마저도 담겨 있었던, 차마 숨길 수 없었던 감정들이 온전히 드러나 있던 그 표정. 어머니는 그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셨다.

  어린 나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사이에 있음에도 나가떨어지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유. 그게 다름 아닌 나였다는 걸. 모든 게 나 때문이었다는 걸.

  어머니는 그 날 후로 온화한 미소를 잃으셨다. 나도 되도록 대화를 줄였지만, 그렇게 완전히 벌어져버린 균열은 결국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그 순간까지 보였던 어머니의 그 슬픈 눈. 그 눈을, 지금 거울 속의 내가 하고 있었다.


-삐빅, 삐빅, 삐빅.


  나의 과거 회상을 끊은 건 출근시간을 알리는 휴대전화 알람이었다. 나는 재빠르게 알람을 끄고, 어젯밤 챙겨둔 핸드백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이젠 완전히 익숙해진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언제나와 같은 거리, 언제나와 같은 버스 정류장을 지나 언제나와 같은 전차에 몸을 실었다.


“키사라기 씨, 어제 부탁한 서류, 점심시간 직후에 랩업 회의가 있으니까 보내줬으면 하는데.”

“회계서류라면 어제 퇴근 직전에 업무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음? 아, 어제자로 와 있구만.”


  업무도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어느 정도 직급이 오른 뒤에는 부하직원들도 생겨서 실무자였던 때와 업무 방식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런 종류의 일도 1~2주 정도 지나고 나니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오전 업무를 마친 나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계단을 통해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소화도 시킬 겸, 운동 겸 점심식사 후에는 의도적으로 계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 부서가 있는 층에 거의 도착했을 때, 위쪽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대화를 나누는 남자 둘 중 한 명은 우리 부서의 실무자인 것 같았다. 나머지 한 명은... 목소리가 익숙한데. 옆 부서였던가.


“그래서, 너는 요즘 살 만 하냐?”

“말도 마. 정월 때도 결혼은 언제 할 거냐 같은 이야기를 엄청 들었거든. 취업한 것도 엊그제인데, 그게 누구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아하하. 처지는 똑같네. 그래도 너는 일이라도 편하게 하지, 우리는 하자마 과장 때문에 미치겠어.”

“우리 쪽도 그다지 편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업무량만 따지면 너네보다 많을 걸.”

“너네는 그래도 키사라기 과장이 알아서 한다며. 일처리가 엄청 깔끔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아, 그리고 우리보다 어리다며? 진짜래?”

“별 소문이 다 있네. 나이는 물어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그래도 들리는 이야기는 있어. 마침 결원 난 부서에 갑자기 들어와서 전례 없는 쾌속승진을 했다고.”

“그래서, 어때? 유능하잖아. 미인이고.”

“뭔 소리야.”

“집에서 결혼 상대 찾아보라고 난리라며.”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 무섭다고. 엄청 차갑기도 하고.”

“원래 공적으로 차가운 사람이 사적으로 엄청 친절할 수도 있는 걸. 사람은 누구나 갭이 있는 거잖아.”

“네 망상을 나한테 주입하ㅈ...?! ㅇ, 안녕하세요, 과장님!”

“?!”


  내가 계단을 올라 둘의 시야 안에 들어서자, 우리 부서의 사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거의 쏟을 뻔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던 옆 부서의 사원은 오히려 더 놀란 것 같았다.


“오전 근무, 수고했어요.”

“네, ㄱ. 감사합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나는 몇 계단을 더 올라 내 자리로 돌아왔다.

  차가운 사람. 

  자주 들었던 말이다. 학창시절에도, 그리고 입사 후에도.

  그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하면 그만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남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으니까.

  잠깐 창밖을 내다보는 사이, 우리 부서의 여직원이 자리로 돌아와 나에게 말했다.


“키사라기 과장님, 부장님께서 회의 준비하신다고 2회의실로 와 달라고 하셨어요.”

“바로 갈게요. 감사합니다.”


  회의는 무난하게 끝났다. 오후 근무에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부하직원이 처리한 서류를 수합, 정리하고, 위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만들어 올려 보낸다. 숫자와 글자가 가득한 서류들, 그리고 매일매일의 반복. 어린 시절 생각했던 회사원의 이미지와는 꽤나 다른, 반복적이고 무미건조한 작업들이었다.

  오후 6시. 근무 시간을 마친 나는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잔업 때문에 야근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나는 업무 처리는 신속하게 마치는 편이라 대부분 정시에 퇴근했다.

  퇴근시간의 전차 안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출퇴근시간의 인파도 이제는 일상에 불과했지만.

  운 좋게 문가에 앉을 자리를 얻은 나는 문 쪽으로 기대어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메신저 알림 창에 그리운 이름이 떠올랐다.


[미우라 아즈사: 치하야짱,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미우라 아즈사 씨. 직접 연락을 하는 건 거의 2년만일 것이다. 적어도 내가 입사한 후에는 별로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까. 

  아이돌 후보생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렸을 때부터 살던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직 마땅한 자취방을 구하지 못했던 나는 아즈사 씨의 집에서 지냈던 적이 있다. 아즈사 씨는 생판 남이었던 나를 마치 가족처럼 맞아 주었다. 자세한 건 기억이 흐릿하지만, 적어도 매일 집에 돌아가면 아즈사 씨가 일찍 돌아와 따뜻한 저녁밥을 준비해두고 계셨던 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 대해서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지만, 그 와중에 그나마 좋았던 추억이었다.


[나: 오랜만이에요, 아즈사 씨.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즈사 씨는요?]

[미우라 아즈사: 나는 너무 잘 지내서 탈이지. 그래서 말인데, 치하야짱...]


  아즈사 씨는 왠지 모르게 뜸을 들였다. 비록 문자 상이었지만, 마치 느긋한 아즈사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미우라 아즈사: 나, 결혼해.]

“?!”


  나는 깜짝 놀라 휴대전화를 거의 떨어뜨릴 뻔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어린 아이의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애써 외면한 채, 나는 아즈사 씨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대충 정리하자면 결혼 상대가 정해졌고, 다다음주 쯤에 식을 올리는데 나를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당연히 가겠다며 답장을 보낸 뒤 간단한 안부를 묻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뒤숭숭해진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이번 역은 시부야, 시부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나는 다짜고짜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며 문 쪽으로 다가섰다. 그러고는 시부야 역의 플랫폼 위로 올라섰다. 이 시간대의 시부야는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나는 전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여기는 내가 내려야할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충동적으로 이곳에서 내렸다.

  출구를 나서자 익숙한 교차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10년 넘게 그대로인 건물의 대형 전광판에서는, 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미나세 이오리 주연 신작, 전국 동시 개봉!]


  미나세 양. 대재벌 미나세 그룹의 장녀이자 전직 아이돌, 지금은 탑급의 영화배우. 한때는 나나 아즈사 씨와 같은 소속사에서 아이돌 후보생으로 있었지만, 회사가 부도난 이후에는 소속사를 옮겨 데뷔했다. 미나세 그룹의 장녀였으면서, 애초에 왜 그런 작은 회사의 후보생 같은 걸 하고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건 이제 와선 아무래도 좋으니까.

  아무튼, 나는 조금은 차가워진 저녁 공기를 마시며 무작정 시부야를 거닐기 시작했다.


  왜?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왜 갑자기 이곳을 거닐고 있는 걸까.

  아즈사 씨의 문자 때문에? 아니면 오늘 보았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부하직원들의 차갑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여전히 나의 돌발행동에 스스로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나는 어느새 어린 시절 찾아가던 CD샵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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