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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들)건국 30주년 기념 인터뷰 - 내무장관 겸 원수부 부장 와쿠이 루미(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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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1, 2021 23:07에 작성됨.

전편은 이쪽 참조.
(주의 : 회상 부분에서 루미의 대답은 볼드+이텔릭 표기)

“이게 뭔 티켓임까?”
“제가 이 나라로 망명하기 위해 탔던 열차입니다. 처음 보시죠?”
“확실히 그렇슴다. 지금 우리나라의 열차 티켓보다도 더 좋은거 같슴다?”
“지금 우리나라의 철도망도 굉장히 좋아졌어요. 뭐, 이건 넘어가고, 나는 이 열차를 타고, 망명길에 올랐어요. 예전엔 이 열차가 이곳 메르세아까지 왔거든요.”
와쿠이 장관의 말에 아라키 처장은 “에?”하는 눈초리로 봤고 와쿠이 장관은 입을 다시 열었다.
“본래 이 열차는 이쿠야 제국의 수도인 이루카를 출발해 메르세아까지 달리는 열차였습니다만, 메르세아가 이 나라의 땅이 되면서 국경 지점 앞에서 멈추게 되었죠. 이 열차의 종점까지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인 아니면 망명객입니다. 나는 후자였죠.”
“후자라 함은, 어딜 가는 겁니까?”
“이쿠야 제국과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국경 인근에 공사관이 있어요.”
“엥? 웬 공사관임까? 처음 듣는 이야기임다?”
“정식적으로 세운 공사관은 아니고, 이쿠야 제국에서 오는 망명객을 받는 공사관이에요. 그곳에서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그 옆에 쉴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거기서 쉬는 동안에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외무부에서 일차적으로 심사해 문제가 없으면, 제국으로 들어오는 통행증을 줍니다. 그럼 그 통행증을 받아서, 국경을 통과한 후, 제국의 수도에서 왜 망명해왔는지에 대한 조사를 받아요. 그 결과로 문제가 없으면 이제 이 나라의 백성으로 인정받는 거죠.”
“가실 때 어떤 마음이셨음까?”
“무슨 마음이긴요. 이미 막 나간 거지.”
와쿠이 장관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근 27~8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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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년 전, 이쿠야 제국령 최북부 소재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공사관
“어서오세…… 앗! 다……당신은……!”
“아, 안녕하세요.”

공사관에서 일하던 한 젊은 장교가 와쿠이 루미를 보고 경악했다. 루미는 죄책감 속에 인사만 할 뿐이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
“그게, 망명 신청을……할 예정입니다.”
“망명이라니! 말도 안돼! 당신이?! 대체 어째서입니까!”
“예, 그렇게 됐습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말을 한 루미를 보고 공사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몰려나와 물었고 루미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중대 사항이군요. 당신이 망명한다고 할 줄이야! 본국의 외무부 장관에게 당신을 데려가야겠습니다. 분명 당신도 아는 얼굴이겠죠!”
공사관에 있던 공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루미를 데려가라 요청한 후 서류의 작성을 마무리할 것을 명했다. 루미는 급히 서류를 다 작성한 후, 공사관 직원에게 제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제국군 병사들이 그녀가 작성한 서류를 받아 어디론가 데려갔다.

“저기…… 저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지금부터 당신은 메르세아에 있는 정부청사로 갈 것이니 일단 차에 오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사관 밖으로 나온 루미는 고개만 끄덕이고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는 동안 그녀는 제국의 병사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저 여자가 원수님을 이곳으로 쫓아낸 자 아닌가?’ 하는 말부터, ‘저 여자가 이쿠야의 그 총리 놈이다.’라는 말. 루미는 속으로 ‘이제 나는 벌을 받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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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 메르세아까지는 당시 기준으로 한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가는데도 정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이었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라니…….”
“안 받아주면…… 나에게 남은 건 죽는 것뿐이니까요. 사실 뭐, 그런 말을 들었으니, 내 목숨은 뭐…… 끝났다고 봐야죠.”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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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풀려버린 채 도착한 메르세아시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의 정부청사 앞

제국군의 병사는 자신의 상관에게 뭐라 보고한 후, 루미를 임시 대기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의 바닥은 돌바닥이긴 했지만, 상당히 깔끔해 보였다.
‘적어도 가스티유 서드보다는…… 여기가 나아 보이는구나.’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면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수님께서 당신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ㄴ…… 네.”

제국 정부청사 내 회의실.
모든 관료들이 자리한 가운데, 아까 병사와 대화하던 장교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곧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여성이 입을 열었다.
“망명하겠다고 한 자, 이 자리에 도착했는가?”
“네, 원수님.”
“안으로 들여보내세요.”

문이 열리고 루미는 아무 말 없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회의실 안에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고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회의실에는 제국 원수인 미후네 미유 원수를 위시하여 제국 국방부 장관 겸 제국군 총사령관 대리인 닛타 미나미, 제국 교육부 장관 사기사와 후미카, 제국 외무부 장관인 아이바 유미(이후 아이카와 치나츠 장관과 자리를 바꿔 보건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제국 문화부 장관인 타카모리 아이코 장관, 제국군사학교 교장으로 특임장관직에 있던 타치바나 아리스 장관(현 체신부 장관), 그리고 농상공부 장관인 핫토리 토코 장관이 그 자리에 있던 것이다. 루미의 온 몸은 떨려 있었다.

“이쿠야 제국 총리 와쿠이 루미, 당신이…… 왜 여기에…….”
“그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닛타 미나미 국방부 장관의 말에 와쿠이 루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에 날아온 말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리라.
“대체 무슨 낯짝으로 여기에 온 겁니까!”
“당신네 백성들을 우롱하고 착취한 것도 모자라서, 이젠 여기 사람들도 착취하러 왔습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전…… 이제 총리도 뭐도 아닙니다!”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에요? 인간이냐고! 젊은 생도들의 인생을 그렇게 망가뜨린 주제에! 몇몇 집안은 당신이 망가뜨렸어! 알아? 알고 있냐고!!”

핫토리 토코 장관과 사기사와 후미카 장관의 말에 루미는 항변해 봤지만, 그 자리에 있던 아이바 유미 장관의 일갈에 아무 말 없이 눈물을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죽으라면…… 이 자리에서, 죽겠습니다. 네, 죽으라면…… 돌에 맞아 죽든, 칼에 맞아 죽든…… 다 받겠습니다.”
무릎까지 꿇으며 울면서 대답한 루미를 보고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가장 막내였던, 당시 특임장관 타치바나 아리스 장관이었다.
“원수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자는 이쿠야의 총리였던 자, 이쿠야를 망가뜨린 자입니다. 저자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우리가 쓸 수 있을지 알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원수님.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독재를 한 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저자를 받아들인다면 독재자를 받아들인 국가로 기록에 남을 것입니다.”
타카모리 장관의 말은 다시 가시가 되어 와쿠이 루미에게 박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루미에겐 갈 곳이 없었다. 차라리 죽게 해달라는 말이 속이 편할 지경이었다. 곧이어, 잠시 눈을 감던 미후네 원수가 입을 열었다.
“정보부에 의하면, 신임 총리로 제국 경찰의 정보처리부장인 키류 츠카사가 내정되었다고 하더군요. 여기 계시는 장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국 경찰은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아요. 이자가 제국에 남아있었다고 한다면 그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웠을 터, 받아들이고, 그 죄를 반성하게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마침, 우리 제국의 내치를 다스릴 이가 부족합니다. 국방, 외교, 교육, 농업, 상업, 공업, 문화는 이미 여러분들께서 나를 돕게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부족해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루미를 잠시 보다가) 마침 이런 거물급이 들어왔으니, 쓰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이자는 철저하게 고쳐 쓰면 될 거 같군요.”
“원수님.”
“괜찮아요. 닛타 장관. 내가 필요로 하는 거니까요.”

모두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확실히 미후네 원수는 당시에 처리하는 서류가 많았다. 국가 수반으로서 내치까지 총괄하고 있었고 제국군의 총사령관직에 있었으니, 그만큼 업무는 과중했다.

“아이바 장관.”
“네, 원수님.”
“그대는 요즘 내가 무슨 기도를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네? 기도……라뇨?”
“나는 요즘 자기 전에 매일 주신이신 오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나를 도울 좋은 인재를 이 땅에 보내달라고요. 그 소원이, 오늘 이뤄진 거 같습니다.”

모든 관료들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미후네 원수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원수가 원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힘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비록 제국 내에서가 아닌 망명객이었지만 충분한 인재였다. 그리고 미후네 원수가 입을 열었다.

“음……이보세요, 와쿠이 루미?”
“네……. 원수님”
“우리 제국에 망명하러 왔다고 하셨죠?”
“그……그렇습니다.”
“음……”

다시 생각에 잠긴 미후네 원수, 곧이어 그녀는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 신청 받아들일게요.”
“네……?”

닛타 장관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있었지만 미후네 원수는 닛타 장관에게 귓속말로 뭐라 말했고, 닛타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건, 제국의 현 상황을 말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라.
“정말로…… 받아주시는 겁니까?”
“맞아요. 당신의 망명을 받아들일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쿠이 루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머리가 닿을 듯 인사를 했지만 미후네 원수는 여기에 말을 덧붙였다. 그것은 와쿠이 루미가 받을 형벌을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그 대신, 나는 이 제국의 국가수반이자 국군 총사령관으로서, 명을 내리죠. 당신이 이쿠야의 국민들을 힘들게 착취한 것처럼, 나도 당신을 내 옆에 두고 종신토록 빡빡하게 굴려야겠어요.”
“네, 달게 받겠습니다. 받아주심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저, 원수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

“그럼 그날 원수님께서 바로 인사명령을 내리신 검까?”
“인사명령은 그다음 날이었죠. 일단, 망명했던 그 날은, 원수님께서 내리신 집에서 쉬고, 그다음 날 오전에…… 교육부 장관이신 사기사와 후미카 장관이 직접 오셔서, ‘같이 갈 곳이 있다.’ 해서 갔는데, 그때 신전에 가서, 원수님과 제사장님이 보는 앞에서, 제국 국민으로서 살 것을 선서하고, 제국의 교리를 받아들인 거죠. 그 뒤에 바로 내무부 장관으로 발령났죠.”
“발령받고 취임하심과 동시에 서류 지옥을 느끼셨다 들었음다.”
“네. 엄청 지옥이었죠. 내무부 공무원들이 그 당시에는 원수님께 바로 보고했는데, 제가 이제 장관으로 부임하고 나서 하나씩 다 검토했어요. 첫날에만 그 서류를 하나씩 다 검토하는 거로 근무시간을 다 채웠어요. 그걸 다 검토하니까, 밤 11시.”
“으에엑???”
“밤에 이제 내무부 장관실을 나오니, 원수님께서 고생하셨다고, 오늘 밤은 나와 함께 이야기 합시다. 이래서 원수님과, 농상공부 장관님하고 같이 자고 이랬죠.”
“그럼 그대로 장관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검까?”
“그렇죠. 제국 강역도를 보여주면서 할 일이 많을 거라고 했는데, 진짜 벌받는 느낌이었죠.”
와쿠이 장관은 그 때를 생각하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와쿠이 루미편은 3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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