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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들)건국 30주년 기념 인터뷰 - 내무장관 겸 원수부 부장 와쿠이 루미(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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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1, 2021 09:45에 작성됨.

제국 정부청사 내 내무부 장관실

“이번엔 접니까? 공보처장님.”
“그렇슴다.”
“국방부가 아니라 말입니까?”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아라키 처장의 앞에 앉아서 웃고 있는 여성. 통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가르마를 말끔하게 탄 여성이 앞에 앉아있었다.
“국방부면 저 살아돌아오지 못함다. 그리고 이미 국방부는 했음다.”
“그래요. 뭐, 국방부는 했다고 하니……넘어가죠.”

“음, 으흠. 뭐 일단…… 이미 다 알고 있는 거지만, 간단히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림다.”
“반갑습니다. 제국 내무장관 겸 원수부 부장, 와쿠이 루미입니다. 원수님께는 벌 받을 대상으로, 이미 낙인 찍힌 존재이죠.”
“그 벌 받을 대상이라는게 참 의미심장함다.”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아라키 처장. 귀공도 나와 같은 신세 아닙니까?”
아라키 처장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떨궜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대로 때리시니 묵직함다.”
“내 과거는 말 그대로 벌 받을 행동이기에 말하는 겁니다.”
“벌 받을 행동이라니 무슨 말씀이심까?”
와쿠이 장관은 아라키 처장의 말에 잠시 고민에 잠기고서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이야기는 우리 제국의 건국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국방부를 취재했다고 하니, 닛타 장관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나 역시 할 말이 많겠군요.”
“네…….”
아라키 처장은 간단히 대답만 하고서 펜과 노트를 들었고 와쿠이 장관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처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인터뷰 대상 : 와쿠이 루미
초대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내무부 장관 겸 초대 제국 원수부 부장
제국 경찰 및 소방 조직 창설의 주역
전 이쿠야 제국 총리로 망명자 출신 장관 1호.

“처장께서도 아시다시피, 나는 이쿠야 제국의 총리였던 자입니다. 이 나라가 건국되기 전에 이쿠야 제국에서는 민중봉기가 일어나 황제를 처형했어요. 그 당시 황제는 죽으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 흐르는 피는 너희들이 흘린 피다. 너희는 이 피의 강물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고 말이죠.”
“그게 무슨 의미임까?”
“그 의미는 나도 잘 몰라요. 두 가지죠. 하나는, ‘너희들이 감히 나를 죽이다니, 반역하고서 잘 되는가 보겠다!’ 다른 하나는 ‘내가 죽음으로서 너희들의 고달픈 삶이 끝난다면 좋겠군.’ 이 두 가지. 여하튼, 황제가 죽은 뒤 이쿠야 제국의 백성들은 새롭게 나라가 다시 일어나길 원했어요. 그 때 내각을 새로 조직하고, 황제 자리 대신 총리를 뽑아서 내각제로 나가기로 했죠. 지금의 우리 제국과는 다르죠? 우리 제국은 원수님께서 계시긴 하지만, 의회의 힘도 그만큼 강하고.”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서 차를 한모금 마신 후, 아랫입술을 깨물고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구 집권층과 가까웠던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겠죠. 어쩌면 나도 그런 인간이었을지 모르고요. 황제가 처형되고 나서 얼마 뒤인 8월의 어느 날, 이쿠야 제국의 경찰이 정부청사를 점령했어요. 말이 되냐고요. 경찰이 뭐 하는 조직이에요? 국가의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 조직이에요. 치안 조직이 정부청사를 점령한 것이에요. 이게 가당키나 하냐고요.”
“자, 잠깐만, 잠시 이해가 안 감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음까?”
“후……, 그렇죠. 그 사건으로 인해 총리가 된 자가 나였어요.”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서 아라키 처장을 바라봤고 아라키 처장은 자신의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처장께서도 날 싫어하겠지. 이곳으로 망명 왔을 때 닛타 장관과 사기사와 장관을 위시한 5수장 분들의 표정이 딱 그랬어요. 그분들은 내 지시로 인해, 가족들과 떨어져 이 땅까지 와야 했으니까요. 내가 이곳으로 망명 오기 전에 내가 내린 명령이, 그거였어요.”
“그게 무엇임까?”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으로 간 이들에게 큰 세금을 물리거나 재산을 몰수해라. 이유는 간단해요. 그들은 어찌 보면 이쿠야를 배신한 자니까.”
“그렇긴 함다.”
“문제는 그 뒤에 내가 이곳으로 망명 와서 원수님께 충성을 바치고 있는 거지만.”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한 후 피식 웃었다.

“총리 재임 시절, 이미지 만들기가 심했다고 들었음다.”
“그건 누구에게 들은 건가요? 정보부? 국방부?”
“취재 준비 차 접촉한 두 곳 다임다.”
“아하하하, 뭐, 그래요! 그럴 수밖에 없죠. 일단은 내가 처음 총리가 된 이후 큰 목표는 경제를 살리는 게, 주 과제였던 건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들어온 국가 수입이, 백성들에게 다 안 들어갔다는 거죠. 죄송한 일이에요. 이쿠야의 백성들에게는…… 그래서 시위도 많이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했죠. 나는…… 죄인이 맞아요.”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선 옆에 있는 서류케이스 하나를 아라키 처장에게 넘겼다.
“이건…….”
“내가 이곳으로 넘어온 이후 원수님 앞에서 적은 이쿠야 제국의 상황, 그리고 이쿠야 제국에서 주의해야 할 대상에 대한 기록입니다. 어쩌면 내가 원수님께 올린 반성문이라 봐야죠. 내가 이쿠야를 통치할 당시의 기록에 대해 원수님께서 소상히 적으라 명하셨으니까요.”
아라키 처장은 서류를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400자 원고지로 약 70장 되는 규모의 기록으로 서류용지로 약 20매 되는 분량이었다. 서류의 첫 머리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원수님께서도 본디 이쿠야 사람이시니 아시겠지만, 제가 원수님과 장관분들을 이곳으로 보낸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이쿠야의 총리였던 자로서, 제가 지은 죄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라는 명에 따라 이 글을 올립니다. 부디 제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원수님께서 이 글을 보시곤 그러시더군요. ‘죄를 용서하실 분은 오직 신뿐이시다. 인간이 인간을 용서할 순 없다. 허나 최고 제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대는 내 밑에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 말이죠.”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고민했다. 뭔가를 더 이야기 하려는 것 같았다.
“말씀하셔도 좋슴다.”

“망명할 당시의 상황, 그리고 우리 제국의 건국 상황을 이야기해도 좋습니까?”
“하심 됨다.”
“먼저 우리 제국의 건국 당시부터 이야기하죠. 닛타 장관이 이야기한 대로, 당시 내 친위부대였던 아인헤리아, 우리는 아인헤리어라 부르죠. 그 부대가 이곳으로 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닛타 장관의 말대로 아인헤리어만 온 건 아닙니다. 당시에 이쿠야 제국의 육군 부대였던 발렌타인 특임대도 같이 갔어요. 그리고, 이때 간 부대원 중에는…… 닛타 장관의 말대로 신앙을 지키다가, 내 명으로 인해 같이 간 생도들도 있었습니다.”
와쿠이 장관은 그러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 생도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죠.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젊은 생도들까지 보낼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당시 제국은 종교의 자유를 억압했고, 그 정점에는 제국 경찰이 있었죠. 그렇게 병력을 보내서 메르세아를 점령하라고 지시했고, 아인헤리아는 그렇게 했죠. 뭐, 몇 달 뒤에, 닛타 장관이 그곳을 공격해서 점령한 건 사실이지만요.”
“그거, 훈련용 탄으로 쓴 거라고 들었슴다만…….”
와쿠이 장관은 아라키 처장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죠. 다만, 나는 그땐 몰랐으니까요. 그때 내가 분노해서, 아인헤리아에 물었죠.”
와쿠이 장관은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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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들,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냐? 이것은 명백한 배반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와쿠이 총리가 괴뢰국 아인헤리어의 수장의 목을 가져온 사기사와 후미카(당시 이쿠야 제국 육군 소령. 현 제국 교육부장관)에게 물었지만, 사기사와 후미카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애써 황제를 폐위시켰더니 또 황제가 되셨습니까……. 저희는 이러려고 황제 처형을 도운 게 아니었습니다.”
“뭐……뭐라고?! 네 녀석들이 정녕……”
“이것은 미후네 단장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

충격 그 자체였다. 이게 뭔 말이란 말인가?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개에게 물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와쿠이 총리는 그 일로 인하여 며칠간은 집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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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망명해 온 이후에 좀 더 상황을 들었는데, 닛타 장관을 위시한 아인헤리아의 부대원들이 발렌타인 특임대의 수장이던 원수님께 즉위해 주실 것을 청했다고 들었지요. 어쩌면 원수님께서 이 나라를 이끄시는 게 낫다고 봐요. 정말……, 원수님의 통치 이념은 나도 배우고 싶을 정도에요.”
와쿠이 장관의 말에 아라키 청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위 말해서 레임덕이란 게 있잖슴까?”
“그렇죠. 권력 누수 현상이라고 하죠. 그 사건을 기점으로 내가 레임덕을 겪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반대하는 의원들을 제국 경찰이 잡아간 것, 그리고, 두 번째 쿠데타. 나는 제국 경찰이 일으킨 두 번째 쿠데타로 인해 총리직에서 쫓겨났죠.”
“또 쿠데타였음까? 그럼 망명을 선택한 이유는 뭐였음까?”
당혹스러워하면서 물은 아라키 처장을 바라본 와쿠이 장관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생각해봐요. 아라키 처장. 쿠데타로 인해 쫓겨난 권력자가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가 이쿠야의 국민들을 그렇게 탄압했는데요? 그렇다고 내가 갈 곳이 있을 거 같아요? 난 버림받은 패였어요. 심은 대로 거둔다고 하죠. 칼로 권력을 잡았으니 칼로 망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난 이판사판이 될 수밖에 없었죠.”
와쿠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 한 장의 티켓을 꺼냈다. 이루카 중앙역을 출발하여 이쿠야 제국과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의 국경 인근까지 운행하는 열차의 티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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