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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츠바사 블룸 (翼 Bloom)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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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7, 2021 16:25에 작성됨.


 평온한 날이기를 바란다. 이 자그마한 바램은 언제나 그와 함께했다.


 특히나 주말이 끝난 직후, 월요일 오전은 그러한 바램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물론 감기의 여독이 아직 남아 있었는지, 그답지 않게 오전 반차까지 사용해가며 점심께 즈음 해서 사무소 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롭고 온화하게, 그리고 되도록 빨리 일과가 지나가기를, 그런 커다란 바램을 담아 사무소 문을 열어젖혔다.


 “아, 프로듀서 씨!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아오바 미사키가 쪼르르 달려와 그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하지만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보기에는 멀쩡했기에 헤실헤실 웃으며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도도도 달려갔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겉옷을 벗을 틈도 없이, 모가미 시즈카가 주뼛거리며 다가왔다.


 “저어...프로듀서 씨. 감기는 괜찮으신가요?”


 웬일로 이 아가씨가 담당 프로듀서를 걱정해 주는 것인가, 기특함과 대견함에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세팅이 끝난 여자아이의 머리를 만지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많이 좋아졌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


 대신, 시즈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며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뒤에서 카스가 미라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시즈카 쨩!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대! 프로듀서 씨는 바보가 아니었던 걸까?”


 “미, 미라이!”


 얼굴을 붉히며 시즈카는 황급히 미라이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입을 막는 시즈카의 모습은 마치 인간과 악귀 그 중간의 무언가와도 같았다.


 “감기에 걸려서 쉬셨다고 들었어요. 괜찮으신가요?”


 하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웃을 틈도 없이 대답한다.


 “그럼. 걱정 끼쳐서 미안해, 코토하.”


 “말씀이라도 해 주셨더라면 제가 간병이라도 해 드렸을 텐데요.”


 “마음은 고맙지만, 그러면 안 돼.”


 당연한 말이다. 츠바사의 경우는,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지만 다음부터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또 스캔들 말씀하시는 건가요? 프로듀서도 차암...”


 그렇게 말하며 볼을 부풀리는 코토하의 뒤에서 토코로 메구미가 휙, 하고 튀어나왔다. 화들짝 놀라는 코토하를 뒤로 한 채, 메구미는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미소녀 두 명의 간병이라구? 사소한 걱정은 접어두는 게 어떨까, 헤헤.”


 “아서라, 어른을 놀리면 못써요.”


 냐하하 웃고 있는 메구미의 이마에 딱밤을 날린다. 아얏, 하고 이마를 문지르며 눈물을 글썽이는 메구미를 보자, 피식, 힘 빠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분명 자신의 얼굴은 짓궂음으로 물들어 있으리라.


 메구미의 이마를 친절하게 문질러주는 코토하를 흐뭇한 얼굴로 잠시 보다가, 이내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그러자, 옆에서 웃으며 인사를 하던 오토나시 코토리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그를 가리켰다.


 “프, 프로듀서...씨? 못 보던 스웨터를 입고 오셨네요?”


 난데없는 베이지색 스웨터의 등장에 깜짝 놀란 것이리라. 항상 정장 차림밖에 보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웬걸, 푸근하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오토나시 코토리의 말에 사무소 안에 있던 아이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카스가 미라이와 모가미 시즈카는 물론이거니와 이마를 문지르고 있던 다나카 코토하도, 히잉, 눈물을 글썽이던 토코로 메구미도, 그리고 막 문을 열고 들어오던 나나오 유리코와 마카베 미즈키까지, 잠시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침묵의 향연이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뒤에 있던 아키즈키 리츠코였다.


 “어쩐 일로 정장이 아닌가요, 프로듀서?”


 “가끔은, 좋잖아.”


 “......뭐, 일에 지장이 없으면 아무래도 좋지만요.”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아무래도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기야, 리츠코 정도의 사회인이라면 사적인 부분을 물어보는 것이 얼마나 실례되는 행위인지 알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돌들은 다르다. 중학생, 혹은 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있어 호기심은 거의 무엇보다 우선시된다는 점을, 그는 언제나처럼 간과하고 있었다.


 “프로듀서 씨, 이 옷...”


 “잠깐만, 미라이!”


 어느 틈엔가 카스가 미라이가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모가미 시즈카의 제지에도 스웨터를 슬쩍슬쩍 만져보거나 이리저리 훑어본다. 아니, 미라이를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 시즈카 또한 공범이다.


 “브랜드 씰이 없어요.”


 미라이의 그 한 마디에, 사무소 내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카스가 미라이라는 아이가 이렇게 통찰력이 있었던가, 그는 속으로 경악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저기, 미라이. 일해야 하니까 옷은 그만 놓아 주지 않을래?”


 “......”


 하지만 게슴츠레 눈을 뜨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미라이와, 그 옆에서 충격에 빠진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시즈카가 눈에 들어오자 망했다, 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프로듀서 씨. 이 스웨터, 누가 만들어 준 건가요?”


 “......”


 어째서 수제, 그것도 선물일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여기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인정해버리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말이지......”


 본능적으로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될 것만 같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얼버무려보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오늘의 카스가 미라이는 그녀답지 않게 예리했다.


 “아ㅡ앗! 시즈카쨩! 금요일에 츠바사,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어, 어어....어?”


 아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것일까, 벙찐 표정으로 스웨터와 프로듀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모가미 시즈카는, 미라이의 질문에 정신이 되돌아왔는지 고개를 한번 세차게 흔들어제낀 뒤 뭔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원래 셋이서 신오오쿠보에 저녁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했지, 츠바사.”


 “주말엔 전화도 안 받았어, 그 이부키 츠바사가.”


 아니 카스가 미라이, 너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뭔가 추론과정이 이상했지만 기가막하게 맞아들어가는 미라이를 보며 그는 속으로 절규했다.


 “......설마.”


 “츠바사, 프로듀서 씨 간병이라도 갔던 거 아닌가요?”


 “하, 하하하, 설마.”


 부정해야 한다. 시즈카의 뒤에서 무시무시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코토하 때문에라도 여기서는 아니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분명히 금요일 저녁에 뜨개질 재료같은 거 막 사서, 토요일에 프로듀서 씨 간병하러 가서 스웨터를 짜 준게 아닐까?”


 “그, 그렇지만 미라이. 스웨터 같은게 하루만에 짤 수 있는게 아니잖아.”


 “에, 그렇긴 하네. 데헤헤~츠바사는 아닌가?”


 나이스 시즈카, 그녀의 예상못한 서포트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코토하도 납득했는지 눈빛이 한층 누그러진 것이 보였다.


 “거기선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갑작스레 마카베 미즈키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사태는 그대로 끝이 났었을 것이다.


 “주초에 이부키 씨가 휴게실에서 뜨개질하는 것을 목격했었습니다. 프로듀서 씨 선물일 줄은 몰랐네요. 와오ㅡ.”


 “......”


 “......”


 글렀다. 앞과 뒤 양쪽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시선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는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재빨리 외투를 집었다.


 “잠깐, 프로듀서!”


 뒤에서 리츠코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산뜻하게 무시하며 문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아이돌들이 그를 붙잡지 않은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간병...프로듀서 집에서 간병했다는 거네요...후후후...’ 라고 중얼거리는 코토하가 조금 걱정되지만, 지금 그녀한테 섣부르게 다가가는 것이 더 무섭다.


 재빨리 문을 열려는 찰나 달칵, 하고 바깥쪽에서부터 먼저 문이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여어, 프로듀서. 다녀왔어.”


 우렁찬 인사와 함께 줄리아와 이부키 츠바사가 나란히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살짝 땀이 흐르고 있는 것이, 레슨이 끝나자마자 돌아온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세세한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츠바사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냅다 밖으로 달려갔다.


 “어, 에에? 프로듀서 씨?!”


 지금 그녀가 사무소로 들어가면 아수라장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이쪽도 저쪽도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 나중에 차분하게 진상을 말하면 이해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운 느낌이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무슨 일인지 채 파악하지 못한 이 작은 아가씨가 가져온 행복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열린 코트 안쪽으로 보이는 베이지색 스웨터를 보고, 이쪽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더니, 무슨 일인지 눈치챘다는 듯 배시시 웃으며 팔 대신 손을 맞잡았다. 작고 보드라운 날개다.


 꼭 쥔 츠바사의 손에 대고 그는 조용히 기원했다.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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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시호P가 쓰는 날개쟝 팬픽


휴가 받아서 썼습니다.

사실 꽤 오래 전에 생각해 두었던 글인데, 각잡고 쓴건 불과 며칠 전이네요

토모카, 카오리에 이어 츠바사 팬픽을 잡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츠바사가 귀여운게 나쁜거였습니다. 암튼 전 잘못이 없다.


제법 오래 글을 못 쓴 탓인지 안그래도 바닥인 필력이 지반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또 다른 아이돌의 노래를 쓰면서 연습 또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본가 아이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글은 까봐야 아는 거니까요.


오탈자 지적 및 감상, 비평 등등의 모든 피드백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또한, 재미있게 보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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