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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치하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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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2, 2021 03:12에 작성됨.

아이디어 - 오감도


제 1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2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3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5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6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7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8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9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10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11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제 12의 키사라기가 무섭게 달린다. 그리고 잠에서 깬다.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제 13의 키사라기가 가볍게 달린다.  


전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도내에 위치한 프로덕션이다. 키사라기에게는 겨울의 끝에서 방황하던 그녀를 잡아 주고 간지러운 봄바람의 향을 맡게 해 준 소중한 장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선 키사라기는 연습에 앞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선다. 거울. 그 곳에는 또다른 키사라기가 있다.


전신 거울 속의 키사라기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차가운 것 같기도 하다. 키사라기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거울 속의 키사라기를 향해 손을 뻗는다. 거울 속의 키사라기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키사라기는 금방이라도 빨려들어갈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는다. 그제서야 거울 속의 키사라기도 손을 뻗는다. 검은 손과 함께 검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완전히 검다. 거울 밖의 키사라기는 조금 놀라며 천천히 거기를 둔다. 거울 속의 키사라기는 눈물을 멈추지 않는다. 잠시 거리를 두자 거울 속의 키사라기에게 안겨진 핏덩이가 보인다. 거울 밖의 키사라기도 알고 있는 장면. 거울 안의 키사라기는 그렇기에 울고 있었다. 


거울 밖의 키사라기는 그녀를 위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거울 속의 키사라기는 왼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손끝이 닿는다.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정도로 아릿한 감각. 거울 밖의 키사라기는 그런 손끝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벽에 부딪힌다. 투명한 벽에 부딪혀 버린다.


거울 안의 키사라기는 그 모습에 검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품에 안긴 슬픔의 덩어리를 내보였다. 검붉은색 핏덩이. 커다란 무게에 치여 형체조차 남지 않게 된 형상. 거울 안의 키사라기는 다시 이 쪽으로 돌아오라는 듯이 더욱 가까이 내밀었다. 거울 밖의 키사라기는 그 모습에 고개를 젓고 바깥의 세상을 가리킨다. 빨갛다. 그리고 파랗다. 아름답게 어우러진 열세개의 색이 세상을 수놓고 있다. 거울 밖의 키사라기는 버릴 수 없다. 너무나 소중해 버릴 수 없다.


거울 안의 키사라기는 거울 밖의 키사라기를 보며 토라진 듯이 또아리를 틀고 주저앉아 버린다. 만지지 못하는 그녀 자신을 키사라기는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다 천천히 미소를 지어준다. 그녀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온기를 담아 미소를 짓는다. 금방이라도 식을 것만 같은 온도라도 거울 속의 키사라기에게는 조금의 위안이 되어 주리라. 날개가 없는 날 것 그대로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렇기에 날개 달린 천사가 되어 거울 속의 자신을 보듬어 주었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날개를 펼쳐 보였다.


날개. 거울 속의 키사라기는 그제서야 안심하며 미소짓는다. 품에 안았던 유해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 물감이 끼얹어지더니 이내 밝아진다. 리본의 붉은 색. 그 색에 키사라기 치하야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문이 열린다. 천천히 조명이 밝아 온다. 거울 속의 치하야는 어느새 거울 밖의 키사라기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테이프가 또다시 끊어지면 피가 난다. 아마 다시 검은 눈물이 흐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생채기도 머지 않아 완치될 줄 믿는다. 굳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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