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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 하루카 「치하야짱 버스데이 서프라이즈, 대...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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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21 00:00에 작성됨.

아마미 하루카 「치하야짱 버스데이 서프라이즈, 대...실패?!」



[2월 22일, D-3]


  아마미 하루카, 17살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765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어요. 새해가 된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네요. 신년 라이브나 각종 이벤트도 슬슬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라 지난달보다는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에는 일거리가 없어서 매일매일 사무실에서 멍하니 있고는 했는데, 지명도가 오른 덕분인지 올해 초는 엄청 바쁘게 지냈어요. 역시 프로듀서 씨의 활약 덕분이겠죠?

 

“키사라기(如月)에는, 키사라기(衣更着).”

“아, 치하야짱의 광고!”


  건물의 커다란 전광판에서는 치하야짱의 의류 브랜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음력 2월을 뜻하는 키사라기(如月)랑, 어원인 ‘키사라기(衣更着)’가 추운 날씨에 옷을 두껍게 입는다는 의미가 있어서 조합한 광고 문구라는데, 솔직히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헤헤. 한자는 조금 어렵지만, ‘키사라기가 나와서 키사라기에는 키사라기를 외치는 광고’라고 꽤 화제가 된 것 같아요. 치하야짱도 마음에 쏙 들었는지, 광고 촬영 날에 하루 종일 틈만 나면 멘트를 중얼거리다 웃고는 했답니다.

  슬슬 2월 말이 되어간다는 건, 765프로의 2월 중 최대 행사, 치하야짱의 생일도 가까워진다는 뜻이죠! 작년에는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 놓고 기다리다가 치하야짱이 들어올 때 폭죽을 터뜨리는 간단한 서프라이즈를 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미지근해서 다들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라? 치하야짱, 놀라지 않았어?’

‘응? 아니, 놀랐어. 다들 고마워. 축하해줘서.’

‘으음...’

‘왜 그래, 하루카?’

‘아, 아니야, 아무 것도! 그냥 치하야짱이 생각보다 덤덤해서.’

‘...’


  기억이 약~간 흐릿하긴 하지만, 미묘한 무표정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아미랑 마미도 당황했을 정도니까요.


‘에에- 치하야 언니, 반응이 재미없어~’

‘생일이면 좀 더 퐈아아아! 하는 느낌인 게 좋다구?’

‘퐈아...? 특별한 건 잘 모르겠는데. 생일이라고 해도, 그냥 기념일 중 하나일 뿐이니까...’


  엄청 차가웠네요. 그때의 치하야짱~ 조금 그리울지도. 헤헤.


  아무튼! 올해는 더욱 순해지고 귀여워진 치하야짱을 위해, 작년보다 훨씬 멋진 버스데이 서프라이즈를 할 예정이에요! 다들 스케줄이 바빠져서 모이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를 빼내서 함께 치하야짱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 계획이랍니다. 베이스가 되는 빵은 제가 만들고, 위에 올릴 설탕 장식 같은 걸 다 함께 만들려고 해요.

  다들 인기절정 유명 아이돌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지난주부터 프로듀서 씨께 부탁드린 덕분에 이틀에서 사흘 정도는 스케줄을 뺄 수 있었어요. 네? 저도 인기절정 유명 아이돌이냐고요? 아뇨아뇨아뇨! 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답니다. 헤헤. 아, 작년에 연말 시상식에서 뭔가 큰 상을 주시기는 했는데...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주신 거겠죠! 아마미 하루카, 톱 아이돌이 될 때까지 더욱 힘내겠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프로듀서 씨와 코토리 씨가 저를 반겨주셨어요. 765프로가 유명해진 지금은 전기요금을 아끼지 않아도 괜찮아서, 히터의 따뜻한 기운이 저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게 기분 좋게 느껴졌어요.


“안녕하세요~!”

“어서 와, 하루카.”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네, 하루카짱.”

“오는 길에 치하야짱의 광고를 봤거든요. 헤헤.”

“아, 그 키사라기에는 키사라기 광고. 역시 누구 아이디어인지 기발하다니까.”


  프로듀서 씨는 왠지 우쭐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아마 제 기억이 맞는다면 프로듀서 씨의 아이디어였을 텐데...


“프로듀서 씨. 저는 엄청 썰렁하다고 생각해요.”

“에, 그런가요?! 그래도 치하야는 엄청 재미있다고 해줬는데...”

“그건...”


  코토리 씨는 뭔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 것 같았지만,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어요. 프로듀서 씨의 유머 감각은 역시 조금 난해한 것 같아요. 치하야짱은 엄청 좋아하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프로듀서 씨, 치하야짱은 아직 레슨 중인가요?”

“아니. 아까 전에 오전 레슨 마치고 왔다가 미키랑 나갔어.”

“네?! 미키랑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치하야짱은 오늘 오전 레슨이 끝나고 쉬는 날이어서, 오후에 치하야짱이 돌아간 틈을 타서 다들 모여 자세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는데... 으으, 미키한테도 분명하게 얘기해뒀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생일 이벤트 때문에 그러는 거지?”

“네! 미키도 오후에 같이 남아있기로 했는데... 혹시라도 미키가 잊어버리면 알려준다고 하셨잖아요, 프로듀서 씨...”

“미안미안. 사실 치하야 쪽에서 먼저 미키랑 쇼핑을 가자고 한 거라, 차마 말릴 수가 없었어.”

“네? 치하야짱이 먼저...?”

“응. 나도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저는 깜짝 놀랐어요. 보통은 미키가 먼저 치하야짱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치하야짱은 다음에 가자면서 거절하고는 했거든요. 원래도 치하야짱은 CD샵 같은 곳 말고는 뭔가를 구경하거나 쇼핑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치하야짱이 먼저 미키에게 쇼핑을 가자고 하다니... 분명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왜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프로듀서 씨. 혹시 25일 전까지 치하야짱이랑 모두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볼 수 있을까요?”

“응? 응. 일단 치하야는 내일 오전에 레슨이랑 저녁에 라디오 게스트 출연, 24일 오후에 미니 라이브가 있어. 25일 당일은 일단 비워뒀고. 나머지는... 표로 프린트해줄게.”

“네. 감사합니다!”


  저는 프로듀서 씨가 건네주신 종이를 받아들고 표를 천천히 읽어 내렸어요. 치하야짱이 혼자서 스케줄을 나간 사이에 저희끼리 뭔가를 만들어야 하니까, 가능하다면 내일 저녁, 그러니까 치하야짱이 라디오 게스트로 수록을 나간 사이에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일 다 같이 장식을 만들고, 그 다음 날에 제가 케이크를 완성해서 25일에 파티를 하는 거죠! 그러면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미리 재료를 사둬야겠네요.


“하루카짱, 장식은 사무소에서 만들 거지? 탕비실 냄비로도 충분할까?”

“아, 네! 어제 레시피를 체크해봤는데, 지금 있는 걸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다행이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줘. 구할 수 있는 건 준비해둘게.”

“감사합니다, 코토리 씨!”


  아무래도 설탕 반죽을 다뤄야하는 과정이 있다 보니까, 코토리 씨도 도와주시기로 하셨답니다. 업무로도 바쁘실 텐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코토리 씨처럼 멋진 어른이 됐으면 좋겠네요~

  한편, 프로듀서 씨는 시계를 확인하시더니 겉옷을 챙겨 입으시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슬슬 현장으로 출발하자, 하루카.”

“네? 아, 네!”


  이크. 치하야짱의 생일도 중요하지만, 일단 지금은 일에 더 집중해야겠죠!

  좋아, 일도 서프라이즈도 힘내자! 화이팅! 오오~!



[2월 23일, D-2]


“흠흠흠~ 빛나는~ 스테이지에 서면~♪”

“신나보이네, 하루카.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어?”

“응?! 아, 아니야! 그냥 왠지 기분이 좋아서~”


  저는 치하야짱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둘러댔어요. 사무소에는 저랑 치하야짱 둘이서만 남아 있었는데, 저녁 때 치하야짱이 라디오 수록을 하러 출발하면 다른 멤버들을 기다리면서 먼저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었답니다.

  그때, 프로듀서 씨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어요.


“네, 765프로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네네. ...네?!”

  저랑 치하야짱은 왠지 심각한 프로듀서 씨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시지?”

“그러게. 뭘 빼먹으신 걸까?”


  잠시 후, 통화를 마친 프로듀서 씨는 무거운 표정으로 저와 치하야짱에게 다가오셨어요.


“저기, 치하야.”

“네. 프로듀서.”

“오늘 라디오 수록, 방송국 쪽에서 문제가 생겨서 취소됐다는 것 같아. 재수록 일정은 다음 주 중으로 다시 정해서 알려주신대.”

“그런가요. 어쩔 수 없ㄴ-”

“네에에?!”

“?”


  정작 덤덤한 치하야짱과는 달리, 저는 엄청 놀란 표정으로 프로듀서 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프로듀서 씨도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셨답니다.


“하루카, 취소된 건 내 라디오인데 왜 하루카가...?”

“응? 아, 그건... 나, 엄청 기대하고 있었거든! 치하야짱의 라디오. 헤헤...”

“그래...? 그래도 다음 주에 다시 수록한다고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 그건 그렇지...”


  그렇지 않아! 괜찮지 않다구, 치하야짱! 치하야짱이 라디오 수록을 하러 가지 않으면, 우리가 남아서 설탕 장식을 만들 수가 없단 말이...야?

  잠깐, 스케줄이 취소된 치하야짱이 지금 먼저 돌아가면, 오히려 저희가 설탕 장식을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차라리 잘 됐을지도 몰라요!


“치하야짱, 그러면 오늘은 이만 집에 가는 거야?”

“스케줄은 끝났으니까 그렇긴 한데...”


  그때, 사무소 문을 열고 아즈사 씨가 들어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아즈사 씨.”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안녕하세요. 아즈사 씨.”

“안녕하세요...”

“하루카짱, 치하야짱도 안녕~”

 

   아즈사 씨는 풀이 죽어 있는 제 표정을 보시더니, 이상하다는 눈으로 스케줄 보드를 보고 다시 말씀하셨어요.


“어머, 치하야짱. 스케줄 있는 거 아니었니?”

“라디오 수록이 방금 전에 취소됐다고 해서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즈사 씨. 혹시 별다른 일정이 없으시면, 저랑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지 않으실래요?”

“어머?”

“?!”


  치하야짱, 잠깐만?! 그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아즈사 씨 말고는 아무도 설탕 장식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걸?! 나도 레시피는 알고 있지만, 아무튼 아즈사 씨가 없으면 엄청 곤란해지는데?! 


“지난번에 알려주셨던 레시피, 여러 번 연습해봤거든요. 아즈사 씨가 괜찮으시다면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안 될까요?”

“아, 그게... 별다른 일정이 있는 건 아닌데...”


  아즈사 씨는 곤란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셨지만, 저는 그냥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치하야짱은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즈사 씨가 곤란하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저는 그냥,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서...”

“아, 아니야. 치하야짱. 나도 딱히 계획이 있던 건 아니니까. 그러면 오늘은 조금 신세를 질게.”

“네!”

 

  치하야짱은 아즈사 씨의 승낙에 갑자기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어요. 저런 치하야짱을 거절하는 것도 어렵긴 하겠지만...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그러면, 먼저 들어가 볼게요. 프로듀서 씨.”

“저도 이만 가볼게요. 프로듀서.”

“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즈사 씨! 치하야도. 내일 보자.”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손을 흔들고는 사무소를 빠져나갔어요. 잠시 후에 아즈사 씨한테서 계획에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저라도 그 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으니까, 괜찮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즈사 씨의 잘못도 아니고요...


“저기, 하루카. 괜찮은 거야? 아즈사 씨가 안 계셔도.”


  제가 침울해하고 있자, 프로듀서 씨가 다가와 말씀하셨어요.


“우으... 프로듀서 씨...”

“미안해. 나도 최대한 노력은 해봤는데, 방송국 쪽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셔서.”

“괜찮아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렇긴 해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설탕 장식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아즈사 씨가 해보신 적이 있다고 하셔서 세운 계획인데...”

“상황이 어려워졌네. 그래도 하루카도 과자 만드는 건 특기잖아. 열심히 해봐. 나도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줄게.”

“으으... 어쩔 수 없겠죠! 일단 도전해볼게요!”


  잠시 후, 유키호를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이 하나 둘 사무소에 도착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레시피에서 배운 대로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봐야죠!



[2월 24일, D-1]


  대실패예요...

  나름 열심히 해보기는 했는데, 반죽의 농도가 잘못된 건지 설탕 장식이 흐물흐물해져서 모양을 제대로 만들 수가 없었어요... 얼려보기도 했는데, 결국 나중에는 부서져버려서... 으으...

  비록 장식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케이크니까요! 다 같이 만든 장식을 올릴 수 없다는 건 아쉬워도, 다른 멤버들도 각자 조그만 선물을 준비한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죠? 내일 치하야짱은 쉬는 날이라고 했으니까, 일정을 물어보고 다 같이 사무소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할 계획이랍니다!

  아무튼, 저는 집에 돌아가면서 사 갈 케이크 재료들을 떠올리면서 사무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사무소에는 미니 라이브를 마치고 돌아온 치하야짱과 프로듀서 씨가 계셨어요.


“치하야짱! 라이브는 끝난 거야?”

“응. 간단한 무대여서 금방 끝났어.”

“그랬구나. 아, 치하야짱.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응. 잠깐만 기다려줄래, 하루카? 프로듀서랑 간단하게 상담할 게 있어서.”

“응. 알겠어. 천천히 해!”


  제가 주섬주섬 외투를 정리하는 사이, 치하야짱은 프로듀서 씨께 무언가를 상담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TV 앞 소파에 앉아 치하야짱이 상담을 마치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프로듀서. 혹시 내일 오후에 바쁘신가요?”

“응? 오후라면 언제쯤?”

“3시 정도요.”

“3시라면... 아마 괜찮을 텐데. 왜?”

“저랑 같이 어디 가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오호, 그건 데이트 신청이야?”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후후.”

“엣.”


  뭐어어어어어어?! 내일 오후?! 그보다 데이트?! 그러면 우리의 파티 계획이 위험해지는데?! 프로듀서 씨도, 데이트라고 웃고 있지만 말고 뭐라도 대책을 세워주세요!


“아,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거 때문이니까요.”

“아하하. 알고 있어. 그래도 너무 강조해서 이야기하니까 조금 상처기는 한데...”

“프로듀서가 자꾸 이상한 농담을 하니까 그런 거예요. 후훗.”

“일단 알겠어. 그러면 내일 3시에 맞춰서 그쪽으로 갈게.”

“네.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아아- 이젠 끝이야- 멋진 서프라이즈도, 훈훈한 생일 파티도 실패야-

  상담을 마친 치하야짱은 제 옆으로 다가와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이미 넋이 나간 저는 그냥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하루카? 아까 하려던 이야기는 뭐야?”

“아, 아무 것도 아니야.”

“...?”


  내일 휴일인 치하야짱은 사무소에 나오지도 않을 텐데, 이래서는 서프라이즈도 못 하고, 프로듀서 씨랑 약속이 있다면 저녁에 파티도 못 할 거고, 으으... 어떻게 하면 좋죠?



[2월 25일, D-DAY]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765프로 단체 채팅방에서 축하 메시지도 보냈고, 따로 통화도 하기는 했지만, 계획해둔 서프라이즈는 결국 하나도 하지 못했네요. 으으...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작년보다 근사한 생일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왜 상황이 자꾸만 틀어지는 걸까요...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30분 정도가 되어 있었어요. 프로듀서 씨는 겉옷을 챙겨 입고 슬슬 치하야짱과의 약속에 나갈 준비를 하셨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프로듀서 씨...”

“응. 서프라이즈 때문에 너무 낙심하지는 말고, 하루카.”

“...”


  프로듀서 씨도 참...

  사실 이미 제 스케줄은 끝났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도 상관은 없었지만, 혹시 치하야짱이 사무소에 들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잠깐 코토리 씨의 서류 작업을 거들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4시 정도가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제 휴대전화에서 문자 알림이 울렸어요.


[치하야짱, 오후 4시 3분: 하루카, 혹시 지금 사무소에 있어? 그러면 이쪽으로 와줄 수 있을까? 치하야.]

“!”

 

  치하야짱이 보내 준 주소를 검색해보니, 사무소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의 공원이었어요. 저는 코토리 씨께 정확히 어딘지 여쭤보기로 했답니다. 


“코토리 씨,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응? 어머, 여기는...”

“어디예요?”

“치하야짱이 거기로 와달라고 했다고?”

“네. 혹시 어디인가요...?”

“후후. 경로는 검색해줄게. 조심해서 다녀오렴, 하루카짱.”

“...?”


  저는 코토리 씨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딘지 알아보시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제가 어디냐고 물어봤을 때는 확실한 답을 해주지 않으셔서... 아무튼, 치하야짱이 와 달라고 했으니까 당장 달려가 봐야겠죠!



[잠시 후, 고토구 토요스역]


  “하루카! 여기야!”

“아, 치하야짱!”


  역 출구로 나오자, 치하야짱이 손을 흔들며 저를 반겨주었어요. 저는 반가운 표정으로 치하야짱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았답니다.


“잠깐만, 하루카?!”

“생일 축하해, 치하야짱!”

“...고마워, 후후.”

“뭔가 가져오지 못해서 미안해! 사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서프라이즈도 엄청 열심히 계획했는데, 정작 계획대로 되질 않은 거 있지? 그리고 사실 오늘 저녁에도...”

“잠깐, 잠깐만, 하루카!”


  제가 들뜬 채로 치하야짱에게 지금까지의 계획을 털어놓자, 치하야짱은 당황하면서 저를 말렸어요.


“괜찮아. 서프라이즈 같은 거, 작년에도 했었잖아. 다들 축하해주고 있다는 마음은 잘 알고 있으니까.”

“치하야짱...”

“그리고, 오늘은 나도 하루카한테 해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

“응...?”

“잠깐 따라와 줄래?”

“응. 알겠어.”


  치하야짱을 쪼르르 따라서 도착한 곳은 강가의 한 공원이었어요, 공원 앞쪽에는 극장 같이 생긴 건물이 있었는데, 건물 위에는 ‘765PRO LIVE THEATER’라는 간판이 있었답니다.


“라이브... 시어터?”

“나도 어제 알게 된 건데, 765프로의 전용 극장이래. 새로 지은 건물.”

“뭐어어?! 우리가 쓸 극장인 거야?!”

“응. 그리고, 우리 후배가 될 아이돌들도 많이 들어올 거라고 하셨어.”

“에-?!”


  저는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뭘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헤헤.


“나, 마침 생일이기도 하니까 잘 생각해봤거든. 과연 내가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도 충분한 사람일까, 그 정도로 성장하긴 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

“치하야짱은 충분해! 실력도 엄청 뛰어나니까!”

“후후. 고마워. 그래도 단순한 실력만으로는 멘토가 될 수는 없는 거니까, 과연 정신적으로도 그만큼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

“있지, 나는 치하야짱이 충분히 멋있고 배울 점도 많은 선배가 될 거라고 생각해.”

“다행이네. 고마워, 하루카. 그리고...”

“응?”


  치하야짱은 잠깐 말을 멈추더니, 손에 들린 종이봉투에서 하얀 상자를 꺼내서 제게 내밀었어요. 


“치하야짱, 이건...”

“찻잔이랑 접시 세트야. 하루카는 빵이나 과자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왠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골라봤어.”

“이걸... 나한테 주는 거야? 왜...?”

  저는 진심으로 당황한 채 멍하니 치하야짱을 쳐다봤어요. 오늘은 치하야짱의 생일인데, 정작 저는 케이크도 선물도 준비해오지 못했는데, 오히려 치하야짱에게 무언가를 받아버리니까 엄청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거든요.


“항상 생일에는 뭔가를 받기만 했으니까, 올해는 고마운 사람들한테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한테 조그만 거라도 답례를 하고 싶어서. 그건 프로듀서가 고르는 걸 도와주셨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아, 그래서...”


  저는 그제야 지금까지의 의문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미키랑 쇼핑을 나간 것도, 아즈사 씨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도, 치하야짱이 평소의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하루카. 나, 하루카가 아니었다면 분명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치하야짱...”


  저는 눈물을 글썽이며 치하야짱을 끌어안았어요. 선물도 선물이었지만, 치하야짱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생일임에도 저한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고민했다는 게 너무 기쁘고 고마워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답니다.


“저기, 하루카. 조금 숨 막히는데...”

“우와아! 미안! 미안해! 너무 기뻐서 그만...”

“후후. 다행이다.”


  치하야짱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려 시어터 건물을 지긋이 쳐다봤어요. 저도 그런 치하야짱과 함께 시어터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선배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긴장되는 느낌이네.”

“하루카는 걱정할 거 없잖아. 언제나처럼 모두를 이끌어주면 되는 거니까.”

“에? 나, 평소에 그런 이미지였어?”

“응. 하루카는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분명 좋은 선배가 될 거야.”

“왠지 부끄럽네. 헤헤. 아, 그리고 치하야짱. 나는 뭔가 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런 걸 받기는 좀...”

“아니야. 말했잖아. 하루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라고. 그걸로 충분해.”

“그래도...”


  치하야짱은 미안해하는 저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습니다.


“그러면, 내 생일 선물은 같이 시어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걸로 하자. 어때?”

“에? 그런 걸로 선물을 대체하는 건...”

“내 생일이잖아. 하루카. 나는 지금 하루카랑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 걸.”

“치하야짱이 그렇다면, 아마미 하루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후. 그러면 프로듀서. 촬영을 부탁드릴게요.”

“맡겨 둬!”

“에?”


  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프로듀서 씨가 웃는 얼굴로 서 계셨어요. 프로듀서 씨는 분명 치하야짱이랑 약속이 있다고 하셨는데, 대체 언제 오신 걸까요? 아, 프로듀서 씨가 이 찻잔 세트를 고르는 걸 도와주셨다고 했으니까... 설마?!


“프로듀서 씨, 설마 치하야짱이 제 선물을 준비한다는 걸 다 알고 계셨으면서 숨기신 거예요?!”

“응. 말하자면 리버스 서프라이즈 같은 거지.”

“너무해요, 프로듀서 씨!”

“미, 미안...”

“후후.”


  제가 프로듀서 씨께 따져 묻자, 치하야짱은 그런 저를 보면서 가볍게 웃었어요. 저도 결국 나중에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답니다.


“자, 그러면 찍을게! 하나, 둘, 셋!”

-찰칵.


  사진을 찍고 잘 나온 것을 확인한 뒤에, 프로듀서 씨는 카메라를 정리하고 저희에게 다가오셨어요.


“그러면, 파티를 즐기러 가볼까!”

““네?””

“왜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당연히 치하야의 생일 파티지.”

“네에에?!”


  저는 이번에도 치하야짱보다 크게 놀라고 말았어요. 파티라면 분명 취소됐을 텐데, 대체 무슨 파티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하루카가 나온 사이에 오토나시 씨랑 나머지 멤버들이 사무소를 꾸며두기로 했거든.”

“그런데 왜 저만 빼고...?”

“하루카는 치하야의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아야 했으니까.”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치사해요, 프로듀서 씨!”

“내 잘못이야?!”

“후후.”


  저는 이번에도 울상을 지으며 프로듀서 씨께 따져 물었고, 이번에도 치하야짱은 그런 저와 당황하는 프로듀서 씨를 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답니다.


“아무튼, 돌아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네, 프로듀서.”


  그 후에는 사무소로 돌아와서 파티를 즐겼습니다. 유키호가 케이크도 사 왔고, 다들 준비해온 선물을 전해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작년 파티 때는 무덤덤했던 치하야짱도, 지금은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답니다.

  저는 치하야짱의 밝은 미소를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어요. 제가 한참을 빤히 바라보자, 치하야짱이 물어왔습니다.


“왜 그래, 하루카?”

“치하야짱...”


  올해 준비한 치하야짱의 버스데이 서프라이즈는 분명 엉망이었어요. 다 같이 만들려고 했던 설탕 장식도 망가져버렸고, 제대로 된 케이크도 만들지 못했고, 처음에 계획했던 파티도 결국 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치하야짱에게 근사한 선물을 받아버렸고, 계획과는 조금 달랐지만 프로듀서 씨 덕분에 결국 파티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잠시 뜸을 들인 뒤에, 환하게 웃으면서 치하야짱에게 말했습니다.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비록 버스데이 서프라이즈는 대실패였지만, 치하야짱이 웃고 있으니까, 그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생일 파티가 된 것 같아요.

  아마미 하루카, 앞으로도 치하야짱과 함께 힘낼게요!



-아마미 하루카 「치하야짱 버스데이 서프라이즈, 대...실패?!」,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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