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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로 만든 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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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8, 2021 03:40에 작성됨.

그러고 보면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길을 확고하게 잡은 것 같네.


가령 전통복의 맵시가 남다른 사에는 기모노 모델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고, 카나데는 이제 어엿한 여배우가 되어 스크린에 나오고 있고, 후미카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수의 꿈을 꾸고 있지. 아스카는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서 그동안 썼던 트위터 포엠 걸작선을 내고자 고군분투 중이고...아리스는 이제 아이가 아니라 아이돌이잖아?”

 

다트...선수?”  

다트에 자신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살 정도는 아니야.”

 

헌혈...? 그런 직업이 있다면.”  

헌혈이 직업이 되면 조만간 내가 먼저 수혈을 받아야할 걸.”

 

그렇지만...슈코는 어떻게든...잘 살 것만 같은걸. 어떻게든...”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그 말이 틀리진 않았네. 집에서 쫓겨나...무작정 프로듀서를 찾아가...어쩌다보니 톱 아이돌...그리고 아이돌로서 화려한 삶을 누리다...박수칠 때 떠난다.”

 

완벽한 한 편의 시나리오잖아.”  

하지만 연극이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는 법이야. 스크린 밖의 배우는 더 이상 배역의 자신이 아니고, 무대 아래로 내려온 아이돌도 더 이상 누군가 우러러 받드는 대상이 아니지. 그저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된다고.”

 

슈코가 평범해진다고 해도, 난 언제까지나 슈코의 곁에 있고 싶은 걸.”   

프러포즈라면 좀 더 낭만적이게 해주길 바랄게.”

 

미안.”  

그래도 꽤나 듣기 좋은 말이었어. 진심이라면.”  

진심이야.”

 

슈코는 짐짓 토라진 표정을 지어보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과자로 만든 집은 언젠가 부서지고 무너진다. 그것은 과자의 숙명이다그럼에도 과자는 영원히 기억된다. 맛과 향과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전설이 된다. 슈코는 언젠가 아버지가 했던 너는 내가 만든 최고의 화과자다.’라는 선문답 같은 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화과자의 본분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아빠...나는 그동안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나요.

 

화과자의 본질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이라면,

아빠...나는 그동안 내 사람들을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주었나요.

 

화과자의 의미가 정성과 감사라면

아빠...나는 과연 세상에 특별한 선물 같은 존재였나요.

 

아마 그 모든 건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나를 마주한 이들을 통해 알 수 있겠지한 잔의 차처럼 향기로운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나의 평범함 마저도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겠지. 아이돌의 삶이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면...장래에도 아이돌과 관련된 일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껴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진정으로 즐겼던 것들이 있는 곳이라면 아버지가 만든 과자들이 다 사라지고, 나 홀로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슈코네 화과자가 된다고 해도 분명 외롭지 않을 것만 같다.

 

미시로 프로덕션 사무원 슈코는 어떨 것 같아?”  

은발+OL+정장+ 팬티스타킹 = 겁나 섹시.”  

으이구! 응큼하긴! ”

 

오랜만에 평소처럼 장난끼 가득한 눈웃음을 짓는 슈코를 보면서

프로듀서 역시 짐짓 마음을 놓은 모양이다.

 

지금쯤 차가 식은 것 같아서 좀 더 가져다 드리려 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조금 이따가 다시 와야겠네요. 후훗.”

 

탕비실에서 오붓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유키노는

살금살금 왁자지껄한 티타임이 이어지는 사무소 응접실 되돌아왔다.


과자가 있어 즐거운 일상, 차가 있어 행복한 나날들의 풍경.  

알록달록한 슈코네 양갱을 한 모금 베어 물고 진한 녹차를 머금었다.  

적당히 달콤하고도 여운이 남게 쌉싸래한 맛.

 

분명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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