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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외전, 아메리칸 드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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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2, 2021 21:46에 작성됨.

[뉴욕 주 맨해튼 모 음악 스튜디오 ------ 하세가와 미유키, 765프로 프로듀서]


“수고했어. 미키, 치하야.”

“뭔가 좋은 느낌이었던 거야~ 아핫☆”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나는 녹음실을 빠져나온 미키와 치하야에게 물병을 건넸다. 미키는 평소처럼 밝은 모습이었지만, 치하야는 조금 긴장했는지 살짝 지친 모습이었다.


“스태프 분들도 좋았다고 하셨어. 결과물이 마음에 드셨나봐.”

“허니, 그러면 이제 남은 스케줄은 없는 거야?”

“응. 레코딩 관련 일정은 이걸로 끝이야. 미키는 내일 모레 서부로 넘어가야하니까 슬슬 준비해둬.”

“미키는 허니랑 좀 더 같이 있으면 좋겠는데...”

“하하. 그래도 스케줄은 스케줄인 걸.”

“우으으-”


  미키는 볼에 바람을 넣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피식, 하고 웃어 보인 뒤 말했다.


“피곤하지? 오늘은 숙소로 돌아가서 쉬는 걸로 하자.”

“네. 그러ㅈ...”

“허니! 산책 나가지 않을래?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센트럴 파크는 멋있거든!”


  미키는 갑자기 눈을 반짝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저녁 시간대에 산책을 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별다른 스케줄이 없기도 하고, 미키는 크리스마스 전에 서부로 가게 되니까 조금 일찍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 치하야는 어때?”

“네. 그러면 저ㄷ...”


  치하야는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왠지 치하야가 피곤해하는 것 같아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피곤하면 그냥 쉬어도 괜찮아.”

“그러면 저는 방에서 쉬는 걸로 할게요. 산책은 미키랑 둘이 다녀와 주세요.”

“치하야 씨, 같이 안 가?”

“응.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으음- 치하야 씨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미키는 아쉬운 듯이 말했다. 치하야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미키를 달래주었다.


“난 괜찮아. 둘이 잘 다녀와.”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숙소로 돌아갈까.”

“네. 그러죠.”

“네에-”


  숙소까지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음악 스트리밍 앱의 사용법을 배운 치하야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고, 미키는 차에 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호텔 인근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미키와 나는 로비에서 치하야를 먼저 들여보내기로 했다. 미키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는지 치하야에게 물었다.


“치하야 씨, 진짜 같이 안 가?”

“응.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다녀 와.”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라인으로 연락해 줘. 치하야.”

“네. 그럴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럼 다녀올게.”


  치하야는 우리를 배웅한 뒤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표정이 약간 어두웠지만, 지난 일주일간 계속 레코딩 때문에 바빴으니까 피곤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갈까, 허니?”

“아, 응. 센트럴 파크로 간다고 했지?”

“응! 바로 앞이니까, 걸어서 가는 거야!”

“날씨가 추우니까 조심해야겠네.”

“괜찮아 괜찮아. 핫팩도 챙겼고.”


  뉴욕의 겨울은 아름다웠다. 너무 뻔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자 그대로 아름다웠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였고, 나무에 걸린 수많은 조명들은 따뜻한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관광 잡지의 사진이나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크리스마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미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별다른 말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예쁘다... 그렇지, 허니?”

“응. 눈 덕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고.”

“미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와 봤던 거야. 그때는 부모님이랑 언니랑 같이 왔었는데, 센트럴 파크가 엄청 예뻤던 기억이 났어.”

“미키의 소중한 추억인 거네.”

“응. 지금은 허니랑 같이 오게 돼서 엄청 기쁜 거야! 아, 치하야 씨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미키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흘렸다. 왠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 드는 표정이었다.


“또 기회가 있을 거야. 나중에는 월드 투어 같은 게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그때는 다 같이 여기저기 다녀볼 수도 있을 거고.”

“...”


  미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조금은 놀랐다. 평소의 미키라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프로듀서.”

“응?”


  미키는 고개를 들고 빛나는 트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키, 조금은 어른스러워졌을까?”

“어른...스러워졌다니?”

“요즘에는 리츠코... 씨가 시키는 것도 잘 하고, 레슨도 안 빼먹고 하고 있으니까.”

“레슨이야 원래 빼먹으면 안 되는 거지만...”


  나는 천천히 미키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확실히 예전의 미키는 다소 다루기 어려운 아이였다. 다룬다고 하니까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느낌이랄까. 실력은 뛰어났지만 조금만 싫증이 나면 그만두려고 하고, 귀찮은 일은 열심히 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미키는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제멋대로 올랐다 내렸다 하는 텐션이나 수면 패턴이 마이페이스인 점은 그대로였지만, 레슨에 훨씬 적극적이 됐고, 톱 아이돌답게 일도 확실하게 해냈다. 내가 치하야의 아이돌 JAM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프로젝트 페어리가 순항할 수 있었던 건 리츠코의 노력뿐만 아니라 유닛의 중심을 잡아준 미키의 역할도 컸다.

  모든 걸 종합해볼 때, 지금의 미키는 실력도 마음가짐도 충분히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1년 전의 나에게 가서 지금의 미키를 보여준다면 누군지 못 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한참동안 말이 없자, 미키는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허니? 무슨 생각 해?”

“잠깐 미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생각해보느라.”

“그래? 그래서 어때? 미키, 성장했어?”

“응. 확실히. 지금의 페어리가 있는 데 미키가 해준 역할은 중요하니까. 실력에 대한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고.”

“으음... 그렇구나. 어른스러워졌다고 받아들여도 되는 거지?”

“응? 뭐... 그래도 되지 않을까.”


  나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미키가 여러 차례 ‘어른스러움’을 강조하는 게 조금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미키도 얼른 치하야 씨랑 나란히 하는 멋~진 아이돌이 되고 싶은걸. 그러면 프로듀서도 미키를 더 봐주겠지?’


  그 순간, 한창 치하야의 무도관 라이브를 준비하던 시기에 미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키가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도 그 무렵이었다. 스위치가 들어갔다고 해야 할까, 아이돌 활동에 더 적극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 때가 대충 여름을 넘기면서부터였다.


“미키.”

“응...?”


  나는 차분한 어조로 미키에게 물었다. 미키는 어딘지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줘. 치하야가 신경 쓰이니?”

“...!”


  미키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화들짝, 하는 반응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눈을 크게 뜨는 것으로 미키가 놀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응. 그런 거야.”


  미키는 고개를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금 전에 비해 분위기가 확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어떤 부분이 신경 쓰였는지 말해줄 수 있어?”

“치하야 씨는 차분하고, 성실하고, 멋있잖아. 허니... 프로듀서도 계속 치하야 씨만 봐 주고. 데뷔도 먼저 하고, 큰 무대도 먼저 하고, 그리고...”

“그래서 여름부터 미키도 열심히 한 거야?”

“그런 거야! 미키도 치하야 씨만큼, 아니 치하야 씨보다 더 잘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그러면 분명 프로듀서가 미키도 치하야 씨만큼 봐줄 거라고...”


  미키의 말투는 어느새 고조되어 있었다. 따지는 것 같았다는 표현은 알맞지 않았고, 뭔가를 호소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미키를 어른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키가 어른스러워졌다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미키가 그저 그 나이대의 순수한 소녀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키. 미키는 치하야만큼 차분하거나, 성실하거나, 멋있지 않다고 생각해?”

“그야 미키는 별로 차분하거나 성실하지 않은 걸. 아, 멋있는 일은 나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거야.”

“후후.”

“프, 프로듀서! 미키는 엄청 진지한데, 비웃다니 생각보다 나쁜 사람인 거야!”

“아니, 비웃은 건 아니야. 미안.”

“우우-”


  나는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을 멈춘 뒤, 미키에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 미키.”

“응?”

“차분하거나 성실한 건 아니어도, 미키도 멋있는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거잖아.”

“응...? 그거야, 노래나 댄스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미키. 치하야가 신경 쓰여서 여름부터 열심히 했다고 했지? 그런데 무작정 열심히 한 거야? 아니면 치하야를 따라하고 싶어서?”

“따라하고 싶었던 건 아닌 거야. 치하야 씨만큼 멋있는 아이돌이 하고 싶었던 건 맞지만. 그래서 미키는 미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한 거야. 그런데...”

“내가, 치하야만큼 미키를 봐주지 않아서 화난 거고?”

“...응. 그런 거야.”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빛나는 조명을 보며 말했다.


“미키를 봐주지 않은 건 아니야. 다만 치하야의 오디션이나 무도관 라이브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그쪽 일에 조금 더 시간을 들였을 뿐이지.”

“프로듀서, 또 적당히 얼버무리는 거야...”

“아니야. 미키.”

“...!”


  미키는 나의 단호한 대답에 놀랐는지, 크게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치하야의 일에 들인 시간이 더 많았다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그건 미키를 봐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진짜 이유를 알려줬으면 좋겠는 거야.”

“미키는 내가 볼 때마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빛나고... 있었으니까?”

“응. 오늘도 일이 바쁘구나. 다른 아이들은 잘 하고 있을까. 페어리는 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미키는 내가 뭔가를 터치하지 않아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그건...”

“미키와 프로젝트 페어리는 쭉 그런 느낌이었어. 멤버들 스스로가 워낙 뛰어나니까, 내가 굳이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훌륭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냈거든. 나는 말 그대로 적절한 서포트만 하면 되는 입장이었고.”

“그렇지만 미키는...!”

“미키는 내가 봐줬으면 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는 거지?”

“응...”

“미키가 그렇게 생각해줬다면 기뻐. 나도 그걸 잘 알고 있고.”


  미키는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미키에게 내가 느낀 점들을 확실하게 전달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는 무작정 치하야를 따라한 게 아니라고 했잖아. 미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했다고.”

“응. 맞아. 미키는 치하야 씨가 아니니까.”

“그걸 안다는 것만으로도 미키는 그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거라고 생각해.”

“...?”


  미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가볍게 미소 지은 뒤 말을 이었다.


“미키는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어. 자기가 얼마나 뛰어난지,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미키는 미키니까. 미키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야.”

“그걸 안다는 건 어른들한테도 쉽지 않은 일이야. 그리고 나는 그게 미키의 강점이자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

“미키의... 매력?”

“응.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기 스스로를 지키면서 나아갈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스스로를...? 프로듀서, 뭔가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거야.”

“하하, 그런가? 그러면 좀 더 간단하게 할게.”


  나는 고개를 숙이고 미키와 눈을 마주쳤다. 트리의 조명이 비친 미키의 눈은 아름다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미키는 미키답게, 지금처럼 계속 나아가 줘. 미키는 이미 충분히 어른스럽고, 충분히 뛰어난 아이돌이니까.”

“...”


  미키는 빛나는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표정이 풀리면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의 풍경을 눈에 담은 뒤, 다시 나에게 돌아 서서 말했다.


“갑자기 투정부려서 미안해. 프로듀서.”

“아니야. 미키가 그런 이야기를 해줘서 난 오히려 좋았어.”

“미키, 프로듀서가 지켜봐주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지금처럼, 아니 더 열심히 반짝반짝 빛날 거니까.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줘야 해. 알겠지?”


  미키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나는 그런 미키에게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응. 확실하게 지켜볼게.”

“미키, 엄청 기쁜 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허니!”


  미키는 방금 전의 무거웠던 분위기를 다 떨쳐버린 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단순히 조명 때문이 아니라, 미키 스스로도 환하게 빛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또 한 걸음 성장한 거겠지. 미키도, 나도.


“미키, 이제 도착했으니까 너무 들러붙지 말아줘...”

“그렇지만 추운 걸~ 허니는 따뜻해서 좋은 거야~!”


  미키는 돌아오는 길 내내 나에게 바짝 붙어 팔짱을 낀 채로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정말이지... 성장이고 뭐고 어린 애라니까.


“자자. 이제 떨어져.”

“우우- 왠지 연인 같은 분위기라 좋았는데...”

“큰일 날 소리는 하지 말고.”

“흥!”

“어서 오세요. 프로듀서. 미키도.”

““에.””


  미키와 나는 동시에 깜짝 놀라며 앞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치하야가 왠지 인위적인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즐거운 산책이었던 것 같네요. 후후.”


  치하야가 질투 같은 걸 하는 건 아니겠지만. 왠지 조금 무서운 표정인 걸.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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