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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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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0, 2021 11:23에 작성됨.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는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난 후에 조금 진정이 되었기에 남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궁금해졌고, 애초에 나 때문에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듯이 당당하게 물어보았다.

 

다시 당당해진 날 보니 상대방은 안심 했다는 듯이 웃으며 하려던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 보다는 우리들을 우선시 하기에 자신의 감정을 왠만해서는 잘 들어내지 않았다. 평소에 보여주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면모는 이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만 쓰는 가면 같은 느낌이라 이렇게 단 둘이 있을 때... 더군다나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런 웃음을 보여주는 건....

 

( 치사한 사람... 그런 모습 보여 주는 건 아니잖아... )

 

--... 다음 주 지방에서 방송 촬영 예정 있는 거 기억해?

 

-... 차량 이동으로는 얼마 안 걸리는 곳이라고...

 

, 맞아 가까운 곳이야. 원래는 하루 촬영하고 바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조금 변동이 있어서 3일 정도 숙박할 것 같아서.

 

녹칠의 다른 애들하고 같이 있을 때 말은 했었는데 마도카 기억 못할 것 같아서

 

---...? 언제 말했다는 거죠

 

그야, 아까 회의 때 말했지만, 마도카 촬영 끝나고서부터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았길래

 

--...

 

죄송 합니다...

 

사과할 일 정도 까지의 일은 아니지만, 반지 덕분에 마도카의 모르는 면을 알 수 있어서 난 좋았지만

 

남자는 정말로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날 놀리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런 표정으로 웃지 말아줬으면 한다...

나만이- 오직 나 혼자 ... 보고 싶으니까...

 

남자는 전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위해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내가 아침부터 상태가 안 좋았던 것도, 촬영 이후에 급격하게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알고 있으면서도 전부 모른 척하고 없었던 걸로 하려고 한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다른 사람 같으면 화 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화 내시지 않는 건가요?

 

내가 마도카에게?

 

, 당신이 나한테

 

굳이? 마도카도 아직 성장기의 여자애니까 컨디션 안 좋을 때도 있겠지

 

그거 잘못 말하면 성희롱인데요, 신고하겠습니다

 

그 정도 대답이면, 기운 차리고 진정되어서 다행이네

 

3일 정도 숙박할 것 같으니까 짐 미리 싸두는게 좋을거야

 

남자는 차 키를 돌리고 차의 시동을 킨다. 시동이 켠 후에 다시 집으로 향해 재출발을 한다. 이동하는 도중에는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무의미하게 휴대폰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 근처에 도착하자 남자는 이쯤에서 내려주면 되지? 하는 말과 함께 내리고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업무 때문에 몸에 익숙한 동작인 것일까 아니면 이 남자의 태생이 그런걸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내 마음을 흔든다.

 

아까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 마음 만큼은 절대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다시 마음먹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히구치 마도카는 절대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표현을 하면 안되니까....

 

마도카, 좋은 밤 보내고, 내일 보자.

 

남자는 뒷 자석에 내려두었던 짐을 꺼낸 후 건네주며 말을 하였다.

분명 이런 말 하나 하나가 남자에게는 익숙한 것일 테지만....

나한테는 그렇지 않았다...

이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점점 더 내 마음을 시험하듯이 날 괴롭히듯,

히구치 마도카로서의 존재를 흔들어 간다.

 

차에서 내려 오니 밖은 이미 어둠이 깔린 후였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집까지 직선 거리로 5분 정도의 골목길 입구였다. 차량 바로 옆에는 눈에 익숙한 공원이 있었다.

녹칠의 시작점. 소중한 친구와 남자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 곳, 이렇게 생각하니 내 자신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고뇌가 발 밑으로부터 떠오른다.

 

말 없이 짐을 건네 받으며, 남자를 다시 한번 더 바라본다.

어두운 골목길이지만 가로등 불빛 바로 아래 밑에 있기에 남자의 이목구비는 확실하게 보였다. 남자 아이돌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되는 외모에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는게 있다면 눈 밑으로 보이는 희미한 다크 서클 자국, 그 자국 위에 얕게 무언가를 바른 자국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화장품 같은 걸로 얕게 칠하여 가린 것 같았다. 얼굴에서 조금 시선을 밑으로 떨어트리자 아까 내가 새긴 키스 마크가 내 시선에 꽂힌다. 그저 말없이 그 자국을 바라보자 남자는 내 이름을 부른다.

 

마도카?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걸어가는 도중에 무언가가 코를 간지럽힌다. 어디선가 한번쯤 맡아본 익숙하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냄새. 그리고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과 함께 찾아온 연기가 거리 골목길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내 앞까지 날아온 연기의 정체는 희미하고 얕게 퍼진 담배 연기였다. 집 문을 열기 전에 뒤를 돌아보니 가로등 밑에 서 있던 남자의 손에 조그마한 불빛이 하나 들려있었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남자는 한 모금 깊게 들이 빨고서는 후 하고 불며 연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고선 내 시선을 눈치 챘는가 황급하게 불을 끄고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황급하게 뒷 정리를 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후 방 창문을 통해 남자가 있던 곳을 바라보니 내가 무사히 집에 들어간 것을 확인 했다는 듯이 차 시동을 켠 후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문에 생긴 내 그림자를 보았는지 크게 팔을 흔들고서는 운전석에 탑승한 후 이내 모습을 감췄다.

 

이 날 꿈에서는 한 마리의 새를 보았다.

눈 앞에 앉아있던 그 새는 하나의 눈과 날개만이 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그저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익연리(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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