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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does the fox say?

댓글: 6 / 조회: 1461 / 추천: 3



본문 - 02-09, 2021 23:27에 작성됨.


ALI – LOST IN PARADISE feat. AK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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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저녁 잘 먹었어!"


"시오미씨...이제 슬슬 기숙사로 가셔야하지 않으신가요. 통금 시간이..."

"사에항에겐 친가에 갔다 온다고 했으니, 세이프~ 세이프~"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좀 있으면 막차 끊겨서 진짜로..."

"오늘은 갈아 입을 옷이랑 칫솔도 다 들고 왔으니 세이프~ 세이프~"


"정말이지...이번엔 침대 양보 안해줄겁니다. 이젠 거실 소파에서 자는 것도 질렸어요."

"우와, 손님 대접 형편없어! 이 집 주인 누구야!"


"시오미씨는 손님이라기보단...귀찮은 식객이잖아요."

"하지만 귀찮은 식객치곤 꽤 귀엽지 않아? 특제 야츠하시도 제대로 선물로 가져왔고..."


"음.......네, 귀.엽.네.요."

"이 꽉 깨물고 대답하기까지의 정적이 너무 긴데?"


"아무튼 매번 본가의 야츠하시를 가져다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목적'으로 오시는 거잖아요." 

"맞아, 혼자 사는 프로듀서의 다이어트를 돕고자 냉장고 비워주러 오고 있지."


"덕분에 매달 엥겔 지수가 상승하는 게 장난이 아니에요. 혼자 사는 사람 맞나 싶어요."

"에이~ 둘이서 겸사 겸사 같이 밥도 먹고 밤새 '게임'도 하고 좋잖아?"


"다른 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오미씨의 잦은 외박..."

"이미 집을 나와 객지서 외박한지 수 년 째, 타인의 시선쯤은 간단히 극복한다고."


"인간으로서의 무언가도 극복해버린 느낌인데요."

"몰랐어? 요호 슈코는 인간을 졸업한 지도 오래야~" 


"하아...시오미씨는 정말 '여우'같네요. 제멋대로에 종잡을 수 없는...길들여지지 않는..."  

"...그러고보니 옛날에...어떤 프랑스 소설에 여우가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했었지."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말이군요."

"하지만 '길들여진 여우'를 '여우'라고 할 수 있을까?"


"흠....글쎄요. '여우'의 본성이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라면, 길들여진 여우는 여우가 아니겠죠."

"그럼...여우는 왜 본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했는지...생각해본 적 있어?"


"외로워서인가요?"

"잘은 몰라도...아마 그렇지 않을까. 

'길들여지고 싶다.'

나 역시 언젠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으니."


"하지만...'익숙함과 따분함'을 피해 멀리서

여기까지 온 시오미씨가, 다시 길들여지고 싶다니. 모순이잖아요?"

"언제나 '새로운 바람'처럼 흘러가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도 진심,

하지만 너에게만은 '익숙한 사람'처럼 살랑이며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도 진심.

두 가지 모습 모두...나의 진짜 모습이니. 전혀 모순이 아니지."


"이제보니 둘도 없는...욕심쟁이시네요."

"톱 아이돌에게 사랑받고 있는 프로듀서야말로...죄 많은 사람 아냐?"


"네~ 네~....제가 죽을 죄를 진 죄인이죠."

"그럼 나는 그런 사형수의 아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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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 아무튼 프로듀서라면...나를 길들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은근슬쩍 침대 자리 선점하시면서 태평하게 말을 이어가시네요."


"그치만! 숙녀에게 소파라니 너무 가혹하잖아!"

"그런 가혹한 곳에 제가 맨날 잤었다고요. 집주인인 제가!" 


"아~ 몰라, 몰라, 아무튼 내일 아침은 고등어된장 구이 백반이 먹고 싶어라~"

"보리밥에 간장만 드릴테니 그렇게 아세요."


"이제... 불 좀 꺼줄래? 꿀잠 좀 자게."

"네에~ 네에~"


"그런데...."

"또 무슨 일이신가요."


"솔직하게 말해서...난...너에게 얼마나 '익숙한 사람'이야?"

"시오미씨는....'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래, 그렇구나. 후후후..."

"아저씨 같은 얼굴 하지 마시고 그냥 주무세요."


"엣, 불 끄고도 지금 지은 표정이 보이는 거야?"

"시오미씨의 음흉한 표정이야, 눈 감고도 뻔히 아는 걸요."


"뭐야, 정말~! 무드 없어!"

"무드는 여기 오다가 전날 밤에 얼어죽었습니다. 애도를..."


"애초에....좋아하지 않고서야, 밥도 주고 재워 주고 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방금 전 말은 꽤 기뻤어. 몇 번이고 들었지만...그래도...우후후..."


"....편안한 밤 되세요."

"응...프로듀서도.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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