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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마도카 – 비익연리(比翼連理)(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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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1, 2021 03:58에 작성됨.

마도카, 일어날 시간이야

 

....?

 

휴대폰으로 설정해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누군가가 날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자주 들어서 익숙한 목소리, 아사쿠라가 깨우러 온 건가 싶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좀 더 누워있기로 한다.

 

좋은 아침, 마도카. 어제 밤 늦게 잠들었어?

 

... .. 조금

 

조금만 더 누워있을래...

 

그건 좋지만 오늘 아침 일찍부터 촬영 있다고 말했는데, 잊어버렸어?

 

( ...? )

 

이상하다, 평소의 아사쿠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사쿠라보다 좀 더 낮고 차분하게 방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아사쿠라의 목소리가 원래 이랬었나?

아니면 아사쿠라가 아닌 다른 사람...?

아사쿠라가 아니라도 최악이었다. 가족 이외의 누군가에게 아침에 약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더욱 그 사람에게는...

 

황급히 이불을 걷고 상반신을 일으키고 들어온 시야에는 한 명의 남자가 내 방에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침대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 아마도 내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간이 되니 깨우려고 취한 모습일 것이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너무 놀란 나머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앞으로 쓰러지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침대와 바닥의 높이가 얼마 안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준비도 못한채로 그대로 바닥에 부딪히면 엄청나게 아플 것이다.

 

( ... 뿔싸... )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움찔하면서 눈을 꼭 감는다. 바닥에 부딪히고 난 후에는 얼굴에 큰 멍 자국이 생길게 분명하다. 멍 자국이 생긴다면 그 사람... 걱정해줄려나...? 아니면 보자마자 잔소리부터 하려나...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결국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느낌조차 들지 않 았다. 오히려 좀 더 푹신하고 따뜻한... 마치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정도의 온기, 그런 따스함이 내 얼굴을 기점으로 시작하여 몸 전체에서 느껴졌다.

 

마도카, 괜찮아?!

 

....

 

눈을 떠보니 그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의 품에 꼭 안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서둘러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 사람의 품에 안겨있다는 것 자체에 너무 놀란 나머지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 결국에는 여전히 꼭 안긴 상태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아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품 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날 그저 안아주고 있었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마도카 그 말, 아까도 했었는데

 

집합 시간까지 오기로 했는데 안 와서 전화도 안 받기에 일단 데리러 왔어

 

연락을 안 받은건 죄송하지만, 아침부터 여자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보다니 최악이네요,

미스터 쓰레기.

 

그 전에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 왔기에 우선 경찰에게 신고부터 하겠습니다

 

남의 방? 마도카 아직 잠이 덜깼구나, 여기 너와 내 방인걸

 

-.......??

 

무슨 소리를... 드디어 맛이 가버렸군요

 

아니, 우리 결혼한 사이잖아

 

어째서 제가 당신 따위와 결혼...-....?

 

그 사람의 품에서 나와 방 안을 둘러보자 평소에 잠을 자던 내 방이 아니었다. 눈 앞에 펼쳐진 낯선 방의 풍경과 결혼 했다는 얼토당토 믿기지도 않는 말에 머리를 쎄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둘러본 방 안에는 정말로 내가 모르는 물건들과 여러 사진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 제일 크게 인쇄된 사진에 저절로 눈이 가고 말았다.

사진 속 여자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행복하듯이 웃고 있었고, 여자의 옆에는 눈 앞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익숙한 얼굴 이었다.

익숙하다 못해 거울을 볼 때마다 마주 보는 자신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 길이의 차이와 화장법 정도, 평소의 단발 길이가 아니라 한눈에 봐도 길어 보이는 롱 헤어 스타일.

이건 꿈일 거야 하면서 볼을 꼬집으려고 손을 볼 위로 올리자 평소와는 다르게 등 쪽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위화감의 정체는 머리카락이었다. 사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볼 옆의 라인을 타고 흘러내려 등 뒤까지 뻗어 허리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

 

마도카...? 혹시 열이라도 있어?

 

아무런 말 없이 멍한 상태로 서 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겹친다. 이마를 겹쳐서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기에 서로의 숨소리가 바로 지근 거리에서 들렸고 희미하게 콧등을 간지럽히는 그의 입김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고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날 바라보는 그 눈이 묘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평소에도 자주 바라보는 눈이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더 끌렸었다. 열 측정을 끝낸 그 사람은 이마를 떼고서는 내 손을 잡고서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주 잡은 우리의 손을 바라보니 왼손 약지에 한 쌍의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장식 없는 심플한 금색의 얇은 반지.

이걸 보니 정말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인 듯 하다. 정말 나 이 사람과 결혼 한 거구나...

 

열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몸 상태 안좋으면 오늘 일 들어온거 다음으로 미뤄줄까?

 

-....

 

대답을 하려는 순간 눈 앞이 빙글 빙글 돌기 시작하며 귓가에서 삐비빅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하면서 눈을 감고 뜨자... 그곳은 평소에 자고 일어나면서 보던 익숙한 내 방의 천장이었다. 침대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볼을 꼬집자 그곳에는 아까 전까지 허리까지 흘러 내려오던 머리카락도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최악... 그 사람이 꿈에서 나오다니...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씻고 난 후에 사무소로 향한다. 꿈에서 있었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눈 앞에 아른거려 조금 멍한 상태이지만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일 수는 없었다. 되도록 오늘 그 사람과는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거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걷다 보니 사무소에 도착하였고 문을 열자, 그곳에는 하필이면 당사자가 서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온 날 보았는지, 커피를 마시며 한쪽 손을 흔들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 마도카. 다른 애들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일찍 왔구나

 

죽어주세요, 미스터 불순물, 쓰레기, 호색마

 

-.... 아침부터 내가 뭘 잘못했나...?

 

아침부터 그렇게 기운차게 인사 하는거 지치지 않나요? 얼른 죽어주세요.

 

오늘 상당히 저기압이구나

 

아무도 안 왔기에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프로듀서 옆을 지나 소파를 향하였을 때였다. 아까는 미쳐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다.

커피잔을 잡고 있는 그 사람의 왼쪽 손에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세히 바라보니 둥근 고리 형태를 하고 있었다.

위치는 왼쪽 약지에 끼는... 반지 였다.

 

설마 지금 사무소에 온 것도 꿈이고... 아직도 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건가 싶어서,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 하였다.

소파를 향하다가 중간에 가만히 멈춰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이상하였는지 그 남자가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들려오는 구두 소리와 함께 내 심장 박동수도 빨라지기 시작하였고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크게 요동치며 몸에 흐르는 식은 땀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이번에는 정신이 아찔해지며 온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였지만 다시 한번 정신줄을 부여 잡고 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그거-...

 

-... 이거?

 

 

비익연리(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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