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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흐른 자리에는 Re make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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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9, 2021 13:38에 작성됨.

언제부터 였을까, 눈 떠보면 똑같은 풍경, 익숙한 병실의 창문, 그리고 방안에 가득 차고 고여버린 소독약과 약품 냄새가 내 일부분이 되어버린 것이.

정신을 차리고 침상에서 일어나 거울을 향한다. 거울을 보면서 약물로 인해 푸석푸석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려고 빗 질을 하지만, 머리 끝 부분이 다 상해 버려서 빗 질을 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 세면대 위로 휘날려 떨어졌다. 세면대 위로 쌓여버린 머리카락을 보고 처음 빠지기 시작했을 때는 이제 내 인생 정말 가망 없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이미 빠져버린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가볍게 목 뒤로 넘겨 묶고 나서 병실을 나섰다.

 

검사를 받기 전에 평소와 같이 원무과에 들려 접수를 하고 난 후에 대기실로 향하였다. 대기실에 아무도 없는 게 이상하여 벽에 걸려있는 전자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시간은 오후 1시가 넘어가 있었고, 일요일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멍한 채로 대기실 한쪽에 세워져 있는 TV를 바라보니 음악 방송 프로그램이 틀어져 있었다. 화면 속에는 3명의 여자아이들이 서 있었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후에 스테이지 화면으로 넘어가는 도중이었다.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사람 이라고는 나 혼자 있던 대기실이었던 터라 처음에는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군가가 내 옆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아이돌에 흥미 있니?

 

나에게 하는 말?

 

물론이지, 너 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뭐야?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말끔한 남색 계열의 정장에 체크 무늬 패턴이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있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수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여서 바로 간호사를 부르려고 하였지만, 내가 할 행동을 눈치챘는가, 남자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사 대기 번호표를 보여 주며 자신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가볍게 어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내 바로 옆 소파에 거리를 두고 앉았다.

 

... 그러니까... 뭐라고 부르면 될까?

 

카렌... 호죠 카렌

 

반가워, 호죠양. 나는 그러네... ... 아이돌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사람이야

 

이름은? 난 내 이름을 말했는데 그쪽은 말 안해 주는거야?

 

남자는 내 질문에 답하듯이 정장 안쪽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서 내게 건네 주었다.

명함에는 '346 프로덕션 프로듀서, 히메미야 리오' 라고 적혀 있었다.

 

이거 명함 진짜? 아니면 요새 유행하는 신종 사기 수법?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데, 명함도 진짜고 연락처도 진짜야

 

솔직히 말하자면 믿기 힘들었고 의심스러웠다. 이런 시간 병원에 홀로 나타나 자신을 아이돌 프로듀서라고 소개하는 남자의 말을 믿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가? 이런 의구심을 계속 품고 있는 도중,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남기고서는 내 옆에 나타났을 때와 똑같이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지금의 인생에 만족하고 있어? 혹시나 아이돌에 관심 있으면 연락 주길 바래.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온 나는 침상에 몸을 맡기고 나서 주머니에서 남자한테서 받은 명함을 바라보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남자의 첫 인상은 최악에 가까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례함의 극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했었으니까, 첫 인상은 최악이었지만 아마도 나는 아까 남자와 대화했던 시간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이 비극으로 끝날 뻔한 내 인생을 희극으로 바꾼 마법사와 만난 첫 이야기이자

4년 간의 활동을 하며 내가 아이돌의 정상에 올라간 이야기. 그리고 남자에게 있어서는 결말이 정해져 있어 바꿀 수 없었던 비극의 이야기

 

우리는 4년 간의 활동을 통해 정상에 올라 섰고-... 이윽고 사별하였다.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는 그와 사별하기 전 까지의 내 성장기 그리고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내가 혼자서 걸어 나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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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쓰는게 2년 만일까요...?

이래저래 바쁜데다가 취업 하고 나서 오랜만에 글 쓰는 건데 이전에 작성했던 시리즈물은 읽어보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그냥 싹 다 갈아 엎고 새로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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