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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의 날개. -제1장, 직접 만든 무도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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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9, 2021 00:56에 작성됨.

-제1장-

직접 만든 무도관


[765프로 전용 밴 뒷좌석 ------ 모가미 시즈카]


  라이브 시어터로 향하는 차 안, 시즈카는 양성소 동기이자 입사동기인 츠바사와 함께 미유키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츠바사는 들뜬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 시즈카에게 말을 걸었다.


“시어터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기대 돼! 그렇지, 시즈카?”

“응. 그러네.”


  오늘은 765프로덕션 신인 아이돌 프로젝트, 그러니까 ‘시어터 조’가 처음으로 모이는 날이다.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로 개인 미팅을 가진 뒤 지금까지 각자의 양성소에서 레슨을 이어오고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라이브 시어터에서 본격적인 전속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시즈카의 기억 속 라이브 시어터는 깔끔한 새 건물이었다. 비록 오디션 장소였던 작은 미팅 룸 외의 내부는 그다지 돌아다녀보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건물 같다는 느낌이었다. 전에 치하야의 무도관 라이브를 보러갔을 때 보았던 대기실 구역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시어터 자체도 공연장이니까, 복도나 대기실 등의 구성이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새로 지은 건물이니까 깔끔하고 좋을 거야. 레슨 룸도 넓게 갖춰 놨고.”


  둘의 대화를 듣던 미유키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시즈카가 미유키에게 물었다.


“이제 다 같이 넓은 곳에서 레슨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응. 시어터 조는 대규모로 단체 곡을 연습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특별히 넓게 설계했어. 아마 지금까지 쓰던 레슨실의 두 배 정도는 될 거야.”


  츠바사는 미유키의 말을 듣더니 눈을 반짝였다. 평소에 레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츠바사였기에, 시즈카는 조금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프로듀서 씨, 선배들도 같이 레슨 받을 수 있는 거죠?”

“응? 선배들?”

“미키 선배라던가, 데코리나 선배 같은 분들이요!”

“데코리... 아, 이오리 이야기구나. 오디션 날에 만나본 적이 있다고 했지.”


  시즈카는 순간 솔깃했다. 넓은 레슨 룸에서 선배들과 함께 레슨을 받는다면 분명 기술적인 면에서 수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친분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유키는 츠바사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을 내놓았다.


“확실하게 답변해주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아마 시어터 조는 기존의 올스타즈랑은 다른 방향으로 갈 것 같아. 어느 정도는 교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기획이니까.”

“헤에, 그렇구나...”

“기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늘 미팅에서 야마모토 씨가 설명해주실 거야. 시어터 쪽 업무는 그쪽에서 맡고 계시거든.”  


  츠바사는 금세 풀이 죽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즈카는 겉으로는 별다른 티를 내지 않았지만, 선배들과 같이 활동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자신과 시어터 조를 담당한다는 야마모토 역시 탐탁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했다.


“저기저기, 프로듀서 씨.”

“응? 왜 그래, 츠바사?”

“저희의 서포트는 야마모토 씨가 맡아주시는 거였죠?”

“응. 맞아. 당분간 나도 시어터 쪽 일을 거들기는 할 텐데, 평소에는 본사 쪽에 있을 거야.”

“그러면 야마모토 씨도 프로듀서인 거예요?”

“응. 공식 직함은 시어터 사업부장이지만.”

“프로듀서 씨도 프로듀서, 야마모토 씨도 프로듀서... 뭔가 어렵네요, 헤헤.”

“호칭을 구분해야할 때는 이름으로 불러주면 돼.”

“그러면, 미유키 씨♪”


  츠바사가 미유키와의 잡담을 이어가는 사이, 시즈카는 말없이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시즈카의 속마음은 복잡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어터 조의 다른 동료들을 처음 만난다는 것에 긴장감 섞인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미유키 프로듀서. 동료들은 몇 명 정도인가요?”

“일단 시어터 조는 너희 둘을 포함해서 30명 정도야.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것 같아.”

“시어터 조의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 안에서 유닛도 따로 나누는 건가요?”

“그건 미팅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줄게. 그래도 역시 모두가 한 팀이라는 느낌으로 활동하게 될 거야. 시즈카는 믿음직스러우니까, 동료들도 잘 챙겨주길 바랄게.”

“아, 네!”

“미유키 씨~ 저는요 저는요~?”

“츠바사는... 좀 더 레슨에 재미를 붙여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에에-”


  시즈카는 자신을 믿어주는 미유키의 태도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츠바사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적잖게 놀랐다. 자신과의 미팅을 진행한 것뿐만 아니라, 오디션 이후 몇 주 동안 츠바사와 자신의 양성소에 찾아와 수시로 상태를 점검해주었던 것 역시 미유키였다. 정작 야마모토라는 사람과는 미팅 날 사무소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것 외에는 대면할 일도 거의 없었다. 시즈카에게는 이럴 거면 차라리 미유키가 담당 프로듀서를 맡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짙어져갔다.

  잠시 후, 시즈카와 츠바사가 타고 있는 밴은 시어터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과 함께 차에서 내린 뒤, 걸음을 옮겨 시어터의 뒷문으로 들어섰다. 

  뒷문은 곧바로 백스테이지의 대기실 구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제3대기실’, ‘제2대기실’ 등의 명패가 걸린 문들을 지나 도착한 곳은 ‘제1대기실’이라고 적혀 있는 문 앞이었다. 앞선 두 곳과는 달리 더블 도어가 달려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미유키가 열어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자 열댓 명 정도의 다른 아이돌들이 의자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페트병으로 볼링을 치고 있었다.


“적당한 곳에서 기다려 줘. 나는 사무실에 들렀다가 올게.”

“네에♪”


  츠바사는 시어터 조 동료들을 만나게 되어 들떴는지, 금세 누군가를 붙잡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시즈카 역시 크게 낯을 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당장은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의자를 찾아 앉았다. 바로 옆 의자에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한 소녀가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

“모가미 시즈카예요. 나이는 14살-”

“키타자와 시호. 나이는 대충 비슷하니까 말은 편하게 해.”

“그러면 잘 부탁해. 키타자와.”

“시호면 돼. 그리고 딱히 잘 부탁할 것도 없을 텐데.”

“뭐라고?”


  시즈카는 시호에게 되물었다. 시호는 여전히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서로 프로인 입장에서 잘 부탁하고 말 것도 없잖아? 모두 라이벌인데.”

“아니, 나는... 미안.”

“딱히 사과를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야. 혹시 무안했다면 나도 사과할게.”

“으, 응.”


  시즈카의 어정쩡한 대답을 끝으로 둘 사이의 공기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시즈카는 원래 새롭게 누군가를 만나면 무난하게 친해지는 타입이었기에, 시호의 차가운 반응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시호와의 첫 인사를 망친 시즈카는 긴장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정면을 주시했다. 눈앞에는 수많은 아이돌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지만, 긴장한 시즈카에게는 그 무엇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잠시 후, 대기실의 문이 열리면서 야마모토와 미유키가 함께 들어왔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들떠 있던 분위기도 단숨에 정리되었다.

  시즈카는 마른 침을 삼키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미유키는 문 쪽에서 적당히 서 있었고, 야마모토는 안쪽으로 들어와 가운데 있는 큰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마커로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내렸다.


“765프로 라이브 시어터 사업부장 야마모토 다이스케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맡게 됐습니다.”


  시즈카는 순간 새 학기 첫 날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앞으로의 1년을 함께 할 새 선생님을 만나는 것 같았다. 야마모토의 어조는 전에 사무소에서 잠깐 마주쳤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말투나 표정에서 가벼운 미소가 묻어나오는 미유키와는 달리, 무표정에 사무적인 말투였다. 약간은 딱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급한 연락이나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미유키 씨, 미유키 씨도 간단하게 소개해야지. 연락처도 알려주는 게 좋을 거고.”

“아, 네.”


  문 앞에 미유키는 야마모토의 말에 화이트보드 앞으로 다가와 이름과 연락처를 써 내렸다.


“프로듀서인 하세가와 미유키입니다. 765프로 올스타즈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시어터 쪽 업무를 보조할 예정이니까, 혹시라도 야마모토 씨 쪽이 연락이 어렵다면 이 번호로 연락해주시면 됩니다.”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남자가 그 유명한 765프로 올스타즈의 담당 프로듀서라는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시즈카는 다시 한 번 자신이 키사라기 치하야와 같은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고 미유키에게 물었다. 단정한 장발에 머리띠를 한 어른스러운 인상의 소녀였다.


“그러면 저희의 업무는 야마모토 부장님이 담당해주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시어터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원할 예정입니다. 야마모토 씨도 82프로에서 오래 일해오신 베테랑이니까-”

“미유키 씨. 불필요한 언급은 하지 않아도 돼.”

“아, 네. 죄송해요.”

“사과할 것까지는 없지만.”


  야마모토는 분위기를 정리한 뒤 미유키의 뒤를 이어 답변을 이어갔다.


“하세가와 프로듀서의 말대로, 여러분의 업무는 제가 담당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여러분이 소속된 ‘시어터 조’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오디션 공고에서 대략적으로 읽어보셨겠지만, 지금 여러분이 있는 이 공간이 765프로 라이브 시어터입니다. 여러분은 전용 극장인 이곳에서 무대 공연을 중심으로 아이돌 활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면 더 자세한 건... 바바 씨?”

  “네.”


  야마모토의 부름에 대답한 건 어린아이로 보이는 아이돌이었다. 한쪽으로 땋아 내린 머리와 양쪽으로 삐져나온 옆머리가 인상적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모션 계약 관련해서 급한 회의가 있어서. 정식 오리엔테이션은 내일 모레 쯤에 전원이 모이면 다시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네. 여기는 맡겨주세요.”

“잘 부탁드릴게요. 코노미 씨.”

“네네. 프로모션이라면 지난번 계약 건이죠? 그쪽 일도 잘 부탁드려요.”


  야마모토와 미유키는 바바 코노미라고 불린 소녀에게 고개를 숙인 뒤 대기실을 나섰다. 시즈카는 한참 어려보이는 아이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가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야마모토의 설명이 단순한 아웃라인 정도에서 끝난 것이 불만스럽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날이니까 좀 더 자세한 활동 계획 등을 설명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는 완전히 엇나가고 말았다.

  야마모토와 미유키가 대기실을 나가자, 코노미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자, 그러면 지금부터 765프로 라이브 시어터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할게. 일단 내 소개부터 하자면, 바바 코노미, 24살이야. 원래는 사무원이었지만, 사정이 생겨서 너희랑 같은 아이돌이 됐어.”

“24살?!”


  시즈카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적잖게 놀랐는지, 곳곳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코노미는 예상했다는 듯이 멋쩍게 웃어보였다.


“아하하...”

“초등학생인줄 알았는데!”

“실례야! 섹시 어덜트 레이디라구!”


  코노미는 초등학생인줄 알았다는 츠바사의 발언에 발끈했다가, 이내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흠흠. 아무튼, 사무보조를 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으니까,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질문해줘.”

“저기, 코노미 씨.”

“응. 모모코짱이지?”

“네. 아까 야마모토 씨가 무대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러면 CM이나 연기 같은 쪽보다는 라이브 중심?”

“응. 일단 고정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전용 극장이 있으니까, 정기 라이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라이브를 진행할 거야. 물론 극장인 만큼 그 외에도 연극 같은 걸 할 수는 있겠지만...”

“연극이요?!”


  모모코의 옆에 앉아있던 소녀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으, 응. 나중에 인지도가 올라가면 우리를 중심으로 연극 같은 기획도 예정되어 있어. 방금... 유리코짱, 맞지? 미안. 한 명씩 이름을 외우는 중이라.”

“아, 네!”

“그러면, 또 질문 있는 사람? 응, 이름이?”

“모가미 시즈카예요.”

“응, 시즈카짱.”

“라이브 시어터 외의 공연이나 외부 활동 스케줄에 관련해서는 아직 예정된 게 없나요?”

“응?”


  코노미는 시즈카의 질문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시즈카는 재차 질문했다.


“시어터의 정기 공연을 제외하고, 외부 라이브 하우스나 방송 출연 같은 스케줄은...”

“아, 그 부분은 아직 계획된 건 없어. 당장은 시어터 조의 정식 데뷔랑 시어터 자체의 인지도 상승에 집중할 계획이라. 혹시 그 부분은 나중에 야마모토 씨나 프로듀서 씨께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감사합니다.”


  그 후로도 몇몇 아이돌들이 코노미에게 시어터의 활동에 대해 질문했지만, 시즈카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코노미와 야마모토의 설명에 의하면 라이브 시어터는 완전히 새로운 기획이었다. 전용 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기획 자체는 장기적으로 팬덤을 구축하는데 나쁘지 않은 전략인 것 같기는 했지만, 시즈카에게는 장기적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미유키는 시어터 조의 구성원이 30명 정도라고 했으니까, 아마 각자 CD를 내고 정식으로 데뷔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중등부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그 사이에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않는다면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아이돌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프로듀스 방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활동 계획 정도는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면, 오늘은 이 정도로 할게. 오늘은 절반 정도지만, 내일 모레쯤에 시어터 조 전원을 상대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하셨으니까, 그럼 그 때 보자!”

“네~!”


  시즈카가 속으로 갈등하는 사이, 코노미는 어느새 안내를 마치고 분위기를 정리했다. 대기실 안에 모여 있던 아이돌들은 하나 둘 짐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갔다. 몇몇 아이돌들과 수다를 떨던 츠바사 역시 인사를 나누고 시즈카에게 다가왔다.


“시-즈-카! 끝나고 바로 양성소로 갈 거야?”

“응. 미유키 프로듀서가 데려다주신다고 했으니까.”

“있지있지, 길 건너에 유명한 크레이프 가게가 있는데, 잠깐 들렀다 가도 되냐고 부탁드려볼까?”

“뭐? 그러면 분명 늦을 걸. 그리고 프로듀서한테도 실례잖아.” 

“으음- 그런가?”


  시즈카는 츠바사와 함께 문을 나섰다. 그러자 복도 반대편을 돌아 사라지는 야마모토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기, 츠바사. 먼저 뒷문으로 가 있을래? 나는 잠깐 야마모토 씨한테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응? 그래. 다녀와!”


  츠바사를 먼저 보낸 시즈카는 잰걸음으로 야마모토의 뒤를 쫓았다. 야마모토는 서류를 들여다보면서 사무실이라고 적힌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 야마모토 부장님!”

“응?”

“부장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아. 모가미 양, 맞지?”

“네. 모가미 시즈카예요.”

“호칭은 야마모토 씨면 돼. 아무튼, 물어보고 싶다는 건?”


  야마모토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시즈카는 그 차분한 어조에서 묘하게 아버지의 차가운 말투가 떠올라 순간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자세한 활동 계획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그, 시어터에서의 정기 라이브 외에도 외부 활동 계획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서요.”

“외부 활동 계획?”

“네. 다른 라이브 하우스나, 외부 오디션 참가 같은...”

“그걸 지금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니?”

“네?”

“모가미 시즈카라면... 빨리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고등학생이 되면 아이돌을 그만둬야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 전에...”

“...”


  야마모토는 무표정으로 시즈카를 내려다보았다. 시즈카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네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성과라는 게 뚝딱 하면 나오는 줄 아는 애들은 수없이 봐왔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해주는 건데, 넌 지금 아이돌이 아니야. 모가미 양. 사무소에 들어왔다고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지.”

“네...?”

“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긴 했지만,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상태야. 평범한 소녀랑 전혀 다를 바가 없어.”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도 넌 지금 D랭크 수준의 아이돌이 할 만한 걱정을 하고 있어. F랭크도 아니고 랭크 집계대상조차 아닌 네가.”

“...”


  시즈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야마모토의 말에는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즈카는 자신의 상황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 야마모토가 야속했다. 자신은 다른 아이들처럼 마음 편히 장기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는데,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도 큰 억지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모가미 양이 성과를 내는 데 의욕적인 건 알겠어. 다만 그런 부분은 프로듀서들이 걱정해도 충분한 부분이니까, 너는 레슨이나 트레이닝 같은 기본적인 곳에 더 집중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야마모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시즈카에게서 멀어져갔다. 시즈카는 그런 야마모토의 뒷모습을 보며 양 주먹을 꼭 쥔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또 어린애 취급당했어...’


  시즈카의 마음은 자꾸만 요동쳤다. 자신은 이렇게까지 간절한데, 스스로도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데, 왜 자꾸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하는 걸까. 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걸까. 왜...

  

“어라, 시즈?”


  예상치 못한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학교 선배인 붉은 머리의 소녀, 줄리아가 등 뒤에 기타를 멘 채 서 있었다. 


“줄리아 선배?!”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그거야... 줄리아 선배랑 아이돌은 전혀 연결점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하고 생각하며, 시즈카는 줄리아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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