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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에필로그 4, 우리들은 계속... 그렇죠?- (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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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7, 2021 01:34에 작성됨.

-에필로그 4-

우리들은 계속... 그렇죠?


[도쿄도 오타구, 치하야의 자취방 ------ 키사라기 치하야]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탁.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울리자, 침대에 누운 채 팔을 위로 들어 알람을 껐다. 평소라면 바로 일어나 트레이닝을 나갈 준비를 했겠지만, 왠지 오늘은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슬슬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인지, 이불 속이 너무나도 포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좌우로 뒹굴 거렸다. 이불이 몸을 둘둘 감싸면서 엄청 따뜻하고 포근한 감촉이 들었다.


-삐빅, 삐빅, 삐빅.


  10분 간격으로 맞춰두었던 휴대전화의 모닝콜이 울리자, 나는 마지못해 이불을 벗어던지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으, 왠지 추워...”


  방 안의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서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젯밤에 난방을 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제는 늦게까지 레슨을 한 데다 장까지 봐야 해서 피곤한 나머지 바로 잠들기는 했지만, 대체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 거야.

  가볍게 세수를 하고 나온 나는 머리를 뒤로 올려 묶은 뒤 주방으로 들어섰다. 유키호가 선물해준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 앞에 서자 시각은 6시 정도가 되어 있었다.


“가장 오래 걸리는 밥부터 시작할까.”


  우선은 쌀을 씻기 위해 전기밥솥을 열고 안에 있는 솥을 꺼냈다. 전에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밥솥 같은 것도 쓸 일이 없었지만, 요리를 시작한 후로 그 때마다 즉석 밥을 사 오는 게 귀찮아져서 1~2인분 정도를 할 수 있는 작은 밥솥을 마련했다.


“흥-흥-흐흥-흥-흐흥♪ ...핫.”

 

  나는 콧노래를 부르다 말고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얼마 전에 시키 씨가 나오는 방송에서 같은 유닛의 멤버가 부르던 콧노래인데, 방송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봐서 그런지 가끔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는 했다. 오토나시 씨가 일하다말고 자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유가 이런 걸까.

  쌀을 다 씻고 물 양을 맞춘 뒤, 위에 완두콩을 얹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처음에는 이 전기밥솥에 적응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서 설명해준 하루카 덕분에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정작 밥솥이면 밥을 짓는 기능 하나면 충분할 텐데, 왜 이렇게까지 다양한 버튼이 달려 있는 걸까.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간단하고 편리한 기계가 나와야하는 거 아닐까? 왜 항상 가전제품은 발전할수록 복잡해지는 거지...

  아무튼, 밥이 되기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리니까, 그 사이에 다른 것들을 만들어놓을 생각이었다.

  우선 감자를 삶는다. 감자는 조금만 필요하니까 작은 냄비에 2개 정도만 넣고 삶아주기로 했다.


“다음은... 미트볼.”


  간 고기에 빵가루를 섞고, 각종 향신료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잘 섞어 반죽처럼 만든 뒤에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마무리. 미트볼은 조금 더 작고 동글동글한 모양이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넓게 펼치면 햄버그 같은 변형도 가능했다.

  손으로 고깃덩어리의 모양을 잡다보니, 어렸을 때 집에서 햄버그를 해 먹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때는 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던 걸 옆에서 조금씩 돕기도 했다. 햄버그 같은 경우에는 고기를 손바닥에 치대던 과정이 있어서 예상외로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옳지. 그렇게 하면 돼. 잘 하네, 둘 다.’

‘누나, 차갑고 축축해서 기분이 이상해... 햄버그가 원래 이런 거야?’

‘그걸 익히면 따뜻해지고 색도 변하는 거야 유우,’

‘헤에, 뭔가 신기해!’


  그리운 기분이 든 나는 손에서 동그랗게 굴려지는 미트볼을 보며 약간의 씁쓸함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직접 해주겠다고 했는데. 많이 늦어버렸네. 그래도 지금이라도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거야. 그때만큼 소중한 추억들이 생길 테니까.

  어느새 완성된 미트볼들은 도마에 줄을 맞춰 놓여 있었다. 나는 기름을 두른 팬에 미트볼들을 올리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잘 굴리며 구워주었다.

  불에서 익힐 것들은 아직 꽤 남아 있었다. 당근과 어묵을 길게 썰어 교차해 놓은 뒤, 햄으로 감싸서 살짝 구워준다. 어제 햄이 다 떨어져서 베이컨을 샀는데, 거의 비슷하니까 대체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계란말이. 계란에 다시물과 설탕, 소금, 간장을 넣고 잘 풀어준다. 계란말이 전용 팬에 기름을 둘러 약불로 달군 뒤, 조심스럽게 계란물을 부어 익힌다. 너무 익어버리면 잘 말리지 않으니까, 액체에서 살짝 형태가 잡힐 정도가 되면 말아준다. 다 말고 나서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살짝 더 익혀준다.


“좋아, 잘 나왔어!”

-띠리리리리리리링.


  계란말이까지 완성하자 감자를 삶으면서 맞춰둔 타이머가 울렸다. 냄비 뚜껑을 열고 살짝 찔렀을 때 푹 들어가면 잘 익은 것이다. 익은 감자는 뜨거운 채로 껍질을 벗겨서...


“앗, 뜨거!”


  큰일 날 뻔 했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껍질을 벗기고, 그대로 으깨준다. 그리고 아까 당근과 어묵을 썰면서 함께 썰어둔 채소와 햄을 넣고, 마요네즈를 버무려서 마무리.


“좋아. 미트볼, 베이컨 말이, 계란말이, 감자 샐러드까지 완성. 그러면 남은 건 밥이랑 데코레이션이네.”


  밥이 완성되면 모양을 잡아 주먹밥으로 만들고, 도시락통을 가져와서 잘 담아준다. 나는 계란말이를 썰다 말고 하루카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거 봐봐, 치하야짱!’

‘응? 뭔데, 하루카?’

‘계란말이 한 조각을 비스듬하게 잘라서 돌리면 하트 모양을 만들 수 있어. 도시락 꾸밀 때 유용할 것 같아!’


  비스듬하게 자른 조각을 돌려서 이어 붙이자 계란말이로 만든 하트가 완성됐다. 나는 똑같은 하트를 12개 만든 뒤, 도시락통 두 개에 나누어 담았다.


“좋아, 완성.”


  시계를 보니 7시가 살짝 넘어 있었다. 프로듀서는 보통 8시쯤 출근하니까, 서둘러서 출발하면 그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세수를 한 뒤, 머리를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조금 춥다고 하니까, 셔츠 대신에 터틀넥 스웨터 위에 재킷을 입을 생각이었다. 평소에는 매일 셔츠 차림이었으니까, 오늘은 조금 색다른 느낌이어도 괜찮겠지.

  옷을 챙겨 입고 완성된 도시락통을 든 나는 정리된 방 안을 쭉 둘러본 뒤, 오디오 위에 놓인 사진을 보며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예상대로 날씨는 평소보다 추웠지만, 아침 공기는 상쾌했다.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는 몰라도,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들의 소리와 나무 위에 앉은 새들의 노랫소리가 조금은 다르게 들려왔다.

  사무소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7시 30분 정도였다. 오토나시 씨가 와 계실 줄 알았는데,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장님이 혼자서 바닥을 쓸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오, 키사라기 군. 오늘은 일찍 왔군.”

“네. 좋은 아침이에요.”

“아, 맞다. 키사라기 군, 잠깐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괜찮겠나?”

“네? 중요한 이야기라면...”



[도쿄도 오타구 타도코로 자택 ------ 하세가와 미유키, 765프로 프로듀서]


“으아아아! 지금 몇 시야!”

“7시 40분인데, 왜? 오늘 토요일이잖아.”

“깨웠어야지! 어제 분명 누나한테 출근한다고 말했...는데. 신이치. 아키코 누나는 어디 있어?”

“엄마는 출근. 그보다 아까 전에 대충 일어나라고 했잖아.”

“대충?!”


  아. 큰일이다. 올해 봄 이후로 지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사고를 당한 이후에 요양한다고 또 한참동안 출근을 안 했더니 생체리듬이 아직 적응을 끝마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대충 세수와 면도를 한 뒤 정장을 챙겨 입고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그 와중에도 넥타이핀은 잊지 않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유이나는 막 구두를 신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삼촌, 아침 안 먹어?”

“시간이 없어서, 미안!”

“토스트라도 물고 가.”

“괜찮...읍?!”

“조심해서 다녀와!”

“우음!”


  나는 유이나가 입에 물려 준 토스트를 손으로 옮겨 들고 정류장을 향해 뛰었다. 토요일이라 출근하는 인파가 많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수많은 인파에 치이는 데다 차까지 막혀서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었다.

  아아. 늦잠을 자본 것도 얼마만이던가. 2월쯤에는 지각을 밥 먹듯이 해서 곤란했던 적이 많았다. 치하야의 생일날에는 다들 아침 일찍 모여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 휴대전화 배터리 때문에 늦잠을 자버려서 치하야보다도 늦게 사무소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허둥지둥 나온다고 애써 사둔 선물도 두고 와서 다음날 전해주는 등, 여러모로 곤란한 일들이 많은 날이었다. 벌써 12월이 됐으니까 치하야의 생일도 두 달 정도 남았는데, 내년 생일에는 어떤 걸 챙겨주는 게 좋을까. 

  이것저것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사무소에 도착해 있었다. 타루키정 앞에 도착했을 때가 딱 7시 59분이어서, 약 10초 정도를 남기고 지각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좋은 아침이네요.”

“어라, 치하야? 일찍 나왔네?”


  사무소에 들어서자 예상외로 치하야가 나를 반겨주었다. 특별히 오전부터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나?


“오토나시 씨는?”

“아래층에서 식사 중이세요. 프로듀서는 아침, 챙겨 드셨나요?”

“아니. 하필 늦잠을 자서 말이지. 빵 한 조각 물고 나왔어.”

“저기... 그러면...”


  치하야는 갑자기 시선을 흘리면서 쭈뼛거렸다. 보통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거나, 아니면...


“도시락을 싸왔거든요. 프로듀서 것까지 만들었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드실래요?”


  고맙다, 신이치! 대충 깨워줘서!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먹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치하야의 도시락이라니, 영광이야!”

“네?! ㄱ,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에요...”


  치하야는 부끄러워하며 도시락을 내밀었지만, 내용물은 굉장히 수준이 높았다. 완두콩이 섞여 있는 주먹밥에 감자 샐러드, 미트볼, 베이컨 말이, 계란말이에 방울토마토까지. 대충 훑어봐도 영양 밸런스가 맞춰진 모습이었다. 모양도 알록달록 아기자기해서 보기에 좋았다.


“주스도 있어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고마워, 치하야. 덕분에 든든하게 일할 수 있겠네.”

“프로듀서가 좋아해주시니까 저도 기쁘네요. 후후.”


  그 후로는 치하야와 함께 편안한 식사시간을 가졌다. 날은 평소보다 추웠지만, 히터를 틀어놓은 데다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서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자, 치하야는 햇빛을 받아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워졌는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흐음...”


  나는 다시 도시락으로 고개를 돌린 뒤 계란말이를 집으며 말했다.


“많이 귀여워졌네.”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치하야는 깜짝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어느새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였다. 


“응? 네코키치 말인데?”


  나는 태연하게 휴대전화 화면을 치하야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히비키가 보낸 반려묘 네코키치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 작은 아기 고양이었는데, 그 사이에 자라서 간단한 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치하야는 화면을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깜빡였다. 아, 혹시 방금 귀엽다고 한 게 자기한테 한 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


“아...”

“왜 그래, 치하야? 아, 혹시 치하야가 귀엽다고 한 거-”

“프로듀서! 차라도 드릴까요?! 아이스티라던가!”

“응? 아니. 아이스티라면 괜찮아. 주스도 있으니까.”

“그러면 디저트로 푸딩은 어떠세요?! 미나세 양이 어제 고급 푸딩이 생겼다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했거든요!”

“아니, 아직 밥이 잔뜩 남았으니까 디저트는 조금 이따가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ㄱ, 그렇죠...”


  치하야는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뭔가 텐션이 확확 바뀌는 게 강아지 같은 걸. 왠지 즐거워진 나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치하야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물론 치하야도 귀엽다고 생각해.”

“프로듀서!”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거야.”

“으으... 갈수록 절 놀리는 스킬이 늘어나는 것 같네요. 프로듀서. 그 역량을 조금 더 업무에 쏟아주시면 좋을 텐데.”

“...에?”

“후훗, 농담이에요.”

“호오. 많이 성장했구나, 치하야.”

“그 대사,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내 대사니까 내가 쓰는 상황이 곧 적절한 상황인 거지.”

“흐음.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티격태격하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탕비실에서 빈 도시락통을 헹구었다. 치하야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나는 옆에서 도시락통에 남은 물기를 닦아냈다. 치하야는 탕비실에 놓인 주방세제와 수세미로 능숙하게 설거지를 해내고 있었다. 예전에는 집안일 같은 생활력에 관련된 부분에는 처참한 실력을 보여줬는데(때문에 예능에서 써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요리도 설거지도 모두 능숙해진 것 같았다.


“치하야는 좋은 신부가 될 것 같네.”

“네?! 오늘 따라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프로듀서!”

“아니,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한 것일 뿐인데.”

“한두 번이라면 농담으로 받아드려도, 이 이상 놀리시면 저도 참지 않을 거예요!”

“미안.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딱히 놀릴 생각은 없었어. 생활력이 잔뜩 성장한 치하야를 보니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도시락도 엄청 맛있었고.”

“ㄱ, 그러셨다면 용서는 해 드릴게요...”


  어이. 한 가지 노선을 확고하게 잡으란 말이야. 예전의 까칠한 치하야라면 까칠한 치하야, 지금의 둥글둥글한 치하야라면 둥글둥글한 치하야의 캐릭터를 유지하라고. 자꾸 왔다 갔다 하면 나도 어느 쪽에 맞춰야할지 고민되잖아.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는 결혼이나 자녀 계획 같은 게 있으신가요?”

“나? 글쎄. 지금은 별 생각 없는 것 같은데.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하기에는 이르기도 하고, 지금도 누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니까. 그래도 전에는 야요이 같은 딸이 있으면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

“그렇죠? 타카츠키 양이라면 저도 좋을 것 같아요~ 귀엽고, 밝고, 씩씩하고, 집안일도 잘 하고, 동생들도 잘 챙기고, 그리고 또...”

“치하야는 야요이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네. 타카츠키 양 같은 언니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에, 야요이 쪽이 언니야?”

“네. 함께 있을 때 의지가 되는 쪽은 타카츠키 양 쪽이라고 생각해서요.”


  야요이가 언니고 치하야가 동생이라.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잘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쪽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치하야가 언니, 활발한 야요이가 동생인 쪽이 어울릴 것 같지만, 사실 치하야에게는 보기보다 연약한 부분이 많으니까. 정신적으로 지탱해줄 수 있는 쪽은 역시 야요이겠지.


“듣고 보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치하야도 이제는 성장했으니까, 누군가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저한테... 믿고 기댈 수 있도록 하는 건가요?”

“응. 아직은 조금 어려울지라도, 분명 계속 나아가다보면 치하야도 믿음직한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해. 지금도 요리나 설거지 같이 전에 비해 능숙해진 부분이 많잖아. 그리고 치하야의 성실함에 대해서는 항상 나도 의지하고 있어. 처음 프로듀싱을 시작했을 때부터.”

“네?! 프로듀서가, 저한테요?”

“응. 그 때는 나도 미숙했으니까. 혹시 내가 뭘 잘못 가르쳐주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치하야는 항상 레슨도 트레이닝도 열심이었잖아. 스스로도 잘 챙기니까 마음이 놓였거든.”

“...”


  치하야는 입을 미세하게 벌린 채 놀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볍게 웃어 보이고 말을 이어갔다.


“나 스스로도 치하야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 프로듀서로서도,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기뻐요.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에요.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요.”


  치하야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설거지를 마친 뒤, 나는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치하야는 내 옆의 빈자리에 다가와 앉았다.


“프로듀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응. 뭔데? 편하게 이야기해.”

“그... 사장님이 말씀해주셨는데요.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내년 초까지 몇 달 정도 미국, 그러니까 뉴욕에서 레코딩이랑 현지 활동 일정이 잡혔다고 하셨어요.”

“정말?! 잘 됐네, 치하야!”


  나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보통 그런 일이 있다면 나에게 먼저 말씀해주셨을 텐데, 오늘 아침에 나온 소식이려나?


“뉴욕 현지에서 레코딩이라면 수준 높은 스태프들이랑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 현지에서의 활동이라면 더욱 중요할 거고. 귀중한 경험이니까 꼭 잘 새겨 둬!”

“아, 그 부분에 대해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응? 뭔데?”


  치하야는 시선을 아래로 흘리며 쭈뼛거리더니,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거절을 무릅쓰고 여쭤볼게요. 프로듀서, 저랑 같이 뉴욕에 가 주실래요?”

“어?”

“사장님께서는 프로듀서가 그렇게 긴 기간 동안 동행하는 건 업무상 어려울 거라고 하셨지만, 제 고집으로 어떻게든 부탁드렸어요. 그랬더니 본인한테 한 번 물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셨거든요.”


  그런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이벤트나 방송, 그리고 연말 라이브 같은 일들이 잔뜩 밀릴 시기니까. 업무량이 밀려들면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내가 치하야랑 같이 몇 달씩이나 자리를 비운다면 리츠코와 오토나시 씨가 부담할 업무가 과중해질지도 모르고.


“저도 심한 고집을 부릴 생각은 없어요. 연말이니까 다들 바빠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 후로도 몇 달 동안 해외에 함께 나가달라는 게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치하야는 내가 함께 가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


  치하야는 여전히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해외 활동은 새로운 경험일 거라고 생각해요. 제 노래가 해외에서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전 그 새로운 도전에 꼭 프로듀서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로듀서의 수완도 도움이 될 거고, 그리고...”


  치하야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어갔다.


“지금의 저로서는, 프로듀서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우니까요...”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다. 오토나시 씨나 리츠코에게도 상담해야할 거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곤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을 다 알고 있음에도 나는 이미 마음을 정한 뒤였다.


“...좋아. 치하야와 함께 갈게.”

“정말요?! 진짜로 승낙해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기뻐요, 프로듀서!”

“치하야가 거기까지 날 신뢰해준다면, 어디까지라도 함께 갈게. 업무라면 걱정하지 마. 분명 해결책이 있을 테니까, 그건 내가 사장님이나 다른 분들이랑 논의해서 해결해볼게.”

“정말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아니야. 나야말로 기뻐. 해외라면 분명 미지의 마켓일 거야. 나도 준비해야할 게 잔뜩 있겠지만, 전력을 다해서 노력해볼게.”


  치하야는 양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유우에 대해서도, 부모님에 대해서도 슬픈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프로듀서를 만나고 나서는 매일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잔뜩 걱정을 끼칠지도 모르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이런 저를.”

“응. 나도 잘 부탁해.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보자.”

“네, 프로듀서!”


  치하야의 검은 머릿결과 미소는 창밖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그 무엇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국내이던, 해외이던, 그 어떤 무대 위에서라도 환하게 빛나게 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저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 치하야가 되찾은 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


  그게, 프로듀서로서 해나갈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니까. 



우리들은 계속... 그렇죠? (私たちはずっと…でしょう?)

765PRO ALLSTARS

THE IDOLM@STER ANIM@TION MASTER 07 수록


本気が見たい?

진심이 보고싶어?


”Ah,an!”


本音で今日も踊ろう

진심으로 오늘도 춤추자

指を動かしたら…

손가락을 움직인다면…

ちいさくI Love You

조그맣게 I Love you


上手になれる?

능숙해질 수 있어?


”Ah,an!”


上昇どんどん進もう

상승 점점 나가자!

腕は羽みたいに…

실력은 날개달린 듯이...

とおくへ Fly with you

먼 곳으로 Fly with you


選ばれてみたい 光のステージ

선택받고 싶어 빛의 무대에

努力は魅力? 

노력은 매력?

がんばれ私!今!!

힘내자 나! 지금!!


でしょう?きっと輝いて

그치? 분명 반짝이면서

でしょう?どこまでまでも

그치? 어디까지까지나

でしょう?夢のはじまりは

그치? 꿈꾸는 첫 발걸음은

ふとした偶然でしょう!

갑작스런 우연이잖아!


この憧れはもっと 

나의 동경심은 더욱

いつまでまでまでも

언제까지까지까지나

希望のせて微笑を

희망을 싣고서 환한 웃음을

けに行くのでしょう!

전하러 갈 수 있을 거야!


でしょう?きっと輝いて

그치? 분명 반짝이면서

でしょう?どこまでまでも

그치? 어디어디까지나

でしょう?夢のはじまりは

그치? 꿈꾸는 첫 발걸음은

ふとした偶然でしょう!

갑작스런 우연이잖아!


この憧れはもっと 

나의 동경심은 더욱

いつまでまでまでも

언제까지까지까지나

希望のせて微笑を?けに行くのでしょう!

희망을 싣고서 환한 웃음을 전하러 갈 수 있겠지!


”Ah,an!”



-아이돌 마스터: 화음의 저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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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가 길어졌지만, 이제 정말 완결입니다. 1부 후기는 조아라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후기가 업로드되면 댓글에 링크를 첨부할 예정이니, 조아라 쪽 후기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치하야와의 긴 여정을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아드리지는 못했지만,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러면 후기에서 더 자세한 내용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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