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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판데모니움 34화 - 소녀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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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2, 2021 12:33에 작성됨.

zombie-apocalypse-wallpaper-01.jpg



괴물 사태로 인해 폐허가 된 길을 지날 때마다 피비린내가 조금씩 나는 것이 후카에게는 묘한 불쾌감이 되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리버는 운전대를 잡으며 무심코 한마디 거들었다.


리버P "이 차가 너의 눈이나 코는 보호해주지 못할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면 미안한 건 오히려 나 아닐까? 좀 편한 마음으로 이동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후카 "아, 아뇨. 리버 프로듀서 씨가 사과할 필요까지는…"


후카는 손바닥을 보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부정하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런 얼음판 같은 흉흉한 분위기에 리버는 코트까지 벗어서 후카에게 건네주었다.


리버P "자, 적어도 이런 속이 울렁거리는 때에 네 배만큼이라도 따뜻하게 해야지. 받아."

후카 "ㄴ, 네엣!? 제,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리버P "받아도 돼. 담요가 더 없는 게 미안할 뿐이지."


리버는 다시 앞을 보며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무심코 휴대폰의 스크롤을 올려 다음 구출할 인원을 확인하였다. 유메랑 토모였다. 하지만 어딜가도 이 동네에서 멀리있는 곳들 뿐이었는지 리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며 체념하였다.


리버P "어딜 가도 후카네 동네랑 먼 동네냐. 게다가 네비게이션 상으로 아주 예쁘게 세명의 행선지끼리 삼각구도 이뤄지는 거 뭔데…"

후카 "ㅈ,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돌아가게 해버렸죠."

리버P "네가 교토에서 제일 가까웠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것 뿐이야. 그리고 지리 문제는 큰맘먹고 이사를 하지 않는 이상 못 바꿔. 우리가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애초에 아니야."


리버는 운전대를 가볍게 잡으면서 후카랑 얘기하였다. 후카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어


후카 "ㄱ,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해볼게요. 이런 어려운 시국에는 고양이 손이라도 모자랄 판이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적극적으로 거들어 보일게요."

리버P "하핫, 고마워. 하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네 목숨이 걸린 일까지 맡기는 일은 없을테니 안심해."


리버는 입꼬리를 올려 흐뭇한 듯 대답하였다. 그저 지금은 안도를 위해 후카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없다는 사실이 리버에겐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이 때, 이 대화를 모두 듣고있던 유키미도 어렵게 입을 열어 같이 대화에 끼고 있었다.


유키미 "리버…… 우릴…… 지켜줬어…… 안심해도…… 괜찮아……"

후카 "네엣! 그,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리버P "내가 그렇게 믿음직한 존재가 되어있었나. 하핫, 이런 신뢰는 처음 받아보는데…"


그도 그럴게 리버는 너드로 살아온 주제에 낙하산이라는 논란의 도마 위에 있는 프로듀서 출신으로 이 사실 때문에 가까운 프로듀서들 사이에서도 이런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는 늘 따라왔다. 특히 전혀 다른 계기를 타서 프로듀서가 되었던 K과 프로듀서랑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심지어 아이돌들에게도 칠칠맞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좀 있었기 때문에 리버는 말 그대로 프로듀서 중에서도 초 말단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후카 "ㄱ, 그런 건 아직 프로듀서 씨의 진가를 아직 몰랐던 것 뿐일거에요. 저도 이렇게 부족한 몸이지만 아이돌로 있는것에 감사하고 있는걸요."

리버P "네가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뭔가 안심이 된다. 나도 너처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낼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유키미 "내가…… 알고 있어…… 리버는…… 언제나…… 우릴 위해…… 열심히…… 해주고…… 있는 걸……"


유키미도 손을 잡지 못하니까 대신 리버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달래려고 하고 있었다. 리버는 이제 진심으로 마음이 풀린 듯 아빠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유키미의 머리를 쓸어주고 어깨를 토닥이며 말하였다.


리버P "응,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힘이 좀 나네. 역시 유키미야. 내가 아끼는 이유가 있다니깐!"

유키미 "난…… 처음부터…… 쭉…… 리버의…… 편이야……"

리버P "그래그래. 믿어주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이런 시국에 내 생존 능력이 필요한 때가 있을테니까 말이야."


유키미의 격려 덕분인지 텐션이 조금 오른 리버는 졸린 눈동자는 온데간데 없고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다음 행선지까지 빠르게 차를 몰았다. 그리하여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네비게이션은 멀지 않은 곳에서 유메가 있는 동네를 가리키기 시작하였다.


리버P "으으, 진짜 여기나 저기나 참 멀어 죽겠네."

유키미 "리버…… 힘들어보여……"

리버P "그래도 어쩌겠어~ 막상 생존자 구하는 임무를 암묵적으로 맡았으니 열심히 뛰어다녀야지."


유키미의 말대로 리버에겐 먼 거리를 참고 운전해야 하는 게 좀 버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본인 차에는 잘만 있던 껌도 빌린 차 안에는 전혀 없었다.


리버P "끄윽, 피곤해… 나중에 자판기에서 껌 하나 뽑아서 씹던가 해야지."


리버는 피곤함을 감내하고 유메가 사는 동네로 직접 들어와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유메가 사는 집의 번지가 일렬로 쭉 나란히 있는 곳 중간에 자판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리버P "흠, 그냥 일반 자판기인가… 후우, 어쩔 수 없네. 그냥 이온음료나 뽑아 마셔야지…"


리버는 차에서 내려 데저트 이글을 무장하고 혹시나 있을 좀비들을 대비하며 천천히 자판기끼지 걸어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좀비는 자판기 배출구에서 이온음료를 꺼내는 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이온음료 캔을 따고 한 손으로 쭉 들이켰다. 그리고 남은 이온음료를 컵 홀더에 놓고는 다시 유메의 집 방향으로 향하였다.


리버P "여긴가 보네. 00마을 XX번지가 확실하다면…"


그리고 유메의 집에 초인종을 눌러서 유메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유메는 갑자기 창문에서 나타나 잔뜩 겁을 먹은 목소리로 리버에게 얘기하였다.


유메 "으으으… 호, 혹시 그 생김새는… Z과 프로듀서 씨?"

리버P "무슨 일이야, 유메? 왜 거기서 안 나와?"

유메 "아, 프로듀서 씨는 멀쩡하시구나. 그게, 조금 트러블이…"

좀비들 ""으르러어어엉!!!""


- 쾅! 쾅! 쾅!


바로 집안에서 나는 좀비들의 소리였다. 분명 높은 확률로 가족들과 유메의 측근이 좀비가 되버렸음을 리버는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유메 "꺄아아앗!"

리버P "이런 미친, 그 방 안에서 꼼짝말고 있어! 내가 가서 구하러 갈게!"


그리고 자신의 무장을 바로 손에 쥐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유메의 냄새를 맡은 좀비들은 방문 앞에서 그저 쿵쾅대며 유메가 갇혀있는 문을 부수려고 애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공포심보다 리버를 더욱 놀라게 한 건 유메의 좀비가 되버린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신의 오빠라는 가족 구성원과 더불어 집안에 있는 제 4의 인원마저 좀비에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리버P "서, 설마 저건… B과 프로듀서?"


그 제 4의 인원은 바로 B과 프로듀서, 즉 유메의 담당 프로듀서였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리버는 마음 아프지만 좀비가 되버린 가족 구성원들과 프로듀서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편하게 해줘야 유메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좀비들 ""으어어어어!?""


그리고 리버에게로 시선이 모아지고 이제는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듯 뜯어먹힌 자국만 있는 좀비가 달려오지만 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차례차례 모든 좀비들의 머리에 구멍을 내어 터트려버렸다.


리버P "하아, 죄송합니다. 나가토 씨… 거기선 부디 고통없이 계세요. 제가 이 지옥을 끝내 보일게요."


그럼에도 리버는 쏴버린 B과 프로듀서를 위해 잠시 애도를 해주고는 질척거리는 좀비들의 시체가 쌓인 길을 넘어가 유메의 방으로 도착하고 노크를 하여 유메를 불러내었다.


리버P "문 열어도 돼. 이제 괜찮을거야."


- 철컥!


유메 "Z과 프로듀서 씨…?"


하지만 문을 열고 간신히 나온 유메에게 이런 광경은 어린 나이에 적잖은 충격이었는지 총알을 맞고 힘없이 쓰러진 4명의 광경을 보고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유메 "아, 아빠… 엄마… 오빠아… 프, 프로듀서 씨…"

리버P "미안하다. 너 하나 구하기 위해서 난 살육행위를 해버렸어."

유메 "……"


유메에겐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자신과 추억을 함께 나눈 소중한 인물인데 왜 죽여버렸을까 하는 배신감과 더불어 자신을 좀비의 위험으로부터 건져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였다. 그래서 유메는 입을 열어 질문하였다.


유메 "ㅈ, 저… 저희 가족이랑 프로듀서를 쏘신 이유가 있나요?"

리버P "그들은 더 이상 널 돌볼 가족이나 프로듀서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지. 진작에 목숨이 끊어졌어야 할 시체가 살아서 움직이는거야."

유메 "ㄱ, 그래도 살아있으면 지성같은 게 남아있을… 수 없으려나요… 우으…"

리버P "그들은 유메 너를 자신들의 가족이라고 식별할 만큼의 지성이 남아있지 않아. 오로지 살을 뜯어먹는 것만 생각하지… 내가 직접 피즈 코퍼레이션에 쳐들어가서 얻은 정보야."


리버는 단호하게 딱 잘라 얘기하고 유메를 향해 손을 뻗으며 질문하였다.


리버P "나랑 합류할래? 아니면 나를 따르는 게 싫다면 이곳에 남아있을래?"


그 말에 유메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난생 처음, 아니 지금껏 그 어떤 어른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광경을 유메가 두 눈으로 보고 경험했으니 인도적으로도 제대로된 판단이 될 리가 없었다. 함께한 자와의 추억에 젖어 평생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구해준 이와 앞으로를 함께할 것인지… 유메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유메는 내적갈등 끝에 어떻게든 쥐어짜낸 의견을 말하였다.


유메 "그럼 저, Z과 프로듀서 씨를 믿고 따라볼게요. 앞으로의 일이 조금 두렵지만, 그래도 프로듀서 씨는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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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꼬마 여자아이들만 골라서 플래그 세우는 리버… 진짜 리버를 여러모로 위험한 녀석으로 만들었네요.


적군을 철저히 말라 죽이려는 살인병기라는 꼬리표도 모자라 연소조들에게 플래그 꽂고 다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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