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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카 코토하 『beyond metaphors!』 -3-(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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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1, 2021 15:25에 작성됨.

"프로듀서. 저."


코토하가 더듬더듬 말을 시작했다. 프로듀서는 도발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거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각오는 저를 위해서에요. 저를 드러내기 위해.....그런 마음으로 센터에 서고 싶어요. 제 자신을 위해 노래하고 싶어요."


바지 자락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코토하는 더는 감출 수 없는 본심을 이야기해나갔다.


"한 때 제가 다른 연극이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싶어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직 그럴 만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코토하가 여기까지 말하고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프로듀서는 잠자코 있었다. 코토하가 더 말하길 기다렸다. 코토하는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면서도 다시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 저는 겁쟁이에요. 자신을 드러내는 게 무서워요. 그래서 계속, 다른 누군가의 말과 몸짓을 빌려왔어요. 누군가가 기대하는 대로. 저를 수식해주는 대로. 착한 아이, 위원장, 리더, 수재.....실제로는 그냥, 어린애 같은데도....그저 칭찬 받았으면 하고, 누군가 계속 저를 봐줬으면 하는.....그런."


프로듀서. 이런 저라도 괜찮나요? 이런 이유로 센터에 서도 괜찮은가요? 이게 프로듀서가 바란 ' 제대로 된 대답'인가요? 코토하는 마지막에 가서 쥐어짜듯이 말을 토해냈다. 그러자 프로듀서는.....만면에 웃음을 피우며 답했다.


"응! 맞아! 바로 그거야!"

"아.....!"


긴장이 탁 풀린 탓일까. 코토하의 눈이 서서히 젖어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볼을 타고 흐르는, 한줄기 눈물.


"뭐야. 제대로 잘 생각해왔잖아. 그러면서 못하겠다고 하다니. 너무 빨리 포기해버리는 거 아냐?"


프로듀서는 핀잔을 주면서도 손수건을 찾았다. 그렇지만 손수건은 조금 전 푸커컵! 하고 성대하게 물을 뿜었던 때 써버린지 오래다.


"프로듀서....."

"심한 말 해서 미안해."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울컥하고 흘러넘쳐서."


코토하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억지로 그치게 하기보다는,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실컷 울게 놔두는 게 좋으려나. 그렇게 판단한 프로듀서는 못 쓰게 된 손수건 대신 허겁지겁 티슈 상자를 찾아 코토하의 근처에 두었다. 그리고는 마실 걸 가져온다는 구실로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그리하여 사무실 문을 열어젖힌 순간.


"히약!?"

"읏!?"


프로듀서는 문에 딱 붙어 있었던 메구미와 마주치고 말았다. 다행히 코토하는 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짧게 새어나온 비명을 듣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프로듀서는 메구미를 앞으로 천천히 밀어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무실 문을 꼭 닫았다.


"따, 딱히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냥, 지, 지나가는 길에-"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코토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거리를 두자, 되도 않는 변명이 프로듀서에게로 날아들어왔다. 프로듀서는 일순 쓴웃음을 지었다가도, 곧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 그래도 다행이야. 제대로 답해줬거든."

"그, 그래?"


메구미 또한 안심했다는 듯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프로듀서는 메구미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다 슬쩍 옆구리를 찌르며 소곤거렸다.


"잠깐 마실 걸 사려고 나온 길인데. 너도 하나 사줄까?"

"에, 나도?"

"사양할 필요는 없어."

"그럼 마다제스틱 사이다로....."


그래. 프로듀서는 메구미의 요청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휴게 라운지에 있는 자판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메구미는 꼭 닫혀있는 사무실 문에 시선을 두다 프로듀서를 따라나섰다.


.....


...


시어터 정기 공연 날이 돌아왔다. 앞서 '제대로 된 대답'을 낼 수 있었던 코토하. 그는 처음 정했던 대로 센터에 서서, 공연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갔다. 공연의 시작을 여는 단체 무대가 끝난 뒤, 이제 각 아이돌들이 자신의 솔로곡을 피로하는 차례가 돌아왔다. 공연의 진행 사항이나 트러블을 체크하러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던 프로듀서는 마지막으로 코토하의 근처에 발을 딛었다. 솔로곡 대열의 가장 첫 타자는, 타나카 코토하였으니까. 


코토하는 무대로 나아가는 출구 바로 앞에 서있었다. 긴장하는 모습 없이, 아주 조용하고 고요하게 눈 앞의 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대에 익숙하기에 보일 수 있는 평정심. 그 옆얼굴을 바라보면서, 프로듀서는 지난 날 코토하의 데뷔 무대를 떠올렸다.


춤은 연기. 노래는 대사. 


아마추어라고는 해도 본디 연극인이었던 타나카 코토하에게 있어서 무대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장소. 데뷔 무대도 그 연장선 상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듀서가 한 걸음 더 가까이 코토하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슬쩍 말을 걸었다.


"코토하."

"네."


코토하가 프로듀서를 돌아보았다. 프로듀서는 코토하의 어깨에 한 손을 얹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앞을 가리켰다.


"저기 계시는 관객 여러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널 만나기 위해 온 거야."

"네. 오늘은 제가.....타나카 코토하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네요."


잔잔한 호수와 같던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꾸우욱, 하고 힘이 들어가는 코토하의 주먹 쥔 손.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프로듀서는 코토하의 등을 퐁퐁하고 가볍게 두드렸다.


"그 마음만으로 충분해. 괜찮아."


상냥하던 말소리는 마지막에 가서는 힘이 담겼다.


"자, 갔다오렴!"

"네!"


코토하는 그에 지지 않는 대답을 하며, 장막 너머 빛나는 세계로 힘차게 달려나갔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자유로운 마음을 믿으면서.....메타포를 뛰어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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